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204
212화. 비 내리는 눅눅한 도시의 기타리스트 (5)
나는 단신의 기타리스트를 내려다보며, 볼을 세게 꼬집었다.
주우우우욱-!
탁-!
살이 늘어나는 감촉.
되돌아오며 통각 신경을 자극하는 느낌.
모두 생생하다.
아팠다.
“꿈은 아니구만.”
커피를 불과 두 모금밖에 마시지 않았음에도, 졸음기는 전부 달아나버렸다.
그리고 내 뇌는,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이라고 정확히 인식해 버렸다.
솔직히 제프와 영상통화를 한 적이 없었다면, 놀라서 자빠졌을 게 분명했다.
“[얘 왜 이런대?]”
“[아무래도 피곤한 게 아닐까요.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왔는데.]”
“[오 … 그건 그렇겠군. 가만있어봐, 그럼 동남아나 동아시아 쪽 참가자들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거 아니야? 생활 패턴이 엉망진창이 되잖아.]”
“[하하, 어쩌겠습니까.]”
“[어이, 뭐라고 말 좀 해봐.]”
나는 입을 오물거렸다.
이게 현실이라고 인식은 했는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전설의 인물에게, 어떻게 내 첫인상을 정해야 할까?
“…!”
일순간, 회귀 전에 봤던 동영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기타를 내려놓고 무대를 누비며, 팬들을 향해 엉덩이를 내미는 영상을 말이다.
마지막에 결국 바지를 까더라.
근데 환호를 받더라.
나는 그때 느꼈다.
그것은, 퍼포먼스의 첨탑(尖塔)이라고 할 수 있는 경지라고.
바지를 까는 것만으로 팬들을 좋아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퍼포먼서의 진정한 최종점이라고.
“[존경합니다.]”
나는 입을 뗐다.
진심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것을 들은 ‘영’은…
“….”
한참 내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하하하하하하하하!]”
이내 경쾌한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존경이라 …!]”
“[진짜 존경합니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다가 만난 것처럼.
우연히 같은 자리에서 블랙퍼스트를 먹는 것처럼 만남이 연출됐다.
“… 수재야 이분 … 내가 아는 그 사람 … 맞지?”
“그럴 거야.”
“어… 와.”
소이 또한 나와 같은 반응이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직류와 교류로 환상적인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그 밴드 사람이란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걸 거다.
나도 그렇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
그는 여길 어떻게, 왜 찾아왔는지, 요즘 잘 지내는지 등등.
그런 ‘당연한’ 대화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듯 보였다.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서,
탁-!
앰프의 전원을 켜버렸다.
지이이이잉-!
조금은 시끌벅적한, 런던에서 나름 유명하고 가성비 좋은 호텔 식당 한구석에,
어울리지 않는 노이즈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의 바람이 그렇다면, 나는 그리할 것이다.
“[그럼, 존경하는 사람을 위해 한 곡 부탁하지.]”
보통 사람이 했다면, 필히 무례한 부탁.
하지만 ‘그’이기에, 영광될 수 있는 부탁.
우리 근처에서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에이트라는, 식당을 박차고 나갔다.
회사 사람들은 식당에 없었다.
3분.
그가 기타를 가져오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 이런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기도 하는군요. 믿기지가 않아요…. 역시 빨기좌!”
나는 재빨리 튜닝을 마친 뒤, 기타를 앰프에 연결했다.
이펙터는 없다.
평소 공연 때 사용하던 앰프 또한 없다.
그저, 그가 가져온 작은 미니 앰프만이 코앞에 놓여 있었다.
“[써본 적 있나?]”
“[물론이죠.]”
롤랜드사의 마이크로큐브.
나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니 앰프다.
어댑터 동작도 되고 건전지도 들어가고 앰프 시뮬도 여러 개고, 공간계 이펙터까지 박혀 있고.
지금은 뭐, 더 좋은 방구석 앰프들이 여럿 출시돼서 찬밥 신세지만,
‘간단하게’ 연습하기에는 아직까지 괜찮다.
디리리리링-!
개조에 개조를 거듭한 나만의 펜더 디럭스 스트라토캐스터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앰프 때문에 기타의 제 성능이 안 나왔다.
이퀄라이저도 세 등분되어 있지 않고 ‘tone’노브로 뭉뚱그려 있어서 소리를 제대로 만들기가 난해했다
다만.
“역시 그 곡이지.”
언제나 그렇듯, 장비에게 무릎을 꿇는 것은 진정한 기타리스트가 아니다!
“역시 그 곡이죠.”
“맞아맞아.”
나는 피크를 쥐었다.
그리고, 이 한없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주저 없이, 허락 없이 현을 긁는다.
좌아아앙-!
귀에 너무나도 익숙한 그 코드.
그리고,
쟈자작-!
쟈쟈작-!
너무나도 특징적인 리프!
“Back in black….”
락 앨범 판매량 1위의 그 곡.
“[허, 이걸 친다고?]”
그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나도 같이 웃었다.
원작자 앞에서 원작자의 곡을 연주한다는 게 참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가 없지만.
그래도 신나니까.
좌아아아앙-!
5인치 스피커가 울부짖는다.
볼륨을 최대로 키웠는데도, 전혀 시끄럽지 않다.
그런데도 이목은 확실히 끌렸다.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이리로 고개를 돌렸다.
물론 제지받지도 않았다.
호텔 직원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까딱거리게 됐으니까.
과연 이걸 못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락에 관심이 없어도, 제목을 몰라도.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을까?
‘영상 매체’와 담을 쌓고서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누구나 들어봤을 곡.
널리 퍼진 곡.
명곡.
나는, 명곡을 그려나갔다.
자면서 굳어버린 손가락도 좀 풀어줄 겸.
느릿한 리프에 정성을 담았다.
그리고, 매우 익숙하기 그지없는 중반 솔로에 들어갔다.
카아앙-!
“오오!”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노부부가, 탄성을 내뱉었다.
관객은 적었다.
아침이라기에는 늦은 시각이었으니까.
다만, 모두가 집중했다.
좋은 소리가 들려왔으니까.
“[내가 치던 걸 다른 사람한테 치니까 … 기분이 되게 묘하구만.]”
“[… 잘은 모르겠지만 알 것 같은 기분입니다.]”
말로 묘하다고는 해도, 영의 표정은 솔직했다.
그는, 만족스러워했다.
내가 100% 컨디션으로 연주한 게 아님에도,
대충 톤을 만들고, 손도 안 풀고서 급하게 들어간 것임에도.
그는,
-좌아앙-!
참을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척-!
손이 내밀어졌다.
“[나도 한번 쳐보자.]”
“[기타 안 가져오셨나 보군요.]”
“[칠 생각은 없었으니까.]”
하긴, 남이 기타를 치고 있으면 괜히 뺏어서 치고 싶은 게 국룰이니까.
내 연주가 그를 그럴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게 여간 자랑스러운 기분이었다.
-좍! 좌좡-!
기타와 피크를 받아든 그가, 연주를 시작했다.
본가의 연주였다.
그리고, 원작자의 연주였다.
나도 내 나름대로 소화를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
뭐랄까.
역시 원작자는 원작자의 맛이 있구나.
이 맛에, 이 곡을 듣는 거구나.
보컬도, 베이스도, 드럼도 없지만,
머릿속에 가사가 막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작사가 본인이 ‘아무 생각 없이 썼다’라고 말하던,
그러면서도 분명히 추모의 의미를 담고 있는 가사가 말이다.
지이잉-!
익숙한 마무리 기타 솔로가 들려왔다.
그가 Sg기타가 아닌 스트로라토캐스터를 들고 있는 모습이라 …
이건 참 귀하다.
나는 코코아를 앞에 두고 무아지경으로 연주하는 그를 바라보며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치며 비트를 만들었다.
지잉-!
짧다면 짧은 연주.
하지만, 부족함은 단 1g도 느껴지지 않는 연주.
연주가, 마무리되었다.
동시에,
짝짝짝짝짝-!
딱히 바라고 있지 않았던 박수와,
“wow!”
“Nice guitar!”
탄성 섞인 환호가 식당 내에 울려 퍼졌다.
“….”
“[기분 좋구만. 정말 상쾌한 아침이야.]”
“[동감입니다.]”
“[거기 꼬마 아가씨도 이 곡 좋아하나?]”
“아 … 네… [네!]”
“[흐하하!]”
얼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긴가민가했던 표정이 사라졌다.
그는, 기분 좋게 코코아를 한 모금 머금더니,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정말 다행이야. 걱정할 필요 없겠어.]”
의미심장한 말을 시작했다.
“[걱정… 이요? 절 걱정 하셨습니까?]”
“[….]”
내가 이 사람을 알고 있던 것과 같이,
이 사람도 나를 알고 있었던 걸까?
그러면 영광이다.
정말, 두말할 필요 없는 영광이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부끄럽지만, 네 영상을 몇 개 봤어. 지인이 추천해 줘서 말이야.]”
제프를 말하는 것 같다.
… 설마.
전설의 기타리스트들 사이에서, 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을 줄이야.
“[크게 될 놈이라고는 생각했는데…. 아니, 뭐 객관적으로 따지면 지금도 크게 되긴 했지. 다만.]”
“[실례하겠습니다.]”
탁- 탁.
아침 식사가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그냥 달걀이랑 소시지랑 베이크드 빈스이랑 빵 쪼가리였다.
“[이번 기회로 미래가 갈리겠군. 쪼그라들거나, 더욱 커지거나. 내가 이 앰프를 왜 가져온지 아나?]”
음식이 차려졌음에도, 나는 손을 대지 못했다.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할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이다.
“[실력을 보려면 더 좋은 선택지가 있었을 거야 야마하 thr이라든가, 하다못해 이 앰프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있고.]”
“[잘은 모르겠… 는데요.]”
“[진짜 실력을 보려고. 쓰레기 같은 소리가 나지는 않는데, 제대로 된 소리를 만들기엔 너무나 불편한 걸 갖다주면 어떨까, 궁금해지더라고.]”
그는 껄껄 웃었다.
동시에 나는, 은은하게 감명을 받아버렸다.
전설의 기타리스트가 괜히 전설이 아니구나.
음악에 관해서 한없이 진지하기에 … 전설이 될 수 있는 거구나!
“[진짜입니까?]”
마크가 물었다.
“[몰라! 근데 이게 가볍긴 가볍더라고!]”
응…?
“[뭐, 사실은 그래. 뭘 가져왔어도 테스트는 할 수 있었어.]”
“[….]”
“[소리를 잘 만드는군. 그렇다면, 당할 걱정도 없겠고.]”
“[제가 누구한테 당할 예정이란 말씀이십니까?]”
옆에 있던 소이가 인상을 찌푸렸다.
“[범죄 같은 데에 휘말린다는 얘기가 아니야. 근데 이번 대회는 그 … 뭐랄까. 찝찝해. 조직적인 행동이 눈에 보여.]
“[조직적인 … 행동이요? 참가자들이 조직을 만들었다는 겁니까?]”
“[그리고 그 ‘조직’은, 널 떨어뜨리는 게 목표겠지.]”
“[그게 대체 무슨…]”
멍때리고 있던 나에게, 그는 어서 먹으라는 듯이 손짓했다.
소시지를 입에 밀어 넣자, 소금의 짠맛이 확 혀를 마구 때렸다.
짜다.
감칠맛도 난다.
근데 짜다.
소금 때문인지.
아니면 갑작스러운 정보를 뇌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지.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뭐, 그런 거야. 넌 예선 1위고, 유력한 우승후보지. 경계 받는 것도 당연한 거고.]”
“[인지는… 하고 있습니다.]”
대회는 개인전이다.
순위를 가리는, 철저한 개인전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조직’이라니.
나는 개개인이 아니라 ‘세력’을 맞서야 하는 걸까?
근데, 세력을 만드는 게 의미가 있는 걸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네가 정신 나간 퍼포먼스를 준비한 것처럼, 참가자들도 역량을 도핑하려 애쓸 거야.]”
“[도핑 …!]”
“[마약 말고.]”
“[하하. 그렇겠죠.]”
식겁했네.
“[장비 제한이 없으니, 소리를 만드는 것에 무한한 자유가 주어질 테지. 더더욱 청량하게, 더더욱 기름지게. 내 힘으로 모자란다면, 남의 손을 빌려서라도.]”
“[남의 손을 빌린다니…]”
“[대신은 못 쳐줘도, 소리를 만들어 받는 건 충분히 가능하겠지?]”
“[그건 ….]”
“[당황하지 마. 긴장을 풀지도 마. 그들이 이용하려는 인간은 … 똥 싸는 소리조차 천사의 웃음소리로 만들 수 있는 놈이니까.]”
… 그런 게 가능한 건가?
뭐가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이 사람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근데 영씨는 어떻게 그런 정보를 알고 계십니까?]”
“[귀로 들어간 말은 반드시 입에서 나오게 되어있어. 난 그냥, 입과 귀를 거치는 과정이 짧았을 뿐이야.]”
“….”
“[참가자들은 그를 이용할 거야. 어떻게든 너를 끌어내리겠다는 심정으로, 돈을 모아 갖다 박아서.]”
나는 마크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다, 도저히 거짓말을 하는 눈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전설의 기타리스트는 내 앞에 있으며,
날 보기 위해 왔으며,
나를 걱정해 주고 있었다.
참으로, 정말로.
아무리 그러려니 하려고 해도.
비현실적인 상황이었다.
“….”
“[잘해 보라고.]”
그는, 그렇게 말을 끝마쳤다.
그저 식당에서 우연히 합석한 사람이랑 가볍게 대화를 나눈 것처럼.
나는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비는 오늘도, 스프레이 뿌리듯 내리고 있었다.
동시에, 내 머릿속에도.
뭉게뭉게.
찐득하고 기분 나쁜 스프레이가 뿌려졌다.
“몬가… 몬가 일어나고 있음.”
“….”
“근데 걱정이 안 됨.”
“응 …?”
세력이라 ….
참가자들이 힘을 합쳐서, 톤 메이킹 고수를 고용해서 으쌰으쌰 뭔갈 하고 있다는 건 이해했다.
요지 파악은 끝났다.
근데.
“[힘을 합치는 건 그들만이 아닙니다.]”
나는, 억지로 대화를 이었다.
“[…뭐?]”
“[그들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는 소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소이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무슨 의미인지 도통 ….]”
“[퍼포먼스, 기대한다고 하셨죠.]”
“[…그런데?]”
“[기대하십시오. 저는 ….]”
나는 입을 뗐다.
그리고, 꽁꽁 싸매두었던 정보를 해금할 준비를 마쳤다.
참가자들의 세력?
힘을 모아 나를 퇴치?
해 봐라.
백날 해 봐라.
상관없다.
질적으로도, 숫자로도,
내가 우세하다!
나는 …
“[100기타의 힘을 합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