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200
208화. 비 내리는 눅눅한 도시의 기타리스트 (1)
영상통화가 끝났다.
끝났음에도 뭐가 뭔지 상황 파악이 잘 안 된다.
정신도 조금 멍하다.
내가 저런 거물이랑 대화하는 날이 오다니.
이게 꿈인가?
아니면 생시인가?
다만,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잘 알겠다.
나는 곧바로 앰프의 볼륨 노브를 크게 돌렸다.
지금 가슴 속에 담겨 있는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서,
이빠이 말이다.
좌아아아아앙-!
귀가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적응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엄청난 음압에 깜짝 놀란 박작곡가가 헤드폰을 벗어던지며 다가왔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무슨 일이야! 설마 그 볼륨으로 기타 치려고!?”
“박작곡가님, 통화 내용 들으셨나요?”
“뭐… 뭐!? 무슨 통화? 누구랑 통화했는데?”
“그럼 우선 이것부터 들으시죠.”
갑작스레 떠오른 멜로디.
하지만, 내 인생을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멜로디.
조금은, 눅눅한 멜로디.
쥬우웅-!
나는 기타를 쳤다.
평소처럼, 풍경을 그렸다.
물론 쳐본 적도 없는 멜로디를 곧바로 올곧게 소화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손이 꼬였으며, 테크닉은 엉망이었다.
처음 치는 거니 어쩔 수가 없었다.
다만.
박작곡가의 올라가고 있는 입꼬리를 보고 있자니,
“어떠세요.”
“이거 대체 뭐냐…?”
아무래도, 반은 성공한 거 같다.
“유명한 분한테 아이디어를 받았어요.”
“유명한 분?”
“예. 지금의 제가 도저히 범접하지 못하는 분이죠.”
“….”
“그러니까 시작합시다.”
“….”
“최고의 곡을 만듭시다!”
시작이 반이니까.
***
www.world-londonelectricguitarcompetition.com
언어 : 한국어
공지사항 톺아보기 – >
W-legc는 기타리스트를 한데 모아 우열을 가리는 우리 모두가 염원하던 대회입니다.
그리고 이 대회의 본선과 결선은, 축복받은 뮤지션의 나라, 영국에서 개최됩니다.
본선 장소 : 런던 o2 아레나
일시 : 11월 17일 오전 10시
예약 : 홈페이지 상단
좌석가격 : 별도 안내
(본 홈페이지는 위법 프로그램 사용방지장치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메크로 프로그램 사용 시 ip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관객 여러분에게 공정한 감상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참가자 여러분에게는 선호하는 악기로, 선호하는 연주를 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역량을 억누르지 마십시오.
100% 발휘하십시오
영국의 명물을, 피쉬 앤 칩스를 섭취하십시오.
그리고, 대회를 개최한 우리에게 감사하십시오.
W-legc 스태프 일동.
-우우우웅-!
노래 대신 습도조절기가 전기를 퍼먹으며 돌아가는 소리가 BGM으로 깔리는 악기점.
위층에는 정상적인 루트로 들어온 평범한 악기가,
지하에는 구매자의 안목을 적극 테스트하는 랜덤박스 같은 악기가 놓이는 악기점.
낙원상가 상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악기점!
타타뮤직.
그리고 그 타타뮤직의 지하 한구석에는 …
“피쉬앤칩스라….”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 화면을 주시하는 남자가 서 있었다.
이제는 인기 밴드가 되어버린 라비다의 기타리스트 윤대혁이었다.
“영감은 피쉬앤칩스 드셔 보셨습니까?”
“그게 뭐여?”
“생선튀김이랑 감자튀김이요.”
“그거 명절마다 먹지 않남?”
“진짜네 …?”
“무슨 쓰잘데기 없는 소릴 하고 있셔.”
한쪽 손에만 목장갑을 낀 노인은 다량의 목공본드를 들고 왔다.
그리고 익숙하다는 듯이,
뿌직-!
도저히 살아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헤드가 완전히 부러져버린 기타에 마술을 부렸다.
쮸우우욱-!
사실 그냥 본드를 바른 것뿐이었다.
“크으! 성능 좋구만!”
“그것도 팔 겁니까?”
“당연하제!”
“얼마에요?”
“음 … 한 30만?”
“중고나라에서 3만 원에 사 온 거 아닙니까?”
“다 인권비여 인권비.”
“인권비가 아니라 인건비입니다.”
부러져 버린 에피폰 레스폴은 새 생명을 얻었다.
그리고 얻은 생명으로 다시금 새로운 소리를 내뿜을 것이다.
다시금, 연주될 것이다.
그건 과연 기타에 있어서 불행일까? 행운일까?
처음 저 괴악한 행위를 마주했을 때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지만, 지금은 뭐.
그러려니 했다.
“이거나 보십시오. W-legc 본선정보가 전부 공개됐습니다.”
“… 오~ 아그들 나가는 데제?”
“그렇죠.”
전 세계의 기타리스트들을 한데 모아 펼치는 대전이라.
솔직히 탐나기는 했다.
하지만 나이가 맞질 않았다.
한두 살 차이였으면 뭐 실망감이라도 들었을 텐데.
윤대혁은 그냥 무덤덤했다.
그저 무덤덤하게 자신의 학생을 응원할 뿐이었다.
“어떤 거 같여?”
“뭐 말입니까?”
“아그 우승할까?”
프로는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다만,
“그럴 확률이 매우 높을 것 같네요.”
“갸 누구냐, 미국 아도 엄청 잘 치더구만.”
“웬일로 모던 기타리스트를 알고 계십니까.”
“늙은이들한테 욕지거리를 허니께! 암튼 요즘 어린 것들은 그냥 나이 든 사람한테 못하는 소리도 없 …”
발언이 어찌 되었건.
실력자들은 많았다.
세계는 넓으니까.
각자 품고 있는 생각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그 모든 요소 덕에 연주 스타일도 다를 거다.
그러므로, 소리는 다양할 것이다.
다양한 소리.
윤대혁이 저번 주부터 특히 신경 쓰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경 쓰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 곡’을 듣고 나서부터 이렇게 됐다.
“영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뭐가?”
“요즘 애들”
“난 기타 잘 못 치는디?”
“듣기에요.”
“뭔 바람이 불어서 그런 질문을 다 한다냐.”
노인은 머리가 잘못된 사람 보는 듯한 눈빛을 띠었다.
저렇게까지 반응할 정돈가? 싶었지만.
뭐, 확실히 이상하긴 했다.
영감은 엔지니어이자 상인이지만, 연주자는 아니었으니까.
“영감이라도 받은겨?”
“예.”
“오~ 뭔 일이 있나 본뎌~”
“있긴 있었죠. 아직은 비밀입니다.”
“영감이라…”
영감은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려는 듯 보였다.
“요즘 아들은 싹싹하고 열심히 쳐. 근데, 너무 무서워혀.”
“뭘 무서워한다는 겁니까?”
“인생이 망가지는 거!”
“….”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인생을 내던져버리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윤대혁은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아주 놀랍게도.
어렴풋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 뭐라 허냐, 밥 잘 먹고 등 따시니께. 알바만 해도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거등.”
“먹고 자고 싸는 데는요.”
물론 신체 건강한 성인이 혼자일 경우에 말이다.
“그러니께, 삶이 소중한 거여.”
“….”
“소중하니께, 목숨을 걸 필요가 없는 거여. 던질 수도 없는 거여.”
목숨.
영감은 그리 말했다.
피상적인 의미의 ‘목숨’이 아니라 진짜 목숨을 입에 담았다.
“꼭 목숨을 걸어야 합니까?”
“아니. 그냥 확률이 올라간다~ 라고 나 혼자 생각하는 거제. 숙호 알제?”
“… 예.”
“갸도 몇 번은 굶어 죽을 뻔했어~ 흐흐흐. 진짜 얼굴 보면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갔더라구~”
“….”
“밥 맥였지. 밥 맥였는데 토하더라구. 그래서 죽을 끄리 맥였어.”
“그건 처음 듣는 얘기네요. 그분과는 어떻게 만났습니까?”
“갸가 나한테 줄을 사러 왔셔. 밥 먹을 돈으로.”
… 영감은 평소에도 거짓말을 곧잘 입에 담았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도저히 거짓말같이 들리지 않았다.
매일 실실 웃던 주름진 눈매가, 똑바로 펴져 있었으니까.
“근데 그 아가한테 그런 모습이 겹쳐 보여.”
“… 밥을 못 먹고 다니지는 않는 모양입니다만.”
“잘 살어?”
“남의 가정 이야기해봤자 어디에 쓰겠습니까.”
“애끼네~ 물론 부자는 아니것제. 뭐 그렇다고 굶지도 않겄제. 근데 … 대단혀. 갸는 인생을 걸었어.”
“….”
“그건 무너져본 사람의 눈이여.”
말이 되나? 싶었다.
물론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열일곱이니까.
불우한 가정, 혹은 불우한 건강을 타고난 게 아니라면 아직 죽을 위기를 겪기에는 적은 나이니까.
다만.
“그런 감정을 품을 수 있는 것도 … 재능이자 노력이것제.”
“… 그렇군요. 그렇게까지 진심이니까, 그런 곡이 나오는 것이겠군요.”
“아 진짜 뭔 일이 있긴 있는가벼!?”
“… 영감은 수재가 우승하면 좋겠습니까?”
“고럼~!”
그는 주름진 얼굴을 더욱 주름지게 하였다.
웃었다.
마치, 17살 소년 같은 웃음이었다.
“한국인이 딱! 하고 해외 기타리스트들이랑 어깨 나란히 하고 합주하면 얼마나 멋지겄어~ 죽기 전에 보는 게 소원이지.”
“… 저보다 수재가 먼저 보여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가? 너도 뭐 얼마 안 남았제! 일본 간다며!”
“예.”
“기대되네, 아주.”
그는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이내,
“아!”
소리를 질렀다.
눈을 부라리며!
‘욕망’에 젖어버린 표정을 지으며!
“해야제!”
“…네?”
“꼭 1등 해야 혀! 꼭!”
휙,
부르튼 손가락이 구석에 놓인 기타를 가리킨다.
각종 부품들이 너덜너덜해진 에피폰 레스폴.
‘에피폰’조차 아닌 합피폰 레스폴.
“저거 … 비싸게 팔릴 거 같은디? 연습할 때 썼잖여.”
“….”
“한 1000불러도 사갈 사람 많아지것지!?”
“….”
“아니 2000! 2000은 받아야제! 요즘 그 뭐냐. 아그가 사용한 기타가 뭔지, 페달보드는 또 뭔지 다 알아내 갖고 덤탱이 씌워서 팔더라니까! 흐흐흐흐. 저건 근데 직접 쓴 거란 말여? 그니까 얼마것어?! 어!?”
윤대혁은 후우, 한숨을 쉬었다.
17살 소년 같은 미소는 무슨.
저건 그냥 장사치의 눈이다.
장사꾼이 아니라 장사치 말이다!
“2000 벌믄~ 어딜 놀러 가야 허나~ 아. 안 떼줄 거니까 침 흘리지 말어!”
“예, 예.”
“너는 그 나중에 아그가 스승님~ 스승님~ 하면 덕 많이 볼 거 아녀~ 그걸로 만족 혀~”
“….”
윤대혁은 눈을 감았다.
그런 미래 … 가 올까?
지금보다도 더 유명해진, 정상에 오른 수재한테 스승님 소리를 듣는다면 …
“…!”
매우 오그라들었다.
심히.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닐 것 같았다.
***
“오오.”
오늘도 회색 정장 차림인 20대 후반의 여성은 조용히 핸드폰을 바라보며 감탄을 토했다.
본선 일정이 추가로 공개됐다.
솔직히 그닥 특별할 건 없었다.
장소를 발표하고, 티켓을 판매하고, 좀 쓸데 없는 말 좀 써 놓고.
이미 예상은 했었다.
근데도 감탄이 나오더라.
“와우.”
O2 아레나라니.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대관료가 정말 어마 무시할 거 같다.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 공연은 여러 매니지먼트가 힘을 합쳐 대관한 거였는데.
저긴 대체 얼마일까…?
최민지는 요즘 들어 감탄을 계속 입에 달고 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빨기좌’의 담당 아닌 담당 취급을 받게 되고 나서부터였다.
“뭐 보고 있어요?”
“본선 일정이요.”
“일정…!?”
“어…?!”
“응?”
“아 맞다! 여러분! 본선 일정 발표됐어요!”
“뭐어어어!?”
목소리를 높이자, 부서 전체에서 격한 반응이 돌아왔다.
“그걸 왜 이제 말해!”
“1분 전! 1분 전에 발표됐어요!”
그리고 곧바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w-legc 홈페이지를 살피기 시작했다.
“와…! 실화인가?!”
“이, 일주일 남기고 이걸 띄우네요?! 미친 거 아니에요!?”
미친 거 맞는 거 같은데.
아무리 봐도 그랬다.
“빨기좌 머물 호텔 예약해야죠! 미리 선결제해뒀으니까 날짜만 불러주면…!”
“호텔보다 비행기 표를 먼저…!”
“우선 본인한테 얘기를 한 다음에 처리해야죠!”
“지금 어디 계신대요?”
“음반 제작부요!”
조용하던 사무실은 순식간에 난리통으로 변했다.
그리고, 다 같이 같은 동작을 취했다.
음반 제작부로 간다!
최민지는 소식을 전해기 위해 급히 발을 움직였다.
11월 10일 오후 6시.
1차 본선 정보공개로 후부터, 약 2주가 흘렀다.
시간은 아주 빨리 흘러갔다.
빨기좌는 요 2주간, 학교가 끝나자마자 곧장 음반 제작부로 와서 곡 제작에 매진하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거의 작업이 끝났다는 것 같던데 …
어떨까?
오늘은 완성이 되지 않았을까?
은근 기대가 됐다.
그리고 그 기대는…
“본선 일정 발표되었습…!”
“쉬이이이이잇!”
음반제작부 제1스튜디오에 발을 들이자, 아주 조금 더 부풀었다.
“조용히 해주세요.”
“…넵.”
음반제작부 직원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쌓인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눈은 총기를 잃지 않은 상태였다.
그들은 들이닥친 타 부서 직원들에게 주의를 준 다음,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유리벽 너머로.
“아….”
빨기좌가 기타를 치고 있었다.
평소와 같이.
아니, 평소와 같다고 해야 할까.
지아아앙-!
거칠거칠하면서도 눅눅한 일렉기타의 소리.
빨기좌가,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소리.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지금 귀에 들리는 이것은…
“이게 … 그 곡이구나.”
평소 이상.
“….”
“….”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저, 투명한 벽 너머에서 혼신을 담아 연주하는 소년의 모습을 보며, 작게 신음을 토할 뿐이었다.
정말로, 정말로.
뭐라 표현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황홀한 4분이었다.
확신할 수 있었다.
“저게 … 이제 영국에서 연주된다는 거죠?”
“….”
“2만 명 앞에서 … 연주된다는 거죠?”
“….”
“대박…”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은 환호를 내뱉지 않았다.
그저 영혼이 잠시 몸에서 들락거렸던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좋다아!”
정적은 빨기좌로부터 깨졌다.
아주, 정말로
이상하기 그지없는 발언으로부터.
“근데 아직 미완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