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44
147화. 붉은 바람을 타는 연주자 (7)
피식-
유니버스 뮤직 아시아 지부장은 나에게 진득한 썩소를 내비쳤다.
그리고 곧바로, 경호원들이 있는 쪽으로 돌아섰다.
걸어가면서 윤서네 아빠 쪽으로 윙크 한번을 날려주는 센스까지.
“아 ….”
그 모습을 지켜본 나는, 순간 몸이 굳힐 수밖에 없었다.
뭔가, 나만의 레이더가 활성화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원래 병신은 병신을 잘 알아보는 법이다.
내가 보기에, 저 사람은 병신이다.
보통 처음 만나면 인사부터 하잖아.
이름을 대고, 자기소개를 하잖아.
근데 안 했잖아?
“… 수재씨 괜찮으세요?”
최주임과 에이트라가 내게 다가왔다.
“괜찮습니다.”
“포스가 엄청나죠? 저도 처음 뵀을 때 많이 놀랐어요.”
… 포스가 엄청난 건가?
정녕, 저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병신력을 알아챈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인가?
이 세상은 대체 어떻게 돼 먹은 세상인가?
“뭐 받으셨어요?”
“자갈치요.”
“자갈치 …?”
나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문어가 그려진 삶은 문어 색깔의 포장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꽤 맛있는데.
싸고 양도 많고 은근 문어 맛도 나고.
근데 이게 뭐 어쨌다는 거지?
나는 과자를 쳐다보며 괜히 입맛을 다셨다.
“드실래요 …?”
“네?”
7월 31일 일요일 12시 50분.
표를 구한 사람들은 영화를 보러 상영관으로 향했고,
표를 구할 수 없던 사람들은 …
“와 빨기좌다~”
“찍어야징~”
“기타 쳐주시면 안 돼요?”
세이프라인 너머에서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배포된 공연 표는 총 251개.
실제 판매된 표는 233/233개.
탑급 가수들은 수만의 관객들을 동원할 능력이 되지만, 지금 나는 그런 능력이 없다.
애초에 제대로 공연도 안 해보고 갑자기 대형 콘서트를 기획할 수도 없다.
이번 공연은, ‘확인’의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표가 얼마만큼 팔리느냐,
사람들이 얼마만큼 내 연주를 듣고 싶어 하나.
준비된 표는 233개이지만, 233명만 공연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이프 라인 너머 모인 사람들의 수까지 집계한다면 ‘나’라는 뮤지션의 동원력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엔터 회사는 결코 대충 굴러가는 게 아니었다.
“사진 안 찍어주겠지?”
“우선 들이대 봐.”
“부끄러워 ….”
“다음을 노려야죠.”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여전히 아재 비율이 상당히 높기는 했지만, 타 연령층 비율이 절망적으로 적지는 않았다.
“이야 … 수재씨 인기 많아지셨네요. 되게 뿌듯해요.”
“다 에이트라님 덕분이죠.”
“하하, 그런가요? 저도 수재씨 덕분에 조금 있으면 100만 … 흐흐흐흐.”
에이트라는 유독 기분이 좋아 보였다.
쭈욱 카메라를 훑어보니, 장비 업그레이드를 한 흔적이 보였다.
역시 돈이 좋긴 좋다.
“으으으으으 ….”
최주임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아까부터 에이트라에게 쌀쌀맞은 듯한 눈빛을 보내더니 기어코,
“에이트라님, 저보다 수재씨랑 사이가 좋아 보이시네요.”
견제하는 듯한 말도 내뱉었다.
“… 아~ 당연하죠!”
에이트라는 그런 최주임에게 싱긋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근데 이제부터는 저랑 같이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실 거예요.”
“하하하, 그런가요? 중요한 자리는 제가 항상 있을 텐데 자주 보게 되겠네요?”
“…으으으으.”
최주임한테 무슨 바람이 불어닥친 걸까?
사람이 왜 갑자기 이렇게 열정적이야.
이유를 모르겠네.
나는 으르렁대는 두 사람을 내버려 두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와 김수재 머리….”
최유진이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어으 ….”
“으아아아아 적응 안 돼!”
머리 때문인가?
스타일링을 좀 받은 것뿐인데.
차림새는 평범했다.
뭐 내가 옷을 잘 입는 것도 아니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고.
2만 명 동원이 가능한 밴드의 기타리스트조차 그냥 면티 하나 걸치고 기타 치는데,
Kpop 아이돌 급으로 주렁주렁 치장하면 좀 우스워 보일 거 같긴 하다.
“수재 멋있어….”
“고마워!”
“히히.”
오늘 소이의 차림은 아주 수수했다.
저번처럼 안 입던 옷을 입고 오지는 않았다.
부모님이랑 같이 오는데 팔랑팔랑하게 입을 수는 없었겠지.
“빨리 가서 보고 와. 눈물 콧물 빼놔야 공연에 집중이 될 거 아니야.”
“영화 그렇게 슬프냐?”
“개슬픔.”
“아아 … 나 슬픈 거 못 참는데.”
“갔다 올게!”
도현이, 혁오, 윤수빈, 최유진, 백윤서는 사이 좋게 영화관으로 이동했다.
나는 곧바로,
대화를 나누고 계시던 소이와 윤서 부모님에게로 다가가 머리를 꾸벅, 박았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타이밍에 끼어들어야 하나 좀 막막했는데.
지금이 딱이었다.
“하하, 그래. 우리 수재가 공연하는데 안 올 수가 없지.”
“그럼그럼~”
“오랜만이구나. 잘 지냈니?”
소이 부모님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윤서 아빠의 반응이 좀 의외였다.
서먹서먹할 줄 알았는데.
친근하게 대해주시네.
“기대하마. 영화관 참 오랜만이야. 기타 공연 보는 건 처음이고.”
“넵! 기대해 주십시오!”
나는 자신감 있는 표정을 내비쳤다.
“하하, 영화관에서 친구도 만나고. 참 좋아. 할 얘기도 많고. 그 뭐냐 삼촌이 ….”
턱턱-
윤서네 아빠가 내 어깨를 두들겼다.
“좋게 얘기해 줄 테니까. 하하하하하.”
좋게 이야기해준다니 …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네.
내 표정을 확인한 윤서네 아빠는 씨익, 상쾌한 미소만을 남긴 뒤, 소이네 부모님과 같이 상영관으로 향하셨다.
나와 소이, 회사직원들과 에이트라는 남겨졌다.
“3시에 다시 모이겠습니다!”
사람들이 영화 보는 동안 계속 여기서 서성거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화관이라는 특성상, 무한 리허설이 불가능하다.
“3시 30분 공연을 기대해주세요!”
나는 세이프 라인 밖에 있던 사람들에게 그리 소리친 후, 소이와 같이 영화관 구석에 입점한 카페로 이동했다.
에이트라와 최주임도 따라왔는데 …
“유튜브 활동보다는 공연이랑 음반 쪽에 집중을 ….”
“공연이랑 음반이 유튜브랑 떨어질 수가 없지 않아요?”
서로 사이좋게 날 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가 끼어들 틈은 없어 보였다.
나는 곧바로 아메리카노를 원샷 때렸다.
얼떨결에 받아든 자갈치도 먹었다.
알콜은 기타실력을 떨어뜨리지만, 커피는 기타 실력을 올려준다.
솔직히 흥이나 기분은 전자가 더 좋긴 한데, ‘상쾌함’은 후자가 훨씬 낫다.
앰프가 없어서 반푼이긴 하지만,
워밍업도 필수다.
나는 기타를 치며 소이와 시간을 보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티링-!
소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윤서가 보낸 카톡이었다.
“흐흐흡!”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나에게 핸드폰을 내미는 소이.
울상이 되어 있는 친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
눈시울과 코가 잔뜩 붉어져서 맥도날드 마스코트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마크 메이어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다.
표정 진짜 개 웃기네.
영화는 성공적인 듯했다.
“수재야.”
“응?”
“이번엔 내가 톤 봐줄까?”
본 공연이 들어가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봐준다면 나야 좋…
“톤 다시 잡으려고? 어제 우리가 봐줬잖아.”
불쑥,
머리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존나 인기척이 없어서 귀신인 줄 알았다.
하민서였다.
얘가 여긴 왜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기타 소리로 고민하길래 나랑 애들이랑 좀 도와줬는… 데.”
“….”
홍보하러 온다길래 그러려니 싶었는데.
풀 메이크업하고 왔네.
전문가의 솜씨가 진득하게 느껴졌다.
근데 오자마자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그렇구나 ….”
“응.”
소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하민서의 말에서 적의가 전혀 느껴지지는 않았다.
뭔가, 그냥 툭 던진 것에 가까웠다.
“민서야.”
“… 응?”
“고마워.”
소이가 해맑게 웃었다.
“어…? 네가 왜 고맙다고 해?”
“수재 도와줬잖아.”
“….”
“그러니까 나도 고마워.”
소이의 표정은 정말 천사같이 순수했다.
진짜 고마워하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뭔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그러니까 난 그게 이해가 잘 ….”
“그냥 그래. 커피 마실래? 사줄게.”
“….”
원래 잘되길 진심으로 바라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 하지 않던가.
잘될 때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 하지 않던가.
소이는, 진짜였다.
“아 그 … 나 에스프레소 ….”
“응!”
“에스프레소 쓰지 않나?”
“설탕 많이 넣으면 괜찮아.”
하민서가 밥수저로 설탕을 왕창 때려넣는 것을 구경하고 있자, 시간이 다 됐다.
핸드폰이 울렸다.
에이트라와 최민지 주임 또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영화가 다 끝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을 마쳐둬야 한다.
나는 다시 광장으로 향했다.
카페 음악이 시끄러운 편이라 눈치를 못 챘는데 …
-오오오오오오!
-빨기좌다!
-빨기좌다아아아~
열 명 정도 동원된 영화관 직원들.
언제 모였는지 모를 우리 회사 직원들.
그리고 ….
세이프라인 밖에 자리를 잡은, 나의 팬들.
스페어 광장은 그리 좁은 곳이 아니다.
거대한 건물에 어울리는 거대한 공간이 확보된 ‘광장’이다.
하지만 보아라.
“… 어우야.”
빽빽했다.
영화 표가 233개밖에 안 팔렸는데,
대충 계산해도 지금 모인 사람은 그 배 이상이었다.
공연 표를 못 구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찾아온 사람의 숫자가 이 정도라는 소리다.
“허억 …!”
“엄청 많다 ….”
하민서와 소이가 동시에 감탄을 토했다.
나 또한 같은 감상에 젖고 싶었지만 …
“수, 수재씨 리허설!”
“아, 네.”
“으아아아… 리허설 꼬였다아…!”
“가, 갑자기 이렇게 많이 ….”
그럴 시간이 없었다.
– 빨기좌 이쪽 봐줘!
– 와아아아아아아!
에이트라는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고정 카메라와 마이크는 이미 세팅된 상태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 상영관을 두 개, 아니 세 개 대관할 걸 그랬어요….”
“그러게요 ….”
시작까지는 30분이나 남았는데 이 정도라니.
“무슨 일이래?”
“공연한대. 기타리스트가.”
“기타리스트?”
“저기 걸린 영화 아시죠? OST 저 사람이 작업한 거래요.”
“아~ 진짜요?”
영화 관람하러 온 사람들은 의문을 표했고,
나의 팬들은 그 의문에 친절히 답해주었다.
그것은 곧, 선순환을 의미했다.
점점,
점점점점점.
사람이 쌓여간다.
나는 세이프 라인을 넘어,
간이 무대 위로 올라가, 기타를 멨다.
하나가 아니라, ‘두 개’를 멨다.
– 와아아아아아악! 쌍기타다!
– 저거지!
– 쌍기타! 쌍기타!
레스폴은 앞으로,
스트랫은 뒤로.
무겁지만 이젠 익숙하다.
“ ….”
박부장의 얼굴에 그야말로 ‘꽃’이 피려 한다.
반응이 이 정도까지일 줄은 상상치도 못한 거겠지.
나도 그렇다.
근데 분위기에 휩쓸려서 공연을 시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침착해야 한다.
휩쓸리면 안 된다.
나는 레스폴을 잡고, 그냥 손 풀기 크로매틱이나 튕겼다.
딩딩딩딩-!
“우와아아아아아!”
“저건 또 뭐야!”
“나 빨기좌가 손 푸는 모습 처음 봐!”
“존나 재밌어!”
뭔 소리야.
… 이게 대체 왜 재밌어?
나는 예상치도 못한 반응에 손을 멈췄다.
당황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데.
당황해 버렸다.
“후우 …”
심호흡을 한 뒤,
주변을 쭈욱 훑어본다.
사람이 많다.
성공이다.
이대로만 가도 성공이다.
하지만 뭐랄까, 이대로 ‘만족’하고 공연을 진행하자니 좀 그렇네.
원래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이지 않는가.
나는,
지이이이잉-!
손 풀 겸,
아무 의미도 없는 스케일 후리기를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곧바로 밀어닥치는 함성소리.
멜로디를 짚어 나가다가 코드 스트로크도 튕기고, 톤도 만지고.
본격적인 공연을 위해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확인하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게 ‘후리기’를 하면서 말이다.
소이의 표정을 보아하니 톤이 매우 괜찮게 잡힌 듯했다.
연주 아닌 연주이지만, 치는 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한 명이라도 더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으니까.
관객이 한 명이라도 더 많아지면, 기분이 좋으니까.
-찍, 을, 까, 요?
맨 앞에 선 에이트라가 입을 오물거리며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척-!
손가락으로 뒤쪽 계단 너머를 가리켰다.
영화관람을 끝마친 사람들이 저 멀리서 몰려오고 있었다.
에이트라는 줌을 당기며 눈이 퉁퉁 부은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시발 다 봤어! 존나 잘 만들었네!]”
욕도 담았다.
뻑킹이니 쉿이니 욕설이 좀 거슬리지만,
영화가 맘에 들었다는 게 잘 느껴진다.
“[your turn. Don’t disappoint me.]”
그는 실망을 시키지 말라는, 경고 아닌 경고를 내뱉으며 맨 앞에 자리를 잡았다.
실망?
음 … 이 곡 치면 실망할까?
아니,
실망하기보다는 …
‘감탄’을 해야 할 거다.
나는 최주임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방금 전까지 ‘감동’을 느끼던 사람들한테 차갑고 쓸쓸한 ‘겨울 숲의 노래’를 들려주면 역효과다.
우선은 시선을 모아야 한다.
익숙하고 감성적이기도 하면서, 일반인들이 좋아하는 곡.
그러면서도 난이도가 꽤 높은 곡.
우우우우우웅-
익숙한 첼로 소리가 모니터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왔다.
또논,
아니 캐논 변주곡의 도입부였다.
“오 이거 ….”
“나 이거 알아!”
기타리스트들이 질색하는 곡이긴 하지만,
사실 어그로 끄는데 이만한 효자가 없잖아?
“꺄아아아아아악!”
“빨기좌 사랑해!”
고마워요.
“우와아아아 빨기좌 진짜 엄청 잘 쳐요!”
아직 안 쳤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