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35
138화. 다시 돌아온 여름방학 (6)
원래 ‘대회’에 관객을 끌어들이기는 참 힘들다.
유명세가 없는 콩쿠르 같은 경우, 좌석이 남아돌아서 아예 무료로 개방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한 명이라도 더 앉아있어 주는 게 보기에 좋으니까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물론, 이번 대회는 무료로 개방되지 않았다.
관람권이 이미 적당한 가격에 적당히 잘 팔리는 수준인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래의 인기에 더불어 …
“와마 이거 콩나물 대가리마냥 수두루빽빽하네.”
“윽수로 많네이.”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표가 매진되어버렸다.
700석이 넘는 규모인데.
2층까지 있어서 나름 웅장한 곳인데.
사람이 꽉꽉 들어차 버렸다.
“왜,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이 …”
직원들은 갑작스런 관객 러시에 진땀을 빼고 있었다.
외국인도 꽤 됐다.
아마, 외국 참가자의 주변인들인 듯싶었다.
물론 아재들이 더 많았다.
“저거 빨기좌 아이가! 이따 싸인 해주겠제?”
“고마 해 주면 고맙고 아니면 아닌기고.”
“니 우째 싸인 받을 맘이 없나?”
“마 그이 안 들으봤나? 빨기좌 사인은 희소성이 있다 카대.”
“와? 잘 안 해주나?
아재들이 나를 뚫어버릴 듯이 쳐다본다.
“수재 오빠야~”
“쟈가 와 오빠가?”
“므시쓰면 다 오빠야다!”
젊은 사람도 일부지만 있었다.
200은 넘어 보이는 팬들이 목청껏 떠들어대는 걸 듣고 있으니 귀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 후훅!
마침내, 양복을 차려입은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아아, 부산 국제 음악 콩쿠르를 찾아주신 여러분께 가장 먼저 감사의 말씀을 …”
에이트라는 촬영분을 협회 측에 제공해 주는 조건으로 당당하게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홈페이지에도 업로드 된다고 하던데 …
참가자는 연주 영상의 인터넷 개재를 막을 수가 없단다.
애초에 참가조항 자체가 그렇다.
딴말이 나올 걱정은 없었다.
“!@#!@“
“$@%@#$”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며 작전 회의를 시작하는 외국인들.
우리도, 작전 회의를 했다.
“화이팅!”
“화이팅!”
“잘 하자~”
서로의 건투를 비는 게 바로 작전회의였다.
“그럼 우선, 이번 콩쿠르의 심사를 맡아주실 심사위원분들의 소개를 …”
심사위원들이 기립 후 관객들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대학교수와 업계 유명인들이었다.
국제 대회인데 아무나 앉혀 놓을 수는 없었겠지.
다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다.
심사위원들의 인사가 끝나고, 그 뒤로는 협회장과 협회 임원, 후원자 등등 귀빈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가자.]”
“[다녀와~]”
앤더슨 기타로 무장한 키노시타가 가장 첫 빠따로 올라갔다.
그리고 곧바로, 아재들이 눈을 부릅떴다.
“이번 콩쿠르의 참가번호 1번은 일본 시즈오카현 출신 …”
짝짝짝짝-!
소개가 끝나자마자 울려 퍼지는 애매한 음량의 박수 소리.
“어 치는지 함 보자.”
“자가 치 봤자지.”
분노와 불만과 함께, 키노시타의 무대가 펼쳐졌다.
– 지이잉~
리허설 때와 똑같은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연주법도 똑같았다.
관객들은, 그의 ‘맹물 맛’ 연주에 관심을 집중했다.
원래 일렉기타에는 대충 쳐도 멋있어 보이는 효과가 있긴 한데…
문제는 그게 오래 가지가 않는다는 거다.
밥 먹으면서 확인해 본 결과, 키노시타의 영상은 대개 2분을 넘기지 않았다.
그것도 후처리 잔뜩 해서 올린 거더라.
부족함에서 눈을 돌리고 묘수를 부리면, 그게 다 나중에 되돌아오게 되어 있는데.
쟤가 그걸 깨닫는 날이 올까?
2분짜리 영상을 올리면서 ‘짧은 게 전략’이라고 자아도취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확 내려치는데 안 틀리네.”
“팔 긴 건 부럽다.”
“나도 팔 김.”
“응 베이스.”
우리는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키노시타의 연주를 마저 감상했다.
실수랄 게 딱히 없었다.
다만, 완전히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현란한 속주도 처음 볼 때만 신기하지 나중에 가면 질린다.
나는 곧바로 에이트라의 표정을 훑었다.
그는, ‘너무너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구도를 잡고 있었다.
영상 각 제대로 나오고 있는 거 같네.
잘 좀 찍어주세요~
대비가 확실히 되게요!
-네, 연주 잘 들었습니다. 다음 순서는 …
이어서 진행되는 일본인들의 연주.
아까와 같은 연주.
중국인, 미국인, 북유럽인.
다 반응이 꽤나 괜찮다.
특히 미국이랑 북유럽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는지, 리허설 때보다 톤이 훨씬 빡세졌다.
빡센 기타의 소리는, 자연스레 관중들을 흥분시켰다.
“우와아아아아아!”
함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창백한 인상의 플라잉 v 소유자는, 나에게 척! 엄지를 들어 올렸다.
마침내, 한국인들의 차례가 찾아왔다.
원래는 내가 맨 마지막 순서였는데.
아니네…?
“어 … 다음 나라는데?”
“뭐지?”
“김수재가 제일 뒷번호잖아.”
“그러게 ….”
… 리허설이랑 순서가 다르다니.
왜 이렇지?
“우선 올라가 봐.”
“실수로 부른 걸 수도 있잖아.”
나는 옷매무새를 고치고, 머리를 한 번 정리하고, 기타를 들고.
무대 위에 섰다.
– 아아, 협회장님과 임원분들의 요청으로 순서가 변경되어 …
사회자는 무대 순서가 바뀐 이유를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설명을 끝낼 수는 없었다.
엄청난 음압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기 때문이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함성이라기보다는 고함에 가까웠다.
아재들이 핏대를 세운다.
2층 난간을 붙잡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댄다.
그에 질세라, 젊은 사람도 똑같이 소리를 지른다!
“….”
“빨기좌! 빨기좌!”
그 … 뭐랄까.
되게 기대하는 눈초리네.
기타도 하나밖에 안 들고 왔고, 따로 준비한 것도 없는데 …
그냥 기타 하나라도 돌릴까?
하나는 조빱이지.
후웅-!
나는 기타 하나를 붙잡고,
아주 힘차게 돌려버렸다.
후우우우욱-!
단 한 번 잡아당겼을 뿐인데, 기타가 두 번이나 회전운동을 했다.
쌍기타 돌리기에 대비해 매끈한 스트랩을 써서 그런 건가?
이거라면 기타로 훌라후프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흠…
“저, 저건!”
“새로운 기술인가!”
아니에요.
“기타가 막 돌아가잖아!”
“존나 빨라 …”
“그래, 이제야 알겠네. 지금 선보인 건 아마 예고편일 거요.”
“예고편이요?”
“빨기좌는 지금 ‘원심분리 기타 돌리기’를 예고한 거지.”
“뭐… 뭐!?”
함성은 곧바로 웅성임으로 바뀌었다.
입고 있는 옷이 매끈하고, 스트랩도 매끈해서 우연히 잘 돌아가는 것뿐인데.
사실 쌍기타 돌리기도 10시간 때려 박아서 습득한 기술이긴 한데 …
“쌍기타로 저 기술을 쓴다고 생각해봐 …”
“…!”
“그런 건가…!”
아재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내가 모르는 나만의 기술이 개발되고 있었다.
쌍 회전 원심분리 기타돌리기가 대체 뭐야…?
“아아, 그럼 곧바로 대한민국의 김수재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시작되므로 …”
“오오오오오오오오오!”
뭔가 내 소개만 유독 다른 느낌이다.
아까 리허설 때는 고등부 김수재라고 하더니만 지금은 ‘김수재 기타리스트’란다.
왜 바뀐 걸까?
나는 시선을 vip석 쪽으로 돌렸다.
편히 의자에 기대 있던 할아버지가 나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신다.
그리고 …
“… 어?”
VIP석에는 ‘그 아이’도 있었다.
보러오겠다곤 했는데 진짜 코앞까지 올 줄은 몰랐네.
VIP티켓도 구매가 가능하던가?
나는 그녀에게 작게 손을 흔든 뒤, 기타를 잡았다.
한초율은 잔뜩 들뜬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 빨기좌! 빨기좌!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이젠 거의 끓어오르기 직전이었다.
좋다.
아주 좋다.
이거다!
– 지이잉-!
나는 곧바로 톤세팅에 들어갔다.
원곡보다 좀 더 찌르는 느낌으로, 날 서 있는 듯한 느낌으로.
원작자가 ‘앨범녹음’에 쓴 게 앤더슨인지 prs인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두 개 다 쓰긴 하던데.
근데 둘 중 어느 걸 써도 비슷한 톤을 만드는 데엔 문제가 없을 거고.
펜더로 비슷한 톤을 만드는 건 물론 불가능할 거고.
그러므로, 난 그냥 내 소리를 내기로 했다.
남을 따라 한 소리가 아니라,
‘내’ 소리 말이다.
치이잉-!
인스트루멘탈이 들어옴과 동시에, 나도 같이 연주에 들어갔다.
Takajii의 breakdown.
신나기도 하고, 열정적이기도 한, 한여름에 어울리는 곡.
그리고, 그렇게 연주해야 하는 곡.
– 우오오오오!
– 같은 곡이다!
아직 멜로디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목이 쉬어라 소리를 질러대는 관객들.
호응을 저렇게 해주는데, 똑같이 돌려줘야지.
그게 바로 뮤지션의 자세지!
터벅- 터벅-
나는 목석처럼 가만히 서 있지 않고,
프렛을 짚으며,
몸을 흔들며,
무대를 누볐다.
왼쪽으로 가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에서,
함성이 나를 맞아준다!
“이쪽은요!”
“여긴 왜 안 와!”
좋다.
너무 좋다.
관객석 개수가 분명 천 개는 안 될 터인데.
꼭 천 명의 관객들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만 같다!
“이 … 이거야아!”
“이게 연주지!”
관객들은 입을 쉬지 않았다.
딱 첫 음에서 알아챘을 것이다.
피킹의 차이를 말이다.
악기는 원래, ‘강약’을 통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게 기본이다.
그렇지 않으면 맛이 안 산다.
박자, 피킹, 운지.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좋은 연주가 된다.
암만 후처리가 가능하다곤 해도, 근본적으론 다른 악기랑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여린 부분은 여리게, 강한 부분은 강하게.
그냥 막연히 살살 치고 세게 치는 게 아니라,
살살 칠 때는 거의 스치듯 치고,
세게 칠 때는
-카아아아앙!
줄을 뜯어버릴 듯이 친다!
“오오오오오오오!”
“이게 맛이지!”
“같은 곡 맞아? 차이가 이렇게까지 난다고!?”
강렬하게 울리는 하모닉스.
덩달아 달아오르는 분위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여름 냄새가 물씬 나는 연주가,
나를 풍경 속으로 이끌었다.
***
키노시타 료마는 유명인이었다.
모든 일본인들이 그를 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어디 가서 절대로 무시당하지는 않을 ‘유명인’이었다.
방송국 사연 투고로 어릴 때 TV에 출연한 적도 있으니, 그는 자신의 재능이 남들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팔로워를 모으는 데에 SNS 친구들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지금에 와서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
이건 대체 뭘까.
-카아아앙!
하이가 잔뜩 강조된 드라이브 톤.
약간의 ‘조잡함’이 느껴지는 기타소리.
박자가 안정되어 있지 않았다.
조잡했다.
연주에 ‘조잡함’이 섞이다니, 이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승리는 당연히 자신의 것이리라 생각했다.
근데… 근데 대체 왜 …
“빨기좌 날 가져요!”
“사랑해!”
왜 관중들은, 자신이 아닌 ‘빨기좌’의 이름을 열창하고 있는 것인가?
왜 저 연주가,
계속 찌르듯이 머리에 처박히고 있는 것인가?
조잡한데.
자신의 연주가 더 뛰어날 터인데.
대체 왜 …!
“이야 … 맛깔난다!”
“어우 속 시원해.”
키노시타는 한국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알 것 같았다.
관중들은,
그의 연주에,
진심으로 ‘몰입’ 하고 있었다.
터벅- 터벅-!
빨기좌가 무대 맨 앞에 섰다.
그리고서 카메라를 향해, 무릎을 살짝 굽혔다.
속주 구간이었다.
그는,
아주 신나기 그지없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속주에 돌입했다.
‘실수해라. 실수해라. 실수해라.’
실수해라 …!
-드르르르르륵!
… 키노시타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수 따윈 없었다.
너무 깔끔한… ‘고음 속주’가 스피커에서 가득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고음…
고음?
… 잠깐, 하모닉스라고?
옥타버를 쓴 건가?
페달보드에 옥타버는 없었던 거 같은데?!
근데 어떻게… 저 속도가 나올 수 있는 거지?
“오오오… 방금 뭐였어요!?”
“음이 팍! 튀어 올랐는데?”
“….”
키노시타의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으로 포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피킹 하모닉스를,
‘위’와 ‘아래’로,
연달아했다.
“저, 저게 뭔지 알아?”
“… 아니 나도 잘…”
“나도 모르겠어 ….”
“뭘 한 거야…?”
말이 안 된다.
기술적으로 말이 안 된다!
기타 지식이 없는 관중들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이건,
기타리스트들만이 눈치챈,
‘이상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건…
벌떡-!
심사위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 저게 대체 뭐야아아악!”
“어케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