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20
겨울 숲의 노래 (6)
이 곡은, 감명을 받았기에 만들 수 있었다.
나숙호 선생님의 노래하는 듯한 연주에 감명을 받았기에,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수 있었다.
나는 내 소리를 드디어 찾아냈다.
“….”
“….”
중후반부터 시작된 1분간의 연주.
온 힘을 쏟은 연주.
최유진과 마스터빌더 할아버지는 그저 멍한 표정만을 얼굴에 띠었다.
작곡을 할 때는 항상 ‘이게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들곤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확신만이 들었다.
나는 이 곡을,
확신했다.
“… 뭐야? 이거 그 찜질방에서 통기타로 친 거 아냐?”
“맞아.”
“… 나숙호 선생님 곡 아닌 거 같애 …”
“당연하지. 내 신곡인데.”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만든 거다.
회귀 전에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리만 차지하던 놈이었는데.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공개됐다.
세상 밖에 나왔다.
지방의 작은 다목적 악기점에서, 멜로디가 퍼져나갔다.
“직접 만든 거라고?”
마스터 빌더 할아버지는 시퍼렇게 안광을 빛내셨다.
“네.”
“네가?”
“네…”
“… 허어…”
그리고 숨을 토하자마자, 벌떡 일어나셨다.
나의 눈앞에 효도용 스마트폰이 내밀어졌다.
“내가 유튜브 같은 건 잘 몰라. 그러니 … 앨범 파는 장소 좀 알려주겠니?”
“….”
순간, 몸에 강렬한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수많은 기타리스트들을 상대하고,
수많은 악기를 두 손으로 만들어 낸 마스터 빌더가.
나에게 앨범 제목을 묻는다.
영광이었다.
정말 큰 영광이었다.
나는 주저 없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직 녹음은 못 했습니다. 이제야 소리를 찾은 거라서요.”
“….”
“고민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이틀 동안 헛걸음만 하는 바람에 그냥 이대로 녹음할까 했는데… 안심했습니다. 여길 찾아와서 다행입니다.”
단순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모던하면서 빈티지한 소리는 없다.
모던하지도, 빈티지하지도 않은 소리만 있다.
프론트, 미들, 리어 전부 다른 성향의 픽업을 박아넣음으로써, 나는 나만의 소리를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바를 단번에 파악해주신 할아버지는 …
“그래, 잘 됐구나.”
대단한 장인이었다.
“잠깐 들은 것뿐인데 멜로디가 … 네 나이 또래가 생각할 수 있는 … 아, 이게 아니구나.”
할아버지는 하시던 말을 끊으며 고개를 저으셨다.
“웬만한 기타리스트가 떠올릴 수 있을 만한 멜로디가 아니었어. 잘 들었네.”
그는 다시 하여금,
내게 손을 내미셨다.
나는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마스터 빌더의 손을 맞잡았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그래. 공장에서 먼지냄새만 맡다가 … 나오니까 이런 경험을 다 하는구만. 참, 기분이 좋아.”
나는 재빨리 지갑을 열었다.
몇 달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돈을 지불할 여력이 충분했다.
“됐어.”
하지만 마스터 빌더 할아버지는 내 돈을 극구 거부하셨다.
돈을 드리고 싶다.
솔직히 70이 아니라 200을 달라고 하셔도 드렸을 것이다.
나와 할아버지의 실랑이는 약 10분 동안 이어졌다.
사이에 낀 최유진이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뭔가 좀 미안하네.
“돈 받으셔야죠!”
“원가 얼마 안 해.”
“아니 그래도… 부품값이라던가, 세팅비라던가 …”
“그 정도야 뭐.”
“….”
나는 최유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괜히 나 따라와서 밤늦게 들어가게 생겼네.
픽업교체할 돈은 … 있을까?
아.
순간,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사장님.”
“… 왜.”
“제 돈은 받으시고, 대신 얘 기타도 좀 봐주세요.”
우리의 실랑이는 극적으로 타결됐다.
할아버지께 돈을 드릴 수 있었다.
동시에 최유진도.
본의 아니게 공짜로 픽업을 받게 되었다.
“우와 … 소리 좋아 …”
새하얀 레스폴 스튜디오에서, 부드러운 기타 소리가 흘러나온다.
재즈를 부르는 마성의 톤이었다.
최유진은 헤실헤실, 입이 귀에 걸리기 직전이었다.
마스터 빌더 할아버지는 그런 우리 둘을 보며, 아주 뿌듯하게 같이 웃으셨다.
“조심해서 들어가.”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그래~ 앨범 내면 꼭 보내주고.”
십 수 시간의 짧은 여행은 지금 이 순간,
1분 1초가 아깝지 않은 황금 같은 시간으로 변했다.
나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수히 많은 별이, 광해가 적은 강원도 도시의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너랑 같이 다니니까 개이득이네~”
“그러게.”
“앞으로도 계속 같이 다녀야겠다.”
“….”
나는 힐끔, 고개를 숙여 최유진을 내려다보았다.
“… 누가 들으면 오해할라.”
“오~ 이거 반응해줄 줄 몰랐는데.”
“뭐야 갑자기.”
“그냥~ 페북에서 봤어!”
… 놀리는 건가?
우리는 뚜벅뚜벅,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춘천은 닭갈비가 유명하다던데.
시간이 모자라다.
“아아아~ 닭갈비~”
“집 근처에서 먹으면 되지. 맛 차이 별로 없대.”
“진짜!?”
“사실 안 먹어봄.”
“아 뭐야아~”
“차 끊기겠다. 이거 놓치면 내일 가야 돼.”
“어 …? 나, 나 엄마한테 맞아 죽어!”
우리는 기타를 들쳐메고, 재빨리 버스에 올랐다.
창밖으로 강원도의 대도시가 멀어져 간다.
녹음이 끝나면 이제 여름방학이었다.
“방학에도 페스티벌 하지? 너 나가?”
“글쎄… 내 자리가 있을까?”
“안 내보내 준대?”
“아직까지 별말 없긴 한데 … 흠 …”
“난 내보내 준다 하면 바로 나간다!”
그건 인정이지.
“아예 학생밴드 같은 걸로 참가해도 재밌겠다.”
“오~ 소이랑 나랑 수빈이랑 … 베이스는 …”
“도현이.”
“걔 곽혁오도 넣으면 … 4기탄데?”
개 정신 나간 밴든데?
나는 호기심을 지워냈다.
우리는 소근소근 실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버스에서 시간을 때웠다.
곡은, 그날 밤에 완벽히 윤곽이 잡혔다.
***
7월 12일 화요일.
다운 엔터는 오늘따라 유난히 시끄러웠다.
1층 로비에 카메라를 짊어진 외부인이 갑작스레 들이닥쳤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동창이라도 만난 양, 큰 소리로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운 엔터에 소속된 사람들은 무슨 일이라도 났나? 싶어 괜히 기자들의 대화를 훔쳐 들었다.
송아린도 다를 바 없었다.
– 와~ 박기자님 어쩐 일이세요!
– 이번에 빨기좌 관련해서 왔죠.
– 이야 … 대단하네. 4층 은근 좁아요. 조심하세요.
– 에이, 뭐 서 있지도 못할라.
– 스튜디오 촬영 오랜만이죠?
– 전 5년쯤 됐어요. 근데 조회수 수표니까 안 올 수가 있겠어요?
– 하하하하하.
뭔가 … 외부인의 대화 속에서 빨기좌의 이름이 계속 언급되고 있었다.
한 주 동안 잘 쉬다 와서 무슨 상황인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송아린은 재빨리 두리번두리번, 아는 사람을 찾았다.
“아, 민서야아!”
정문에서 친한 친구가 걸어오는 걸 포착했다.
송아린은 후다닥 달려가 친구를 껴안았다.
“오랜만이다아…!”
“잘 쉬었어?”
“엄청 잘 쉬었어. 치킨 20마리 먹었어!”
“배 괜찮아 …?”
송아린은 소근소근, 현 상황에 대해서 캐물었다.
들려온 정보는 가히 놀랄만했다.
“… 새 앨범!? 수재씨 안 쉬어?!”
“그러게?”
“대단하다 ….”
인기 뮤직 때문에 며칠은 지칠 법도 한데.
자신은 휴가 갔다 왔는데.
송아린은 연신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새 앨범 때문에 기자들 모인 거구나 …”
“꼭 앨범 때문만인 건 아니고~”
“그럼!?”
ㅇㅕㅇ화.
송아린은 입모양을 보고서 또다시 깜짝 놀라며 몸을 떨었다.
“… 수재씨 영화 출연해?”
“응? 아, 흐흐흐.”
민서가 웃음을 터뜨린다.
송아린의 얼굴에, 아리송한 표정이 떠올랐다.
“아니, 영화에 나오는 건 아니고 … 아니 맞나? 흐흐흐흫.”
“뭐야 뭐야?!”
“본인한테 직접 듣는 게 빠를걸?”
지이잉-
회사 로비의 자동문이 열린다.
익숙한 헤어스타일.
익숙한 얼굴.
익숙한 외견 … 인데 …
흡!
송아린은 숨을 크게 삼켜버렸다.
빨기좌는, 문을 ‘정면으로’ 통과하지 않았다.
몸을 돌려서, 옆으로 통과했다.
그럴 수밖에 없어 보였다.
넓이가 넓으니까.
자동문보다 넓으니까.
“….”
“흐흐흐흐 아 개웃겨 진짜.”
“왜 … 왜?”
송아린은 왜? 라는 말만을 내뱉었다.
그야,
회사 1층에서,
아주 당당한 걸음걸이로 쌍기타를 메고 출현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리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으니까.
“오 아린씨 하이.”
“아, 안녕하세요…”
뭔가 부끄러웠다.
무대에서는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는데 …
지금은 … 굉장히 부끄럽다!
송아린은 자기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본인은 당당한데, 막상 보고 있는 사람이 문제였다.
“너도 있었네.”
“무슨 꼴이야?”
“기자분들 오신다잖아. 곡 하나 들으러 여기까지 말이야.”
기자들은 벙찐 표정을 짓다가도, 한 명이 먼저 달려들자 곧바로 다른 기자들도 카메라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약 10명.
회사에 들어온 지 10일 채 되지 않은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주목도였다.
찰칵-!
허락도 받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기자들.
송아린은 멍- 하니 그 모습을 관찰했다.
“김수재씨, 그 차림은 대체 …”
“왜 쌍기타를 메고 들어오셨나요?!”
“관객이 있으면, 준비를 하는 게 뮤지션이니까요.”
“관객 … 이요? 관객도 오나요!?”
도리도리.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으로 …
“여러분이 관객입니다.”
산뜻하게 대답했다.
“관객 …”
기자 한 명이 말을 되짚으며 중얼거렸다.
“저희 … 가요?”
“시간을 써서 제 음악을 들으러 카메라까지 들고 왔으니 관객이죠. 그리고 관객은, 공연을 봐야 합니다.”
“공연이라니 … 4층에서 영화 삽입곡 연주하시는 거 아니신가요?”
지이잉-!
다시 문이 열렸다.
이번엔 에이트라였다.
“영화 곡 맞죠~ 수재씨 1집 메인 곡이기도 하고요.”
“오오오오 …! 근데 어떻게 …”
송아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4층을 제외하면, 딱히 장비랄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건물에는 밴드 공연을 위한 시설이 없다.
앰프 준비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일렉기타만으로는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도 알고 있었다.
“무대는 무대라고 정해진 곳만이 무대가 아닙니다.”
“네?”
“제가 있는 곳이 … 곧 무대입니다!”
티잉-!
1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어우! 좀 제대로 들어!”
“하나, 두울!”
음반 제작부 직원들이 멀티탭과 앰프, 조명을 들고 있었다.
“무대 … 여기가 무대야!?”
“….”
송아린과 하민서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다만,
순식간에 한 사람을 위한 ‘무대다운 무대’가 만들어지는 광경을 보고 있자면.
저 자신감을, 동경할 수밖에 없게 될 거 같았다.
“와우.”
“와우.”
뒤늦게 도착한 영화 제작사 직원들도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띠었다.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감독님.”
빨기좌는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상황 파악을 못 하던 남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 ‘쌍기타’의 모습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모두 같은 표정을 짓게 된다.
움츠러들 수밖에 없게 된다!
“아 …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대로 완성해 왔으니까요.”
“… 일주일 만에요!? 아시다시피 저는 영화의 총책임자고 누나처럼 간단히는…”
빨기좌는 휙, 고개를 돌리고서 멋대로 앰프 세팅을 시작했다.
쓸데없는 설명을 질색하는 모양이다.
송아린은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이이이잉-!
회사 1층 로비에서, 저세상 공연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