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72
176화. 슬기로운 임시밴드 (4)
“미, 민서야 나 먼저 가볼게 ….”
문 뒤에서 상황을 살피던 같은 반 여자애가 줄행랑을 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민서가 입을 열었다.
“하고 싶어.”
“….”
“너랑 같이 무대에 서보고 싶어.”
영롱한 목소리가 고막을 간질인다.
뭔가 되게 애틋하면서도 처절함이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
‘하기 싫어’ 라든가.
‘특별히 해줄게’ 라든가.
내가 예상하고 있던 하민서다운 대답은 이랬다.
근데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와우.”
도현이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나도 같이 내뱉으려다가 간신히 입을 틀어막았다.
“아까 부럽냐고 물어봤을 때… 솔직히 부러웠어. 그러니까 나도 끼워주면 안 돼? 잘할게.”
“….”
원래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는데.
100%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맞는 경우가 많긴 한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하민서의 내면에서 어떤 심경 변화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 눈을 보고 있자니,
“그래, 같이 하자. 반대하는 사람?”
한 번쯤은 속아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컬 있으면 좋지.”
“인정.”
“민서는 거의 가수잖아.”
“나도 … 괜찮다고 생각해.”
나는 하민서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원체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 완전히 신용은 못 하겠다.
그러니까.
“잘해보자.”
“… 응!”
앞으로 더 알아가면 될 것이다.
“오 ….”
“분위기 완전 청춘만화.”
청춘만화는 개뿔.
합주곡이 라이징 포스인데 도저히 훈훈해질 수가 없지.
“우선 같이 노래 들어보다가, 한 시간 뒤에 맞춰보자.”
“그래!”
“그래.”
나를 포함해서 일곱 명.
기타만 다섯 명.
머릿수가 참 많다.
아마 락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팀 중에 최다가 아닐까 싶다.
근데 이렇게나 사람을 모아놓고 평범하게 간다?
말이 안 되지.
‘수’의 이점을 충분히 살려야만 한다.
티링-!
하민서가 노래를 들으러 가자마자 내 핸드폰이 울렸다.
마크 메이어였다.
>>>> My friend participated in the Korean rock festival <<<<
★★★★ https://www.youtube.com/watch?v=IURIOdasdsDIkhl ★★★★
존나 외국 스팸 광고 같은 메시지였다.
나는 거부감 없이 유튜브 링크를 터치했다.
동시에,
옆에서 내 핸드폰을 힐끗거리던 소이가 움찔! 몸을 떨며 두 발자국 물러났다.
“… 어우….”
“아….”
그래, 인터넷 기사 보다가 야리꾸리한 광고 나와서 급하게 핸드폰 숨긴 적 다들 한 번쯤은 있잖아.
‘성인물’까지는 아닌데,
모르는 사람 앞에서 대놓고 보기는 좀 그런 게 있잖아.
내 핸드폰에 비친 건 딱 그랬다.
“김수재 뭐 봄?”
“속 안 좋냐?”
“안색이 왤케 파래 …?”
부들부들 손을 떨던 나를 발견한 친구들이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
“…!”
안색이 같이 나빠졌다.
“이, 이건 대체 ….”
터질 것 같은 검은색 레자바지의 뒤태가 핸드폰 화면을 가득 메웠다.
잉베이 스타일의 기타소리가 들려오긴 하는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으… 엉덩이….”
“우웩.”
우리는 중년남성의 엉덩이를 강제로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임에도, 눈을 떼기가 엄청나게 힘들었다.
“김수재 왜 이런 거 봐…?”
“음반회사 지부장이 보냈어.”
“지, 지부장님이 이런 거 좋아하셔!?”
“아니 그게 아니라.”
말을 대체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
애들은 눈을 질끈 감거나 돌려버렸다.
유일하게 시선을 떼지 않은 것은 도현이뿐이었다.
“약하군.”
“뭐, 뭐?”
“난 김현모 선생님 팬이거든.”
“그렇구나.”
전설의 베이시스트의 팬이구나.
눈을 뜨면 지옥, 눈을 감으면 천국이 펼쳐지는 위대한 연주를 보여주시는 위대한 분이시다.
그리고 이 영상의 주인공 또한,
카메라 구도를 진짜 개같이 잡은 잉베이 싱크로율 99.9%의 아재 또한.
비슷한 부류가 아닐까 싶다.
“레자 바지라 ….”
나는 핸드폰을 주시하면서 그리 중얼거렸다.
“….”
“갑자기 존나 불안한 느낌 드는 거 나만 그러냐?”
“나도 그럼 시바….”
“뭔데?”
“왜 이걸 아직도 보고 있어!”
내 의지로 보고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보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 뭐, 이것도 다 입으라고 만들어 놓은 거니까.”
“….”
“내가 생각이 짧았던 거 같아.”
“아니 잠깐만.”
“수, 수재야….”
“여자 연예인들도 많이 입잖아? 맞아 맞아.”
“야 시바 말려!”
도현이가 내 목과 허리를 부여잡았다.
혁오는 그 틈을 타 내 입을 손으로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추악한 방해공작에 절대로 굴하지 않았다.
“잉베이가 입는다면, 나도 입겠다.”
“…!”
“아, 아아아.”
“그것이 [기타리스트]니까.”
“안돼애애애애애!”
– –
hi, my friend.
How about the video I uploaded? It was over 100,000 views in a day.
I showed you a preview, so you should show it too.
You don’t have to answer this message.
Show us the video.
up the ante.
And,
good day, good performer.
– Yngwie Johann Malmsteen
반갑다.
내가 올린 영상 어떠냐?
하루 만에 조회 수 10만이 찍혔는데.
맛보기 보여줬으니, 너도 보여줘야지.
이 메시지에 대답할 필요는 없어.
영상으로 보여줘.
판을 키우자고.
그럼 좋은 하루 보내라.
– 잉베이 조핸 말름스틴
– –
락 페스티벌을 위한 준비는 척척 진행되었다.
사실 노래든 기타든 다 똑같다.
블루스 한 우물만 파던 사람이 ‘재즈’를 아예 못하지는 않는 것처럼,
헤비메탈 신자가 ccm 연주도 가능한 것처럼.
같은 분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옆 장르를 소화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하민서도 그랬다.
가요 가수를 목표로 하는 애지만, 락 스타일 노래도 꽤 괜찮게 부르더라.
“와 … 보컬 있으니까 진짜 밴드 같네.”
“그러게 ….”
노래 부르는 도중에 스크래치를 빡 넣던데, 목청이 좋아서 그런지 뇌가 막 울리더라.
하민서는 되게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하니까, 덩달아 다들 열심히 했다.
‘하민서 인성’을 직접 옆에서 경험한 도현이, 혁오, 소이 또한.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을 옆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메시지 또 옴.”
“여기서도 잉베이라고 하네 ….”
“징하다 진짜.”
“어떡할 거냐?”
“이에는 이야. 나도 찍어야지.”
“올~”
“수재화이팅….”
“소이야 너도 같이 해야 돼.”
“으… 응?!”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렉트릭 어쿠스틱’의 자연스러운 사용 방법 또한 다 강구해 두었다.
잉베이 왕팬의 장난 아닌 실력에, 나는 결코 위축되지 않았다.
승부를 건다면, 똑같이 맞춰서 받아쳐 주면 된다.
똑같이.
‘똑같이’ 말이다.
9월 2일 방과 후.
나는 곧장 동대문 도매상가로 향했다.
인터넷에 남자 레자바지 검색해봐도 그냥 힙해 보이는 펑퍼짐한 바지밖에 안 팔더라.
나는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다.
쫙 달라붙는,
보기만 해도 락 스피릿이 느껴지는 그런 물건을 원한다!
“레자바지 있어요?”
“레자 …?”
처음 만난 상인은 묘하다는 듯한 눈빛을 띠며 ‘3층으로’ 가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3층에 도착한 나는 …
“아 … 파는구나.”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세상의 깊이가 얕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체 어디서 파는 건지 되게 궁금했었는데.
무슨 희귀 템인 줄 알았는데.
파네?
“이거 주세요.”
“빨기좌…?”
동대문 상인까지 나를 알아보다니.
운수가 참 좋은 날이다.
“빨기좌 맞죠? 반가워요! 음악 잘 듣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이야~ 살다 살다 여기서 빨기좌를 다 만나네 ….”
여기 찾아오는 연예인들이 적지는 않을 텐데.
30대 중반의 ‘가죽 전문점’ 사장은, 나를 만난 게 여간 기쁜 모양이었다.
“근데 이건 어디에 쓰려고 하시는지 ….”
매대 구석에 처박혀 있던 남성용 레자 바지는 세월의 향취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꽤나 오랫동안 악성 재고로 남아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
“입을 겁니다.”
잘 입어줘야 할 거 같다.
“이, 이걸 입을 거라고요?!”
사장은 눈을 땡그렇게 뜨며 놀랐다.
“옙.”
“아니 이거 … 남성용으로 나온 건 맞는데 … 꽉 끼실 텐데 ….”
“꽉 끼겠죠. 보기에도 이상할 거고, 불편할 거고….”
“맞아요 맞아. 이거 말고 저기 통 넓은 거 있으니 그걸로 보여드릴 ….”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통 넓은 레자바지의 시대는 갔습니다.”
“네… 네?”
“이제부터는 이게 유행입니다.”
“…!”
뭐라는 거야.
나도 내가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어그로 끌고 싶어서 사는 거예요’라고 대답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말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아서 말이다.
“이럴 수가 ….”
좀 억지였나?
“빠, 빨기좌가 이걸 입으면 …! 그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뭘요?
“대량 주문해놔야겠어요.”
대체 왜요!?
“대, 대량 주문하신다고요?”
“폐션의 유행은 회사나 업자가 아닌 개인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 하더군요.”
“….”
“어느 쪽이 옳든 간에,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옷 장수한테는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방금 흐름을 느꼈어요.”
그런 건가…?
“그렇군요.”
“이 바지는 어디서 입을 예정이신가요?”
가죽점 사장의 눈이 반짝반짝하게 빛났다.
원래는 숨기려고 했는데, 어제 계획이 바뀌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냥 사실대로 말했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
“가겠습니다. 많이 파십시오!”
나는 꾸벅, 고개를 숙인 후 다시금 학교로 돌아갔다.
그리고 교문 앞에서 에이트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준비 전부 다 됐습니다.”
– 바로 가겠습니다!
“옙!”
잉베이 왕팬은 유튜브 영상으로 나를 도발했다.
그러므로 나 또한 영상물로 상대할 생각이다.
친구들과의 상의는 전부 끝나 있었다.
“김수재 빨리 갔다 왔네.”
“우와악!”
“꺄아아아악!”
사흘 동안 합주를 조지니 라이징 포스도 대충 ‘들을 만하게’ 구색이 갖춰졌다.
유튜브용 몇십 초짜리 영상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와 실물 진짜 ….”
“….”
여자애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혁오의 안색 또한 굳어졌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건 도현이뿐이었다.
“진짜 개극혐이네.”
“인정.”
“보다 보면 괜찮아질 거임.”
“리얼?”
“리얼?”
그래야지 않겠어?
안 그러면 어떻게 연습을 해?
“너 그러고 온 거냐?”
“학교에서 갈아입음.”
“다, 다행이다아 ….”
여자애들은 자기가 다 다행이라는 듯이 이마를 팔로 쓸었다.
“심장 떨어질 것 같아 ….”
한 성깔 하는 하민서도 이건 못 참겠나 보다.
“오늘만 입고 제발 평소에는 입지 말아줘.”
“부탁이야.”
“제발!”
남의 패션 관심이 엄청 많구만.
“난 괜찮은 거 같은데…”
“소이 제정신이야!?”
“어디 아파!?”
“아, 아니이…”
“알았어 알았어.”
나는 간신히 친구들을 진정시킨 다음, 에이트라를 기다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트라가 학교 연습실로 찾아왔다.
에이트라도 바지 보고 놀라더라.
우리는 곧바로 미리 협의를 구해둔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서,
“이걸 꼭 입어야 돼?”
“싫으면 레자바지 입어도 되는데.”
“아니야 이거 입을게!”
“꼭 입을게!”
검은색 망토 후드를 착용한 뒤,
잉베이 왕팬과 대적하기 위한 동영상을 찍었다.
배경으로 쓰일 하늘도 핏빛으로 딱 좋고,
촬영도 시간도 한 20분밖에 안 걸렸고.
편집본은 1분도 채 안 나올 거다.
하지만,
제대로 찍혔을 것이다.
우리의 ‘새로운’ 라이징 포스가 말이다.
“와 … 기타 소리 진짜… 말도 안 되네요!”
“그쵸?”
“어쿠스틱스럽긴 한데, 소리가 더럽고 예뻐요!”
통기타를 락 페스티벌에 갖다 쓰는 것.
매우 어려운 주문이다.
따로 어쿠스틱용 자작곡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진짜 한참 고민을 했는데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더라.
그래서 나는 생각을 바꿨다.
라이징포스의 ‘락킹’함은 그대로 살린 채로, 어쿠스틱 기타의 매력을 강조시킬 만한 ‘묘수’를 떠올렸다.
“아, 에이트라님.”
“네?”
“그 … 영상 맨 마지막에 질문 하나만 넣어도 될까요? ‘기타리스트 다섯 명이 사용하는 앰프의 수는?’이라고 써주세요.”
“넌센스 퀴즈인가요?”
“맞아요. 상품이랑 정답은 락 페스티벌 당일 발표!”
“뭔진 모르겠지만 재밌겠는데요?”
상품도 모르고, 정답의 힌트도 없다.
그러니 아무도 못 맞출 것이다.
“그런데 답은 뭔가요?”
“답은 ….”
씨익,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서 아주 당당하게.
나만의 계산방식으로 나온 정답을 입에 담았다.
“120이요.”
-동영상
-[티저] 빨기좌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참전 선언 ! 그리고 또 하나의 소식 …
조회수 1,260,498 1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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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0 29
A-tra
구독자 129만 명 구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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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이트라입니다.
이번에 빨기좌가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참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소식!
빨기좌가 드디어 ‘엔도서’ 역할을 맡게 되었어요!
1/15
흑흑 ㅠㅠ 빨기좌를 처음 봤던 게 벌써 엊그제 같은데 …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축하해주세요!
축하축하!
짝짝짝!
댓글 1072
-혹시 영상 지옥에서 찍으셨나요?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핏빛 하늘, 이상하리만치 꽉끼는 검은색 레자바지, 검은 망토를 두른 이교도, 괴상하게 생긴 어쿠스틱 기타.
뭐하나 정상적인 게 없다.
ㄴ 영상미 진짜 레전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뭔가 아름답긴 한데 아름답지가 않아 …
ㄴ ㅇㅈ
– 처음 재생했을 때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매우 곤란했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ㄴ 지금은?
ㄴ 시선 존나 잘 두지
ㄴ 어디다 두는데?
ㄴ 엉덩이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 정도 규모의 소식을 1분짜리 영상에 다 때려 박는다고? 10분 20분 뇌절에 그랜절로 영상 늘려도 아무도 뭐라 안 할 텐데.
ㄴ 영상 길이는 1분, 체감상으론 10초.
ㄴ 돈을 포기하고 멋을 취하는 자. 간결해서 좋네요
ㄴ 아니 ㅋㅋㅋ 적당히 간결해야지 ㅋㅋㅋ
ㄴ 렉카 갈고리 걸려고 헐레벌떡 뛰어왔는데 바퀴밖에 없어.
ㄴ 네다레
– 보컬 누구예요?
ㄴ 빨기좌랑 같은 회사 여자애 같네요. 목소리 들어보니까 알겠음.
ㄴ 락 잘 부르네. 그냥 락 가수 하면 안 됨?
ㄴ 우리나라에서 락 부르라고 하는 건 저주하는 거 아님?
ㄴ ㅈㅅ
ㄴ ㅋㅋ
– 빨기좌의 빅밴드 ㄷㄷㄷ 라이징 포스 ㄷㄷ
ㄴ 근데 왜 갑자기 라이징 포스?
ㄴ https://www.youtube.com/watch?v=aiutgkd8as67
ㄴ 이거 때문이구나
ㄴ 왜 시발 여기서도 검은색 엉덩이가 나오는 거냐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잉베이짭도 구력 장난아닌 거 같은데ㅋㅋㅋㅋ
ㄴ 잉베이 없는 잉베이 미러전 ㅋㅋㅋㅋㅋㅋㅋㅋ
– 빨기좌랑 엔도서 계약 체결한 회사가 어디임?
ㄴ https://sehu-rain.com 여기임
ㄴ 오
ㄴ 와 ㄷㄷ
ㄴ 이게 다는 아닌 거 같은데.
ㄴ 외 않임?
ㄴ 좀 이상하지 않음? 저 회사랑 계약 맺어서 광고 겸 찍은 거면 펜더, 깁슨기타가 영상에 왜 등장함?
ㄴ 그렇네?
ㄴ 합리적 추론 ㅇㅈ합니다.
ㄴ 뭔가 더 남음. 페스티벌까지 언제 기다림 ㅅㅂ
ㄴ 오래 참았는데 더 참아야 되네. (7시간 전)
– 순간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부정하기가 힘들었다.
인정했다.
그리고 나도 구입했다.
ㄴ 대체 뭘 구입한 거야?
ㄴ 레자바지
ㄴ 하지마
ㄴ 제발 ㅠㅠ
ㄴ 나는 빨기좌가 이끄는 신세대 유행에 따를 것이다.
ㄴ 인정한다. 나도 간다.
ㄴ 이제 홍대 볼만하겠네 ㅋㅋ
ㄴ 어이 홍대생, 그 앞은 [지옥]이다.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얌전히 자취하던 홍대생 봉변ㅋㅋㅋㅋㅋㅋ
“흐흐흐흐.”
성수동에 위치한 호화 아파트.
방 한 개가 원룸 두세 개만 한 널찍한 공간과, 반딱반딱한 리얼 대리석 바닥.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창문 뷰.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궁전 같은 집이었다.
그리고 그 궁전 은 집에는 ‘공주’가 살고 있었다.
애쉬 그레이색 펌 머리칼을 베이스로, 보라색 부분염색을 한 특이한 헤어스타일.
오똑한 코에 초롱초롱한 눈망울.
살면서 예쁘다는 소리는 꽤 많이 들었다.
근데 주변에 워낙 예쁜 애들이 많아서 그냥 그러려니 살았다.
하지만,
‘그날’로부터.
소규모 콩쿠르가 열린 3월부터,
그녀는 자신이 예쁘게 태어난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었다.
“흐흐흐흐.”
광대하고 쓸쓸한 집구석 한켠의 침대에 위에서, 애벌레처럼 이불에 파묻힌 소녀가 웃음을 흘린다.
정신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조건반사였다.
화면에 비치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웃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그녀는,
하루종일.
빨기좌를 염탐했다.
어제도, 오늘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이다.
자신보다 빨기좌를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긴 할까?
이것이 바로 빨무일체의 경지가 아닐까?
“너무 좋아.”
한초율은 언제나와 같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댓글 창을 터치했다.
원래 10대 때 아이돌, 배우, 가수를 보며 덕질을 하는 것은 꽤나 흔한 일이지 않은가.
그러니 지금 자신이 하는 짓 또한 …
-빨기좌사랑해나도영상많이돌려봤…
흔한 일일 것이다.
“아니, 아니야. 좀 더 사랑을 담아야 해!”
힘들게 써둔 300자짜리 댓글을 싹 다 지워버린다.
그리고 또다시, 지문을 없애버릴 기세로 핸드폰을 두들긴다.
남들은 ‘얀데레좌 어서 오고’라며 가볍게 흘려넘기는 댓글일 뿐이지만, 그녀에게는 아주 심사숙고를 거듭한 희대의 명문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
– 빨기좌각선미까지완벽해내가입어도저렇게는못살릴…
흠 …
외모 칭찬은 좀 아닌 거 같다.
완벽한 외모를 칭찬해 봤자 별 감흥이 없을 것이다.
“왜 이렇게 잘생긴 거야 ….”
더 이상 칭찬할 게 남아 질 않잖아.
사기 아냐!?
한초율은 힘차게 손톱을 입으로 물어뜯었다.
그리고서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집을 나섰다.
원래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상쾌한 정신이 필요한 법이다.
아무 생각 없이 싸 재끼는 것이 아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외심이 들게 하는,
일종의 [예술].
첼로와 똑같다.
하나의 완벽한 단문을 구사하려면 그에 걸맞은 정신적 성숙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 과정 또한 …
“학생 또 왔네?”
“안녕하세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한초율은 아파트단지 바로 앞의 프렌차이즈 핫도그 집에서 통모짜를 시켜서 입에 물었다.
그리고 또다시 댓글 작성에 들어갔다.
지방이 위장에 들어가니 머리가 좀 잘 돌아가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빨기좌너무사랑해핏빛하늘아래에서친구들이랑사랑밴드를하는모습도너무좋은거같아
다음엔 … 다음엔.
뭐라고 쓸까?
“음 ….”
“[바빠 보이는군.]”
“…흡!”
한초율은 뜨거운 핫도그 뱉어버렸다.
원래 이건 입천장이 까질랑말랑 뜨겁게 먹는 맛에 먹는 건데.
강약 조절에 실패해버렸다.
입천장 다 대였다!
그리고 그 원인은,
“레자바지?”
처음보는 이상한 외국인 중년남성에게 있었다.
“….”
“… [누구?]”
“[나?]”
키가 크다.
기럭지가 길긴 한데, 그렇게 길어 보이지가 않는다 ….
꽉 끼는 바지 때문이다.
같은 바지를 입어도 이렇게 핏이 다를 수가 있구나.
한초율은 내심 터져 나오려고 하는 감탄을 간신히 억눌렀다.
“[지나가는 사람?]”
“[이상한 사람 같은데요?]”
“[그렇게 생각해도 되고.]”
얌전히 핫도그나 사 먹는 학생의 핸드폰을 훔쳐보다니.
아무리 봐도 이상한 사람이 맞았다.
“[여튼, ‘그’의 유튜브를 시청하는 걸 보아하니, 너도 락 페스티벌 보러 가려는 건가?]”
“[당연하죠.]”
“[빨기좌가 이번에 기타 걸고 대결하는 건 알고 있고?]”
“[당연하죠!]”
화제가 됐다.
기타빵이라니.
도저히 안 볼 수가 없다.
이미 커뮤니티에서는 ‘무조건 보러 가야 한다’라며 의견이 합치된 상태였다.
“[상대가 누군데?]”
“[… 그 뭐였지? 뚱뚱한 외국인이던데. 당신 같이요]”
“[일반인한테 정보가 퍼지지 않은 건 확실하군…]”
눈치 없는 사람, 이상한 사람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눈 앞에 있는 남자 또한, 그런 부류이리라 한초율은 단정했다.
“[빨기좌의 기타, 아주 매력적이야. 갖고 싶어.]”
“….”
“[연주력도 탐나고. 언제 한번 미국으로 불러야 하는데 … 이번이 딱 좋은 기회지.]”
빨기좌의 미국 진출 같은 건 거의 확정 아닌가?
자신은 시간 내서 따라가면 된다.
돈은 많다.
일본 때처럼 걔 만날 걱정은 안 해도 될 거고.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처음 보는 외국인 아저씨가, 왜 ‘개인적인 희망’을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걸까?
“[뭐예요 당신?]”
“[나?]”
정체가 궁금해졌다.
외국인 중년 남성은 피식, 썩소를 지으며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그리고서 …
“[여깄습니다.]”
가게에서 뛰쳐나온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에게 엄청난 양의 핫도그를 건네받았다.
“[기타를 제일 잘 치는 사람?]”
“… 뭐라고요?”
도저히 그냥 넘어가기가 힘든 대답이었다.
“[빨기좌가 제일 멋지고 예쁘게 잘 쳐요. 내가 감동 받았을 정도니까.]”
“[… 꼬맹아, 네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는데,]”
뚱뚱한 중년 외국인 남성은 멋대로 일회용 소스 팩을 뭉텅이로 집어 들고서, 종이봉투 안에 때려 넣었다.
“[세상엔 아무리 천재라도 극복할 수 없는 게 있는 거야.]”
“….”
“[난 한국어 못하니까 대신 댓글 좀 달아. 영상대로 간다면, 기타를 빼앗기게 될 거라고.]”
“[당신 설마 …]”
순간 머릿속에 번뜩임이 몰아쳤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외견이라 단 한 번밖에 시청하지 않았음에도, 머릿속에 강렬히 박혀버린 그 영상.
그 영상에 나온 사람은 분명 …
“금팔찌 …?”
검정 레자 바지에, 저런 금팔찌를 차고 있었다.
“[너 영어 되게 잘하네. 공연 잘 보라고 꼬맹아.]”
“….”
한초율은 빨기좌를 좋아했다.
온전히 자신의 아이디어는 아니었지만, ‘얀데레좌’로서의 자부심이 있었다.
“아가씨!”
“여기 계셨군요!”
그렇기에 산책하는 것만으로 경호원이 따라붙는 상황에서도 덕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방금 대화로 뭔가,
“느낌이 안 좋아.”
느낌이 안 좋아졌다.
자신의 ‘덕질’을 위협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음식이 입에 안 맞으셨나요?”
“그건 아니야. 방금 만난 이상한 아저씨 때문에….”
“… 경로와 신상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아니, 됐어.”
촉이란 게 있다.
그리고 그 촉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더욱더 강력하게 발휘되는 법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빨기좌는 …
아니,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저 이상한 외국인 아저씨가,
동영상의 ‘주인’이, ‘가짜’가 아니라면 …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참가자 조사를 좀 해야겠어요.”
“전달하겠습니다.”
“아, 댓글도 달아야지 참.”
한초율은 곧바로 다시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아까 쓰던 문장을 마저 작성해 나갔다.
-빨기좌너무사랑해핏빛하늘아래에서친구들이랑사랑밴드를하는모습도너무좋은거같아너무다른애들한테한눈팔지는말궁ㅎ그런데내가사실이번에얻은정보가있는데빨기좌걱정돼서남겨봐영상나온대로가면조금위험?한거같아나빨기좌가슬퍼하는모습보기싫어서말해주는거야착하지히히뭔가그영상에있는아저씨심상치않고기분나빠 ㅠㅠ
혹시 모르니까.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니까.
빨기좌를 위해서라면, 다소의 신상노출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언제까지고 숨어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신상 노출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ㄴ 와 얀데레좌오늘 레전드로 문장 기네
ㄴ 뭔 소리임? 안 읽었음. 너무 긺.
ㄴ 빨기좌한테 뭔 위험이 생긴 거임?
ㄴ 얀데레좌는 답을 알고 있다 ㄷㄷㄷ
댓글을 달자마자 대댓글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댓글창 상단에 노출이 계속되면 빨기좌의 눈에 들어가니까 일단 안심을…
ㄴ아니그건걱정할필요없어ㅎㅎ네가누군지는모르겠는데빨기좌가그렇게쉽게질리가없구영상에있는대로나갈리도없을거같구빨기좌는히히히내가영원히바라보면서지켜줄건데그러니까안심하고두발쭉뻗고자면될거같아
“뭐야 이거 ….”
한초율은 까드득,
이를 갈았다.
그리고
ㄴ 미러전 떴다.
ㄴ 와 실시간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팝콘가져와!!!!!!!!!
얀데레 미러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