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34
137화. 다시 돌아온 여름방학 (5)
지이이잉-!
네오디뮴 픽업 특유의 찌르는듯한 드라이브 톤이, 문화회관 중극장을 메웠다.
멀티이펙터를 한참 만지작거리던데.
괜찮네.
초보처럼 드라이브를 너무 먹인 것도 아니고, 공간계를 한계까지 쑤셔 넣은 것도 아니다.
이펙터간의 밸런스를 잘 맞췄다.
강조하고 싶은 음역 대역만 살짝 EQ를 준 걸 보아하니, 톤 메이킹 실력은 인정할만했다.
“… 흐음…”
왼손가락이 잘 움직인다.
피킹도 잘한다.
다만, 어색했다.
대부분의 악기가 그렇듯, 악기란 게 사실 ‘음정’만 잘 낸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음정으로 ‘뭘’할지가 중요하다.
드르르르르륵-!
종반부에 달하자마자 펼쳐지는 속주.
뭔가 소리가 미래의 가상 악기 같은 느낌이다.
‘깔끔한 연주’의 대표주자라면 윤대혁 선배를 꼽을 수 있는데, 윤대혁 선배는 절대 저렇게 치지 않는다.
그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자신을 표현한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호불호는 호불호일 뿐.
근데 이건 그냥 맛이 없는 수준이다.
맛없다는 게 아니라,
그냥 맛 자체가 없다.
“잘 치는 건가?”
무대를 지켜보던 윤수빈이 물었다.
“실수는 안 하네.”
언뜯 듣기에 ‘잘 친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다.
‘깔끔’하긴 하다.
톤메이킹 실력, 좋다.
그렇지만, 다이나믹 레인지가 너무 좁았다.
“…음 ….”
나는 평가를 굳이 입에 담지는 않았다.
근데 도현이랑 혁오가 자꾸 내 옆구리를 찔러댄다.
“뭔데 뭔데.”
“어떤데.”
“김수재 쫄?”
“야 너네 새벽에 무슨 일 있었는지는 암?”
“무슨 일?”
여자애들에게 상황 설명을 전해 듣는 두 사람.
둘은,
“… 저 씨… 개 …”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야, 야 괜찮아.”
“채널 테러했다며! 가만히 있으라고?”
“이미 다 대책을 세워 놓았다 이 말이야.”
“…?”
나는 두 사람에게 계획에 대해 아주 상세히 설명을 했다.
“오 ….”
“어우야….”
주먹질을 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저, 평소대로 연주만 하면 된다!
“자, 다음 순번은 ….”
연주를 끝마치고 내려오는 떡진 머리.
자아도취된 표정으로 스윽, 관객석을 훑는 게 지가 만화 캐릭터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다.
“개재수없네.”
“리얼.”
“야 너희 이거 봤어?”
“뭐?”
윤수빈이 내민 핸드폰을 확인하고 온몸을 베베 꼬기 시작하는 두 사람.
오글거려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이다.
설마, ‘짓눌러주마’을 보여준 건가?
단어 선택이 진짜 개 레전드던데.
“진짜 진심으로 때리고 싶다.”
두 사람은 또다시 주먹을 꽉 쥐었다.
뭐랄까, 그냥 개인적인 감상인데.
저 떡진 머리에게서는 아주 기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평소 온순한 사람이라도 주먹을 휘두르고 싶어지는, 그런 기운 말이다.
저런 게 일본에서 먹히는 걸까?
일본은 대체 어떤 나라일까?
“주먹이 운다 ….”
“허어 …”
리허설은 끊김 없이 진행되었다.
일본인 기타부문 참가자는 총 네 명이었다.
다 키노시타 딱가리들인 줄로만 알았는데 뭐 나름대로 특색이 있고 장르도 다르다.
옆에 붙어서 열심히 번역을 도와주던 키 작은 여자애가 의외로 제일 나았다.
“쫌 하네 ….”
“오~”
“으… 같은 재즈네…”
줄을 아주 야무지게 잘 뜯는다.
나중에 이름이라도 물어봐야겠다.
지이잉-!
이어서 중국, 미국 쪽 참가자들은 아주 무난하기 그지없는 펜타토닉 기반의 솔로를 선보였다.
북유럽 사람들은 …
키이이이이잉-!
메탈이 아닌 척 메탈을 후려대고 있었다.
까딱 잘못하면 방구톤으로 들릴지도 모르는 아주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는 톤메이킹.
기타는 뭔 죄다 사람 찌르면 죽을 거같이 생긴 걸 들고 왔다.
“이거 … 블루스 락 맞지?”
“몰라.”
“….”
주최 측의 배려 차원인지, 한국인들이 맨 마지막이었다.
소이나 최유진은 시간이 빌 때마다 연주를 봐준 터라 걱정이 없었다.
리허설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맞춘 김태현 또한, 간단한 ‘톤 체크’만 하고 내려갔다.
이번에도 신비주의 컨셉인가?
곡 오픈을 끝까지 안 하려는 속셈인가?
음 …
따라 할까?
신비주의 컨셉 참 탐나네.
드디어 내게 차례가 돌아왔다.
관객석에 뿔뿔이 흩어진 참가자들의 시선이, 한데 모여 나에게 쏠린다.
떡진 머리는 눈에 얼마나 힘을 주고 있는지, 눈알이 꼭 튀어나올 것만 같다.
나는 곧바로 톤메이킹을 시작했다.
연주곡에 맞춰서, 내 스타일에 맞춰서.
트레블을 약간 더 주어 고음역대를 강조시켰다.
그리고, 그냥 후렸다.
즁즁즁즁-!
“… 엥?”
“갑자기 즉흥?”
“What is this?”
여러 입에서 의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딱히 리허설에서 완곡할 생각은 없다.
나는 그냥, 즉흥 솔로로 톤을 체크하고, 원곡 몇 마디를 후린 후 바로 내려왔다.
“좋아 좋아~”
“리허설 그걸로 되겠어?”
“충분하지.”
“페달도 몇 개 없는데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
“페달 모으기 귀찮을 거 같은데 …”
양보단 퀄리티지. 암.
“같은 곡인데 톤은 완전 다르네.”
“맞아맞아.”
뭐, 원곡 싱크로로 따지자면 떡진 머리 쪽이 훨씬 좋은 편이다.
앤더슨기타랑 플래그십 멀티이펙터 조합으로 못 따라 하는 소리는 없으니까.
“그냥 성향이 다른 거지 뭐. 자, 가라!”
“어으 귀찮아.”
우리는 도현이의 리허설이 끝나자마자 중극장을 나섰다.
입구 근처에 있던 떡진 머리는, 일본인들을 모아놓고 승리에 도취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충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만 훔쳐 들어보니 ‘생각보다 별거 아니다’라는 듯했다.
여전히 변함없는 태도가 존나 고맙네.
우리는 곧바로 대극장 쪽 피아노 참가자 대기실에 쳐들어갔다.
쿵-!
“꺅!”
화들짝 놀라며 몸을 떠는 백윤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하야시.
같은 대기실이었구나.
빈자리도 많은데 아주 널찍하게도 떨어져 있네.
“준비 잘했냐?”
“아 놀래키지 좀 마! 청심환 먹었는데 올라올 거 같잖아!”
“얼마짜리 먹었는데?”
“이십만 원.”
부자들은 이십만 원짜리 청심환을 먹는구나.
안에 금가루라도 들어가는 건가?
“….”
나는 힐끔, 시선을 돌려 하야시를 확인했다.
벌벌벌벌, 남사스럽게 다리를 떨고 있는 윤서와는 달리 아주 표정이 침착해 보인다.
“많이도 왔네요.”
“넌 연습 많이 했냐?”
“… 연습은 맨날 해요.”
“오.”
이야기를 들어보니, 둘이서 연주곡을 통일한 모양이었다.
나중에 딴말 안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전 일본에서 쇼팽 곡으로 1위 한 적 있어요.”
“유치원 때라며!”
“초등학생 때야!”
멀찍이 떨어져 있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지니까 서로 물고 뜯고 아주 난리가 났다.
난 곧바로 둘의 대화를 끊어버렸다.
“첼로 다음에 바로 피아논가?”
“응. 근데 첼로는 왜?”
속닥속닥.
여자애들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백윤서는, 곧바로 내게 애매하기 그지없는 시선을 보냈다.
“… 팬이 참가자라고? 첼로?”
“응.”
“… 뭐, 보고 있어. 첼로 인원은 얼마 없으니까.”
“그렇구만.”
“우린 여기 있을게~”
“팬이랑 교감 잘 나눠~”
“…?”
여자애들은 같이 안 가려는 모양이었다.
“우리끼리 가지 뭐.”
“너 첼로 좋아하냐?”
“그냥 약속 땜에.”
“뭔 약속?”
“가면서 말해줌. 기대할게. 긴장은 그냥 적당히 받아들이는 게 꿀팁이야.”
나는 윤서에게 응원 한 마디를 남긴 뒤, 대극장으로 향했다.
1400명 규모였지만, 좌석 1400개가 전부 다 채워지지는 않았다.
구경할 자리는 꽤 남아 있었다.
외국인들이 전체 관객의 3분의 1은 돼 보인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막 시작된 첼로 연주를 감상했다.
“음~ 저음 굳. 역시 베이스.”
“저게 무슨 베이스냐?”
“중형 베이스임.”
“비올라는?”
“소형 베이스.”
바이올린은 초소형 베이스인가?
대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거야.
“다음 참가자는 … 참가번호 4번, 한초율 학생…”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머리색깔…”
역시나 머리색 얘기가 제일 처음 나오네.
참 알록달록하다니까.
“쟤가 네 팬이라고?”
“응.”
“기차에서 계속 대화 나눴다고?”
“응.”
“우리가 부산에서 계속 물먹을 때?”
“… 어? 아악!”
도현이와 혁오가 중지로 옆구리를 마구 찔러댄다.
“음악 하는 여자 싫다매…”
“그건 그렇네.”
“김수재 존나 날카로운데?”
공격은 수십 초간 지속되었다.
무엇이 그들을 이리 분노케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들의 가슴에 절망감을 밀어넣었을까.
나는, 두 사람의 가슴에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
“병신들…”
“크흑…!”
그건 그렇고 이름이 한초율이구나.
요즘에는 애기들 이름에 율 자가 많이 들어가던데.
우리 또래에도 율 자 들어가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
파닥 파닥-!
활을 쥐고서 내 쪽을 향해 흔드는 내 팬.
뭔가, 행동이 되게 순수해 보인다.
나 또한 그녀에게 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지체없이 연주가 시작되고, 첼로의 고혹하기 그지없는 선율이 귀를 강타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OST, moon river.
클래식이 아니었다.
나 또한 알고 있는 곡이었다.
이걸 연주하다니… 참 뭐랄까.
머리카락 색깔처럼 은근 대담한 성격인 듯하다.
1000명에 달하는 관객들 모두가, 한 소녀의 연주에 빠져들었다.
나 또한 빠져들었다.
첼로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보더라도 그녀가 비범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건 잘 알겠다.
2분 정도밖에 안 되는 길이였지만,
그녀의 연주는,
우리의 ‘진심’을 담은 박수를 이끌어내기에는 충분했다.
“역시 다르네요. 괜히 주목받는 게 아니에요.”
“이야~”
관중들의 대화를 엿들어보니 어린 나이임에도 나름의 평판이 쌓여있는 듯했다.
그녀는 꾸벅,
관객들에게 인사를 한 뒤,
나를 쳐다보며
입을 오물거리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빨기좌 너무 잘생겼어?”
“뭔데?”
“입 모양 읽었음.”
“… 엥?”
… 나한테 잘생겼다고 해준 건가?
….
그것 참 고마운데?
첼로의 무대가 끝나고 이어서 피아노의 차례가 돌아왔다.
여자애들도 우리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팬이랑 교감 잘 나눴어?”
“교감이 문제가 아니라 너희도 그 연주 들어봐야 했음.”
“왜?”
“되게 잘하더라. 이름 한초율이래.”
“한초율?”
“와 이름 엄청 예뻐.”
피아노는 참가자가 많아서일까, 숨 돌릴 새도 없이 무대가 회전됐다.
그랜드 피아노의 웅장한 화음이 연달아 귀를 두들긴다.
백윤서와 하야시의 ‘쇼팽’ 곡을 이용한 대결은, 둘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도 나름의 흥미를 전해주었다.
윤서의 연주는 아주 괜찮았다.
청심환 먹고 다리도 떨고 막 생난리를 치더니만.
실전에 강한 타입인 것 같다.
물론 하야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옛날에 쇼팽 곡으로 1등 먹은 적 있다고 하던데.
잘하네.
윤서와 하야시의 대결은, 앉은 자리에서는 결판이 나질 않을 듯했다.
우리는 피아노 무대 감상을 마친 뒤, 대극장에서 빠져나왔다.
시간은 어느새 점심시간에 가까워져 있었다.
실음부문 대회의 시작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슬슬 무대 준비해야지.”
우리는 너무 배가 부르지는 않게, 간단하게 점심을 때웠다.
에이트라 또한 홀에 도착해 있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 몰고 왔다더라.
나는 환영을 마치자마자 그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에이트라는 …
“이야 … 역시 수재씨는 다르시네요!”
씨익, 웃으며 속에 쌓여있던 분노를 한 번에 털어버렸다.
“인터넷으로 시비를 걸렸으니, 똑같이 인터넷으로 되갚아 줘야죠! 자알! 찍어두겠습니다!”
“옙!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제가 키노시타라는 사람 커버곡을 몇 개 들어봤는데 …”
“역시나.”
어쩐지 연주가 밋밋하다 했더니만.
인터넷에 올릴 때는 믹싱 떡칠을 해버리는 모양이다.
나는 에이트라에게서 떡진 머리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다.
인터넷 셀럽.
현지 커뮤니티 등지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소년 기타리스트.
행동이 조금 별나지만, 특이한 매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등등.
방송 출연 경력까지 있단다.
“엄청 기대되네요 흐흐흐…”
나는 에이트라의 상쾌하기 그지없는 미소에 척, 엄지를 올려 보였다.
오후 1시 30분.
아침과는 다르게 중극장의 공기는 아주 텁텁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그 텁텁한 공기가 오래 가지는 않았다.
“아~ 밖에 더워 디지겠구마.”
“여는 좀 시원하네예.”
여기저기서 들려 오는 억센 부산 사투리.
마지막으로 무대 정비를 시작하는 대회 직원들.
그리고 …
드디어 도착한,
심사위원들.
그들은 우리를 확인하자마자,
“…!”
눈을 크게 뜬 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랑 멀찍이 떨어져 있던 키노시타는, 과격하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손바닥을 슥슥, 바지에 닦아댔다.
자기를 알아본 거라 생각하는 건가?
자아도취 상태인가?
당연하게도 그의 예상은, 아주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야 … 처음 뵙겠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가장 먼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연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음 부문은 처음 개최하는 건데 … 아, 저는 백세대학 교수…”
“허허, 젊은 친구가 요즘 크게 활약을 하더군요.”
심사위원 대 학생이기도 하지만,
같은 업계 사람이기도 하다.
그들은 우선 나를 ‘업계인’으로서 대우해주었다.
그리고 …
“다들 열심히 하고요. 화이팅!”
“장비 문제는 없었나요?”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넌 대체 …]”
떡진머리가 다시 하여금 나를 노려본다.
뭐, 나름 셀럽 대접 받다가 어중이떠중이 취급을 받으니 충격이 큰가 본데.
그런 얼굴로 나를 어떻게 이기겠다는 거지 원.
나는 슬슬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서 그를 향해,
어제 들었던 말을,
똑같이 되돌려주었다.
“[짓눌러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