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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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컨셉충은 물리력 앞에선 무용지물인 듯하다.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일본인들에게 다가갔다.
인터넷 전쟁을 자주 해본 건가?
팬들 시켜서 좌표 찍고 테러하는 게 일상인 놈인가?
뭐, 얘가 얼마나 유명한지는 모르겠는데.
셀럽 놀이하고 싶은 건 잘 알겠는데.
상대를 잘못 골랐다.
“후우…”
나는 크게 한숨을 몰아쉬었다.
“빨기좌 괜찮은교?”
“괜찮아요?”
불같은 얼굴을 하다가도 곧바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아재들.
든든하다.
아주 든든하고 고맙다.
여기서 나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화를 내야 할 상황이긴 한데, 뭔가 좀 더 고차원적인 수를 두고 싶다.
기어코 전쟁을 벌인 이 녀석에게, 현실을 알려주고 싶다.
나는 수 초간의 고민 끝에 머릿속에서 해답을 찾아냈다.
“여기서 말싸움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
광장에 모여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나의 발언을 기대하는 아재들.
꿀꺽, 침을 삼키는 일본인들.
나는, 확실한 말살법을 내뱉었다.
“참 이상하게도 얘랑 저랑 곡이 같더라고요. 그러니 비교가 아주 명확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
떡진 머리 소년이 눈을 크게 떴다.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얼굴로 반문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왜 혼자서 좋은 거 하려고 그래.
같이 하면 더 좋지 않나?
“실력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씨익, 의도치도 않았는데도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지금 달아오른 이 ‘공기’를,
무대로 돌리고 싶었다.
저놈이랑은 다르게,
무대에서 화끈하게 맞이하고 싶다!
“오오오오오!”
“므싯다!”
“역시 빨기좌야!”
“봐라! 이게 남자다 안카나!”
툭툭, 내 등을 두들기는 부산 아재들과, 엄지를 척, 올려 보이는 서울 아재들.
콩쿠르 보러 여기까지 오시고.
너무 고맙다.
고마워 죽을 것 같다 …!
“[… 대체 무슨 생각인지.]”
떡진 남자애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을 더듬었다.
무슨 생각이냐고?
“이번에 에이트라 님도 오고 하니까 영상이 또렷하게 자알 남을 겁니다. 누가 더 잘 치는지 채널에 올려야죠.”
“오오오오오오오!”
네가 좋아하는 인터넷에 박제하려고 그러는데?
“…!”
움찔, 몸을 크게 떠는 떡진 머리.
주먹으로 턱을 크게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야, 그라믄 대겠네!”
“니 무슨 생각으로 빨기좌한테 시비를 다 걸었나?”
“간도 크다 참, 간도 커.”
말 그대로였다.
입은 원래 쳐맞을 각오를 하고 털어야 하는 거다.
“내가 유튜브에 악플 좀 달렸다고 꼬리 내릴 것 같냐?”
나는 농축된 썩소를 다시 한번 날려주었다.
때마침 소란을 감지한 대회 직원이 저 멀리서 뛰어온다.
“대회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오후에 다시 와주시면…!”
고분고분 직원의 안내에 따라 흩어지기 시작하는 아재들.
나는 일본인들을 뒤로한 채, 건물 쪽으로 향했다.
“역시 빨기좌 멋있네요!”
누군가가 내 등을 두들겼다.
애쉬 머리칼에 군데군데 공들여 염색한 보랏빛 포인트.
같이 ktx를 타고 온 애였다.
“어~?!”
“안녕하세요~”
뭔가 미소가 되게 상쾌해 보인다.
웃음 자체에서 청량감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빨기좌 1등 응원할게요~ 아, 그리고 …”
염색이 화려한 여자애는, 까치발을 들며 내 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새벽에 제가 좀 도와드렸어요.”
그리고서 콧김을 뿜으며, 자랑스러운 듯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안 되는 게 어딨겠어요? 그쵸?”
“….”
무슨 일은 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우선 꾸벅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제가 더 일찍 마치니까 구경갈게요. 꼭요.”
“아~ 대극장이죠? 리허설은요?”
“저흰 바로 시작해요 흐흐 리허설 짧거든요.”
실용음악은 중극장, 클래식은 대극장에서 같은 날 대회가 진행되었다.
건물은 같은데, 같은 무대에서 진행이 되지는 않았다.
어차피 실음 쪽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시간이 남아도는데.
구경갈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저도 보러 갈게요.”
“정말요!?”
세상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짓는 이름 모를 여자애.
“고마워요. 기다릴게요!”
그녀는, 손을 방방 흔들며 우리에게서 멀어져갔다.
팬의 관심은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
“우와우.”
나는 여자애들의 표정을 다시 한번 살폈다.
윤수빈이랑 최유진이, 동시에 팔을 내밀었다.
팔에는 오소소 닭살이 돋아 있었다.
“그렇게 소름 돋아?”
“스읍 … 말로 표현하기가 애매한데….”
“뭔가 뭔가 있어.”
“뭐가 있다는 거야 대체.”
“소이 너도 알지?”
“아 … 응.”
소이는 팔짱을 끼며 피부를 가렸다.
똑같이 소름이 돋았나 보다.
뭐가 문제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네.
우리는 건물 안으로 이동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회관이라 그런지, 실외도 실내도 아주 세련되기 그지없었다.
“헤엑 …! 대극장은 1400명이래!”
역시 국제 대회라 그런지 은근 스케일이 크다.
실용음악 대회는 중극장을 쓴다고 한다.
중극장도 좌석 수는 700개가 넘기에 절대 작은 규모는 아니었다.
“언니이!”
저 멀리서, 고급스럽기 그지없는 원피스를 차려입은 윤서가 뛰어온다.
서로 꺄악대며 잘 지냈냐고 안부를 묻는 여자애들.
나는 틈을 타 도현이와 혁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는 중이라고 한다.
잠은 도현이네 친척 집에서 잤단다.
어떻게 놀려줄지 참 기대된다.
“연습 많이 했어?”
“어어엄청 많이 했어! 언니들은?”
“우리도!”
“기대된다!”
연습이야 다들 열심히 했다.
국제 대회라 아직 감이 잘 안 잡히는 것뿐.
“….”
“….”
국제대회가 맞았다.
건물의 로비에, 서로 다른 악기를 들쳐 멘 ‘외국인’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Safgsdasd.”
“Qweywerqwe”
어느 나라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
북유럽 쪽에서 참가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다고 들었는데.
그쪽인가?
“…!”
“…!”
이름 모를 백인들이 내 앞에서 멈춰 섰다.
그들은 나를 가리키며,
“팔기좌!”
“와우!”
나는 외국 참가자들이랑 영어로 인사를 나눈 뒤, 서로의 건투를 빌어주었다.
북유럽이라 … 메탈인가?
편견일 수도 있는데.
북유럽 하면 메탈밖에 안 떠오르는데?
외국인들의 숫자는 점점 더 불어나, 거의 한국인과 1:1 비율을 이루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들이 우리에게 번호와 사진이 붙은 참가증을 건네주었다.
“… 국제대회 맞네.”
“어, 어어 어떡하지?”
외국인들이 많아지니까 이제서야 감이 잡히는 모양이다.
다양한 인종 앞에서의 공연이라 …
해외에 나가 본 적은 없지만, 해외에서 공연을 하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잘해야지.”
“언니들 국제 대회 처음이에요?”
“으응 ….”
“수재오빠는?”
“나도 처음.”
“근데 은근 영어 잘하네.”
“땡큐.”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얘랑 살벌하게 말싸움을 하던 하야시인지 히야시인지를 찾기 위해서였다.
“걔는?”
“몰라. 묻지 마.”
“…?”
예선 결과가 별로 안 좋았나?
실력 자체는 윤서가 훨씬 나을 텐데 …
“2차 예선에서 완전 말렸어. 피아노 줄 하나가 튜닝 나가가지고 흐름이 뚝 끊겼었거든.”
뭐, 그렇단다.
흐름이 끊기는 건 어쩔 수 없지.
“실용음악 부문 콩쿠르 참가자분들 이동하시겠습니다!”
직원은 유창한 영어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리허설 끝나고 보러 와!”
“응!”
우리는 직원을 따라서 대기실로 이동했다.
건물이 좋아서 그런지 아주 큼직큼직하고 좋네.
방송국 안에 있는 A급 연예인들이 쓰는 곳 같다.
혁오와 도현이도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이틀 동안 뭔 짓을 하고 돌아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
“… 실패했다.”
“세상이 우리를 알아보질 않아.”
생각보다 더더더욱 풀이 죽어 있었다.
“으히히힣흫.”
“아 얼굴 봐!”
여자애들이 웃음보를 터뜨리며 놀려댄다.
도현이와 혁오는 분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꽉 쥐었다.
뭐, 혁오는 그렇다 쳐도.
얜 오늘 바로 대회인데 진짜 대단하네.
나는 툭툭- 도현이의 등을 두들겼다.
“이 서러움 … 음악으로 발산할 수밖에 없어.”
“어 … 응?”
“[메탈]을 조지겠다.”
“….”
대기실 구석에 있던 외국인들의 시선이 몰렸다.
“Metal?”
“Do you like metal?”
북유럽 사람들이 눈을 반짝인다.
“메탈이 곧 음악이다!”
“오오오오오!”
대회에서 메탈을 치겠다고?
잇따른 실패에 드디어 미쳐버린 모양이다.
도현이는 주먹을 꽉 쥐며 북유럽 사람들과 ‘메탈!’이라는 단어를 연신 외치기 시작했다.
진짜 존나 무섭네.
우리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인원체크와 서류작성을 마친 뒤, 중극장으로 이동했다.
“…오 …”
700석 규모라고는 하지만, 나름 1층이랑 2층이 나뉘어 있어서 그런지 되게 웅장한 느낌이다.
실용음악 부문 참가자들은 무대 위에 올라가서 각자 사용할 장비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전국 대회의 1, 2, 3, 4위는 전부 우리 학교에서 나왔기에, 한국에선 딱히 경쟁자가 없다.
아직 실력 파악이 안 된 이들은 중국인 둘, 머리가 뽀글뽀글한 미국인 몇 명, 북유럽 메탈쟁이들과
가장 많은 일본인들.
나는 곧바로 비치되어 있는 앰프를 확인했다
“무난 하구만.”
“무난 무난.”
Jcm2000에 트윈 리버브.
공연장 국룰 앰프들이었다.
뭐, 대회 연다고 해놓고서 트랜지스터 갖다 놓는 곳도 많은데.
이 정도는 양반이지.
최유진은 보나 마나 트윈 리버브 쓸 게 뻔하고.
소이는 …
“소이도 트윈 리버브 쓰게?”
“응!”
의외네.
이번엔 닐 자자 곡을 안 하려고 그러나?
난 화끈한 걸 원하니까 당연히 마샬이다.
그리고 그놈도 …
나랑 같은 앰프를 선택했다.
“….”
키노시타의 어께에는, ‘3대 하이엔드’ 기타라고 불리는 앤더슨 기타가 걸려 있었다.
만듦새, 범용성, 연주 편의성. 그 어떤 것도 뒤지지 않아 세션맨의 사랑을 듬뿍 받는 물건이다.
가격이 기본 500부터 시작하는게 문제지만.
“[펜더인가….]”
“어 그래 펜더다.”
“[그걸로 나랑 같은 곡을 치겠다고?]”
나는 순간 대답을 절었다.
저놈이 뭘 말하려는 건지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앤더슨은 인기가 은근 많다.
일본에선 인기가 아주 많다.
이 곡의 원작자 또한, 엔더슨 기타를 사용했다.
즉, 얘는 지금 ‘난 원작자랑 똑같은 기타인데 어떻게 날 이기겠냐’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참 쓸데없기 그지없는 질문이었다.
“Translate it correctly.”
나는 옆에서 머뭇거리던 일본인 여자애에게 일렀다.
그리고, 한 가지 충고를 전해주었다.
“소리는 기타를 거쳐서 나오는 거지, 기타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야.”
제대로 알아들었을까?
표정이 참 미묘하구만.
뭐, 알아들을 만한 성격이었으면 저딴 부심을 부리지도 않았을 거다.
“리허설 진행하겠습니다~”
실용음악부문의 참가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기타는 확충이 좀 됐는데, 베이스, 드럼 쪽은 해외에서 그리 많이 오질 않았다.
우리는 비어 있는 관객석에 자리를 잡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리허설을 진행했다.
첫 빠따 순번을 받은 것은 …
떡진 머리 남자애였다.
백킹 트랙과 함께 시작되는 연주.
조금 과하게 먹인 디스토션.
멀티이펙터를 거쳐 나온, 딱 듣자마자 느껴지는 청량한 소리.
“꽤 잘 치네.”
“표정은 극혐.”
… 톤은 은근 잘 잡는다.
“소리가 좋…긴 한데 음…”
“흐음 …”
옆에 있던 혁오도 나와 같이 미묘한 반응을 토해내었다.
아주아주 미묘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톤은 좋은데.
뭘 표현하고 싶은 건지도 알겠는데.
‘화끈함’을 연출하고 싶은 기분이 이해가 가긴 하는데.
그렇게 치는 거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