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46
149화. 붉은 바람을 타는 연주자 (9)
세 번째 곡이 끝났다.
레스폴을 이용한 연주가 모두 끝났다.
지금까지는 깁슨 레스폴 – 마샬 jcm800이라는 아주 정석적인 조합으로 곡을 쳐왔지만,
이제부터는 다를 것이다.
나는 평소보다 강하게 스트랩을 잡았다.
레스폴에서 스트랫으로 기타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 … 쌍기타 돌리기!”
“눈 돌리지 마세요! 지금 봐둬야 합니다!”
팬들이 잔뜩 기대하는 듯한 눈빛을 내비쳤다.
쌍기타 돌리기라 …
그걸 해도 되긴 하지.
오히려 지금 안 하면 이상한 타이밍이긴 하지.
근데 나는, 할 생각이 없다.
쌍기타 돌리기는 ‘스피디’한 교체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니까.
지금은 굳이 스피디하게 기타를 교체할 필요가 없으니까.
“….”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스윕피킹을 할 때보다도, 속주를 칠 때보다도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한데 모은 집중력을, 한 동작을 구현하는 데 모두 사용했다.
이건 그래야만 하는 기술이다.
효율성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사람들의 이목만을 끌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아니, 솔직히 이게 ‘개발’된 건지도 의문이다.
쌍기타 돌리기에는 내가 고안하고 완성시킨 기술이지만, 이건 아니다.
이 기술은, 팬들이 만들었다.
팬들이 ‘바라는’ 퍼포먼스가 내 귀에 들려왔고, 나는 …
그것을 구현해냈을 뿐이다.
척-!
팔에 힘을 준다.
단련을 거듭한 상체 근육을 한계까지 사용하여, 스트랩을 끌어당긴다.
기타에는 스트랩락이 달려 있었다.
쌍기타 돌리기는 ‘스트랩 락’없이 행해졌기 때문에 유명해진 거지만,
이 기술은, 스트랩락을 박아넣고 하더라도 그 누구도 불만을 표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하기 힘드니까.
오로지, 이 조합으로만 가능하니까.
후우우우우우욱-!
아주 매끄럽기 그지없는 기타 스트랩과,
미끈한 합성 소재의 티셔츠.
마찰이 매우 적은 소재끼리 만나니, 기름이라도 바른 듯이 스트랩이 훅훅 돌아갔다.
훅훅,
훅훅훅훅훅훅-!
존나게 돌아갔다.
눈앞에 보이는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대체 뭘까?
기타가 춤을 춘다.
나를 중심으로, 춤을 춘다.
‘공중’에서 말이다.
“…!”
“허어…!”
광장을 시끄럽게 하던 조잘거림이 한순간에 멈췄다.
사람들의 숨 삼키는 소리는 남겨졌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춤추는 기타에게로 향했다.
역사상, 기타 하나를 이용한 퍼포먼스는 많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개발된’ 퍼포먼스에 부족함을 느꼈다.
남들이 다 하는 걸 해서는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그래서 함부로 따라 할 수 없는 기술을 개발했다.
만약 따라 한다 하더라도,
… 내가 최초다!
“저, 저건…!”
아재 한 명이 꽤액! 소리를 질렀다.
그를 기점으로, 관객들은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허어어어어어어어!”
“뭐, 뭐야 저게 …!”
“말도안돼액!”
“저희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죠!?”
“기타가 … 기타가 계속 돌아 …!”
나는 계속해서 기타를 돌려댔다.
스트랩과 옷감이 마찰하여, 열감이 피부로 전해졌다.
멈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무표정을 일관하던 마크 메이어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건 못 참겠지.
솔직히 존나 기분이 좋다.
나를 ‘분석’하려던 사람이, 분석력을 잃어버리는 광경이란.
정말 짜릿하기 그지없다!
“어 … 아으어으.”
마크 메이어의 입이 벌벌벌벌 떨렸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말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는 마침내,
“[기, 기타의 공전운동 …!]”
우레같이 우렁찬 음량으로, 자신의 감상을 토해버렸다.
“…!”
공전운동 …
그래, 그렇게 보이는 건가.
저 외국인에게는 이 모습이, 그리 보이는 건가.
내가 태양이고,
공중에서 춤추는 기타들이 행성인가.
항성의 거대한 질량에 시공간이 왜곡되어 행성을 끌어당기듯,
기타는 나에게 이끌려졌다.
착-!
등과 가슴에 동시에 충격이 밀어닥쳤다.
기타가 아주 격하게 안착한 탓이었다.
좀 아프긴 한데 …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다.
나는 못 버틸 정도가 아니긴 한데 …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 맞아! 저게 바로 기타의 공전운동이야!
팬들은 못 버티겠나 보다.
나는 그만 실실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
– 빨기좌! 빨기좌!
– 믿고 있었다고!!
원래 여기선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개간지 나는 건데.
공전운동이라니.
존나 웃기네 진짜.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반응일까?
최주임이나 박부장이나, 친구들이나 에이트라나.
다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
“… 요즘 유행하는 거니?”
“나도 몰라 ….”
가족들도 도착했나 보다.
두 분 다 일요일에 중요한 일정 잡혀 계셔서 큰 기대는 안 했었는데.
와주셔서 참 다행이다.
오자마자 기타의 공전운동 보여 드릴 수 있어서 너무 뿌듯하다…!
“이건 … 기타 역사를 바꿔버릴 만한 퍼포먼스야….”
“그, 그 정도인가요!?”
“내 평생 기타 치면서 저런 기타리스트는 본 적이 없어!”
교수들과 실음과 재학생들은 침착한 태도를 일관했다.
그들은, 침착하게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토론을 나눌 뿐이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앰프를 바꾸었다.
펜더 핫 로드 디럭스는 샌드 리턴기능이 있기에 톤 메이킹 하기가 매우 편하다.
몽롱한 클린톤부터, 그르렁거리는 메탈 사운드까지 그냥 거의 만능 앰프다.
그러니까 잘 써먹어 줘야겠지?
따라 라라라라란~
공연에 막힘은 없었다.
에릭클랩튼의 레일라로 달아오른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신나는 곡들을 이용해 흥을 끌어올리고.
기타연주 50분?
솔직히 힘들지.
솔로만 50분 연달아 치라는데 안 힘든 게 비정상이다.
‘별거 아니다’라고 하는 사람은 허풍쟁이거나 자신의 연주력에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오길 정말 잘했어 …!”
“돈이 안 아까워 ….”
하지만 이 세상에 안 힘든 일이란 게 있나?
뭐든지,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든 법이다.
그냥 군말않고 하면 된다.
나는 묵묵히 줄을 튕겨 나갔다.
일곱 번째 곡을 끝마칠 즈음에서는 피크 상태가 살짝 맛이 간 게 느껴져서,
휘익-!
관중들을 향해 던져버렸다.
“어 … 어어어어어!”
“내 거야!”
팬들이 손을 머리 위로 올린다.
내가 던진 청색 피크를 잡기 위하여 모두 하나가 되어 손을 벌린다.
피크를 받아든 사람은 …
“합!”
알록달록한 머리칼이 인상적인 ‘그 아이’였다.
“으아아아아! 내가 먼저 잡았는데! 누가 꼬집었어!”
아재의 절망 섞인 탄식과,
인파를 누비며 피크를 갖고 튀는 한초율.
이걸로 아이리즈 멤버들을 제외하고는 ‘올 것 같은’ 사람들은 전부 왔다.
나는 잠시 쉴 겸,
손목도 풀 겸.
내려놓았던 무선 마이크를 다시 잡아들었다.
“여러분!”
– 예에에에에에에에에엒!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음량이었다.
“재밌게 즐기고 계신가요!?”
– 예에에에에에에에엒!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가장한 휴식을 취하며 새 피크를 꺼내 들었다.
“끝난 다음에는 사인받아 가세요! 같이 사진촬영 하셔도 좋구요!”
– 와아아아아아아아!
세이프라인 안쪽에서는 거의 비명과도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바깥쪽 사람들은 아주 분한 듯이 ‘어휴!’ 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내 사인이 그렇게 가치가 높은가?
진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좌아아아아아아앙-!
적당히 잘 쉬었다.
쉬면 또 기타를 쳐야지.
다음 차례는 와 페달과 격한 아밍을 섞어 만든 블루 퍼플 바다.
내가 쓴 곡이니만큼, 나보다 이걸 잘 치는 사람은 없을 거다.
나중에 막 내 곡 커버 영상 같은 거 올라오는 거 아니야?
“이야 … 이게 블루 퍼플 바지. 전 저거 흉내도 못 내겠더라고요.”
“노트는 안 어려운데 뉘앙스가 진짜 어려워요.”
이미 카피를 시도한 사람들이 있었다.
모르는 사이에 나의 곡은, 기타쟁이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었다.
좌아아아앙-!
곡이 이제 두 개밖에 남질 않았다.
하지만,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나는 다시 앰프 바꿨다.
신나게 사용한 핫 로드 디럭스에서, 베이스맨 리이슈로.
말로 사람들을 진정시킬 필요는 없다.
연주로 진정시키면 된다.
공연은, 끝을 향해 달려갔다.
***
박덕철 교수는 일생을 레스폴과 함께했다.
‘교수’라는 직함을 달 때까지 녹음실에서, 무대에서 언제나 레스폴을 사용했다.
레스폴을 사용하지 못할 때는 쉑터를 쓰면 썼지, 펜더 기타를 잡지는 않았다.
기타리스트로서 편견을 가지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지만, 그래도 그는 펜더의 땍땍거리는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300만원짜리 펜더 스트랫와 100만 원짜리 에피폰 레스폴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그걸 평생 사용하여야 한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후자를 선택할 기인이었다.
하지만 …
치이이이이잉-!
지금에 와서는,
이 소리를 듣고 있자면,
그런 생각이, 무뎌질 것만 같았다.
펜더 기타가 갖고 싶어졌다.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자기 자신은 도저히 속일 수가 없었다.
“하아….”
머릿속에 한겨울의 숲이 그려졌다.
이런 풍경이 거부감없이 떠오르는 것이 참 신비롭고,
에이트라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오길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자신도 참 신비롭다.
가르칠게 없어 보이는 학생을 보는 것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가르침을 주는 것이 ‘교수’라는 직함을 가진 이로서 할 일이다만.
박덕철은 김수재를 가르치고 싶지 않았다.
‘호랑이 양반의 제자답구만 …’
머릿속에 나숙호가 떠올랐다.
지금 듣고 있는 연주 스타일이 나숙호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했다.
그림자의 기타리스트.
실력과 재능이 충분함에도, 자신의 곡을 적극적으로 세상에 내보일 수 있음에도,
그림자에 머무르는 인간.
그리고 그의 제자.
“흐흐흐흐.”
박덕철은 그만 헛웃음을 내뱉어 버렸다.
“교수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니, 그냥. 대단해서.”
“… 네?”
“박교수, 자네도 숙호가 떠오르나?”
“하하하, 서교수도?”
“그래 떠올라. 잘 떠올라. 근데 … 달라. 저건 그림자가 아니야.”
완전히 스타일이 같냐면 절대 그렇지 않았다.
다른 맛이었다.
다른 맛.
그리고 그것은 …
‘김수재’만의 맛이기도 했다.
“저 나이에 … 저 실력에 … 저 색채 … 얘들아.”
박덕철은 자신을 따라온 애제자들을 불렀다.
황금 같은 주말에 걸려온 전화 한 통에,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달려온 이들이었다.
“오늘 많이 배워가야겠다.”
“아 … 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나이 어리다고 얕보지 말고, 분석하려 하지 말고. 그냥 들어봐.”
음악을 업으로 삼는 이상 음악을 분석하며 들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음악인으로서의 귀가 트이면, 청자로서의 귀를 잃는다.
하지만 이 곡은,
저 연주는.
풍파를 잔뜩 맞닥뜨린 음악인이라도, 청자의 마음을 떠올리게 해주는 … 그런 연주였다.
“울컥하네.”
“그러게 ….”
박덕철은 서교수의 중얼거림에 그저 긍정만을 표했다.
‘겨울 숲의 노래’가 끝났다.
쉴 새도 없이 다음 곡이 이어졌다.
“하 … 이건 ….”
“마무리 좋네~”
그야말로, ‘아름다운’ 선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