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73
178화. 필승과 필승의 페스티벌 (2)
한국의 탑 티어 기타리스트가 남긴 명언이 하나 있다.
‘공연 중에 실수를 한다면, 연습량이 부족한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이게 대체 뭔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는 말이다.
운이 안 좋았다던가.
그날따라 정신이 멍했다던가.
날씨가 쌀쌀해서 손가락이 좀 굳었다던가.
실수의 원인은 여러 종류가 있으니까 말이다.
나도 처음에는 납득이 잘 안 됐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며 실력이 쌓이고 나니까 알겠더라.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탑 티어급에 오를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공연 중에 나오는 실수는 전적으로 연습이 부족한 탓이다.
실력을 쌓으면, 결국 자잘한 변수를 무시할 수 있게 되니까 말이다.
대충 연습해놓고, 합주 중에 한두 개 틀려도 무시하고서
‘아 시바 어떻게든 되겠지.’
라며 기도메타 빌드를 쌓고 있으면 도저히 발전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완벽한’ 무대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완벽한 무대를 목표로 연습하다 보면 결국 완벽함에 가까워진다.
그러니 우리는 연습을 했다.
점심시간, 방과 후, 주말 짬짬이.
한 2주 정도 찰떡처럼 붙어 다녔는데,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괜찮아지더라.
어릴 때는 ‘뇌가 말랑하다’라는 게 뭔 개소리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나이를 먹고 나니 잘 알겠더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다.
깨닫기까지의 시간이 다르다.
혁오, 도현이, 소이, 최유진, 윤수빈, 하민서.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실력이 껑충 뛰어버렸다.
지이잉-!
괴상하고 요상하며 영롱한 기타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다섯 대에 달하는 서로 다른 기타가 만들어내는 하모니.
일렉기타의 오케스트라.
저음에서 작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베이스와,
곡의 분위기에 맞춰 찢어질 듯 킥을 때려대는 드럼.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탄 청량하면서도 강렬한 보컬.
완성됐다.
악으로 깡으로 대가리 깨질 정도로 시간을 갈아 넣어 완성시키고야 말았다.
저세상 라이징 포스를 말이다!
“이게 되네 ….”
“결국 됐네 ….”
우여곡절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윤수빈이 뮬에서 심벌 세트 싸게 업어온 거 하루 만에 다 깨져서 개뻘짓으로 시간을 좀 날려 먹기는 했지만,
소이가 기타 락카 도장 갈라진 거 손톱으로 야금야금 뜯다가 쫙 뜯겨서 거의 하루 동안 정신이 나가버리긴 했지만,
도현이가 갑자기 스댕줄로 바꿔와서 사운드 다 틀어져서 구박받기도 했지만!
여튼 뭐 어찌 되었건 간에.
잘 됐긴 했다.
9월 16일 금요일 오후 4시.
다운 엔터테인먼트의 스튜디오.
회사는 연휴 동안 불 꺼질 새가 없었다.
추석 연휴도 우리를 막지는 못했다.
지방으로 내려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큰집 가서 친척들한테 음악으로 어떻게 먹고살래 소리 듣기 vs 서울에 남아서 연습하기
고르라면 당연히 후자 아닌가?
모두가 동의하는 바였다.
“기타만 다섯 명이라 하셔서 처음엔 긴가민가했었는데… 이젠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너무 좋아요!”
아리송한 표정을 짓던 황 프로듀서는, 결국 순수한 감탄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도 본가가 서울이었기에 사흘 동안 줄곧 우리와 함께였다.
“흐흐흐.”
“흐흐흐흐.”
“에헴!”
나랑 친구들은 그냥 웃었다.
평소에 웃음기 하나 없던 하민서도, 그냥 열일곱 살짜리 같이 웃었다.
웃지 않고서는 못 배길 상황이었다.
“으아! 너무 힘들어!”
“프로듀서님! 저희 음료수 마시면 안 돼요?”
난 처음 세션 뛸 때 쿠사리 오지게 먹어서 스튜디오 갈 때마다 청심환 먹었었는데.
에잉 쯧쯧.
요즘 것들이란.
세상 살기 참 편해졌어.
“얼마든지요! 아, 모니터링 한 번 더 한 다음에 이동하실게요!”
“네에에!”
우리는 목을 축인 다음 다시금 합을 맞추었다.
그리고서, 마지막 코스를 앞두었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 코스를 말이다.
“드디어 실물 영접시간이네요….”
“아슬아슬하게 딱 맞았어요.”
“김수재 운빨맨.”
“리얼.”
“가즈아!”
“가자아!”
“가, 가자!”
대형 무대는 뮤지션 혼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연출, 음향, 소품, 기획 등등.
정말 수많은 인력이 들어간다.
일곱 명의 무대를 위해 최소 100이 넘는 사람들이 고생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촉박하고 예측 불가능했던 게 바로 ‘앰프’다.
사람 손을 탈 수밖에 없는 물건이라 생산 속도가 느렸던 것이다.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는 대답을 듣긴 들었었는데, 마침 딱 아슬아슬하게 대여 일정이 잡혔다.
우리는 곧바로 남양주에 위치한 레인악기 뮤직 제2 공장으로 이동했다.
하늘을 덮은 노을 아래를 달리자,
한적한 공장 옆에 쌓인, 이미 다 개봉된 앰프들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레인악기 뮤직의 신제품
Bbal – 1 이다.
“진짜 … 진짜 고생하셨습니다!”
나는 마중 나온 공장 직원분들과 본사 직원분들께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감동스럽다.
이걸로 꿈에 그리던 광경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다 직원분들이 힘써주신 덕이었다.
“테스트하셔야죠?”
“당연하죠!”
“하하, 우선 20대만 연결해 볼까요?”
기타의 신호를 유전원 분배기로 분배해서 여러 앰프에 꽂고,
프리앰프에서 나온 리턴 시그널을 다시 다른 앰프에 분배하고.
앰프 120대를 쓰기 위해서는 복잡한 세팅이 필요했다.
근데 뭐 이미 공장에서 테스트를 마친 상태라, 딱히 내가 손 델 게 없긴 했다.
이제 트럭으로 옮겨서 무대 구석에 차곡차곡 쌓기만 하면 된다.
이 구성 그대로 관객들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실물깡패다아 ….”
“소이야 진짜 괜찮아?”
“120대나 써서 미안해.”
“한 번 쓰면 중고 되잖아….”
“그, 그러니까 괜히 김수재가 욕심부려서!”
아니 그게 내 탓이 되나?
제의했고, 수락을 받은 것뿐인데.
무대에서 딱 한 번만 사용한 거면 그리 감가가 심하지는 않을 텐…
“괜찮아. 오히려 좋아!”
“….”
“볼래?”
소이는 곧바로 핸드폰을 켜서 내밀었다.
화면을 확인한 나는,
“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어우야.”
“어, 엄청난데?”
친구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그치?”
소이의 핸드폰에 비치는 것은, 레인 악기 뮤직의 메인 홈페이지였다.
‘이상한’ 메인 홈페이지였다.
– –
★빨기좌가 직접 사용한 의문의 앰프 랜덤박스★
++++ 레인 악기 뮤직 신제품! ++++
))))) Bbal – 1 (((((
예약 9월 15일 ~ 9월 18일
당첨자 발표 : 9월 19일
가격 : 790,000
– –
….
눈앞에 있는 앰프를 미리 팔고 있는 것 같다.
엄청난 가격으로 말이다!
“….”
“랜덤박스 …?”
“이, 이게 대체 뭐꼬.”
“가격 뭐임?”
앰프 하나에 41만 원이라고 들었었는데.
왜 중고품이 79만 원인 거야…?
왜 이렇게 폭리를 취하는 거야 …!?
“그… 우리가 쓰는 120대에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어….”
“프리미엄?”
“우리가 사용한 게 프리미엄이 붙어!?”
“아유~ 붙죠 붙죠. 빨기좌가 썼던 기타 줄만 갖다줘도 새 줄값 내고 살 사람 많아요~”
사정을 알고 있던 현장 직원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그 정도임?”
“팬티 팔아도 되겠다.”
“팬티는 좀.”
“기타줄은?”
“쌉가능.”
여자애들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헌 줄 줄게 새 줄 다오.
얼마나 좋아?
진정한 창조경제 아니야?
“쳐보시죠!”
공작 직원이 목장갑을 벗으며 내게 케이블을 내밀었다.
“옙!”
나는 그 케이블을 기타에 꽂고서,
올 중립상태의 앰프를 연주했다.
디리리링-!
“악!”
“으아!”
현을 긁자마자 바로 반응이 온다.
음량, 음압이 엄청나다.
혼자 쳐도 이 정도인데, 네 명이서 같이 치면 모니터 스피커 없이도 스테이지를 가득 메울 수 있을 거다.
“좋아 좋아.”
“그럼, 1일 차 저녁에 옮겨서 그 후에 세팅 진행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툭-
앰프의 전원이 전부 꺼졌다.
그리고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트럭에 옮겨지기 시작했다.
“야, 야.”
“왜?”
혁오가 내 어깨를 두들겼다.
“너 유튜브 확인해봄?”
“유튜브?”
“기달.”
나는 혁오가 카톡으로 보내준 링크를 터치했다.
터치하자마자,
빨기좌너무사랑…그런데내가사실이번에얻은정보가있는데빨기좌걱정돼서….
얀데레좌의 걱정 가득 담긴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음 ….”
“뭐래?”
“뭔 일이 있나 본데?”
….
내 개인적인 뇌피셜일 뿐이지만, 아마 얀데레좌는 평범한 사람이 아닐 거다.
돈과 지위를 가진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런 얀데레좌가 직접 걱정과 경고를 해줄 정도라면, 작지 않은 이변일 터.
“흐음 ….”
나는 묵묵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름처럼 진득하지는 않은 연노란색 가을 하늘.
습도가 높지 않아 선선하고 기분 좋은 저녁.
락 페스티벌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었다.
내일 바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대된다.
너무나도 기대된다 …!
“영상에 나온 대로 가면 위험하다라 ….”
“위험한가?”
“글쎄 ….”
위험할까?
과연 얀데레좌는,
이 광경을 보고서도,
‘위험하다’ 라는 말을 꺼낼 수가 있을까?
“….”
산더미처럼 쌓인 앰프와,
이글이글 눈을 불태우고 있는 여섯 명의 입시생들.
열정 그 자체로 무장한 임시밴드.
우리는 지금 그 누구도 두렵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
“[이거군.]”
“….”
“[라지 헤드는 아니지만, 나쁘지 않아. 넥감도 좋고 … 어디 앰프 없나?]”
“[다 봤으면 닫아주겠나? 주인이 있는 기타니까.]”
적적한 서울 밤의 주택가 공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주름진 백인 남성 둘과, 검은 소가죽 재질의 하드케이스에 놓인, 장인의 혼신이 녹아 있는 붉은색 기타.
멀리서 보기에는 외국인 아재 둘이서 기타 거래를 하는 거라 착각할 수도 있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그냥 술판이다.
프렌치프라이가 corndog에 코팅된 마법 같은 음식.
매콤달짝지근한 소스.
초록색 병에 담긴 마법의 액체.
‘야외음주 금지’인 나라에서 살던 두 아재에게는, 그야말로 완벽한 차림 상이었다.
“[주인? 이 기타의 주인을 정말 ‘그’라고 단정 지을 건가?]”
“[그가 아니면 누가 주인인가?]”
“[눈앞에 있잖아.]”
“[하.]”
드워프상의 아재는 벌컥벌컥, 물 마시듯 소주를 병째로 들이켰다.
그리고서 마주 앉은 남성의 얼굴을 쳐다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기타 콜렉팅하는 거, 좋아. 좋단 말이야. 근데 있잖아, 때는 가려야 하지 않겠나?]”
“[무슨 때?]”
“[엔도서 계약 기념으로 만들어준 기타를 뺏어가면 안 되지.]”
“[나도 내 기타를 걸었다고.]”
“[일본산 중저가형 시그니쳐나 안 갖다주면 다행이지!]”
“[….]”
“[거봐 이거 봐! 내가 자네 생각을 모를 줄 아나?!]”
드워프상의 아재는 버럭 소리를 지른 다음, 하드 케이스를 품에 끌어안았다.
“[하여튼, 이건 빨기좌 손에 들려 있어야 돼. 못 가져가.]”
“[하하하, 세상이란 게 원래 뜻대로 돌아가는 법이 없잖아? 어릴 때는 쓴맛도 봐야 하는 거야.]”
“[자네도 쉽지는 않을 거야.]”
“[뭐가?]”
“[‘그’는 단순한 아시안 실력파 기타리스트가 아니야.]”
“[그렇지.]”
“[자네도 인정하지?]”
“[인정해. 그는 유례없는 신예야.]”
벌떡!
검은색 바지를 입은 뚱뚱한 중년 백인이 앉아있던 벤치에서 일어났다.
누군가가 이리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근데 말이야, 제임스. 자네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누구냐니….]”
“[내일모레 기타 잘 받아가지.]”
턱-!
그의 앞에, 한국인 중년 남성이 멈춰 섰다.
그리고 곧바로.
“이, 잉위 맘스틴?”
이상한 이름을 입에 담았다.
“잉위 맘스틴? right?”
“No.”
“아닌가요!?”
“Say it after me.”
“으, 응? 오케이….”
“Yngwie”
“잉베이.”
“Malmsteen.”
“말름스틴.”
“Yngwie Malmsteen.”
“잉베이… 잉베이 말름스틴…!”
그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