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07
생방송의 진주인공 (1)
Sbc의 인기 뮤직은, 한국 대중가요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다른 방송국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일요일 방영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영향력이 아주 막강했다.
사람들은 대중적인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 앱 차트를 시간이 날 때마다 듣고, 차트에 오른 신곡은 가벼운 이야기의 주제거리가 된다.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면서 tv음악 방송의 힘이 서서히 줄어들긴 했어도, 다 빠지진 않았다.
상징성.
매주 인기 순위를 매긴다는 상징성.
1등을 차지한 사람은, 언제나 1등의 증표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잊혀지지 않는다.
순위권에 오르기는 당연히 어렵다.
1등을 차지하는 것은 죽을 만치 어렵다.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누군가의 목표이기도 했다.
수많은 관객과, TV 너머의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는 것.
모든 연습생들의 꿈이었다.
소년, 소녀들은 오늘도 그 광경만을 머릿속에 그리며 살아갔다.
“후!”
다운 엔터테인먼트 건물 3층.
가장 널찍하고 세련된 연습실은, 연습생이 아닌 ‘아이돌’을 위한 공간이었다.
차별 대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향상심 자극을 위한 수단이었다.
나도 데뷔하면 저기서 연습할 수 있을 텐데, 라는 기대를 은연중에 심어놓는 것이다.
고급 시스템 스피커에서 감미로운 비트가 뿜어져 나온다.
비트에 맞춰 숨을 헐떡이던 여성 넷은, 이미 레슨 강사가 붙지 않아도 될 만큼의 춤 선을 지니고 있었다.
툭-!
음악이 멎었다.
“어후!”
“좀 쉬었다 하자!”
그녀들은 땀을 마구 훔치며 구석에 놓인 아이스박스로 달려갔다.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아 … 하나밖에 없네.”
“돌려 마셔.”
“입대고 마시지 마!”
“싫은데요~”
“아 진짜.”
포 데이지.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작년 가을 즈음 빵! 하고 신곡이 터져버린, 현재 다운 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여자 아이돌 그룹.
‘레전드급’이라는 수석어가 붙기에는 애매했지만, 젊은이들 중에 그녀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잘 팔리는 아이돌이고, 예능에도 자주 불리고, 신곡을 내면 반드시 차트 10위 안에 든다.
그녀들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아으 …”
“힘들어.”
졸리고, 힘들다.
체력이 부족하다.
좋은 걸 자주 먹긴 하지만 마음대로 먹지는 못한다.
이온음료와 커피를 달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뭐, 몸이 적응해서 그런지 나름 이것도 …
살 만은 했다.
통장에 쌓여가는 잔고를 보고 있으니 더욱 살만했다.
아이돌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사실 팬들의 응원이 반, 돈이 반이었다.
“이번 주말에 인기 뮤직 방송 마치면… 다음 주는 …행사 없지?”
“없어. 우리도 좀 쉬어야지. 수요일까지 널널해.”
“우흐흐~”
넷의 얼굴에 웃음꽃이 떠오른다.
쉴 새 없이 달리다가 가끔 맞이하는 달콤한 휴식.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불안감도 들었다.
반짝 떠오르고 저무는 그룹은 많다.
전성기가 평생 갈 줄 아는 사람들도 많다.
포 데이지의 지유는, 근거 없이 확신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상승이 있으면, 하강도 있는 법.
영원불멸한 것은 없다.
50살까지 아이돌을 할 건 아니니까.
언젠가는 저무는데, 저무는 타이밍을 모르는 게 유일한 문제점이었다.
“너희 아이돌 관두면 뭐 할 거야?”
지유는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궁금증을 입 밖으로 내었다.
“크흡!”
콧구멍에서 이온음료를 내뿜는 멤버들.
지유는 스리슬쩍, 5cm 정도 자리를 이동했다.
“커헥! 케헥!”
“왜? 요즘 힘들어서 그래?”
“그냥… 우리가 평생 아이돌 할 것도 아니잖아…”
“와 또 시작했어. 대단하다 증말.”
“후배 들을라. 이따 돌아가서 얘기해. ”
“그럴까?”
지유는 푸욱 고개를 숙였다.
현재를 즐기되, 미래를 대비한다.
뭐, 미래 걱정을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정도가 연습생 시절보다 조금 심해진 것뿐.
“아 맞다, 너희 그거 들었어?”
“뭐?”
“어떤 거요?”
“있잖아, 그 저번에 봤던 기타 치는 애.”
“아~ 일요일에 방송 나온댔나?”
“왜 난 못 들은 거예요…?”
“으흐흫”
멤버 한 명이 핸드폰을 꺼내어 유튜브를 띄운다.
“저번 페스티벌 영상이 …아 여깄네.”
“… 오오~”
흘러나오는 후배의 곡.
지금도 수시로 랭킹에 들락거리는, 나름의 히트곡.
기타 소리가 좋다.
상당히 좋다.
“이만하면 잘생겼네. 인기 많겠다.”
“잡혀가.”
“잡혀가.”
“조용히 해 좀.”
“근데 멋지긴 하다. 뭔가 그 … 분위기가.”
“잡혀간다고.”
지유는 물끄러미,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했다.
조회수가 높다.
유독 높다.
자신들의 영상보다 더더욱.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아이돌의 무대에, 솔로 기타리스트가 라이브 세션을 해주는 상황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니까.
게다가 이 아이는…
“와 얘 얘기가 은근 많네?”
“그러게?”
팬들이 직접 남의 영상에 찾아와줄 정도의 인지도와 충성심의 보유자였다.
“흐어어어 …”
“이번에도 아이리즈랑 선대?”
“그럴걸?”
알게 모르게, 아이리즈는.
‘빨기좌’라는, 나름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뮤지션에게도 얽혀 있었다.
대단하다.
상승기세인 두 뮤지션의 콜라보.
효과는 강력할 수밖에 없었다.
“… 우리랑도 서주지 않을까?”
“뭐?”
“뭐!?”
“왜, 그렇잖아. 얘랑 서면 얘 팬들도 우리 봐줄 거 아니야.”
“어 … 잠깐만 그러면 …”
“투표 …”
“어!? 인기순위 …!”
포데이지 멤버들의 얼굴에, ‘희망’이 떠올랐다.
“… 얘기해보자.”
“그래!”
“전화번호 있어?”
“아… 없… 는데.”
분위기가 확 좋아졌다.
다만, 오래가진 않았다.
마음만은 소녀인 20대 여자들이 희망에 찬 이야기를 나누려던 순간,
벌컥-!
연습실의 문이 열렸다.
“어? 있었네?”
우르르르-
훈훈한 외모의 남성들이 고개를 빼꼼 내민다.
다른 그룹 멤버가 다섯 명, 나머지는 …
“우리 좀 써도 돼요?”
“아 … 응.”
연습생들이었다.
포 데이지 멤버들은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어? 그거.”
“걔 기타 치는 애 아니야?”
“흐흐흐흐.”
“걔 보고 있었어요?”
뭔가 …
뭔가.
비웃음 소리가 돌아왔다.
“에이, 후배 곡 체크하려는 거겠지.”
“쟤 은근 팬 많던데. 근데 다 한때예요.”
“기타 치는 표정 되게 이상하던데.”
“개그맨 아니야?”
“지이잉~ 쥬우웅~”
“흐흐흐흐 크흑!”
방금까지 기분 좋게 얘기 나누고 있었는데.
자신들이 협력하려는 대상이,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지유는 저들의 태도가 아주 마음에 안 들었다.
그 아이가 옆에 없어서 다행이다.
옆에 있었다면, 깊은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지유는 반론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근데, 도중에 끊겼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 좀 심ㅎ…”
“와~ 연예인이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찾아오는 법이었다.
***
보통 7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새파란 하늘과 내리쬐는 햇살, 가로수에 무성하게 덮인 나뭇잎 탓에 무언가 ‘시원한’ 듯한 기분.
그리고 기억.
사실 구라 기억이다.
여름은 눈으론 시원한데 실상은 존나 덥다.
에어컨에 인색한 짠돌이 학교일수록 말이다.
나는 교실 창틀에 팔을 걸치며 멍하니 바깥 풍경을 응시했다.
7월이 되었다.
기말고사도 끝났고, 수업도 그냥 대충대충 설렁설렁 진행되고.
애들은 아직 멀기만 한 여름방학에 대해서만 떠들어대고.
방학 기간에 있는 콩쿠르 이야기하는 애들도 있고.
나는 핸드폰을 켜서 어제 나눴던 메시지를 재확인했다.
지금 내 관심사는 좀 달랐다.
– 박요한 부장입니다. 그냥 서주시죠.
나 : 안녕하세요 김수재입니다. 자세한 말씀 여쭙고 싶습니다.
– 아 네 사실은 아까 건의 드린 게 거의 확정된 상태로 말씀드린 거거든요. 인기뮤직 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 저녁에 회사로 와주실 수 있는지…
…믿기지 않는다.
그냥 나 꼬시려고 지른 거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가서 말 바꿀 거라 멋대로 추측했는데.
아니었다.
박요한 부장은 이미 내 자리를 만들어 둔 상태였다.
이게 바로 사나이의 진심이란 건가?
비율만 조금 더 쳐줬으면 바로 들어갔을 텐데.
턱-
내 옆에,
우수에 잠긴 눈빛의 도현이가 바로 섰다.
이번엔 또 뭔 컨셉인 거지?
어떤 짓을 할지 감이 안 잡히는 병신이다.
도현이는
휘릭 휘릭,
텀블러의 뚜껑을 열고,
주르르르륵-
물을 따라 버리기 시작했다.
4층에서 말이다.
“… 뭐하냐?”
“물 준다.”
“물?”
“화단에 … 물 준다…”
4층에서 물을 주는 건가.
대단한 새끼네.
나는 옆에서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바람에 물방울이 흩어질 법한데.
한여름의 햇살에 말라비틀어져 가던 화단은, 수분을 있는 족족 흡수하고 있었다.
엄청난 에임이다.
“와 시발 어케 했어?”
“흐흐흐흐흐흐”
“우와우 …”
신기에 가까웠다.
한 수 배우고 싶을 정도다.
부디 가르침을 …
“꺄악!”
아래층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
“어 으 어”
도현이가 인중을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인상을 잔뜩 찡그린 3학년 선배는, 우리한테 삿대질을 시작했다.
“야아악!”
“죄송합니 …”
“너희 1학년이지?”
“아 … 네.”
“딱 기다려! 민서반이야!?”
하민서 아는 사람인가?
저 멀리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하민서가 후다닥 뛰어온다.
그녀는 창문에 불쑥 얼굴을 내밀며
“죄송해요 언니이!”
우리 대신 사과를 했다.
“….”
“조심해! 아씨 걔네 좀 나 대신 때려!”
“네!”
하민서가 휙, 우리에게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툭, 툭.
우리의 어깨를 때렸다.
“… 조심해.”
뭐지.
무슨 꿍꿍이지?
왜 우리한테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대신 수습해 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 법한데.
의심이 먼저 드는 건 하민서가 쌓아온 업보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너…”
“나?”
“어. 이따 회사 갈 거지?”
“어? 어떻게 알았어?”
“같이 가.”
“….”
저 멀리서, 소이와 윤수빈이 우리 쪽으로 시선을 보낸다.
미묘한 얼굴들이다.
상황 자체를 못 믿겠다는 표정이다.
내가 하민서와 교실에서 대화를 나눈다?
나도 못 믿겠다.
얘가 갑자기 왜 …
수업은 평소처럼 끝났다.
우리는 카톡 하라는 말을 끝으로 각자 흩어졌다.
나는 …
하민서와 같이, 지하철을 갈아타며 다운 엔터로 향했다.
같이 가쟀으면서 말 한마디 없네.
존나 불편하다.
중간에 얘를 못 만났으면 가다 토했을지도 모른다.
“아 수재씨 그래서 제가요 저번에요 연습하다가 머리끈이 끊어졌는데. 제가 머리가 긴 편은 아니잖아요 근데 세팅이 안 돼 있다 보니까 막 화장이랑 다 묻어가지고.”
귀가 터질 것 같다.
송아린은 운명의 상대라도 만난 듯 이야기보따리를 엄청나게 쏟아내고 있었다.
말이 많은 성격인 건 알고 있었는데.
개많네 진짜.
말 없는 것보다는 말 많은 게 낫긴 한데.
그래도 정도란 게 있는데.
-이번 역은 …
지하철은 어느새 다운 엔터의 근처에 도착했다.
나는 송아린의 조잘거림에 적당히 대답하며 거리를 걸었다.
그러다 문뜩,
“아, 김수재 너.”
하민서가, 학교 밖에서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어?”
“너 이번에 인기뮤직 선다는 거 들었어.”
“… 어떻게 알았…”
“어!? 왜 난 모르지? 아 어제 쉬어서 그런가…”
“….”
정보 전달에 차등이 생긴 건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확정은 아직 안 됐는데?”
“그래? 그래도 조심해.”
하민서는 하아, 하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모든 사람들이 … 너한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까.”
“뭐야 갑자기.”
진짜 개뜬금없다.
성격이 오락가락하는 건가?
내면에서 무슨 변화가 일어난 걸까?
아니면 이것도 맥이는 것의 일종인가?
나는 대충 걱정마라 대답한 뒤, 다운 엔터 건물에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는 때마침 1층에 도착했다.
“아, 3층 좀 들렀다 가요!”
“3층?”
“연습실인데요, 필요한 게 있어서 …”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회사 안내해 준다는데 잠깐쯤이야.
하민서가 한 말이 괜히 신경 쓰이긴 했지만 …
신경 쓰이긴 했지만.
이젠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다.
직접 들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우연이었다.
3층 복도에 울려 퍼지는 내 얘기.
내 뒷담.
예민하기 그지없는 뮤지션의 고막은, 작은 소리조차 놓치지 않았다.
-에이, 후배 곡 체크하려는 거겠지.
-쟤 은근 팬 많던데. 근데 다 한때예요.
-기타 치는 표정 되게 이상하던데.
-개그맨 아니야?
-지이잉~ 쥬우웅~
-흐흐흐흐 크흑!
“…”
하민서와 송아린이 눈을 크게 떴다.
니들 말고 내가 먼저 놀라야 하는 거 아냐?
나는 뚜벅뚜벅, 거침없이.
나를 욕하던 이들에게 다가갔다.
“와~ 연예인이다.”
익숙한 얼굴 넷.
잘 모르겠는 얼굴 … 열.
뒷담을 직접 들으니까 기분이 아주 새로운데…
“….”
은근 데미지가 없다.
경악에 사무친 남정네들의 면상이 나에게 향한다.
나는 저번에 한 번 봤던 포데이지 멤버들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또 뵙습니다!”
“아 … 안녕!”
“언니이 저 왔어요!”
무리를 뚫고 화기애애한 만남을 가지는 여섯.
나는 틈을 타,
“어 … 근데 연예인은 포데이지 네 명밖에 없네요?
그들에게 새하얀 이를 내보였다.
선봉에 있던 남정네 다섯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근데 진짜.
누구야 얘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