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18
겨울 숲의 노래 (4)
– 디리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아파트의 현관문이 열린다.
회사원 인상의 여성은 휙휙, 구두를 던져버리고서 제집인 양 주저없이 거실로 향했다.
노트북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남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동생이었다.
“뭐 합니까 손 감독!”
“아으 깜짝이야! 뭐야?”
“누나한테 뭐야가 뭐야.”
“대체 왜 누나인 거야…?”
“뭐라는 거야?”
평범한 회사원 인상의 남동생.
자신과 얼굴 분위기가 미묘하게 닮아 있었다.
한 핏줄이니까 당연했다.
왠지 계속 보니까 기분이 나빠졌다.
“진짜 개 못생겼네.”
“너도.”
살면서 얼굴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지만 … 남에게 쉽게 기억되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그랬다.
아까 다운엔터에서도 그랬다.
그 아이는, 자신을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지 여섯 시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손임혜는 그런 게 너무 아쉬웠다.
“일찍 왔네? 곡은? 샘플은?”
손임혜는 멋대로 동생 집의 주방을 누비며 캔커피를 하나 손에 쥐었다.
“만들기로 했어. 화요일까지래.”
“오오~ 그럼 내 말도 전했지? 좀 뭐랄까 쓸쓸히 방황하는 그런 느낌으로 부탁한다고 …”
“말 안 했는데?”
드르륵-
흐릿한 인상의 동생이, 노트북을 두들기다 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말 안 했다고?!”
“어!”
“… 미쳤어!?”
꽤액,
못난 동생이 소리를 지른다.
저게 300만 관객영화 감독의 본모습이라니.
기자들이 저 꼴을 보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참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손임혜는 쯧쯧 혀를 차면서 주방 식탁에 멋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걸 왜 말을 안 해? 하이라이트에 넣어야 되는데 뭔 생각이야?”
“그냥.”
“… 뭐?”
“씬. 하이라이트 씬.”
“….”
“네가 찍었잖아. 영하 15도에 배우들 누더기 입혀놓고.”
“그게 왜…?”
손임혜는 실실 웃으며 커피를 들이켰다.
동생은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OST 바꾸자는 거 동의했잖아?”
“응.”
“그럼 이왕 바꾸는 거 제대로 바꿔야 하잖…”
“믿어보기로 했어.”
“믿어보기로 … 했다고? 누나가?”
손임혜는 눈을 크게 떴다.
평소에는 반말만 찍찍 내뱉던 놈이 누나라는 단어를 입에 담다니.
그만큼 절박해서 그런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어.”
“… 따로 컨셉 … 같은 것도 안 잡아주고?”
“어~”
“역시 미쳤지?”
“아니?”
손임혜는 계속 실실 웃음을 흘겼다.
이건 … 뭐랄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감각이 아니라고 해야 할까.
추상적이다.
추상적인 믿음이다.
그의 연주를 듣고 나서 생겨버린, 괴이한 현상이다.
“따로 부탁 안 해도 잘 만들겠더라고.”
“… 씬 컨셉에 맞게?”
“응.”
“그 정도야?”
“그 정도였어.”
손임혜는 확신에 찬 어조를 지우지 않았다.
아까 전 만났던 그 소년처럼 말이다.
동생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듯, 눈을 부릅뜨기만 할 뿐이었다.
“아, 화요일에 아예 기자도 부를까? 며칠 전에 기자 시사회 했잖아~”
“뮤지션쪽 유명세 이용하려고? 그쪽으로 머리는 참 잘 돌아가네 …”
“우리도 이득이고 그쪽도 이득이지~ 상부상조 아니겠어?”
“우리 영화가 먼저인 …”
“그건 걱정 말고.”
손임혜는 핸드폰을 켜서 기자 시사회에 왔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돌렸다.
뭔가 … 머릿속으론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꼭, 다른 사람에게도.
완성된 ‘겨울 숲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
“대체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원.”
“너도 들어보면 알아.”
“샘플도 없이 화요일까지 기다리라고?”
“응~”
손임혜는 홀짝, 캔커피를 다 마신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 전달 끝~”
“미친년 …”
***
7월 5일 화요일.
나는 김태현이 알려준 장소를 찾아갔다.
강원도 춘천시였다.
뭔 기타 부품 하나 사는데 춘천까지 가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
다 좋은 소리를 위해서다.
일렉기타의 소리는 기타, 이펙터, 앰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지지만, ‘기타’ 자체의 소리의 지분을 따지자면 픽업이 반절은 될 거다.
픽업이 바뀌면, 소리가 극적으로 바뀐다.
굳이 촉박한 시간을 짜내어 좋은 픽업을 구매하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왕복 세 시간 반쯤 걸렸던 게 탈이긴 한데.
실패했다.
7월 6일 수요일.
나는 김태현이 알려준 장소를 다시 찾았다.
오래 기다렸는데 결국 문을 안 열더라.
매장 내부가 보이지 않게 샤따로 막혀 있었다.
반딱반딱한 금속 간판은, 차오르던 불안감을 서서히 증폭시켰다.
피아노 조율 수리, 중고 영창 피아노 판매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으니까 당연했다.
이게 지방 악기점 특징 같은 거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기타 리페어샵이길 바랐는데.
여기 맞아?
맞는 거야?
왜 간판에 핸드폰 번호가 안 적혀 있고 집 전화번호밖에 없는 거야?
왜 전화는 하루종일 안 받는 거야?
김태현한테 연락을 안 해본 건 아니다.
돌아온 대답은 …
‘나도 잘 모르겠어~’
였다.
곡은 후반 멜로디 빼고는 거의 완성해 둔 상태긴 한데.
아무래도 녹음 좆된 거 같다.
7월 7일 오전 8시 20분.
난 결국 폭발했다.
“기, 기기김 태현이 이이이이익!”
나는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김태현에게 돌진했다.
“으아아아아아!”
“왜, 왜 그래!”
어깨를 부여잡는다.
거의 열 시간을 날려 먹었다.
피같은 작업시간. 피같은 수면시간인데 …
열 시간을 날렸다!
씨발!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나는 김태현의 상체를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으어어어어어어.”
“바른대로 불어라. 픽업을 어디서 샀지?”
“거 … 거기 맞아 ….”
“구라치지마아아! 영창피아노라 적혀있잖아아아아!”
반에 있는 모든 애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린다.
소이의 눈동자에 걱정스러운 듯한 감정이 맴돈다.
녹음해야 하는데!
2% 부족한 소리를 메워야 하는데!
지금 이 짓거리를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마감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 정도로 쫓기는 느낌이 드는 건 참 오랜만이다.
당장 녹음 시작해도 안 될 건 없지만…
이대로 진행하면 회귀 전부터 느껴졌던 ‘부족함’이, 평생 머릿속을 맴돌 것만 같았다.
난 새로운 픽업이 필요하다.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새로운 소리가 필요하다!
“진짜야! 나도 거기서 샀어 … 보통 매일 여는데 왜 …”
“매일 연다고?”
“응. 별로 안 바쁘실 텐데….”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아닐걸. 아버지랑 친한 분이시라 … 피아노 수리까지 하려고 그러시나? 영창피아노라 적혀 있었어? 내가 갔을 때는 없었는데?”
김태현은 계속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던 도현이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우리 사이에 끼어든다.
“뭔 일인데?”
“아 그게, 수재가 기타 부품 산다고 해서 …”
“부품? 뭐 사게?”
“픽업.”
“픽업은 액티브 픽업이지.”
“응 액티브 안 써.”
“응 픽알못.”
액티브 픽업이 꼭 나쁜 건 아닌데.
길무어도 스트라토 캐스터에 emg박아 쓰긴 하던데.
난 싫어한다.
세밀한 뉘앙스가 죽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뮬에서 업자가 던컨 픽업 대량방출하던데?”
“으으으으…”
나는 도현이가 내민 솔깃한 정보에 고뇌하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저었다.
“삼초고려라는 말 알아?”
“아 삼고초려…? 그거 삼국지에서 유비가 …”
“아니. 삼초고려.”
“… 응?”
“오늘 갔을 때, 삼초 안에 문 안 열리면 다 부숴버리겠다는 소리다…!”
돌아버린 선언을 들은 김태현의 얼굴에 경악이 물들었다.
살금살금, 소이도 내 옆에 다가와서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수재 픽업 필요해 …?”
“응. 이번에 녹음하기로 했는데 소리 때문에….”
“우리 집에 있는 기타 쓸래…?”
“오 …!?”
소이네 집 기타라…
소이 아버지네 컬렉션이라면 괜찮은 소리를 찾을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난 다시 고개를 저었다.
“고마워. 근데 오늘 한 번만 더 가보려고.”
“아, 응 …. 아빠한테 말씀은 드려 놓을게.”
“역시 소이밖에 없어.”
소이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물들기 시작했다.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던 하민서가 인상을 찡그리며 이쪽을 쳐다본다.
뭘 봐.
“녹음? 뭔 녹음?”
“수재 녹음해?”
“어 김수재 설마 …?”
서른 쌍의 눈빛이 더더욱 강렬해졌다.
… 얼떨결에 앨범 얘길 꺼내버렸다.
얼버무리기가 좀 뭐한데.
영화에 넣는다는 것만 말 안 하면 될 거 같은데.
나는 그냥 순순히 불기로 했다.
“나 1집 앨범 준비한다.”
“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순간,
1학년의 8반 교실 내부에, 엄청난 음압이 들이닥쳤다.
“불꽃 쌍기타 돌리기 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
“벌써?!”
“곡 뭐야?”
“비밀이셈.”
“아 진짜 개열받네!”
궁금해 죽으려고 하는 반 애들에게 썩소를 살며시 날려본다.
“정보 개이득. 인스타 올려야지.”
“샵 김수재”
“엌”
“빨기좌 … 신곡 발표 …”
내 이름을 팔아서 팔로워 늘리려고 하는 발상이 진짜 레전드네.
정말 자랑스러운 친구들이다.
방학 일주일 전의 수업은 그럭저럭 대충대충 흘러갔다.
공부하는 애들은 문제집 펴놓고 공부하고, 선생님들은 철 지난 영화 같은 거 틀어주시고.
“얘 표정 왜 이럼.”
“오늘 밥 맛있는데.”
“혀에 뭐 났냐?”
“픽업 때문에 그렇대.”
“픽업? 그냥 박힌 거 써~”
점심을 먹는 와중에도, 멍하니 철 지난 영화를 보고 있을 때도, 노트북을 몰래 꺼내 곡을 만질 때도.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기타 소리’에 대한 고민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학교가 끝났다.
나는 곧바로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이동 도중에 황 프로듀서한테 전화까지 왔다.
‘언제 준비되나요?’라는 독촉 전화였다.
오늘도 가게 안 열었으면 진짜 끝이다.
손으로 감아서 픽업을 만들어낼 정도의 실력이라면 보통 실력이 아닐 텐데 …
그런 분한테 기타 모디 팁 같은 걸 받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데 …!
그럼 더더욱, 내 앨범의 퀄리티가 올라갈 텐데.
“….”
“…어?”
대충 고데기로 정리하다 만 듯한 머리.
이어폰을 귀에 꽂고, 멍하니 땅바닥을 응시하는 익숙한 자세.
최유진이, 버스터미널에 있었다.
“…오~”
최유진은 나를 확인하자마자 손을 번쩍! 들었다.
“어디 가냐?”
“어디 가?”
말이 겹쳤다.
“난 아빠 출장 나가신다길래 바래다 드리러 온 건데?”
“… 오 그래?”
그렇구만.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서, 매표소에서 춘천행 티켓을 하나 샀다.
“아까 픽업 사러 간다고 했잖아. 왜 여깄어?”
“글쎄 파는 곳이 춘천이란다.”
“직거래?”
“직거래 … 긴 한데…”
“와 난 절대 못 가겠다.”
“깁슨 스튜디오라서?”
“아 뭐래!”
나는 털썩- 의자에 주저앉아 맥북을 꺼내어 곡 작업을 이어나갔다.
전체적인 구성과 코드는 이미 다 잡아둔 상태였다.
문제는, 후반 20초간의 멜로디다.
“후우 …”
“너 기타 좋은 거 아냐? 찾아보니까 한 250쯤 하던데. 근데 픽업을 왜 바꿔?”
“뭔가 그 뉘앙스가 안 산다고 해야 하나 …”
“아까부터 말끝 계속 흐리네.”
미완성인 곡.
이 곡이 완성까지 이르지 못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뭔가, 내가 원하는 느낌이 안 살아서다.
챨랑챨랑 하고, 고음역대가 살아있는 그런 소리를 원하는데 …
아무래도 부족했다.
아무리 이펙터와 프로그램을 만져도 맛이 없었다.
지금 내 기타는 회귀 전에 쓰던 기타와 같다.
색상과 나무의 성숙도는 다르지만,
펜더 디럭스라는 정체성은 똑같다.
나는, 회귀 전과 똑같은 난관에 봉착한 상태였다.
“뉘앙스 …? 픽업 바꾸면 뉘앙스도 바뀌어?”
“어어엄청나게 많이 바뀐다. 너도 바꿔봐. 입시에서 재즈곡 칠 거잖아?”
“물론이지!”
최유진이 싱긋- 하얀 이를 드러내었다.
“소리 들어보니까 490이랑 498 박힌 거 같은데. 깁슨 클래식이 재즈하기는 좀 더 나을걸?”
“오 … 무슨 차이가 있는데?”
“하이가 좀 깎여서 뭉글뭉글해짐.”
“…그래?”
깁슨도 펜더와 같다.
57,58,59 레스폴을 최고로 치는 풍조가 있다.
그리고 그때의 소리를 최대한 따라한 픽업을, 지들이 직접 팔아먹고 있다.
나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유진에게 픽업 교체를 종용하고 있었다.
얘가 3수 한 게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그런가…
모르겠다.
알려준다고 입이 닳는 것도 아닌데 뭐.
“픽업이라 …”
“재즈에는 57클래식이지.”
“흐으으음…”
“기타 파츠 교환은 그 … 뭐라 해야 되냐. 게임 무기 능력치 재조정 같은 거야.”
주사위 같은 거 굴려서 기본 능력치 조정하는 거라 이해하면 쉽다.
잘만 굴리면 더 좋아지는데, 잘못 굴리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망해버릴 수도 있다.
무조건 좋아지지는 않는다.
다만,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짬밥이 있다면,
더더욱 좋은 소리를 손에 쥘 수 있다.
시간이 거의 다 됐다.
나는 노트북을 덮은 다음, 기타를 다시 짊어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유진도 같이 일어났다.
“…?”
“같이 가자!”
“… 응?”
난,
최유진이랑 같이,
버스에 올랐다.
….
애가 은근 실행력이 좋네.
소리 좋아진다고 하니까 후다닥 따라오는 거 봐.
“….”
나는 최유진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장학금 받아서 예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겠지만, 받은 돈을 전부 장비에 꼬라박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입시생들처럼 새 기타에 계속 투자하는 건… 아마 어려울 거다.
“왜 따라오는 거야?”
“소리 좋아진다며?”
“그렇… 겠지?”
“가면 픽업 있는 거 아니야?”
“57클래식은 낙원에서도 파는데?”
“…?”
최유진의 얼굴에,
의문감이 잔뜩 떠올랐다.
최유진은 창밖을 바라보며,
벅벅벅벅벅-!
머리를 긁어댔다.
은근 멍청미도 있네.
“아.”
“키키키킼.”
“아아아…”
“흐히히힣”
“아 씨 미리 말하지!”
파악-!
어깨가 강하게 두들겨진다.
뭐 친구 좋은 게 이런 거 아니야?
같이 가니까 안 심심하고 얼마나 좋아.
춘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
피아노 조율 수리 판매라는 간판이 걸린 악기점에,
우리는 도착했다.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드디어 … 열렸다…!
근데 이게 뭐지.
뭐지?
“피아노 …?”
최유진은 고개를 갸웃했고,
“… 허.”
나는 그만, 헛숨을 뱉어버렸다.
달력을 찢어서 창문에 붙여둔 소개 문구가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짜인가?
아니, 사칭인가?
이런 사람이 한국에 있다고?
서울에 리페어샵 차리면 한 달에 순수익만 천만 원은 땡길 텐데…?”
나는 멍하니,
유리문을 열었다.
그리고 곧바로 주인장과 만났다.
작고 동그란 안경을 낀 70대 남성.
새하얗고 억세 보이는 머리칼.
숱이 나보다 많은 것 같다.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내 또래 애들보다 건장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는 매장 안의 손님들을 상대하다가도,
척, 손을 흔들며 우리에게 스스럼없이 인사했다.
“픽업 사려고?”
“아, 네!”
기타가방 메고 있어서 알아보신 건가?
나는 후다닥 달려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태현이 친구지? 태현이보다 잘 친다면서?”
“아, ㄴ..ㅔ!”
뭔가 건방지게 대답해 버린 거 같은데.
말이 진짜 빠르시다.
“무슨 픽업?”
“… 네?”
“무슨 소리?”
성격도 되게 급해 보이신다.
그리고 억양이 조금 어색했다.
재미교포 같은 사투리랄까 …
나는 그의 질문에 아주 당당히 대답했다.
“모던하면서 빈티지한 사운드입니다.”
“….”
풍성한 백발의 할아버지는 나를 한 번 쳐다보시고,
괜히 피아노 건반을 두들겨보던 최유진을 한 번 훑어 보시더니,
“그런 소리가 세상에 어딨어어어어억!”
귀청이 떨어지라, 소리를 질렀다.
… 진짜 마스터 빌더 맞아?
나는 미친놈 보는 듯한 표정을 짓는 할아버지께,
윙크를 날렸다.
“없으니까 만들어 주셔야죠.”
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