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45
148화. 붉은 바람을 타는 연주자 (8)
모니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MR에 맞춰 에보니지판을 짚어 나간다.
나름 손에 익은 감촉이었다.
나는 스트랫을 주로 쓰지만, 레스폴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아주 좋아한다.
하이프렛 잡기가 개 같긴 한데.
쓰다 보면 그것도 나름 애교처럼 느껴지곤 한다.
“역시나 처음에는 레스폴이구만.”
“저게 레스폴이에요? 빨간 기타랑 뭔 차인데요?”
“저게 좀 더 소리가 무겁고 … 치기 힘들어요.”
“아하~”
관객들 중에는 기타잘알도 섞여 있었다.
이게 치기가 어렵긴 한데,
못 칠 정도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기타는 기타였다.
지이이이이잉-!
나는 한 음 한 음, 정성스럽게 줄을 튕겨 나갔다.
‘레스폴’이지만, 육중함은 없었다.
단단한 미들 대역을 베이스로, 트레블을 강조시켜서 꽉 차고 날카로운 톤으로 만들었다.
남들이 다 내는 소리를 낼 필요는 없다.
스스로 듣기 좋으면서, 남도 듣기 좋은 소리를 찾으면 그만이다.
말은 쉽지.
솔직히 톤 만드느라 대가리 깨질 뻔했다.
“이거 캐논 아니야?”
“기타로 캐논을 쳐?”
공연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기 시작했다.
이게 내가 바라는 바였다.
사람들의 이목을 더더더욱 끌어모으는 것.
그리고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줄, 캐논 락.
괜히 2000년대 후반에 일렉기타 광풍이 불어닥친 게 아니다.
괜히 소이 어머니가 듣자마자 켜겠다고 하시는 게 아니다!
믿고 있었다고! 캐논!
“소리 조오타~”
“쫘악쫘악 달라붙네!”
지이이이잉-!
나는 몸을 흔들며 손가락과 손목을 신나게 움직였다.
초기의 캐논락은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누어졌다.
제리씨 버전과 펀투 버전.
전자는 원작자가 고안한 고난이도 테크닉을 즐길 수 있고,
후자는 멜로디에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뭘 선택해서 연습할지는 본인의 자유였다.
다만 나는, 두 개를 섞어버렸다.
테크니컬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캐논이, 기가박스의 스페어 광장에 울려 퍼졌다.
– 허어 …!
– 피로가 풀린다…
정말 피로가 풀리는 소리였다.
부모님께도 들려 드리고 싶은데.
아직 안 오신 모양이다.
아이리즈 멤버들은 끝날 때쯤 온다고 했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던 교수들은 …
부릅-!
존나 부담스럽게, 세이프라인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 못 구했구나.
단체로 … 못 구했구나.
옆에 있는 20대들은 실음과 재학생들인가 보다.
나는 애써 그들의 시선을 무시했다.
지금은 관객들에게 집중해야 하니까.
아, 그 전에,
나는 마크 메이어의 얼굴도 확인했다.
“….”
표정은 아주 밋밋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다른 관객들처럼 열광하지 않았다.
음반회사의 지역 지부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캐논 락을 모를 수가 없을 거다.
뭐, 저 사람은 공연을 즐기러 왔다기보다는 그냥 사업차로 온 거니까.
밋밋한 반응이 이해는 간다.
그래도 뭔가 조금 더,
즐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드르르르르륵-!
후반부에 달하여 삽입되는 스윕피킹,
캐논 특유의 멜로디가 나올 때 사람들은 ‘반가움’을 느꼈고, 화려한 테크닉이 나올 때는 흥분된 목소리를 내질렀다.
“와 진짜 ….”
“어떻게 저걸 하나도 안 틀리지?”
국룰이니까요.
캐논으로 2절에 3절에 뇌절까지 해야 진정한 한국 기타리스트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I’m Korean guitarist라고 당당하게 말하려면 캐논 정도는 당연히 씹어먹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나의 뇌절을 받아라!
좌아아아아아앙-!
캐논이 끝났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소개도 없이 시작된 첫 곡이 끝났다.
“와아아아아아아!”
“이거야! 이거 들으려고 온 거야!”
목청을 내지르는 아재들.
은근히 눈을 반짝이는 20대 남녀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나’만을 보러 온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빨기좌 사랑해!”
“여기도 봐줘요!”
세이프 라인 안에는 250명 정도가,
세이프 라인 밖에는 600이 넘어 보이는 인파가.
꽉꽉 메워져 있었다.
나의 팬들이 영화관 광장을 점령해버렸다.
아주 황홀한 광경이었다.
후다다닥-!
최주임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의 구석에 섰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기가박스 직원도 따라 올라왔다.
그녀는 작은 수첩을 꺼내어 펼치더니,
-아아, 여러분! 영화 감상 즐겁게 하셨나요? 참가해주신 모든 분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콜라보 이벤트는 기가박스와 다운 엔터테인먼트가 함께 기획하여 …
뭔가, 행사 진행을 도맡으려 하는 것 같았다.
“다음곡!”
“다음곡 뭐야아아아아앙아아아!”
근데 어림도 없지.
마이크와 스피커의 도움을 받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목소리는 아재들의 목청에 밀렸다.
– 즈, 즐겁게 공연을 감상해 주시고 계시는군요… ! 그전에 저희가 여러분께 영화 감상 소감을 한마디씩 듣고 싶…
“끼에에에에에에엑!”
“정신나갈거같애!”
대화는 소용이 없었다.
캐논락의 과도한 뽕을 주입받은 팬들을, 그녀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어 보였다.
“으… 으아 …”
“줘봐요.”
나는 최주임에게서 마이크를 뺏어 들었다.
때로는 포기하는 게 나을 때도 있다.
흐름을 바꾸려 하지 말고, 흐름을 타는 게 맞을 때도 있다.
지금 팬들은, 그저 음악에 취하고 싶을 뿐이다.
귀를 후벼 파는 기타 사운드를, 한시라도 빨리 듣고 싶은 것뿐이다.
공연 소개니 영화와 콜라보레이션한 이유니 그런 쓰잘데기 없는 말은 할 필요가 없었다.
“다음 곡은 … 고난이도 테크닉의 대명사이죠. ‘트립티크’ 가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함성이 몰아닥쳤다.
한여름에 어울리는 시원한 곡으로, 다시 한번 사람들을 잡아둔다.
열기가 끓어올랐을 때 식히고, 다시 한번 가열시키고!
무대는, 전략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실수를 할 수는 없다.
이 무대를 만들어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곳에 모여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나는 재빨리 정해둔 값으로 톤을 세팅했다.
***
음반 회사의 뿌리는 깊다.
2000년대에 들어 실물앨범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지만, 전 세계를 아우르는 음반 회사들은 힘을 키우면 키웠지, 결코 약해지지는 않았다.
약해진 회사들을 다 잡아먹었으니까 당연했다.
빅파이브에서 빅포로,
빅포에서 빅쓰리로.
유니버스 뮤직은 끝끝내 살아남았다.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음악을 노출시키고, 판매하고, 저작권 놀이도 하고.
정말 많은 돈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그런 곳에, 한 사내가 있었다.
20대 중반에 입사하여 실적을 내고 입지를 쌓고, 신인을 발굴하고.
능력이 있는 남자였다.
상상 이상의 능력이 있지 않고서는 도달하기 힘든 자리에, 그는 40대라는 젊은 나이에 앉았다.
사람들은 이제, 그의 의견에 토를 달지 않았다.
마크 메이어의 눈은 정확하기에.
마크 메이어가 쓰는 것, 말하는 것이,
음반 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이게 대체 …’
마크는 꿀꺽, 침을 삼켰다.
영화관의 광장에서 앉지도,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저 가만히 서서 침을 삼켰다.
날카로운 기타 소리가 귀에 때려 박힌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멋대로 주물러댄다.
말도 안 되는 현상이었다.
“허 ….”
그는 스스로 완고하다고 생각했다.
간사한 목소리에 절대 넘어가지 않고, 직감과 데이터를 가장 중요시했다.
둘 중 어느 하나에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곧장 일을 엎어 버리곤 했다.
부하직원은 갈려 나가겠지만, 뭐 어쩌라는 것인가.
자신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Mr. Mark, how are you?”
걸걸한 중년 남성의 질문을 걸어왔다.
마크는 대답을 망설였다.
솔직히 말해,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간사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살아왔는데,
간사한 기타 소리가 자신을 꾀려 했다.
“It’s feeling good.”
“오오… ! 좋다고 하시네!”
“정말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상했다.
상당히 이상했다.
애써 침착하게 정신을 가다듬어 봐도,
자꾸만 머릿속에 풍경이 떠오른다.
비릿하고 묵직하지만, 시원한 여름 바다의 그림이 자신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그려진다.
연주력을 평가하고, 퍼포먼스를 평가해야 하는데,
신경이 자꾸만 다른 데로 분산됐다.
카아아아앙-!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피킹 하모닉스,
– 와아아아아아아아!
– 저거지!
곧바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함성소리.
‘빨기좌’는, 무대를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모으고, 흡입시키고 있었다.
자신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십 년의 짬밥을 뚫고,
‘기타 소리’는, 영향력을 행사했다.
치이이이잉-!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진공관 앰프 세 개와, 적당히 짜여진 페달 보드.
그리고 적당히 좋은 기타.
좋은 장비들이었지만, 최고의 장비는 아니었다.
하지만 ‘빨기좌’는, 최고의 장비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비웃듯이,
“허어 ….”
강렬한 색채가 담긴 소리를 구현해냈다.
“소리 진짜 좋네요 ….”
“이게 … 참, 뭐라 해야 할까 … 앨범판 듣는 거랑은 달라.”
“맞아요! 여기선 가슴이 쿵쿵 울린다고 해야 할까요? 완전 다르네요!”
마크 메이어는 다운 엔터 직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저 표정과 몸짓을 보며 대충 추측할 뿐이었다.
음압감.
녹음된 소리를 좋은 헤드폰으로 듣는 것과 지금 이 소리는 차원이 다르다.
기타의 소리는 공연장에서 들을 때가 가장 좋다.
물론 그것도 ‘조건’이 갖춰졌을 때의 이야기지만 …
‘빨기좌’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켰다.
완벽한 톤에, 뛰어난 연주.
그리고 감정표현.
필터를 거치지 않은 감정이, 직접 피부를 두들긴다.
소리가 온몸을 감쌌다.
그리고 그것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우락부락한 경호원이 걱정스런 표정을 내비쳤다.
“[안색이 … 안 좋을 수밖에 없지. 저 녀석 팬들이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를 이제야 잘 알겠어….]”
자신은 직감은 믿는다.
앞으로도 믿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저 소년을 믿는다는 것과 같았다.
앞으로도 ‘믿어야’ 한다는 것과 같았다.
의심 없이 말이다.
안색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거 아세요?”
“뭐요?”
“빨기좌의 신기술.”
격정적인 인파 속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크는 곧바로 통역사에게 대화를 몰래 통역시켰다.
“신기술이라 … 빨모닉스 말씀하시는 거죠?”
“아뇨 빨모닉스가 아니라 … [원심분리 기타 돌리기] 말이에요. 그거 오늘 보여줄까요?”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죠 …! 떡밥 엄청 돌던데!”
눈클 크게 뜨며 무대를 노려보는 관객 둘.
“[기술? 무슨 기술?]”
“[그 ….]”
통역사가 말을 더듬었다.
실력 없는 사람이 아닐 텐데.
제대로 대답을 못 한다.
어떤 단어가 나왔길래 그러는 걸까?
대체 어떤 기술인 걸까?
쥬우우우우우웅-!
세 번째 곡이 끝났다.
사람들의 이목은 충분히 끌렸다.
이제부터는 ‘메인디쉬’가 나와야 할 차례였다.
그리고 그 메인디쉬는 … ‘빨간 기타’로 만들어 낼 게 뻔했다.
“[잘 보십시오 마크씨. 저게 바로 …!]”
“[쌍기타 돌리기 말씀하시려는 겁니까?]”
“[아, 네! 알고 계셨군요. 쉽게 볼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니 눈 떼지 마시고 …]”
마크 메이어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쌍기타 돌리기’라…
기대되긴 한다.
지금의 빨기좌를 있게 해준 퍼포먼스 중 하나니까.
근데…
저게 … 쌍기타 돌리기의 자세인가?
저게 맞나?
“… 어?”
우우우웅-!
기타 잭이 뽑혔다.
마크는 입을 쫙 벌렸다.
환호성이 멎었다.
움직임도 멎었다.
오로지 한 사람,
‘빨기좌’만이,
팔을 움직였다.
후우우우우우우우우욱-!
정말 어이없는 광경이었다.
저런 광경을, 살면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빨기좌’는, 자신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고 있었다.
시야에 비친 것은,
항성을 모체로 공전운동을 하는 행성처럼,
‘빨기좌’를 중심으로 무한한 공중 회전운동을 하는,
기타의 모습이었다.
“저건…!”
“[기, 기타의 공전운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