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75
180화. 필승과 필승의 페스티벌 (4)
남자는 기세라는 말이 있다.
어디서 나온 말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튼 그렇단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또 ‘기세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안 들 수가 없게 된다.
내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이랬다.
상대의 수에 놀아나지 않고, 자신만의 흐름을 만드는 것.
그 흐름을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탑승하는 것.
그것이 기세다.
그리고 내가 주도하는 기세는,
– 끼에에에에에엑!
관중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짭베이가 제가 쓰는 기타를 심각하게 탐내는 거 같네요. 좋은 기타를 보면 환장하는 성격인가 봅니다!”
잉베이 컨셉을 언제까지 그렇게 진득하니 잡고 있을 생각인지는 모르겠는데, 나한테는 안 통한다.
좋은 기타를 원한다?
펜더에서 직접 만들어준 헌정 기타를 뺏고 싶다?
내가 개고생 발품 팔아가며 만들어낸 기타를 갈취하고 싶다?
그렇게는 안 되지.
기타를 빼앗는 것이 상대의 원동력이라면,
그 원동력을 없애주마.
역으로 힘을 빼앗아주마!
“하지만 어림도 없죠. 제가 빨간 기타를 한 대만 갖고 있는 줄 아십니까?”
–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내가 빨기좌라고 불리게 된 이유,
‘피에스타 레드’색상이 트레이드 마크가 된 이유.
그것은 펜더 스트랫 때문이 아니다.
박 작곡가네 슈퍼마켙에서 헐값에 업어온, 스콰이어 스트랫 때문이다!
“잉베이 짭은, 스콰이어로 충분합니다.”
“…!”
내 옆에서 싱글싱글 웃고 있던 매츠 레빈의 얼굴이 단박에 굳어졌다.
참으로 훌륭한 표정이다.
잉베이 왕팬이 쓰는 잉베이 시그네쳐는 최소 커스텀샵 급.
한 700만 원 정도 할 텐데, 700짜리 기타를 갖고 나와서 50만 원짜리 기타한테 떡 발려버리면, 그보다 유쾌한 상황이 어디 있을까?
“여러분 기대하십시오, and a see you tomorrow, Mats leven.”
나는 매츠 레빈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지금껏 앨범 속 목소리만 들어 봤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니 감격스럽기도 하지만,
“See you later, red kraken.”
지금은 적이다.
약간의 동경심에 휘둘릴 만큼, 나는 약하지 않았다.
꾸우욱-!
매츠 레빈은 내 오른손을 강하게 부여잡았다.
그리고 동시에,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악력 대결이 시작됐다.
“크흑!”
중량 철봉을 달고 사는 사람 악력을 얕보면 안 되지.
일순간, 내 오른손이 매츠 레빈의 오른손을 꾸겨버렸다.
“Done?”
“Yeha.”
우리는 격렬한 악수를 마쳤다.
둘만 아는 작은 대결은 내 승리로 돌아갔다.
“내일 열리는 잉베이 미러전에서 무려! 매츠 레빈이 참전한다고 합니다! 진짜 잉베이만 없는 잉베이 미러전이네요!”
– 와하하하하하!
진짜 그렇다.
잉베이 본인이 이 광경을 목도한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지 진심으로 궁금해질 정도다.
“그럼 다음 곡 바로 가볼까요?”
– 네에에에에에에엑!
두우웅-!
황정태 형의 강렬한 베이스 사운드가 가슴을 때렸다.
필스와 라비다는 자연스럽게 다음 곡으로 무대를 이어 나갔다.
나는 터벅터벅, 무대 위에서 내려와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돌아갔다.
“수 수재야….”
“으아 ….”
“야….”
다들 한결같이 말끝을 흘렸다.
“괜찮아 괜찮아.”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어.”
“….”
“이젠 … 하민서가 매츠 레빈을 떡 바르는 수밖에 없어!”
“나, 나!?”
그럼 너지 누구야.
내가 라이징 포스 부를 수는 없잖아.
“저 사람 … 나는 잘 모르는데, 유명한 사람이지?”
“잉베이 팬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히에에익!”
솔로 앨범이 현재 시점에선 안 나오긴 했는데,
게스트 보컬이랑 백 보컬 서가며 유명 밴드들이랑 투어도 자주 다니는 사람이다.
80년대에 데뷔했으니까 보컬리스트로서 하민서의 대대대선배 격인 셈이다.
하지만,
“너라면 괜찮아.”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진짜 …?”
“그래 임마”
“왜 그렇게 확신해?”
“우리가 만든 라이징 포스는 네가 제일 잘 어울리니까.”
“….”
이것도 기세의 일부다.
팀원들의 기세를 북돋아 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 고마워.”
하민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나는, 무대 위에서 별처럼 빛나는 밴드들의 공연을 묵묵히 감상했다.
오후 3시에 시작된 락 페스티벌은,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밴드들의 열창과 열연으로 별다른 트러블 없이 쭉쭉 진행되었다.
초상집 표정을 짓고 있던 친구들도 시간이 좀 지나자 자연스레 음악에 몸을 맡기게 되었다.
나도 음악을 즐겼다.
이런 무대가 흔하지는 않으니까.
‘규모’뿐만 아니라 사운드 퀄리티도 국내 탑급 페스티벌이니까.
“흐음 ….”
나는 참가 밴드들의 장비를 살폈다.
다들 겨루기라도 하는 듯이 하이엔드 기타, 부티끄 이펙터로 무장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연주자 입장에서는 거의 전국체전 같은 의미가 지니니 말이다.
서드 스테이지에 초대받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그런 곳이니까 말이다.
최고의 장비를 써서 최고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앰프 120대를 사용하는 것도 퍼포먼스적인 면이 크긴 하지만, 사운드 퀄리티를 위한 것도 있고.
“수재야.”
“응?”
“이따가 … 악기점 들를까?”
소이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 같은 제안을 했다.
“그래.”
제임스 타일러, 존 써, prs, 탐 앤더슨, 펜더 커스텀 샵, 깁슨 커스텀샵, 그래치.
무대 위는 그야말로 하이엔드 기타들의 향연이었다.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불안감이 가슴속을 스물스물 지배하려고 했다.
그러므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12시간 이내에 말이다!
“여러분! 신나게 즐기셨나요!?”
이번 연도에도 어김없이 무대의 끝이 찾아왔다.
이미 해는 전부 저물어 어둑해진 상태였다.
– 네에에에에에에!
나도 관중들과 같이 꽤액 소리를 질렀다.
메인 스테이지, 세컨드, 서드 스테이지 등등.
우리는 어디 하나 빼놓지 않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만족스러운 첫날이었다.
“다른 말은 안 하겠습니다! 내일도 꼭 와주십시오! 엄청난 무대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 ‘엄청난 무대’에는 우리도 포함돼있는 거겠지.
해외 뮤지션 라인업이랑 같이 우리도 메인 취급을 받는 거겠지.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그리고,
“너무 좋다….”
“진짜 레전드였어.”
“끝나니까 괜히 더 긴장되네….”
친구들과 적당히 회포를 풀기도 전에,
“나 잠깐 어디 좀 들려야 할 거 같다.”
최주임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차 좀 준비해 주세요!”
– 네, 네?!
“부탁드립니다!”
-아 … 네…. 근데 수재 씨한테 도착한 선물이 있는데요…
“헌정 기타인가요?”
-맞아요!
“우선 그건 내일 못 쓰니까 받아만 둘게요.”
“어디 가?”
“먼저 돌아가 있어. 악기점 들렀다가 금방 돌아갈게.”
“악기점?”
“기타 때문이지?”
“스콰이어 그대로 쓸 수는 없으니까 ….”
“지금이라도 픽업 바꾸게?”
“우선 할 수 있는 걸 찾아보게.”
내가 질러놓고 내가 후회하는 것은 좀 뭣하긴 하지만,
이게 ‘최악’의 상황까지는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스콰이어를 그대로 쓸 수는 없었다.
“에이씨 같이 가자! 어디 가는데?”
“차 타고 가면 멀미 나는 곳?”
“엥?”
오후 9시.
지금 시간에 문을 열 만한 악기점은… ‘그곳’밖에 없다.
작곡 겸 슈퍼 겸 악기점 겸 리페어 샵 겸 아지트인 ‘그곳’말이다.
“가자!”
우리는 승합차에 올랐다.
그리고 집에 들렀다가 북정마을로 향했다.
살벌한 언덕배기를 오르자, 오늘도 어김없이 반쯤 떨어져 나가 있는 ‘감동 슈퍼마켙’ 간판이 나를 맞아주었다.
“에… 엥?”
“은둔 고수가 사는 곳에 어서 오시게.”
벌컥-!
나는 문을 벌컥 열었다.
“박작곡가니이이임!”
그리고 목청껏 구세주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어우 씨! 깜짝이야! 뭐야?! 뭔데?!”
박작곡가는 화들짝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양파링을 공중에 흩뿌렸다.
방금 좀 소닉 같았다.
“도와주세요!”
“뭐…?!”
“스콰이어로 은둔 고수를 이겨야 돼요! 빨리요!”
나는 메고 있던 스콰이어 기타를 텅-! 하고 내려놓았다.
“… 뭔 소리야? 너 펜더 있잖아!?”
“매츠 레빈이 도발해서 못 쓰게 됐어요.”
“매츠 레빈?! 너 그 잉베이 미러전에 매츠 레빈이 나온다고!?”
지금 유튜브 커뮤니티랑 음악 관련 커뮤니티랑 막 난리가 났는데.
안 보셨나 보다.
우리는 박작곡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휴식 중 날벼락을 맞은 박작곡가의 표정은, 계속해서 굳어져만 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
“저희도 어이가 없어요.”
“….”
“스콰이어를 써야 한다고?”
“네.”
“스콰이어로 … 그 동영상에 나온 그 사람을 이겨야 한다고?”
“네.”
“허어 ….”
박작곡가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니… 뭐 네가 스콰이어로 대회나 녹음 털어먹고 다녔던 건 그 … 실력 때문이잖아. 실력 차이가 조금만 나도 악기가 비싸든 말든 다 무용지물이니까.”
“….”
“근데 내가 봤을 때, 잉베이 왕팬이란 사람 구력도 장난이 아니거든? 비브라토 피치랑 테크닉이 진짜 그냥 잉베이 같아.”
“지, 진짜 잉베이요!?”
혁오가 화들짝 놀랐다.
“그래.”
나도 박작곡가와 같은 생각이었다.
잉베이를 사랑한 나머지 잉베이 그 자체가 되어버린 남자.
실력이 어마 무시했다.
물론 100% 확률로 잉베이 스타일의 후보정이 들어간 거겠지만.
그렇다고 밑천이 얕은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어마무시하게 두꺼운 사람이었다.
“악기란 게 사실 역체감이 엄청나단 말이지 ….”
“….”
“업그레이드는 체감이 잘 안 들어. 근데 다운그레이드 역체감은 확실해. 한번 쳐 봐.”
박작곡가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던 우리를 비밀의 방으로 안내했다.
“우, 우와아아아!”
“엄청 비싼 거만 있네….”
“예쁘당….”
친구들은 슈퍼 내부와 비교되는 숨겨진 악기점을 구경하며 작게 감탄을 내뱉었다.
나는 곧바로 트윈 리버브 앰프에 스콰이어 클래식바이브를 연결한 다음, 연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아….”
박작곡가의 말을 단번에 이해해버렸다.
“들지? 300 정도 값어치 하는 기타를 쓰다 50만 원짜리로 내려왔으니 당연하겠지.”
“….”
“너희들은 어떠니?”
“아… 아 그게….”
“… 나쁘진 않아요.”
“그래, 나쁘진 않겠지. 하지만.”
역체감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친구들도 느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보아왔던 팬들 또한 역체감을 느낄 것이다.
최악이었다.
“… 우선 픽업 갈이나 해 보자.”
“부탁드립니다.”
나는 박작곡가의 선반에 쑤셔박혀 있던 픽업을 갈아가며 사운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친구들과 같이 와서 다행이었다.
픽업을 바꿀 때마다 변해가는 리액션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다만,
“….”
“하아….”
역시, 원래 쓰던 기타에는 못 미쳤다.
던컨.
디마지오.
존 써.
펜더 커스텀 샵 픽업.
그 어떤 픽업을 박아도, 원래 쓰던 펜더의 소리에는 비빌 수가 없었다.
“….”
“….”
“젠장할.”
“김수재 기타가 이렇게 좋았나?”
역시 안 되는 걸까?
락 페스티벌에서 스콰이어를 쓰겠다는 것이, 그렇게 무모한 도전인 걸까?
“맞다, 너 헌정 기타 받은 건?”
“아… 급하게 오느라 구경도 못 했네.”
“지금 가져올까요? 트렁크에 있어요.”
“헌정 기타?! 너 헌정 기타 받았어!?”
“펜더에서요.”
“참…. 놀람의 연속이라서 뭐라 반응할 새가 없다야.”
나는 최주임이 가져온 헌정 기타를 딱히 감흥과 여유도 없이 꺼내어 쳐보았다.
씨발 존나 좋아!
“아….”
“아….”
절망감이 가슴속에 뭉게뭉게 밀려오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 이렇구나 ….”
박작곡가의 표정은 의외로 차분했다.
아니, 차분해졌다.
불과 1분 만에 말이다.
번뜩임이 떠오른 사람처럼 말이다.
“역시 기타 데칼이 소리를 결정하지는 않네.”
“… 결국 우스갯소리죠 뭐.”
“우스갯소리야. 그런데 말이야 ….”
“…?”
나는 순간, 몸이 굳었다.
친구들도 같이 굳었다.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지극히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턱-
박작곡가는 아주 간단한 작업을 끝마치고서 나에게 완성된 기타를 내밀었다.
“이건 어떨까?”
“….”
“아, 아니….”
“에이, 아무리 그래도 작곡가님….”
“잠깐만. 쳐볼게.”
“….”
나는 기타를 받아들고서 다시금 연주를 시작했다.
뭐랄까, 이건…
이건…!
“어 …? 괜찮은데?”
“야!”
“사기 아니에요!?”
…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내가 왜 지금까지 이 생각을 못 했지?!
“아아아아니! 아니야!”
아니야!
이건 … 이건.
정말,
훌륭한 대처법이야!
“바로 이거야.”
“수재야 ….”
“들키지만 않으면, 사기가 아니야!”
나는 내 손에 들린 기타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근데 스콰이어처럼 보이긴 해.”
“또 소리는 좋아….”
“아니 근데 이게 스콰이어야…?”
“스콰이어야.”
“….”
“데칼이 스콰이어면 … 스콰이어인 거야!”
헌정 기타의 바디는, 저니맨 레릭 처리가 돼서 그런지 적당히 사용감이 있었다.
스콰이어 클래식 바이브랑 아예 똑같은 하드웨어 사양이라 가까이서 봐도 전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걸로 모든 준비는 완료됐다.
이제, 이기는 일만 남았다!
“속보, 빨기좌 천만 원 넘는 펜더 헌정 기타에 스콰이어 넥만 갈아끼어… 사기극 충격….”
“응 닥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