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77
182화. 필승과 필승의 페스티벌 (6)
친구들의 반응은 아주 가지각색이었다.
빨리 무대에 올라가고 싶어서 미쳐버리려고 하는 도현이와 혁오부터, 공연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몸을 벌벌벌 떨던 윤수빈까지.
소이와 최유진은 의외로 평온한 기색이었다.
체념했나 보다.
하민서도 연습생 짬밥이 있어서 그런지 많이 긴장하지는 않더라.
나는 평소처럼 적당히 친구들을 다독였다.
그리고 이내 시간이 흘러, 차례가 다가왔다.
우리의 무대는, 그렇게 시작됐다.
“…후우.”
나는 짧게 심호흡을 하며 발밑을 응시했다.
정말 수많은 관객들의 시선이, 모조리 나에게 향해 있었다.
보랏빛 하늘과, 아슬아슬하게 지평선에 걸쳐 있는 태양.
어깨에 멘 각기 다른 세 대의 기타와, 진지한 표정의 친구들.
마치 ‘성’과 같은 형태로 쌓아 올려져 있는 백 수십 대의 앰프.
이거야말로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풍경이다.
저 얼굴들이야말로, 내가 보고 싶었던 표정이다.
필사적으로 당황을 숨기려는 잉베이 짭의 주춤거림도,
가짜가 아니다.
이것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우와아아어어어어아아아악!
-빨기좌아아아아아아!
함성소리가 귀를 때린다.
나는 그에 맞춰서,
치이이이이잉-!
우렁차기 그지없는 기타 소리로 대답을 대신했다.
“내,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야!?”
“몰라!”
“소리질러어어어어!”
“우선은 소리질러어어어어억!”
관객들은 소리를 질렀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눈앞에 있는 게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함에도,
그냥 소리를 질렀다.
“간다아아아아앗!”
나는 그런 관객들에게, 구태여 설명을 하지 않았다.
입을 털지 않았다.
우선은 보여준다.
그냥 들려준다.
그게, 우리가 준비한 무대다!
“이동!”
검은색 망토를 두른 친구들이 고개를 까딱였다.
그리고 곧바로, 두껍고 기다란 케이블을 질질 끌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사실 그렇다.
무모했다.
매우 무모했다.
그냥 스텝들이 마련해 준 무대에서 적당히 연주해도 됐을 거다.
그렇게 만든 무대로도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안전빵을 선택하지 않았다.
나를 좋아해 주는 팬들에게, 관객들에게, 색다르고 정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첫 번째 곡은…! 알죠?”
“당연히 알지!”
“블루 퍼플바!”
“하늘도 블루 퍼플이야!”
참가자들이랑 같이 리허설?
못 했다.
개방된 곳에서 리허설을 하면 필시 우리의 전략이 노출될 거고, 그럼 결국 관객들의 놀라움과 감흥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왜, ‘100만 원짜리 돈다발로 뒤통수 한 대 때릴게’라고 말하고 때리는 거랑,
몰래 숨어있다가 때리는 거랑은 느낌이 아예 다르잖아.
전자도 물론 기쁘겠지만, 그건 예상된 기쁨일 뿐이다.
후자 쪽이 압도적으로 당황스럽고, 놀랍고, 기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내 예상은,
칫칫칫-!
두웅-!
지이잉!
“와아아아아아아아악!”
“빨기좌 사랑해애애애애애!”
아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나는 앰프의 성 위에서 첫 번째 연주를 시작했다.
뭐, 다른 참가자들이랑 같이 리허설을 안 했다고는 하지만, 아예 맛도 못 본 건 아니다.
어젯밤에 앰프가 공장에서 스테이지로 옮겨졌고, 직원들과 같이 세팅에 들어갔고, 주최 측이랑 상의해서 미리 리허설 비스무리하게 예행연습을 해볼 수 있었다.
완전히 맨바닥 헤딩은 아니라는 소리다.
사운드 세팅과 확인은 마친 우리는, 그대로 잠적을 했다.
대충 근처 카페에서 노가리를 깠다.
몸에 흐르는 긴장감을 지우려, 다량의 카페인을 몸에 쑤셔 넣으며 말이다.
한 다섯 시쯤 돼서 위장막 아래 비밀 통로로 들어오면 그제야 준비 완료.
다른 참가자들이랑 인사할 시간도, 맑은 하늘 아래에서 무대를 살필 기회도.
뭣도 없었다.
그렇지만 착오도 없었다.
우리의 시작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 우와아앙!
나는 앰프의 성 꼭대기에서, 덜렁 하나 놓여 있는 와우 페달을 밟아댔다.
무대에 당당히 선 친구들은, 각자의 악기를 가지고서 조화로운 하모니를 만들어 내었다.
약 3주 동안 준비했던 무대.
매일같이 불안함이 터져 나왔지만, 그래도 이 악물고 만들려고 했던 무대.
막판에 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극복해 버리고서 만들어낸 무대.
너무나 감격스럽다!
“빨기좌!”
“….”
나는 무대 구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왔구나.
저 잉베이 짭의 얼굴을 맨눈으로 보는 날이 왔구나.
진짜 체형이 잉베이랑 꼭 닮았다.
하지만 끝까지 선글라스를 벗지 않으려는 저 태도가, 그가 잉베이가 아니란 걸 증명해 주는 듯했다.
피식-
잉베이 왕팬은, 나와 같이 당당한 레자바지의 자태를 뽐내며 무대 뒤로 물러났다.
언제까지 그렇게 당당한 척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지금이라도 여유 부려 두는 게 낫겠지.
“소리 끝내준다!”
“진짜… 진짜 지금까지랑은 아예 달라!!”
관객들의 반응은, 그냥 ‘폭발’ 그 자체였다.
앰프 120대로 만들어낸 앰프의 성.
이건 퍼포먼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소리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기타-이펙터-앰프라는 아주 심플하기 그지없는 이펙팅 체인과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소리가, 수 만 명에 달하는 인파의 귀를 파고들었다.
“흐흐흐.”
왜, 공연장도 좋지만 라이브 바에서 듣는 그 소리가 생동감이나 음압감은 훨씬 낫잖아.
그래서 나는 그 개념을 확장시켰다.
여러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서, 있는 그대로 ‘기타’를 표현할 방법을 강구했다.
그 방법이 바로 앰프 120대다!
“분위기 쩔어어어어!”
“우와아아아악!”
머릿속에, 시끌벅적한 모던바가 그려졌다.
모던바라는 말에는 아주 약간 퇴폐적인 뉘앙스가 섞여 있기도 하지만,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바는 그런 게 아니었다.
모던 바는 바다.
술집이다.
나무작대기로 열심히 인테리어 해놓으면 그게 클래식 바고
보라 파랑 흰색 led 조명 갖다가 장식하고서 반딱반딱한 하이네켄 맥주병 하나 떡하니 선반에 올려놓으면 그게 바로 모던 바다.
조금 더 현대적이고, 조금은 미래지향적이고, 뭔가 사이버 펑크적인 분위기 속에서 술을 퍼마시는 곳.
그리고 그곳에 들어찬.
엄청난 숫자의 아저씨들.
“…!”
왜 머릿속에 아저씨가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
내 팬의 상당수가 아저씨라 그런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는 풍경과 분위기는 한없이 젊은데도, 인물들은 죄다 아저씨뿐이었다.
치이이잉-!
나는 힘껏 레스폴의 줄을 떨었다.
동시에, 뭔가 바뀌어버린 분위기를 느끼려 애썼다.
지금 연주하는 블루 퍼플 바가 원곡과 다른 것은 아주 당연했다.
피아노 라인이 빠지고 그 자리를 ‘5기타’가 대신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미묘하다.
어제 리허설 할 때까지만 해도 몽환적이고 취하는 듯한 향취가 잔뜩 풍겨져 나왔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건 ….
“이거지! 이거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거지!”
아저씨들의 젊음.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혹은 태어나고서 얼마 안 됐을 때 한국 지하 클럽이나 라이브 카페에 풍겼던.
그때 그 감성.
“….”
무대는 혼자 만들어가는 게 아니지 않은가.
관객들과 같이 느끼는 것이지 않는가.
지금까지는 잘 몰랐었는데…
이렇게 되기도 하는구나.
수만 명에 달하는 관객들의 함성이, 곡을 왜곡시키기도 하는구나.
나는 실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괜찮았다.
왜곡됐지만, 나쁘지 않았다.
왜곡된 분위기에서는, ‘따뜻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이게 바로, 모두가 만들어나가는 무대.
진짜 무대!
와아아아앙-
와우 페달을 밟는다.
오픈코드를 아주 힘차게 긁으며, 곡을 마무리한다.
좌아앙-!
첫 번째 곡이 눈 깜짝할 새에 끝났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친구들의 모습을 살폈다.
실수할 수도 있다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티 안 나니까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그렇지만 …
“니들 참….”
“흐흐흐.”
“좋아좋아!”
“어떠냣!”
실수는 없었다.
다들, 자신이 맡은 트랙을 완벽하게 연주했다.
“김수재!”
하민서가 바닥에 놓여 있던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서,
“잘 받아!”
나에게 던졌다.
후우우우욱-!
텁-!
엄청난 제구력이다.
투수해도 되겠다.
나는 마이크를 받아들고서 입을 열었다.
자기소개조차 하지 않았기에, 우선은 그것부터다.
“제 이름은 … 알죠?”
– 네에에에에에에에엑!
– 알아요오오오오옥!
– 빨기좌! 빨기좌!
내 이름은 빨기좌가 아니지만, 뭐 어찌 됐건 그렇다고 쳤다.
“오늘은 친구들이랑 같이 무대를 만들 겁니다. 따라올 준비 되셨나요?”
– 물론이죠!
– 당연하죠오오오!”
관객들은 무대를 감상할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이제 겨울 숲의 노래를 조진 다음, 잉베이 왕팬이랑 영혼의 맞다이를 까면 될 거 같다.
이대로만 가면 된다!
“….”
-…!
뭔가,
뭔가.
그렇다.
다들 뒤에 메고 있는 ‘빨간 기타’를 엄청나게 기대하는 듯한 눈치다.
SNS나 커뮤니티나 막 난리가 났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궁금하신가요?!”
– 네에에에에에엑!
“진짜 스콰이어일까요?”
– …!
아직도 못 믿겠나 보구나.
그럼 보여줘야지 뭐.
딱히 숨길 필요도 없고,
들킬 걱정도 없고,
만약 들킨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없을 거고!
나는 일렉트릭 어쿠스틱을 가랑이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서,
촤아아악-!
아주 깔끔하게,
군더더기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자세로 기타를 돌렸다.
– 으아아아아아악!
– 내, 내가 뭘 본 거야!?
– 저 상태에서도 쌍기타 돌리기가 가능하다니!
– 정신 나갈 것 같아!
왜, 하나 벗고 돌리고 다시 메고 하면 간지가 안 나잖아.
이건, 간지만을 위한 기술이다.
그렇기에 어떤 악조건 상태에서도 기타를 돌릴 수 있어야 한다.
연습하느라 학교 형광등 하나 깨먹긴 했지만,
전혀 후회 따윈 없다!
“진짜 스콰이어라니….”
“거짓말이 아니었어.”
“락 페스티벌 최초로 스콰이어다아아악!”
“이게 바로 기타리스트야아아!”
이거 반절은 펜더긴 하지만 뭐.
어쨌든 데칼이 스콰이어니까 스콰이어는 맞다!
“준비됐어?”
“바로 들어갈까?”
“가야지!”
반쯤은 긴장 상태,
하지만 나머지 반쯤은 흥분 상태.
친구들의 표정을 묘사하자면 대략 그랬다.
아주 좋은 표정이다.
이대로 기세를 타면 된다.
이 스콰이어 아닌 스콰이어로, 압도해 버리면 된다!
나는 껑충껑충 앰프의 성을 밟으며 무대로 내려왔다.
그리고,
텅-!
케이블을 뽑아서 재정비한 다음, 페달보드 앞에 섰다.
“자, 지금부터 두 번째 곡, ‘겨울 숲의 노래’를….”
나는 두 번째 곡을 시작하려 했다.
했는데,
“… [아니, 잠깐.]”
그러지 못했다.
등 뒤에서, ‘예상외’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
“뭐, 뭐야!?”
“난입이야!?”
“올.”
친구들의 얼굴에 당황감이 잔뜩 물들었다.
“….”
하긴 뭐.
라이브 하면 또 난입이 묘미 아니겠어.
이렇게 예고 없는 난입도, 예전에는 흔했지 아마.
“[재밌어 보이는데, 나도 좀 껴달라고!]”
씨익,
검은 썬글라스와, 그 아래 보이는 가지런하고 누런 이.
검은 셔츠에 검은색 레자바지.
잉베이 같은 잉베이 왕팬이다.
잉베이 왕팬이 … 기타를 메고서 이리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 꺄아아아아아악!
– 와, 왔다!
– 벌써 왔어!
– 지금부터 맞짱 뜨는 거야!?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탁.
“….”
긴장이 흘렀다.
잉베이 왕팬이 내 앞에서 멈춰 섰다.
맨날 동영상으로만 보던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
“….”
그건 그렇고 진짜 잉베이 같네.
나이대도 비슷하고, 뚱뚱함도 비슷하다.
뚱베이다 뚱베이.
바지도 정말 … 터질 것 같다.
“[초면이군.]”
“[초면입니다.]”
“[정말 놀랐어. 대단하구만.]”
“[고맙네요.]”
“[조금 탐나는군.]”
“[…기타 말하는 겁니까?]”
오자마자 기타 타령을 하네.
컨셉질도 이 정도면 진짜 예술의 경지….
“[기타 … 그것도 있지만,]”
잉베이 왕팬의 얼굴이,
내 옆에 쌓여 있는 ‘앰프의 성’에 향했다.
– 무, 무슨 대화를 하는 거야?
– 몰라… 근데 바지가 너무 거슬려.
– 쌍 레자바지라니….
“[탐나. 나도… 나도!]”
잉베이 왕팬은 말을 더듬으며 얼굴을 이리저리 찡그렸다.
그리고,
“[나도 올라갈 거야아아악!]”
앰프의 성을 향해 냅다 급발진했다.
“허어….”
“….”
친구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숨을 토하며 짭베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나 또한 같이 씰룩씰룩 엉덩이를 흔들며 앰프의 성을 오르는 ‘외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감이 안 잡히는데.
뭔가 열 받는다.
내가 만든 성에 …
누구 마음대로 오른다는 거야?
“거기서라아아아악!”
나는 애써 내려온 앰프의 성을 다시 올랐다.
곧바로 잉베이 왕팬을 따라잡아서,
꾸우우욱-!
허리춤을 부여잡았다.
“[뭐, 뭐야!?]”
“여긴 못 올라간다 이 외적 놈아!”
“[이거 놔! 치사한 새끼!]”
치사하다고!?
여긴 내 자리야!
“이,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빨기좌가 짭베이 바지를 잡고 있어.”
“… 성에 못 오르게 하려는 건가?”
“아… 아니야. 저건 …!”
맨 앞에 있던 관객 한 명이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저건?”
“저건 …! 바지를 벗기려는 거야!”
“뭐, 뭐!?”
“바지를 왜 벗겨!?”
“같은 하늘 아래… 두 레자바지는 존재할 수 없는 거야!”
찌지직-!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가, 무언가가 찢어지는 감촉이,
내 귀와 손바닥에 전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