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76
181화. 필승과 필승의 페스티벌 (5)
A-tra : 여러분! 드디어 내일 오후 6시! 빨기좌 vs 잉베이 왕팬의 결전이 진행됩니다! 표는 구하셨나요? 목 상태는 괜찮으신가요?
내일 힘차게 소리를 질러야 하니, 날달걀 하나씩 드셔 두시는 게 어떠신가요?
(대충 기타짤)
빨기좌의 무대가 너무나도 기대되네요!
일찍 주무세요!
그럼 20000!
– 오늘 잠 안 오겠네
ㄴ 심장 터질 것 같아서 눈 안 감김.
ㄴ 댓글창 무한 새로고침중 ㅋㅋㅋㅋ
ㄴ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빨기좌는 승리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ㄴ 근데 이건 좀 심하잖아 ㅋㅋㅋㅋ스콰이어 짤 뭔데.
ㄴ 누구보다 초심을 잃지 않는 남자 ㄷㄷㄷㄷ 스콰이어로 두들겨 패고 다니던 몇 달 전으로 돌아가려는 남자 ㄷㄷㄷㄷㄷㄷㄷ
ㄴ ㅋㅋㅋㅋㅋㅋ맞지 원래 스콰이어로 두들겨 패는 게 근본이지 ㅋㅋㅋㅋㅋㅋ
–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쓰려나보네여 ㄷㄷㄷ 줄 반딱반딱 한 거 보소.
ㄴ 근데 좀 걱정되긴 한다. 잉베이 짭 실력 장난 아니던데. 기타도 어마무시함.
ㄴ 잉베이 짭이 쓰는 기타가 뭔데?
ㄴ mbs 일듯. 오리지널이랑 아예 똑같더라.
ㄴ 얼마
ㄴ Fender MBS(Masterbuilt) Yngwie Malmsteen Tribute Stratocaster 14,999$
ㄴ ?
ㄴ 9 하나 더쓴거 아님?
ㄴ 아닌데?
– 잉베이 짭이 쓰는 기타는 펜더 mbs 시그니쳐 모델이구요, 한화 한 1700만원 정도 합니다. 170만원 아니구요. 그에 반해 빨기좌가 쓰는 건 스콰이어 스트라토캐스터 클래식 바이브인데 한화 55만 정도 합니다.
ㄴ 설명충 고맙고.
ㄴ 1700만원 vs 55만 ㄷㄷ
ㄴ 레전드 대결이다 ㄷㄷㄷ
ㄴ 가슴이 웅장해진다 ㄷㄷㄷㄷ
– 영상 보면 실력도 프로급이에요. 해외 유명 세션 기타리스트가 코스프레 한 다음에 어그로 끄는 거라고 예상해봅니다.
ㄴ 맞음. 쉬운 승부가 절대로 아님. 기타도 그렇고 빨기좌가 좀 불리한 듯
ㄴ 너희들빨기좌팬아니야?그런데왜빨기좌가질수도있다는가정하면서얘기하고있는거야?
ㄴ 얀데레좌 어서오고.
ㄴ 팬이라도 알아야 할건 알아야 하지 않겠음?
ㄴ 그건인정하지만빨기좌가질일이없을거같은데히히히
ㄴ 진짜 잉베이면 레전드
ㄴ ㅈㄹㄴ
– 우리가 이렇게 떠들어봤자 바뀌는 건 없음. 그냥 얌전히 내일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음.
ㄴ 그렇지.
ㄴ 깁슨이랑 이상하게 생긴 어쿠스틱이랑 스콰이어랑 레자바지랑 아 ㅋㅋㅋㅋ 존나 기대되네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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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칵.
스으으읍.
“후우.”
바다를 바라보며 피우는 담배의 맛이 어떠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마크 메이어는 대략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가슴을 주먹으로 치는 타격감.
매캐하면서도 고소한 냄새.
떫은맛.
쓴맛.
사실 그렇다.
담배는 그냥 담배다.
바다를 바라보며 피우든 똥간에서 피우든 맛은 똑같다.
뭐 ‘분위기’라는 요소를 더한다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긴 하겠지만, 사실 장소에 따른 담배의 맛 변화보다는 컵라면의 맛 변화가 훨씬 더 뚜렷할 것이다.
그러므로 담배의 맛은 변함이 없었다.
바뀐 건 분위기뿐이었다.
“후우우우.”
희뿌연 두 줄기의 연기가, 바닷바람을 타고 사라진다.
인천의 을왕리해수욕장.
매 여름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던 이곳은, 가을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의 발길이 확 줄어들었다.
낮에 시민들이 찾긴 하지만, 밤에는 그렇지 않았다.
정적이다.
그러므로, 중년 남정네 둘이서 바다를 보러 온다는 떨떠름한 상황조차도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했다.
“[똥 마렵다.]”
“Fuck!”
사실 커버가 안 됐다.
“[왜, 담배를 피우면 똥이 마려울 수도 있지.]”
“[그건 그렇긴 하지.]”
“[들어갔네.]”
“[일일이 말하지 좀 마라.]”
어휴.
마크는 한숨을 토했다.
신나게 쇠고기 뜯고서 숙소 가서 맥주 한 캔 빨고 잘랬더니.
괜히 ‘바다가 보고 싶다’라는 븅신같은 말에 어울렸던 자신의 잘못이다.
“[원래 감정 표현을 잘해야 음악도 잘 할 수 있는 거라고.]”
“[그런 건가?]”
“[그렇다니깐. 빨기좌도 분명 그럴 거야. 그래서 내가 이 짓을 하고 있는 거고.]”
뭔 개소리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단다.
마크 메이어는 담배를 꺼버렸다.
그리고서, 절친에게 ‘특별히 번역된’ 유튜브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구글 번역이었다.
“[어때, 기대가 엄청나지 않냐?]”
“[오 …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러니까 말이야, 이렇게 나올지 누가 알았겠냐고.]”
“[….]”
절친의 피부가 어두운 곳에서도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울긋불긋해지기 시작했다.
“[스콰이엏! 흐흐흐흐히히힣. 괜히 도발해서 히히히히힣!]”
사실 그렇다.
모든 것은 그냥 친구끼리 대충 까는 노가리로부터 시작됐다.
‘너 그 빨간피크 언제 쓸 거냐?’
라고 물었다가 한국의 락 페스티벌 이야기가 나오고,
언제 한번 무대 같이 해봐라 라는 말에, 더 재밌는 게 없을까 하는 얘기로 발전하게 되고.
아예 기타빵 배틀은 어떠냐? 라는 제안에 ‘재밌겠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그렇게 대결이 펼쳐지게 되었다.
‘떠오르는 신성을 견제하는 오래된 별… 둘 사이에 펼쳐지는 끈끈한 신세대와 구시대의 우정 스토리 …’ 같은 건 없었다.
그런 건 만화 속에서나 나오는 거였다.
“[아이고! 본전도 못 건졌네! 흐하하하핳!]”
“[젠장할!]”
뭐, 장난 반 재미 반으로 시작한 거라고는 해도, 연주를 통한 무언의 대화가 오가니 약간 진지해지기는 했다.
기타 진심으로 탐내더라.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고 특이하고 좋은 소리가 난다나 뭐라나.
“[역시 이 녀석은 대단해.]”
“[그치?]”
“[내 의지를 꺾어버리는 방법을 아주 잘 아는군.]”
“[거봐! 괜히 옛날 멤버 불러가지고 이상한 거나 시키고!]”
“[합의하에 부탁한 거라고.]”
“[돈 줬어?]”
“[줬지.]”
“[그흫 돈으로흐흐흐흐흫 그냥 기타 사서! 빨기좌랑 똑같이 만들어 주세요 하면 아주 그냥!]”
친구의 얼굴이 더더욱 울긋불긋해지기 시작했다.
더 놀리고 싶은데.
마크 메이어는 웃음을 꾹꾹 참으며 진지한 표정을 만들어냈다.
“[아니 … 뭐, 그런 거지? 빨기좌가 쓴 기타니까 값어치가 있는 거라서 그러는 거지?]”
“[그냥 소리 존나 좋아서 갖고 싶은 건데?]”
“[개새끼야.]”
“[하하하하하하!]”
기타를 걸고 하는 한판승부.
뭐, 조건으로 따지자면 절친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말이 한판승부지 솔직히 강탈이다.
만약 이 녀석이 평범한 ‘신예’한테 이런 요구를 한다면
‘미친새끼냐?’라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거 일이 … 엄청나게 복잡해졌네.]”
“[복잡해지고 재밌어졌지.]”
“[맞아. 진짜 재밌어졌어.]”
자신은 이번에,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결 곡으로 ‘라이징 포스 어때?’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괜찮네?’라는 대답을 돌려줄 뿐이었다.
“[뭐랄까 … 묘하게 기대가 된다고 해야 하나, 실력도 실력인데, 돌파력이 엄청나. 안 쫄아]”
“[대충 지금쯤이면 눈치챘을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지. 그럼에도 안 내빼다니.]”
“[안 내빼고, 스콰이어를 들이밀었네.]”
“[….]”
“[흐흐흐흐흐흫.]”
아니 근데 생각해 보니까 존나 웃기네.
속주의 신한테, 오리지널 펜더를 쓰는 사람한테.
‘스콰이어’를 들고 덤빈다?
‘넌 온 힘을 다해 덤벼라, 난 이걸로 간다’라는 태도를 취한다?
이런 일이 세상에 일어날 수가 있는 건가?
“[후 … 뭐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네.]”
“[좀 봐주려고?]”
“[전력으로 간다.]”
미친 새낀가?
마크 메이어는 다시금 담배를 꼬나물었다.
“[스콰이어라도 받아 가려고?]”
“[그것도 있긴 한데 … 궁금하잖냐. 대단한 꿍꿍이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흠 ….]”
“[지금까지 무패라며?]”
“[무패라… 뭐 누군가한테 진 적은 없어.]”
연을 맺은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듣기로는 대회에서도, 대결에서도 진 적이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1등.
그야말로 무패.
일본 대스타 후지와라까지 떡발라버린 장본인.
근데 바꿔 말하면 바로 내일 첫 번째 ‘패배’를 맞이할 수도 있는 위기이기도 했다.
“[왜, 원래 지는 것도 깔끔하게 지는 게 낫잖아. ‘스콰이어 써서 졌다’라고 말하면 추하니까.]”
“[그치. 락커가 그딴 소리를 할 수는 없지.]”
“[근데 굳이 그럼에도 스콰이어를 쓰겠다는 건 … 묘수가 있다는 건데…]”
“[… 뭘 봐?]”
“[뭐 들은 거 없어?]”
“[허!]”
속주의 신이 상대의 책략을 캐려 하다니.
다 죽었구만 다 죽었어.
“[없어. 있어도 안 알려줘.]”
“[그럴 줄 알았다.]”
“[난 네가 져도 이득이고 이겨도 이득이지.]”
“[… 시발 그렇네?]”
이기면 ‘신예가 신을 꺾었다!’라며 화제가 될 거고,
져도 ‘신예가 신이랑 박빙의 승부를 했다!’라며 화제가 될 거고.
존나 이득이다.
앨범은 더더욱 불티나게 팔릴 게 뻔했다.
영미권 팬들 또한 쓸어 담을 수 있는 기회였다.
회사가 돈을 벌면 자신도 돈을 벌고.
존나 좋다.
근데 반대로 말하면 …
“[난… 지면 욕먹고 이겨도 본전이겠군.]”
이렇게 되긴 한다.
하지만,
“[… 하기 싫어?]”
“[아니, 좋아. 오히려 좋아.]”
자신의 절친은, 절대 여기서 물러날 인간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저런 계산방식을 진심으로 말하는 놈이 아니었다.
“[이기면 재밌고, 져도 재밌어지지.]”
“[….]”
“[왜, 깡촌의 촌장보다는 도시 귀족이 낫잖아.]”
“[그건 맞아.]”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재밌어질 거야. 이 ‘판’ 자체가.]”
락, 메탈은 죽었다.
동시에 살아 있다.
물론 부흥의 시기는 저물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락이, 메탈이 부활할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기폭제가 된다면.
화약을 끌어모으고,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자처한다면.
“[… 빨기좌로 인해서?]”
“[그래.]”
세계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절친은, 그 역할을 빨기좌가 할 것이라,
어렴풋이 생각하는 듯했다.
뿌왁-!
“[어 씨 똥마렵다 들어가자.]”
“[냄새 시발 병원 좀 가면 안 되냐?]”
마크는 절친과 함께 예약해둔 한옥 스타일의 5성급 호텔에서 묵었다.
오줌맛 나는 맥주랑 뭐랑 좀 먹고서 늦게 자긴 했는데, 상관은 없었다.
“[리허설 안 할 건데?]”
본인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뭐.
어쩔 수 없지.
빨기좌는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리허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을 테니까.
마크 메이어는 절친과 함께 중천이 넘어서야 밖에 나왔다.
그리고, 리허설은커녕 분장하기도 촉박한 시간만을 남기고서 페스티벌 부지에 도착했다.
과연 빨기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실물’을 보고서도, 짝퉁이라고 생각할까?
벌써부터 표정이 기대된다.
기대된…
“[빨기좌 안 왔답니다.]”
“[뭐!? 리허설은?]”
“[리허설도 안 했답니다.]”
“[이게 대체 …]”
마크는 재빨리 유튜브 커뮤니티를 확인했다.
진짜였다.
리허설에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아서, 팬들이 폭동을 내려고 했단다.
“[역시 통하는 구석이 있어. 흐흐흐흐]”
“[무슨 짓을 꾸미려는 건지….]”
하지만, 그가 내뺐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약속된 오후 6시가 다 되어서도, 마크는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 빨기좌와 잉베이 왕팬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만, 잠시 진행에 차질이 …
흘러나오는 안내 방송을 통역사에게 전해 들으며, 약간의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고를 당한 건가?]”
“[진정해, 그럴 리가 없어.]”
“[….]”
“[내가 나가야겠군.]”
“[네 차례는 아직 ….]”
“[아니, 내 차례야.]”
절친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선글라스를 쓰고서 무대에 올랐다.
“[어이! 그만 나오라고!]”
그리고 곧바로, 마이크를 잡고서 소리쳤다.
무대 한켠에 위치한, 공연 감상에 거슬리게 방해가 되는,
‘거대한 위장막’을 향해 말이다!
“[저게 뭐지?]”
“[행사용 소품이라고 들었습니다.]”
“[행사용 소품? 세 시간 동안 쓰이는 걸 못 봤는데? … 잠깐만.]”
마크는 기억을 되짚었다.
소품… 소품.
소품?
앰프 홍보를 한다고 듣기는 들었던 것 같다.
‘큰 물건’이라 … 전해 듣기는 들었다.
아니 근데 저게…
저게 앰프일 리가 없잖아?
저 정도 크기의 앰프가 세상에 어디 있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분명 그럴 터였는데,
“어 …?”
친구의 외침은 통했다.
서서히 위장막이 걷히고 있었다.
그리고 감춰져 있던 ‘큰 물건’이…
“… 허억!”
모습을 드러냈다.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ㅇ악!
– 빨기좌아아이아아아아아아아아!
수 만에 달하는 관객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지른다.
목소리만으로, 페스티벌에 마련된 수십 대의 모니터스피커의 음량을 덮어버렸다.
하지만,
치이이이잉-!
그 목소리를 다시, 기타 소리가 덮어버렸다.
“[하, 하하하하.]”
마크 메이어는 헛웃음을 토했다.
이렇게 나오는구나.
진심이구나.
이 만큼 준비를 했구나.
“간다아아아아아앗!”
소년의 목소리가, 보랏빛 하늘 아래에 울려 퍼졌다.
그는,
앰프로 만든 ‘성’ 위에서,
당당한 자만이 입을 수 있는 검은색 레자바지를 입은 채,
스콰이어 기타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