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82
188화. 기타 도둑을 쫓아라 (1)
‘물건’의 가치란, 외부의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
가구든, 필기구든, 스포츠용품이든, 악기든 간에 다 똑같다.
세계 1위 프로 골퍼가 저가 골프채로 시범을 보이며 극찬한다?
전설적인 연주자가 입문용 악기로 화려한 연주를 선보인다?
그냥 수많은 선택지 중에 하나에 불과한 제품이라 할지라도.
하루아침에 엄청난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물건이 지닌 가치가 비대해지는 것이다.
– 빨기좌가 사용한 그 기타!
ㅁ 레인악기 뮤직 – dear 일렉트릭 어쿠스틱 ㅁ
1,490,000 (품절)
– 빨기좌가 사용한 그 기타는 아니지만, 더욱 합리적인 제품!
ㅁ 일렉트릭 어쿠스틱 lite ㅁ
990,000 -> 재고 1개.
성공해서 ‘일렉트릭 어쿠스틱’이라는 개념을 새로이 만들어내는가,
아니면 대차게 말아먹고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는가.
갈림길에 서 있던 신생 악기 브랜드는, 결국 성공해버렸다.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린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며, 성공해버렸다.
그리고 펜더는 어떤가?
– 빨간 기타 동났네요.
– 피에스타 레드는 그렇다 치더라도 토리노 레드는 왜…?
ㄴ 비슷하자너
ㄴ 아 ㅋㅋ 일반인한테는 그냥 다 빨간색 기타자너ㅋㅋㅋㅋ
– 스콰이어 인기 폭발이네ㅋㅋ 입문용으로 사려고 했는데 고인물들이 다 사가네ㅋㅋ 기린이들 다 죽네 ㅋㅋㅋ
– 제발 사서 안 칠 거면 양보합시다 ㅠㅠ
ㄴ 응 싫어
ㄴ 본인 5년 방치한 빨간기타 있는데 중고가 떡상 가능?
ㄴ 네 다음쌤익
ㄴ 와 삼익 개추억이네 ㅋㅋㅋㅋ
대박이 났다.
빨기좌와 같은 색상, 비슷한 색상의 기타는 이미 전부 절판.
하위 메이커인 스콰이어조차 한국 내의 재고가 거의 말라버렸다.
다만,
“[기껏 … 기껏 홍보 기회가 왔었는데 ….]”
“[죄송합니다.]”
“[이게 지금 말이 되냐고!]”
120대로 만든 앰프의 성과, 메탈에 녹여낸 어쿠스틱 기타로 관심을 한몸에 받은 레인악기 뮤직.
수려한 연주로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펜더, 스콰이어.
근데 깁슨은?
한번 등장했다.
눈에 잘 띄질 않았다.
빨기좌 밴드 멤버 두 사람이 운 좋게 깁슨 사용자이긴 했지만,
정작 빨기좌는 단 ‘한 번’ 사용했을 뿐이었다.
“[… 죄송합니다.]”
“[지금 몇만… 아니 몇십만 달러를 길바닥에 내다 버린 줄 알아?]”
“[죄송합니다.]”
중년 남성은 답답하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을 힘껏 치며 서류를 흩날렸다.
금발의 백인 여성은 눈을 질끈 감은 채 그 서류를 재빨리 쓸어서 품에 안았다.
“좆됐다 ….”
빨기좌의 무대는 예상대로였다.
그는 관객과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엄청난 무대를 선보였고, 호사스러운 음악을 선사했다.
근데… 근데.
“갸아아아아아악!”
깁슨의 아시아 마케팅 총 책임자, 박희석은 다시금 비명을 질러대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무리 지르고 긁어도 시원하질 않았다.
가슴속에 맺힌 한과 응어리가, 몸을 잠식해나갔다.
“[아니! 기타를 도둑맞는 게! 말이 되냐고!]”
“….”
다 날려 먹었다!
기회를 다 날려 먹었다!
“으아아아앍!”
“[괜찮으십니까?]”
“안 괜찮아!”
500~600짜리 기타와 엔도서 계약금으로 수억 원어치 홍보를 할 수 있었는데.
쌓여가는 회사 부채를 덜어낼 좋은 기회였는데.
이걸로 업계 입지를 더더욱 굳게 다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는데!
시발!
“하아….”
“[숨 고르시고, 진정하세요.]”
“[진정… 그래.]”
끼이이익-!
박희석은 의자에 힘껏 상체를 기댔다.
그리고서, 저번 주 금요일을 회상했다.
좋은 날이었다.
신제품은 제대로 잘 만들어졌고, 다운 엔터테인먼트에 눈앞에 있는 미셸을 포함한 팀이 전달만 하면 됐었다.
다만.
“[도둑 … 아니, 소매치기인가.]”
“….”
“[그거 알고 있나? 한국은 치안이 엄청 좋은 나라야.]”
“[… 알고 있습니다. 전부 관리를 잘 못 한 제 잘못입니다.]”
“[아니,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고.]”
“[아닙… 니까?]”
이상했다.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부하들이 잘못한 건 맞았다.
애초에 한눈을 팔지 않으면 됐으니까.
하지만,
“[소매치기가 … 한국에서 있을 수 있나?]”
“[예…?]”
“[한국인들은 말이야, 카페에 노트북을 두고서 똥을 싸러 가는 사람들이야. 똥을 말이야!]”
“[그런 건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근데… 길 한복판에서 기타를 빼앗긴다라 ….]”
박희석은 미셸의 얼굴을 살폈다.
그리고서, 게슴츠런 눈초리를 당당하게 내비쳤다.
“[관련 없지?]”
“[…! 절 의심하시는 겁니까!?]”
“[의심하는 게 아니라 그 정도로 충격적이라는 거지. 한국에서 대놓고 소매치기당할 확률은 정말 극악이거든.]”
“[….]”
“[치안이 좋다…라는 거랑은 개념이 달라. 자전거는 잠깐만 한눈팔아도 없어지니까.]”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박희석 또한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는 자신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맞긴 했다.
그렇기에, 짐작 또한 갔다.
“[누가 노렸구만.]”
“…!”
“[기타 전달한다는 정보를 듣고서, 일부러 갈취한 거야.]”
“[아 … 그게 그렇게 되는 겁니까?]”
“[확신은 못 해. 사실 그냥 소매치기당했다는 게 더 신빙성 있겠지.]”
일을 괜히 복잡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헌정 기타를 도둑맞았다’라는 소식을 아직 빨기좌에게는 전하지 않았으니, 입 싹 닫고서 새로 만들어 갖다주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화나는군….]”
범인을 꼭 잡고 싶었다.
왜 기타를 노렸는지, 범인은 붙잡고서 꼭 캐묻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 경찰로부터 연락이 오는 대로 보고하겠습니다.]”
“[그래.]”
대가를 물릴 것이다.
수억 원어치의 기회에 대한 대가를 말이다.
‘전설’이 되려는 기타리스트의 손에, 신제품을 들려줄 기회를 날린 대가를 말이다!
박희석은 핸드폰을 켜서 a-tra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갔다.
메인 화면에 띄워진 영상의 조회수는, 이미 전부 200만을 넘기고 있었다.
“어디 보자 ….”
***
[충격, 공포] 빨기좌와 정체불명의 사나이의 대결동영상-
조회수 161만
좋아요 1.1만 싫어요 213
안녕하세요 에이트라입니다.
본 동영상은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닌,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측으로부터 제공 받은 것임을 알립니다.
근데 수익은 제 거예요!
ㅋㅋ ㅎㅎ 개꿀 ㅋㅋ
댓글 3212 +
– – –
– 짭베이(싱크로율 99.9%)랑 빨기좌랑 가슴이 웅장해지는 승부 못 본 흑우 없지?
ㄴ 마누라한테 등짝 맞을 거 걱정해서 안 온 흑우 없제? ㅋㅋㅋㅋ
ㄴ 마누라한테 등짝도 맞고 가지도 못했는데요.
ㄴ 아 ㅠㅠ
ㄴ 아재요 ㅠㅠㅠ
– 근데 진짜 평생 락 페스티벌 보러 다닌 것 중에 제일 역대급이었음 ㅋㅋㅋㅋ 이게 락이지 ㅋㅋ 인파 엄청났음.
ㄴ ㄹㅇ 땀냄새 오져가지고 햇반마려워서 죽는줄 알았잖아
ㄴ ?
ㄴ ??????
– 빨기좌에 대한 평가 :
연주력 10/10
퍼포먼스 10/10
레자바지 1/1
짭베이에 대한 평가 :
연주력 10/10
퍼포먼스 10/10
레자바지 1/2
ㄴ 왜 짭베이 레자바지는 1/2냐
ㄴ 빨기좌가 하나 찢어먹었잖아 ㅋㅋㅋ
ㄴ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짭베이 바지 찢어지는 거 보면서 동서남북으로 울부짖으며 같이 찢었다
ㄴ 너도?
ㄴ 나도 울면서 엉덩이 찢었다 ㅠㅠ
ㄴ 시발 엉덩이는 왜 찢는 건데 ㅋㅋㅋㅋㅋ
– 빨기좌 밴드 멤버들도 엄청 잘했음 ㅋㅋ 멋있었어.
ㄴ 고딩때 락 페스티벌 참전ㄷㄷㄷㄷ
ㄴ 평생 술자리에서 썰풀기 가능하겠네 ㅋㅋ
ㄴ 한국 락의 미래가 밝다.
– 마지막에 비발디 여름 짭베이랑 같이 치는데 진짜 빛이 나더라. 괜히 사람들이 앵무새같이 레전드레전드 하는 게 아님 ㅋㅋㅋ
ㄴ 진짜 잉베이 아님?
ㄴ 실력이 잉베이던데 잉베이라 생각하면 잉베이지 뭐
ㄴ 슈뢰딩거의 잉베이 ㄷㄷ
– 빨기좌사랑해나어제보러갔는데진짜진짜감동이었어사진도많이찍었는데이거함봐봐히히되게잘나왔다원한다면보내줄게4000만화소짜리로찍은거야 www.neverblog/435686
ㄴ 와 … 할말을 잃었다.
ㄴ 뭔데?
ㄴ 레자바지 엉덩이 (고광택)
ㄴ 진짜 숨막히네요 ;;;
ㄴ 컴퓨터 그래픽인 줄 알았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트라 채널에 안 올라올 줄 알았는데 올라오더라.
에이트라가 본방에는 참가를 못 해서 내가 다 아쉬웠었는데.
페스티벌 측에서 촬영본을 전해 받았더라.
참 다행이었다.
스윽-!
나는 계속해서 댓글창의 스크롤을 내렸다.
근데, 내려도 내려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사람들은 천하제일 드립대결이라도 하려는 듯, 계속해서 댓글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어우야 ….”
“진짜 많이 달렸네.”
“그러게.”
연휴가 끝났다.
준비한 무대가, 결실을 맺었다.
완벽한 성공이었다.
씁쓸히 고배를 마셨어도 좋은 기억이 되었을 텐데.
성공이라니!
진심으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그다음 날.
“자~ 자. 줄 섭시다 줄.”
“한 사람당 하나씩이야~”
등교하자마자 또다시 환호가 몰려오더라.
나뿐만이 아니라 친구들한테도 말이다.
막 방송 나가고 기사 나고 학교 애들한테 관심받고 이런 것도 한두 번이라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가면 다 그러려니~ 할 거 같았는데.
락 페스티벌은 또 달랐다.
어느 정도냐면 …
“예린이 왔어!?”
“왔지이!”
예고생들을 움직일 정도였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를 보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짓던 예고생들이, 오늘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앞다투어 이곳을 찾았다.
찾아와서, 우리 반 앞에 길게 줄을 섰다.
나는 아까부터 교탁에 앉아 있었다.
아주 근엄한 자세로, 근엄한 표정으로 말이다.
“와… 사인회까지 여는 거야?”
“키에에에엑! 빨기좌 앞에서 무엄하다!”
“예를 갖춰라!”
“제성~”
전교생이 우리 반을 찾았고,
인파에 둘러싸이게 되었고,
거기에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고생들까지 몰려들었고.
그냥 아주 생지옥이 펼쳐지더라.
결국, 같이 스플뎀을 받던 우리 반 애들이 아이디어를 내더라.
아이디어의 결과가 이 사인회다.
– 락 페스티벌 기념 빨기좌 밴드 사인회 –
“흐흐흐흐.”
“김수재 진짜 많이 컸어~”
“늬들도 많이 컸어~”
“흐흐흐.”
우리는, 대 셀럽이 된 듯한 기분을 한껏 만끽했다.
선생님들조차 우리를 막지 못했다.
밤새 기사가 나오고, 그리고 또 ‘유산고등학교’의 이름이 계속해서 언급되고.
어깨에 뽕이 들어가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었다!
“빠, 빨기좌 안녕… 나 예고 2학년인데 ….”
“대화는 15초까지입니다!”
“아, 안돼애애애애!”
쭈뼛거리던 여학생이 우리반 여자애들에게 끌려나갔다.
“빨기좌 리얼 존경한다. 나중에 우리 같이 작업이나 …. 아, 나 예고 3학년 작곡과….”
“15초!”
“갸아아악!”
멋들어지게 생긴 3학년 형도 예외는 없다!
“빨기좌 사랑해!”
“꺅! 말했다!”
고마워요.
“자~ 다음다음.”
반 애들은 으쓱거리는 어깨를 주체하지 못했다.
윤수빈과 최유진은 반들거리는 이마를 드러내며 실컷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야, 나 아까 예고 여자애가 번호 물어봤음.”
“리얼?”
“근데 카톡으로 너 번호 물어보더라.”
“앗.”
“아아….”
슬픈 소식은 잠시 옆으로 치워둬도 된다.
지금 우리는 그저 이 장관을 누리기만 하면 된다!
“다음 분~”
터벅터벅-
나는 싱글싱글 웃으며 팬들을 위한 날림 사인을 준비했다.
그리고,
턱-
어느새인가 교탁 위에 놓인
핑크색 배경에 하트가 잔뜩 그려진 종이를 받아들었다.
“…!”
“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야야아아아아악!”
밀려드는 남자애들의 엄청난 환호성.
갑작스럽게 덜덜 떨리는 손목.
그리고,
그곳에 적힌,
–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 년에 한 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 …
사랑스러운 글귀.
“…?”
“왜!?”
“무슨 일인데?”
“뭐라고 적혀 있는데!?”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동그란 철테 안경을 쓴 긴 머리의 여자애를 가만히 응시했다.
“편지 어때?”
“….”
“그거 회신해야 돼. 영국으로.”
“….”
“너 … 받을 거 있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