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51
154화. 이 피크는 어디서든지 해줍니다 (4)
“….”
-오
-오오오오오오
채팅창에 ‘오’가 빠르게 갱신되기 시작했다.
반응이 상당히 괜찮았다.
사실 ‘소원권’은 좀 너무 갔잖아.
드래곤볼도 아니고.
내가 져야 할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하지만 ‘소환권’까지는 어떻게든 수습이 가능하다.
회사에서 직접 소원권이라는 제안을 꺼낼 정도면 빨간 피크의 개수는 상당히 한정적일 테니까.
그리고 지금까지 안 나온 걸 보아하니, 앨범 패키지에 넣지도 않았을 테니까.
“자, 여러분들! 많이 놀라셨나요!? 피크 7개를 모으면 빨기좌를 ‘소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많이 모아 두셨는지 궁금하네요~”
앨범 하나에 2만 원 정도 하던데.
연주곡이라 해서 딱히 싼 값에 팔지는 않았다.
여러 장을 구매한다는 건 금전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
내 팬들은,
– 4개 모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 6개 모음 보라색은 중고로 삼 ㅋㅋ
– 5개 장전 완료.
미친 듯이 앨범을 사들이며 피크를 구하고 있었다.
“….”
역시 아재들이야.
랜덤박스 지르듯 아주 시원하게 지르시는구나.
게임 가챠하는 데 한 달에 수십수백씩 쓰는 사람도 있는데.
사람의 수집욕이란, 절대로 얕볼만한 게 아니었다.
– 이렇게 안 나올 줄 몰랐네요 ㅠㅠ 너무 갖고 싶어요ㅠㅠ
“갖고 싶으시죠!? 그러니 이벤트에 참가하셔야죠!”
“그렇죠!”
에이트라는 똑똑한 사람이다.
이번 이벤트는 구독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있지만, 앞으로 채널 성장을 부스트시키는 역할도 있었다.
100만급 규모의 채널에서 이벤트를 하면 화제가 될 거고, 그러면 더더욱 나와 에이트라의 이름이 퍼져 나갈 테니까.
“그리고 ‘기타’와 ‘빨간피크’외에도 다양한 상품이 준비되어 있으니 추첨 이벤트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둥 -!
방송 화면에 크로마키 처리된 글자가 떠올랐다.
외국인 시청자들을 위한 이벤트 설명이었다.
– YWM : Summon ticket? If I collect all the tickets, will they come to see me in personally?
빨간 피크에 대한 설명이 조금 모자랐나 보다.
추가 질문이 쏟아졌다.
나는 곧바로 대답을 짜내었다.
“티켓을 다 모으면 앞으로 열릴 콘서트의 특등석을 무조건 차지할 수 있고, 역으로 저를 초대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회사와 협의가 필요합니다. 외국 오지… 는 좀 힘들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피크는 1회용입니다!”
“명심하세요! 1회용이에요!”
– 오
– 와 ㅋㅋㅋㅋㅋㅋ 다 모으면 생일파티 같은 거 할 때 빨기좌 부를 수 있는 거임?
– ㄹㅇ임? ㄷㄷㄷㄷㄷ
– 지금도 돈 있으면 부를 수 있지 않음?
– 빨기좌가 갈 거 같음? 재벌 회장이 부른다 해도 안 갈듯
– ㄹㅇ 그럴듯
– 그러니까 빨간피크가 귀한거임.
– 큰그림이었네.
아니 … 난 그 정도까지 말은 안 했는데.
돈 한 1억 주면 찾아가는 서비스 해줄 건데 …?
내가 무슨 나훈아야!?
띠링-!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YWM님 10달러 후원 감사합니다!”
잉베이의 왕팬이었다.
“Thanks, bro. I love yngwie”
Super chat : Interesting. I’m in.
이 사람도 참가한단다.
잉베이 스타일로 치려는 건가?
어떤 연주가 올라올지 상당히 기대된다.
띠링-!
연달아 후원이 터졌다.
진짜 뭔 날인가보다.
“헉…! Tkfkdgo님 또다시 50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 고마워요 얀데레좌!”
큰손 얀데레좌 사랑해!
방송 켠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100만 원을 벌다니.
체감이 잘 안 간다.
그리고 좀 무섭다.
Super chat : 빨간피크얻으실분살게요메일주세요히히
얀데레좌의 사고방식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벤트에 참가해서 피크를 얻으려는 게 아니라,
이벤트에서 우승할 사람을 미리 모색하고 있었다.
“어 … 그래도 얀데레좌님 재능을 살려서 커버해 보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tkfkdgo : 시룬뎅ㅎㅎ
얀데레좌는 칼같이 거절했다.
음악에 소질이 없는 걸까?
아니면 자신의 신상을 밝히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걸까?
하긴 뭐.
컨셉질 하는데 신상 밝혀지면 좋을 건 없겠지.
“음 … 이벤트 설명은 다 드린 것 같네요. 그럼 이어서 빨기좌의 즉흥 잼을 좀 듣다가 방송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오 ㅋㅋㅋㅋㅋㅋㅋㅋ
-즉흥!!!
“E마이너 갈게요.”
“옙!”
에이트라는 mr트랙을 방송에 흘려 보냈다.
동시에 나도 연주를 시작했다.
원래 즉흥은 E마이너가 국룰이다.
대충 스케일 슥슥 후려도 되게 괜찮게 들리고, 쓸 수 있는 폼도 많고.
지이이잉-!
황금 기타가 울부짖었다.
펜더 50주년으로 출시된 놈이라 십수 년 정도 나이를 먹었지만, 상태는 신동품이었다.
그리고 그 신동품을 나는,
팍- 파파팍!
그냥 막 쳤다.
손땀, 손때, 지문, 피킹기스 등등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마구 후렸다.
– ㅗㅜㅑ
– 더쳐줭.
– 더더렵혀줭.
– ㅁㅊ넘들ㅋㅋㅋㅋㅋㅋㅋ
기타라는 게 원래 흠집 하나 늘어날수록 중고가가 깎이는데.
이 기타는 흠집이 늘어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걸까?
잘 모르겠다.
그냥 정신이 나갈 것 같다.
즉흥 연주가 끝났다.
오늘 일정이 마무리됐다.
“아, 맞다. 수재씨 싸인!”
“넵. 헤드 뒷면에 해드리겠습니다.”
앞면에 싸인을 박아넣으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슥- 슥슥.
나는 보통 사인이 아닌 특별 사인을 헤드에 그려 넣었다.
– 와
– 저 사인이 진짜 희귀한거임
– ㄹㅇㄹㅇ 영화관에서도 저거 안 주더라.
기타라는 물체를 현대미술기법으로 압착시켜놓은 듯한 형상이 헤드 뒷면에 자리 잡았다.
“자, 그럼 여러분! 24시간 동안 힘내십시오!”
“화이팅!”
***
빨기좌의 100만 구독 이벤트는 순식간에 소문을 탔다.
생방송을 직접 본 사람만 해도 1.4만.
나중에 찍힌 조회수는 수십만.
참가자는 수백 명에 달했다.
여러 악기를 동원하는 사람, 가사를 붙인 노래로 승부를 보려는 사람, 야인시대의 소스를 잘라와 심영을 괴롭히는 사람 등등.
갖가지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역시 ‘프로’들이었다.
프로들이, 이벤트에 참가했다.
그리고, 헬파티가 열렸다.
“흠 ….”
일본 도쿄.
5성은 시선이 부담스럽고, 3성은 급이 안 맞아서 자주 선택하는 4성급 호텔의 최상층.
손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야무지게 털던 마크 메이어는, 노트북에서 흘러나오는 ‘커버 영상’들을 보며 숨을 크게 토했다.
전달받지 못한 이벤트였다.
갑작스런 이벤트였다.
하지만 흥미가 끓어올랐다.
그리고 …
“[기분이 좋군.]”
기분이 좋았다.
“[왜?]”
등 뒤에서 절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버 영상을 전부 둘러봐도 원곡 느낌을 잘 살린 게 단 한 개도 없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지.]”
이런 뮤지션이 더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하여금 확인받았기 때문에.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마크 메이어는 싱글벙글 호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어 들이켰다.
그리고, 핸드폰 카메라를 마주하고 있던 절친에게도 권했다.
“[좋아. 마시고 쳐볼까.]”
그의 두툼한 허벅지 위에는, 싯누렇게 변색된 라지 헤드 스트라토캐스터가 놓여 있었다.
“[괜찮겠어? 클래식 쪽 프로들도 많이 몰렸는데.]”
“[클래식 좋지. 근데 이건 일렉기타 곡이야.]”
“[저 기타가 갖고 싶은 건가?]”
“[아니.]”
마크 메이어는 어깨를 으쓱였다.
50주년 한정판에 빨기좌 싸인이 박힌 기타는 앞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닐 텐데.
필요 없다니.
“[그럼?]”
“[피크. 그게 있으면 빨기좌를 초대할 수 있다지?]”
“[음 … 뭐, 그런데 진짜 외국까지 가겠어?]”
“[그런가?]”
진정 빨간 피크를 얻으려 영상을 올리려는 건가?
만나고 싶다면 쉽사리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왜 굳이 피크를 가지려 하는가.
수집욕일까?
잘 이해가 안 됐다.
지이이이잉-!
연습용 마샬 앰프에서 특색 있는 기타톤이 뿜어져 나왔다.
다이나믹 레인지가 넓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더더욱 매력이 부각되는 멜로딕 연주.
평소처럼 빠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곡의 분위기에 자신의 색깔을 덮어씌우는 센스가 대단했다.
절로 귀가 즐거워졌다.
“[스읍 … 여기부턴…]”
“[얼굴은 안 찍나?]”
“[세팅 바꾸기가 귀찮네.]”
영상 촬영과 녹음까지 걸린 시간은 20분 채 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 누가 흠잡을 수 있는 연주가 아니었다.
정말 당연한 결과였다.
“[프로들이 열일곱 살짜리의 곡을 커버하려고 참가한다라 … 웃기는군]”
“[웃기다고?]”
“[아니, 말을 잘못했어. 재밌어. 이건 재밌는 거야!]
그 또한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펜더를 쓰는 것도 아주 마음에 들고. 상품용 기타보다는 그가 원래 쓰던 기타가 갖고 싶군. 소리가 아주 특별해.]”
“[바꾸자고 꼬시지 말라고.]”
“[내 맘이지.]”
“[진짜 하지 마.]”
‘빨기좌’라는 별칭이 만들어진 계기가 기타 색깔 때문이라는데.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잖아.
기타는 곧 기타리스트의 트레이드 마크인데.
“[빨리 눈앞에서 연주를 듣고 싶어. 아마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지.]”
“[1등을 할 거라 확신하네?]”
“[물론!]”
절친의 얼굴에는 엄청난 자신감이 들어차 있었다.
약간 오만했지만,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
방송 끝나고 알아보니까 1.4만이라는 숫자가 상당히 대단한 거더라.
영미권 트위치나 유튜브 같은 곳에서는 1만급이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상위권 방송인에 견줄만했다.
8월 16일 오전 8시.
이벤트 방송으로부터 36시간이 지났다.
기한이 아주 촉박했음에도 영상이 수백 개나 올라왔다.
나는 아침 댓바람부터 에이트라네 집에 찾아와 방학 마지막 날을 불태우는 중이었다.
선별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영상을 스킵하면서 봐도 대충 각이 보이니까.
생각보다는 빨리 끝날 것 같다.
한가지 문제점을 꼽자면 …
“으헉 …!”
간간이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는 것.
이번엔 소이 어머님이었다.
“왜 그러세요?”
옆에서 같이 모니터링을 있던 에이트라가 물었다.
“그 … 아는 분이라 ….”
“혹시 몇 달 전에 오케스트라에서 뵀던 분 아닌가요?”
“맞아요…”
“음 …후보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요?”
“역시 그렇죠?”
생각보다 부담이 심하다.
프로들을 내가 평가해야 한다는 부담 말이다.
소식을 전해 들은 친구들도 언제 카피를 했는지 열심히 찍어 올렸더라.
물론 도현이랑 혁오는 탈락이다.
미친놈들이 채널 구독도 안 하면서 낼름 상품만 노리려 하네.
탈락이야 탈락!
나는 영상을 재빨리 체크해 나갔다.
최종적으로 걸러진 영상들은 방송에서 하나하나 리뷰할 예정이다.
“…젠장할.”
아까부터 썸네일 하나가 유독 시선을 강탈한다.
더 이상 못 참겠다.
검은 바지 위에 얹어진 ‘잉베이’ 시그네쳐 기타.
그리고 ‘잉베이 스타일’ 체구.
… 아이디조차 YWM이다.
“뭐죠 이사람?”
에이트라가 의문스런 표정을 띠었다.
컨셉이 진짜 대단하다.
잉베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잉베이 그 자체가 되어버린 건가?
“존나 마음에 들어.”
나는 영상을 재생하지도 않고 그를 합격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