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52
155화. 이 피크는 어디서든지 해줍니다 (5)
“후우 ….”
어제 저녁부터 시작한 영상 분류는 오늘 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끝났다.
꼬박 하루가 걸렸다.
투고기한을 이 이상 줬다면 아마 둘이서 감당을 못했을 거다.
유튜브에 업로드 된 영상은 총 502개.
적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많지도 않았다.
진지하게 내 곡을 악기나 노래로 커버한 사람부터, 개그로 승화시키려는 사람까지.
장르가 다양하니 선별 기준은 ‘실력’을 제외한 다른 요소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개그물은 웃기면 합격.
진지물은 실력순으로 합격.
컨셉충은 나를 만족시킬 경우 합격.
솔직히 그냥 내 맘대로의 기준이었다.
내 맘대로니까, 이 영상 또한 후보에 올랐다.
“초등학생이네요?”
“열심히 치더라구요.”
“오오~ 어디 보자 ….”
모니터 속 꼬맹이의 표정은 진지했다.
손놀림도 현란했다.
자기 체형이 안 맞는 텔레캐스터를 가지고 낑낑거리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
내 팬이라고 했었지 아마.
기타만 봐도 최유진의 동생이란 게 짐작이 간다.
‘재능있어 보여’라고 말하길래 은근 궁금했었는데.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실력이 빼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부모의 강요나 권유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악기를 잡았다는 점이 대단했다.
난 초등학생 때 뭐 했더라?
그닥 유익한 짓은 안 했던 거 같은데…
“미래가 기대되네요.”
“그러게요.”
“과연 빨기좌의 피크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
“흐흐흐.”
피크에 관해 살짝 걸리던 점은 회사와 통화해서 확인을 마쳐둔 참이다.
앨범에서 빨간 피크가 안 나오는 이유에 관해 물었었는데 …
– 아, 저희는 피크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만 소개해 드렸지 앨범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했어요!
나는 최민지 주임의 대답을 듣고서 회사의 마케팅 능력에 깊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앨범에 피크가 들어있긴 하지만, 모든 피크를 앨범에 넣었다고 홍보하지는 않았단다.
그리고 ‘마스터 피스’가 될 빨간 피크는, 내 허가 하에만 유통하겠다고 한다.
나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빨간 피크를 꺼냈다.
피크의 뒷면에는 특별 사인이 정교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직접 새겨넣은 것이었다.
“보라색 피크도 가격이 엄청 올랐더라고요.”
“정말요? 얼만데요?”
“어제 봤을 때는 한 30만 원 정도? 지금은 더 올랐을 수도 있어요.”
“어우야.”
30만 원이라 …
내 앨범 15개를 살 수 있는 돈이다.
약간 포켓몬 빵 같이 되는 느낌인데.
피크만 챙기고 앨범은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거 아니야?
“좀 무섭네요.”
“에이, 앨범 많이 팔리면 좋죠. 앨범 판매 부수는 홍보역할을 겸하니까요.”
“아하~”
“이만 가요! 끝나고 말씀하신 식당 들를 거죠?”
“당연하죠.”
“출바알~”
나와 에이트라는 필요한 장비를 모조리 챙기고서 다운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솔직히 회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는 예상치도 못했다.
말 안 했다고 최주임이 서운해하더라.
그리고 스튜디오 지원해 준다더라!
에이트라의 작업실도 1인 방송용으로는 차고 넘치는 곳이긴 한데, 회사 스튜디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회사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먼 거리가 아닌데도, 퇴근 러시를 맞닥뜨리니 어쩔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수재씨 안녕하세요!”
도착하여 곧장 들린 곳은 인재관리부.
최민지 주임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겼다.
“준비됐나요?”
“이미 끝마쳐 뒀습니다! 메이크업 받으실래요?”
“아뇨 저녁시간 맞춰서 온 거라 … 괜찮아요.”
솔직히 화장하는데 진짜 오래 걸리잖아.
지우는 데는 생고생이고.
“수재씨는 원래 피부가 깨끗하니까요!”
“고맙습니다.”
“그럼 바로 들어갈게요!”
스튜디오는 건물 4층의 한켠에 마련되어 있었다.
가끔 뮤직비디오 촬영용으로 쓰인단다.
“오 ….”
나는 감탄을 내뱉었다.
카메라로 비치는 곳이 소품으로 아주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었기 때문이다.
모형 벽돌에 걸린 모형 체인과 주변에서 일렁거리는 모형 불꽃.
모형 바위에 또 모형 칼이 꽂혀 있어서 마치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듯했다.
“되게 괜찮은데요?”
“그쵸!?”
이게 락이지.
배경을 크로마키 처리해버리면 아무래도 어색함이 느껴지니까 말이야.
나와 에이트라는 세팅된 노트북 앞에 오늘을 위한 상품을 내려놓았다.
이제 기타를 꽂고 방송만 켜면 된다.
근데 …
“수재씨이이!”
“하이하이~”
아이리즈의 송아린과 주희, 포데이지의 지유가 갑작스레 얼굴을 내비쳤다.
세 사람 다 풀 메이크업 된 상태였다.
“….”
“….”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길래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이해가 잘 안 되네.
“짜잔~ 특별출연~”
“놀라셨죠? 그쵸?”
두 그룹의 멤버들이 생방송에 출연하는 건 언제나 환영이다.
근데 오늘은 좀 그렇다.
지금부터 해야 할 건 일종의 ‘평가회’니까.
여기에 아이돌 멤버들이 끼얹어지면 ‘니들은 뭔데 평가하느냐’며 프로들에게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아주 중대한 문제였다.
“저 … 방송에 나오시게요?”
“네!”
“아~ 마지막에요! 마지막에만요!”
“마지막이요…?”
“흐흐흐흫.”
“히히히히히”
… 뭐지?
나와 에이트라는 의문스런 표정을 띠었다.
“마지막에 뭐가 있나요?”
“있을 거예요~”
“서프라이즈예요.”
“구경 잘할게요!”
송아린, 주희, 지유는 의자를 끌어다가 스튜디오 구석에 자리 잡았다.
“밥 드셨어요?”
“촬영 끝나고 먹으려구요. 같이 가실래요?”
“그럴까요?!”
“아싸!”
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나는 최주임이게 시선을 보냈다.
“와! 아이리즈! 포 데이지!”
되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을 얼버무린다.
찜찜하네.
시청자들한테 서프라이즈할 거면 미리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다 생각이 있긴 하겠지만서도.
“진행하죠.”
“넵!”
이번에는 가상 악기를 쓸 필요가 없어 보인다.
고성능 노트북에는 이리듐과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세팅되어 있었다.
“제1 카메라로 잡습니다!”
“노트북 영상은 우측 하단에 띄워집니다!”
나는 송출될 영상을 마지막으로 체크했다.
스튜디오급 조명 덕에 분위기가 장난 아니다.
“3, 2, 1. 시작!”
에이트라가 차에서 ‘곧 라이브 시작합니다’라고 공지를 띄웠긴 했는데.
과연 오늘은 우리 방송을 얼마나 봐줄까?
솔직히 저번에는 휴일 버프가 있었지.
암만 퇴근시간이라도, 평일에는 시청자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나는, 그리 예상했다.
– ㅃㅎ
– 에하
– ㅇㅎㅇㅎㅇㅎㅇㅎㅇㅎ
– ㅃㅎㅃㅎㅃㅎㅃㅎㅃㅎ
– 배경 뭐야
– 방송퀄 급 상승했네 ㅋㅋㅋ
그리고 아주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방송을 키자마자 시청자수가 100을 가뿐히 넘어버리더니,
1분이 지나자 5천 대까지 치솟았다.
“여러분 휴일 잘 보내셨나요?”
– 죽을거 같애
– 죽을거같애죽을거같애죽을거같애죽을거같애죽을거같애
– 벌써 다 선정한거임?
– 헬파티 열릴듯 ㅋㅋㅋㅋㅋㅋㅋㅋ
“500분이나 참가하셨더라구요!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분들을 빠르게 선정했습니다!”
“평가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에이트라가 아주 적절히 질문 멘트를 날렸다.
“평가 기준은 …!”
“기준은!”
“제 마음대롭니다!”
“아하! 역시 빨기좌입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렇지 ㅋㅋㅋ 이래야지 ㅋㅋㅋㅋ
– 빨기좌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이 상품 가져가는거임ㄷㄷㄷㄷㄷ
– 너무 공정한데?
– ㄹㅇ 좀 불공정했으면 좋겠다.
방송에는 점점점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노가리를 까며 10분을 존버한 끝에 얻은 시청자 2만 명.
엄청나다.
이건 거의 탑급 스트리머의 복귀방송에 비견되는 숫자다.
“자, 그럼 이제부터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갑시다!”
나는 차례차례 영상을 훑어보며 평가를 시작했다.
– 이정도면 그냥 아트다.
– ㅇㅈㅋㅋㅋㅋㅋ
– 심영은 여기서도 고통받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드라마 소스를 잘라다가 멜로디를 만들어 내 곡을 커버한 사람부터,
– ㅅㅂ 눈갱ㅋㅋㅋㅋㅋㅋㅋㅋ
– 솔직히 2만명 앞에서 창피당하는 것보다 빨간피크 얻는 게 이득 아니냐?
– 그건 맞지
– ㄹㅇ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 어이 ‘빨간 팬티’, 기억할게.
빨간팬티 한 장만 걸친 채로 아파트 옥상에서 에어 기타를 치는 미친놈까지.
물론 프로들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의 영상만 연달아 나오면 노잼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재미의 강약을 조절하며 영상을 보고서 탈락자를 정했다.
최유진 동생의 영상도 나름 반응이 좋았다.
– 초딩이 야물딱지네 ㅋㅋㅋㅋ
– 벽지가 …
– 곰팡이팡이 ㅠㅠ
– 벽지말고 연주를 보란 말이야!!
– ㅠㅠㅠㅠ
마음 한구석이 시큰하다.
누렇고 갈라진 곰팡이 핀 벽지를 보고 있자니 더더욱 그렇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표정을 다잡았다.
– 우리 빨기좌는 오로지 연주만 본다 ㄷㄷ
– 그것이 ‘빨기좌’니까.
– 빨기좌너무멋있어ㅠㅠㅠㅠ
포커페이스, 성공적.
소이나 한초율도 기타로 참가하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올라온 영상 중에는 없었다.
물어보긴 여러 번 물어보던데.
시간을 못 맞췄나 보다.
백윤서도 되게 적극적이더라.
연주력에도 놀랐지만,
– 찐 금수저 ㄷㄷㄷㄷㄷ
– 그랜드피아노 와 ㅋㅋㅋㅋㅋㅋㅋㅋ
뭔 집구석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냐.
여러 의미로 오늘 진짜 레전드를 찍는다.
나와 에이트라는 선정된 영상의 리뷰를 척척 진행해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영상을 맞이했다.
“자, 마지막입니다 여러분들!”
“다음 영상은! 두구두구두구”
– 썸네일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게 왜 마지막인줄 알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솔직히 이거 컨셉으로 1위 해도 할 말 없음.
– 진짜 ㅋㅋㅋㅋㅋㅋ저딴 바지는 대체 어디서 파는 거임 ㅋㅋㅋㅋㅋ
– 비뇨기과 의삽니다. 거품 물었습니다.
업로드 한 사람 YWM.
제목 Song of the Winter Forest.
이름부터 썸네일까지.
옷부터 기타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
이 정도 컨셉충이라면 인정 또 인정이지.
– 빨리 보여줘요
– 빨리빨리빨리
채팅창이 터지려고 한다.
나 또한 피식, 어이가 터지려고 했다.
내가 이걸 맨 마지막으로 미룬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컨셉? 좋다.
좋지.
훌륭하지.
근데 더더욱 훌륭한 것은 …
좌아아아아아아앙!
노트북 스피커에서 매서운 기타 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 오 ㅋㅋㅋ
– 실력 괜찮은데?
– 이사람 잉베이임?
– 잉베이 계정 아님 ㅋㅋ 그냥 컨셉충인듯.
– 와
실력이다.
실력이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몇 번이나 확인했음에도, 혹시 핸드싱크가 아닐까 생각했음에도.
도저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와 … 이건 ….”
“솔직히 되게 당황스러웠습니다. 음질은 별로지만 다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예요.”
잉베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이 잉베이가 되고 잉베이가 자신이 되는
물잉일체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아닐까 싶다.
– 이건 진짜 컨셉충의 ‘극한’이다.
그는 잉베이 특유의 속주능력과 색깔로, 내 곡을 덮어씌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커버영상들이 얼마나 ‘원곡’ 느낌을 잘 살리느냐로 승부했다면,
그는 다른 방식으로 내 곡을 해석했다.
“… 진짜 잉베이 아닐까요?”
“에이 설마요.”
“하하, 역시 그렇죠?”
설마 전설급 기타리스트가 빨기좌 챌린지에 참여를 하겠어.
나는 좋지 않은 음질에도 불구하고 영상을 끝까지 시청했다.
그리고 곧바로, 준비해뒀던 멘트를 입에 담았다.
“자, 순위발표 하겠습니다. 사실 … 전 좀 박 터지는 싸움 같은 걸 기대했습니다.”
“아 … 그렇죠!”
– 솔직히 이건 이길 수가 없다.
– 아쉽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빨간팬티 아재가 인상적이긴 한데 ㅠㅠ
– 우리는 그의 엉덩이를 기억할 것입니다.
소이 어머니의 바이올린 커버를 포함해, 훌륭한 연주나 노래를 펼친 사람들은 많았다.
정신 나간 아이디어를 낸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저질음질 컨셉충을 이길 수는 없었다.
“1위를 하신 분 외에도 제가 선정한 모든 분들께는 기념상품을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고가의 블루투스 스피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나는 골-든 기타로 마지막 연주를 후렸다.
방금 들었던 것과 비슷하게, 잉베이의 색깔을 입혀서 ‘겨울 숲의 노래’를 쳐봤지만…
역시 몇 번 들은 것만으론 따라 할 수가 없었다.
“축하합니다 YWM님 Congratulations! This is yours now! Please let me know the address to ….”
띠링 -!
내 말을 끊으며 경쾌한 슈퍼 챗 알림이 울렸다.
역시나, YWM이다.
Super chat : I don’t need a guitar. Just send me the red peak.
그는,
놀랍게도.
250만 원짜리 한정판 기타를 ‘거부’했다.
내 사인이 들어간 기타를 말이다!
– … 제정신임?
– 뭐라는데요?
– 기타 필요없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패기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니 대체 왜 … why?”
에이트라는 말을 절며 1등 수상자에게 되물었다.
그의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또 멋졌다.
YWM : I don’t use a guitar with someone else’s signature on it.
‘나는 남의 사인이 들어간 기타는 쓰지 않는다.’
“허 ….”
“와우 ….”
대단하고, 오만하다.
입을 꾹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우리가 한참을 멍 때리고 있자 구석에 있던 최주임이 휙휙, 손짓했다.
그리고 곧바로, 아이리즈 멤버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 … 음 뭐.”
“에이트라님의 메일로 주소 보내주십쇼. 피크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기타는 안 가져가신다니까…”
– 나줘나줘나줘
– 쟤 주지 말고 나줘!!!!!!!!!!!!!
– 아니 ㅋㅋㅋㅋ빨기좌 사인 들어간 기타를 거부한다고? ㅋㅋㅋㅋ 이걸 거부해?
– 컨셉충이 컨셉에 잡아먹히면 이렇게 됩니다 여러분.
“제가 대충 선정해서 뿌리겠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흥미가 끓어올랐다.
극한의 잉베이 컨셉충이라 …
방구석 컨셉 기타리스트라고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다.
과연 누굴까?
빨간 피크를 가져갔으니, 머지않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YWM : See you later, best Performer.
그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인 듯했다.
이후로 YWM의 채팅은 갱신되지 않았다.
물론 그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울 정도로, 채팅창은 순식간에 활기를 되찾았다.
송아린, 주희, 지유 덕이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이리즈의 아린,”
“주희!”
“지유입니다!”
“언니는 포데이지 아니에요?”
“어?! 헷갈렸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연예인등판!
– 아이돌들이랑 같은 회사였네. 부럽다.
– 빨기좌가?
– ㄴ 미친 거 아니냐? 저 세 사람이 부럽다고.
– ㄹㅇ 이럴 때 분위기 못 읽는 놈 꼭 있음 ㅋㅋㅋㅋ
인터넷 방송은 처음인지 세 사람 다 긴장한 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약간의 긴장이 그녀들의 멘트를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여러분들! 서프라이즈가 있어요!”
“집중해주세요!”
뭘까?
새 앨범이라도 나오는 걸까?
나한테도 말을 안 해줘서 되게 궁금하다.
“서프라이즈! 그건 바로!”
“저희랑 같이!”
“빨기좌가 해외에 나간다는 사실!”
“그리고 공연이 생중계된다는 사실?”
“많은 기대 부탁드릴게요!”
…네?
“흐흐흐 서프라이즈~”
최주임이 다가왔다.
서프라이즈는, 팬들을 위한 게 아니라
날 위한 것이었다.
156화. 여름방학 끝
“놀라셨죠!”
“놀라셨나요!?”
“놀라셨을 거 같은데요!”
세 사람은 아주 뿌듯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
최주임도 척! 엄지손가락을 힘차게 올려 보였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활동계획을 잡을 거라고 얘기하긴 하던데.
적극적으로 잡아달라고 나도 의견을 피력하긴 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음 …
존나 좋은데?
“눈알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요.”
나도 같이 씨익, 입꼬리를 올려본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이번에도 포 데이지랑 아이리즈랑 같이 무대에 서는 건가…
전자는 국내에서 엄청난 인지도를 확보한 그룹.
후자는 회귀 전보다 훨씬 상승세가 가파른 그룹.
같이 해외에 나간다는 걸 보니, 아마 일본이 아닐지 싶다.
한국과 가까운 나라이면서도 아주 큰 시장이니까.
내 앨범이 가장 처음 해외에 유통된 곳도 아마존 프라임 재팬이니까.
‘순간적으로’ 순위권을 차지한 것뿐인데 매출을 들어보니 탄성이 절로 나오더라.
왜 국내 가수들이 아득바득 힘을 써가며 세계 시장을 노리는지가 이해가 갔다.
체급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저 해외 나간답니다 여러분!”
– 정작 본인은 눈깜짝안하네 ㅋㅋㅋㅋㅋㅋ
– 여윽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드디어 해외진출ㅋㅋ 생각보다 빠르네요
– 국내는국내는국내는
– 저번에 영화관 콘서트 했자너
– 한 5천명급 스테이지 잡아도 다 팔릴 거 같은데.
– なに言ってるか分かんない。翻訳お願い
“흠흠.”
최주임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유창한 일본어로 설명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다운 엔터테인먼트의 최민지라고 합니다. 이번에 열리는 요코하마 아리나 합동 콘서트에서 빨기좌의 무대를 만나보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멋진 무대를 만들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어서 영어와 한국어로도 핸드폰에 띄워진 문장을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준비가 아주 철저하구만.
–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거기 엄청 큰데 아님?
– 일본인들은 빨리 신문물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
– 면역없이 보면 쇼크사할 거 같은데 ㅋㅋ
– おおおおおおお!
– 横浜来るの?w
갑작스럽게 일본어 채팅이 밀어닥쳤다.
이제까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더니만, ‘일본’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일본어가 채팅창을 거의 뒤덮어버렸다.
– 木下ぶっ潰した動画みました!
– あれすごかったな
… 뭔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네.
“아, 저번에 키노시타랑 같이 나온 영상에 일본 댓글 많이 달렸더라구요. 알아보니까 그 사람이 인기도 많지만 안티도 많아서 …”
최주임이 마이크에서 입을 떨어뜨리며 소근소근 번역을 해주었다.
“아하…!”
인스타 팔로워 2만 정도길래 그냥 대충 유명한 셀럽인 줄은 알았는데.
일본 커뮤니티 사이트 같은 데에서도 화제가 됐던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잘된 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걸 안 들었군요. 공연은 언젠가요?”
“이번 달의 마지막 일요일! 8월 28일입니다! 물론 일본에 못 오시더라도 실망하실 필요 없으세요! 온라인 티켓을 판매하니까요~ 온라인 티켓은 저희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다운받으시거나 앱스토어의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렇지ㅋㅋㅋ 빨기좌를 보려면 돈을 내야지 ㅋㅋ
– 일본까지 따라갈 사람 있을 듯 ㄹㅇ 주말이기도 하고.
솔로 기타리스트가 혼자 인지도를 넓히는 데에는 절대적인 한계가 있다.
중요한 건 노출. 그리고 또 노출이다.
기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지미 핸드릭스는 어디서 들어본 것처럼,
합동 콘서트든, TV 프로그램이든.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름과 얼굴이 계속 노출된다면 결국 이득일 수밖에 없다.
이번 공연은 나에게 있어서 엄청난 호재였다.
규모가 거의 ‘2만’ 정도 되는 합동 콘서트를 성공시킨다?
나 혼자서는 동원할 수 없는 콘서트장에 설 수 있다?
그것도 해외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 난지구반대편까지도갈거야빨기좌사랑햏ㅎ
– 얀데레좌 드디어 왔다!
– 어디 갔었어!!!
방송이 다 끝날 때가 되어서 얀데레좌가 채팅창에 나타났다.
그리고 곧바로,
띠링 -!
경쾌한 superchat 알림음이 스피커에서 터져져 나왔다.
“어 … 안데레좌 괜찮아요? 무리하지 마요. 환불 필요하면 바로 해줄게요.”
“맞습니다! 해드릴게요!”
왜, 좀 그렇잖아.
길 가다가 오백 원짜리 주우면 기분이 좋은데, 100만 원을 주우면 싱숭생숭하잖아.
경찰에 갖다줘야 하는데, 마음 한편으론 나쁜 마음도 들고.
지금 딱 그런 기분이다.
후원으로 100만 원이 터졌다.
동시에,
-응필요없어빨기좌어차피결혼하면빨기좌돈이내돈이지롱
오소소 팔에 닭살이 돋았다.
부르르-!
채팅창을 보고 있던 송아린도 몸을 떨었다.
역시, 얀데레좌를 처음 목도 했을 때의 충격은 정말 어마무시한 법이다.
– 와 진짜 말이 안 나오네 ㅋㅋㅋㅋㅋ
– 사고방식 자체가 다름ㅋㅋㅋㅋㅋㅋㅋ 저건 ㄹㅇ 짭이 따라 할 수가 없음
-일본까지따라갈게히히그다음에는락페스티벌인가?올해까지미국진출하자화이팅
일본까지 따라오려는 거 같다.
온다는데 막을 수도 없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 것이 바로 대인배의 자세 아닌가?
난 대인배다.
와랏!
– 슈퍼채팅 한 번에 100만원을 태운다고?
– 나 같으면 만원씩 쏴서 빨기좌랑 100번대화할듯 ㅋㅋ
– 아니그걸이제말해주면어떡해나쁜사람들아아아아아아아악
– 얀데레좌 댕청하네 ㅋㅋㅋ
– 으아아앙내가피크사려고했는데1등누가했어?알려줄사람
– 그거 짭베이가 가져감 ㅋㅋ
– 돌려보기 해보셈
– ㅠㅠㅠㅠ여기없는거같네아쉽다나중에내가알아볼게.
채팅창이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진작 끝났어야 하는 방송인데.
아쉽지만 오래 끌어도 좀 그럴 거다.
“빨기좌의 해외 진출!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아이리즈랑 포 데이지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우리는 적당히 멘트를 치다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방송을 종료했다.
뭐, 오늘 방송이 이게 끝은 아니지만 서도.
이따가 기습으로 한 번 더 킬 거지만.
우선은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직원들을 도와 스튜디오를 정리했다.
퇴근시간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간 참이다.
할 걸 다 하고 나니, 되게 상쾌한 느낌이다.
밥때도 딱 됐고.
퇴근 러시도 다 끝났을 거 같고.
타이밍 좋네.
“밥 드실 거죠?”
“아, 네!”
“여기서 좀 먼데 괜찮으세요?”
“그럼요! 할 얘기가 얼마나 많은데요!”
우리는 차량을 나눠타고서 오늘의 마지막 코스로 향했다.
위치는 우리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주공아파트 단지의 오래된 상가.
유진이 어머니 가게가 있는 곳이었다.
시간이 꽤 늦었다.
여름임에도, 해가 거의 저물었다.
밥 사준다고 데려오긴 왔는데.
실망했을라나?
“오오 여기는… 숨겨진 맛집!?”
“맛집 냄새가 풀풀 난다!”
“어떻게 찾으셨어요?”
맛집 아닌데요.
“그냥 친구 어머니가 하시는 데예요.”
“아하~”
“그래도 맛집일 수도 있죠!”
맛집에 대한 동경이 있구나.
난 딱히 맛집을 신뢰하지는 않는다.
내 입맛에 맞는 게 맛있는 거지 뭐.
그러니 이 가게도,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이 냄새 하나만으로.
맛집이 될 자격은 충분했다.
팅 팅 –
좁은 문을 당기자 청명한 벨 소리가 울린다.
“어서 오세요~”
그리고, 청명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유진이와 유진이 어머니.
얼굴이 되게 닮았다.
얼굴 유전자는 다 엄마한테서 온 거구나.
“이제야 왔… 어 … 어?”
진득한 당황감이 목소리에서 묻어나왔다.
“어머, 어머!”
유진이 어머니의 반응도 비슷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연예인분들… 이시죠?”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맛있게 해주세요! 많이 주세요! 오늘은 수재씨가 쏜대요!”
후다다다닥-!
마룻바닥 위로 올라가는 세 멤버들.
밥 먹을 생각에 신나 보이네.
솔직히 제육 냄새는 못 참지. 암.
나는 터벅터벅,
최유진에게로 다가가
척, 엄지를 올려 보였다.
“어때.”
“어 … 아… 그 ….”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다.
아이돌을 처음 봐서 그런가?
방송국 카메라로 예쁘게 비칠 정도면, 실물은 말해봐야 입만 아픈 수준이지.
“안녕하세요 어머니. 수재라고 합니다.”
“어머어머, 나 TV에서 봤어요! 기타 엄청 잘 치더라~ 유진이랑 같은 학교라고 했죠?”
“넵! 엄청 친해요.”
“어머어머어머.”
‘어머어머’가 되게 찰지신 거 같다.
“다들 너무 예쁘다~ 오늘 힘 팍! 줘볼게요. 와줘서 고마워요~”
싱글벙글 웃으시며 주방으로 들어가시는 유진이 어머니.
최유진은 아직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나는
“똑똑.”
유진이의 머리통을 두들겼다.
“놀랐… 어. 안 올 줄 알았는데.”
“오늘 온다고 했잖아.”
“아니 그냥….”
최유진이 어색하게 볼을 긁적인다.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한 세 멤버와, 오늘도 어김없이 은근~히 기 싸움을 하는 최주임과 에이트라.
다들 한창인 나이이니 많이 먹지 않을까?
주방에서 곧바로 매콤고소한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맛있겠다.”
“엄마 요리 되게 잘하셔.”
“아침 먹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음.”
“와… 그게 돼?”
“솔직히 죽을거같애죽을거같애.”
배고파서 죽을 거 같다.
하지만 먹기 전에 할 얘기가 좀 많이 남았다.
나는 밖을 가리켰다.
“잠깐 얘기 좀 할래?”
“응? 응.”
요 몇 주 동안 열대야가 장난 아니던데.
오늘은 좀 덜하다.
나는 피곤에 절은 몸을 깨우려 힘차게 기지개를 켰다.
“아~ 오늘로 방학 마지막이네.”
“흐흐. 해외 진출하시는 뮤지션도 학교는 나오셔야죠?”
“그아아아아아!”
사실 학교 가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학생 때는 못 느끼지만, 돌아보면 수업을 받는 건 딱히 그리 힘들지 않다.
아무리 수업이 힘들고 괴롭고 부담돼도 상하차가 더 힘드니까.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 뭔가 알 수 없이 의욕이 충만해지기도 하니까.
“연습 많이 했냐?”
“어어어어엄청 많이 했지. 아, 잠깐만 있어 봐.”
최유진은 이어폰을 꺼내어,
쑥-!
내 귀에 예고도 없이 집어넣었다.
재즈풍의 감미로운 잼이 고막을 간질인다.
괜찮다.
상당히 괜찮다.
입시생이라서 입시곡만 죽어라 팔 줄 알았는데.
뭔가 되게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재즈 잼이었다.
“오 … 좀만 다듬으면 자작곡 되겠는데?”
“그치 그치?”
“이것만 연습해도 입시 붙겠다야.”
“진짜!?”
나 혼자서만 성장한 게 아니다.
혁오도, 도현이도, 소이도,
유진이도.
다 같이 성장하고 있었다.
최유진의 얼굴에 청명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난, 핸드폰을 꺼내어
-찰칵!
건물 간판이 보이게끔 셀카를 찍었다.
“뭐 해?”
“인스타 업로드.”
#락커들의 성지
#맛집
이렇게 하는 건가?
맞겠지 뭐.
“그렇게까지 안 해줘도…”
“이렇게까지는 해 줘야지. 친군데. 그리고 이따 생방송도 할 거야.”
“뭐!?”
인스타에 게시글이 자알 업로드됐다.
나는 최유진의 얼굴을 살폈다.
평소 보던 그 얼굴이었다.
내 기억 속에 있던, 그 얼굴이었다.
겉은 활기차 보이면서도, 만성적인 피로함이 느껴진다.
… 뭐랄까.
피로는 좀 없어지고.
활기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근데 내가 성형외과 의사도 아니고.
남의 얼굴을 얼마나 주무를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회귀까지 했는데, 얘도 좀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잘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유진이네 가족 전체가 잘되어야 한다.
“나중에 막 가게 큰 데로 옮기는 거 아니야? 흐흐흐.”
“… 김칫국은 왜 네가 들이켜!”
짝 -!
최유진이 내 등짝을 아주 강하게 두들겼다.
동시에, 고개를 푹 숙였다.
“고마워 ….”
“에이 뭘.”
“… 예전부터 고마웠어.”
“그래 임마. 나중에 가게 옮기면 말해줘. 위치 재업로드 해줄게.”
“에이… 또 혼자 급발진한다!”
“세상일은 모르잖냐.”
건물 위치만 홍보해서는 의미가 없다.
가게를 하다 보면 이상한 변수를 잔뜩 맞닥뜨리게 되니까.
뭐니 뭐니 해도 누가 음식을 만들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
나는, 나름 힘닿는 대로 유진이네 가게를 도와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저기 들고 온 기타도 줄게.”
“어…? 왜? 동생은 챌린지 떨어졌는데?”
“1등이 안 가져간단다. 지금 집에 있지? 불러봐봐.”
“…어… 으응.”
얼마 지나지 않아 최유진의 동생이 아주 잽싸게 튀어왔다.
“우, 우와아아아! 빨기좌다!”
“그래 빨기좌다. 기타 갖고 싶니?”
“네 …!? 기타요!? 골-든 기타요!?”
“그래. 골-든 기타.”
“갖고 싶어요!”
골-든 기타는 잼민이의 손에 넘어갔다.
하드케이스를 열 줄 몰라 낑낑거리길래 꺼내줬더니 바로 잡아서 튕기더라.
진짜 그 나이대에서만 볼 수 있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이었다.
“저는 빨기좌랑 누나 같은 기타리스트가 될 거예요!”
“….”
최유진이 얼굴이 서서히 붉어졌다.
“그래 … 그, 뭐냐.”
이럴 때는 대체 뭐라고 답을 해줘야 할까?
암만 생각해 봐도 딱히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그러니 나는, 언제나 하는 말을 했다.
“연습 열심히 해라.”
“네!”
8월 16일 수요일.
여름방학의 마지막 밤에는,
선선하면서도 붉은 향취를 담은 바람이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