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211
218화. 기타의 제왕 (5)
무서운 인상의 사내는 생각했다.
이곳에 와서 다행이라고.
바쁜 스케쥴을 쪼개고 또 쪼개어, 영국으로 날아온 보람이 있다고.
터무니없이 높은 후원금 요구에도 쫄지 않고,
‘마지막 찬스’를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오 ….”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불편하기 그지없었던 주변 분위기는 일순간에 반전되어 버렸다.
1번 참가자의 훌륭한 퍼포먼스와 연주가, 공기 자체를 달구어버렸으니까.
그야말로, 흠잡을 데가 없는 무대였으니까.
“[… 대체 저건 무슨 모델이지?]”
“[모델이 뭐든 간에, 펜더 기타인 건 확실하지!]”
“[젠장 … 언제 저런 걸 냈던 거야? 커스텀샵 모델인가?]”
그가 앉아 있는 곳은, 마치 누가 장난이라도 쳐 놓은 듯이 만들어진 ‘귀빈석’.
스폰서 회사의 고위층들을 위한 자리.
처음에는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었다.
주최측에서 제공한 티켓을 쓰지 말고 그냥 따로 구할걸, 후회도 들었다.
근데 뭐.
앉아보니까 나름 잘 보이고 좋더라.
“[흐흐흐흐.]”
펜더 사에서 파견 나온 임원의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무서운 인상의 사내는 저 반응이 단박에 이해가 갔다.
참가자가 자사의 장비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매출 상승은 물론 주가 상승까지 보장된 셈임으로.
기뻐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 두고 보라고.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도…!]”
“[그래그래. 근데 초장에 저런 거물이 등장하셨는데 과연 딴 참가자가 눈에 띄기나 하겠나?]”
“[우쭐해 하지 말라고!]”
말만 귀빈석이지 사실 그렇다.
이런 환경에 놓여 있는데, 아무리 평소에 점잔빼는 사람이라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이렇게 열광하고, 환호성이 들려오고, 유명 기타리스트들이 심사위원 옆에서 떡하니 감상평을 내뱉고 있는데,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크흠.]”
무서운 인상의 사내 또한 마찬가지였다.
“[… 당신은?]”
“[누구쇼?]”
“[저거.]”
무서운 인상의 사내는 무대 정 중앙에 자리한 스택 앰프를 가리켰다.
“[저건 …?]”
“[그러고 보니 못 보던 앰픈데 ….]”
“[저희 겁니다.]”
“[…!]”
체통을 지키려면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혼자서 우쭐하려면 그래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무서운 인상의 사내는 지금만큼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자랑하고 싶었다!
“[저, 저게 당신네 거라고요?]”
“[레인 악기 뮤직… 그러고 보니 한국의 락 페스티벌에서…]”
“[에헴.]”
자사의 앰프가 선택된 것은 우연이었다.
얘길 들어 보니 딸의 같은 반 학생이라 하던가.
학교 전체에 무료로 앰프를 지원한 보람이 있었다.
“[성능이 꽤 괜찮지 않습니까? 마샬이나 펜더한테도 안 밀리지요?]”
“[그래 봐야 중저가형 아닙니까!]”
“[중저가형, 뭐. 가격만 본다면 맞지요.]”
“[… 가격만?]”
“[마진을. 포.기.한.다.]”
무서운 인상의 남자는 더더욱 무섭게 표정을 지었다.
이게 여기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만.
그냥 했다.
이것은,
이른바.
‘선전포고’였다.
“[무, 무슨…!]”
“[고여버린 시장은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그는 담담하게 그리 말한 뒤, 무대를 지켜보았다.
격한 호평을 입에 담고 있는, 두 대가를 바라보았다.
– [정말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곡과 연주, 기타 톤의 조화가 더할 나위 없을 정도입니다!]
– [저도 외계인 조의 말에 동감합니다. 아쉬운 점을 찾기 힘들지만, 굳이 꼽자면 …]
무대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좋은 시작이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한국 기타리스트의 위상이 더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런 ‘한국’ 음악 시장을 힘껏 지지할 것이다.
‘그 돈이면 국산 레인 악기 거 산다’라는 말이 어디서든 들려오도록 말이다.
나중에 가서 한국 문화에 영향을 받은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의 회사에서 나온 물건을 구입하면, 그야말로 일거양득 꿩 먹고 알 먹기.
이보다 완벽할 수 있을까?
무서운 인상의 사내는 나이에 맞지 않게 행복한 상상을 했다.
상상을 … 했었다.
했었다.
“…!”
다음 무대가 시작되고,
다다음 무대로 이어져가며, 그 행복한 상상이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김태현이란 아이와 … 비등… 아니, 약간 모자라지만 그래도…!]”
“[이참… 뭐라 표현해야 할지…!]”
스폰서 회사의 간부들은, 당혹스러운 감정을 얼굴에 내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심사위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악!
– 내 인생 최고의 공연이야!
순수히 행복한 표정을 띠는 것은 오로지 관객들뿐이었다.
“다들 소리가 좋아. 예상보다 더…!”
***
“여!”
“왔섭!”
폭풍 같은 무대를 끝마친 김태현이 간이 대기실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척- 손바닥을 올렸다.
그리고
짜악-!
마주쳤다.
“수고했다. 진짜로다가.”
“응…!”
“수고했어.”
“응!”
김태현은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해서 ‘1 순번’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이대로라면 결선 진출은 따놓은 당상일 것이다.
심사위원들이 막 들뜬 얼굴로 칭찬하는 거 보니까 나까지 가슴이 뜨거워지더라.
“뭐라고 해야 할까 … 한 방 먹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
“하하하.”
“저거 준비하느라고 날 피해 다녔구만?”
“들켰어?”
사람 좋게 환한 미소를 띠는 김태현.
순식간에 화기애애해진, 우리들의 분위기.
‘세 사람’만의, 분위기.
“나 외계인 조랑 악수까지 했다? 평생 손 안 씻을 거야.”
“그, 그건 좀….”
“농담이지?”
“당연하지~ 그냥 사흘만 안 씻을 거야!”
그것도 농담인 거지…?
제발.
뭔가 진심인 눈빛이라 무섭다.
“우리도 앞 순번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
“그냥 기세 몰아서 팍- 전의를 꺾어버리면 그냥 ….”
우리는 신나게 입을 털었다.
다음 순번이 시작되기 전까지.
괜히 손을 쥐락펴락하며 긴장한 티를 내는 덥수룩한 수염남을 눈으로 흘기면서.
파앙-!
무대의 조명이 꺼졌다.
그리고 사회자를 비추는 조명만이 남았다.
다음 무대가 시작되려는 증조였다.
“[드디어 시작이네요.]”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던 이탈리아 억양의 여자가 어김없이 말을 걸어왔다.
“[시작은 이미 했다만?]”
“[아뇨, ‘우리의 무대’가요.]”
“….”
그건 또 뭐야.
아까 전에는 나한테 대회를 자기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더니.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살짝 가라앉았다.
그리고,
“[걱정 마세요. 자기 할 일만 잘하면 돼요.]”
“[… 예.]”
그녀는 수염남을 마지막으로 다독이더니만.
씨익.
우리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아까처럼 입만 웃는 억지웃음이 아니라,
눈과 입이 동시에 반달 모양이 되는 기분 나쁜 웃음을 말이다.
“뭐지.”
“갑자기 웃긴 생각 떠올랐나 봐.”
“그건 인정이지.”
우리는 한껏 기분 업된 상태에서 매직미러와 모니터 스피커를 지켜보았다.
투탁투탁.
암전 속에서 스태프들이 장비 세팅을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두웅-!
조명이 다시 무대를 비췄다.
다만,
“[안녕하십니까! 참가번호 2번 조엘입니다.]”
그는 김태현처럼 퍼포먼스를 선보이지도, 주저 없이 연주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저 기타를 적당한 위치에 메고,
페달보드를 오른발 앞에 두고.
피크를 공손하게 쥘 뿐.
-와아아아아…
등장이 특별하지는 않았기에, 환호성은 방금 전보다 작았다.
“흠흠흠~”
김태현은 콧노래를 불렀다.
나도 같이 웃음을 지었다.
뭐랄까. 이제 저놈이 어버버버 당황하다가 무대를 망쳐버리면 그야말로 완벽하겠다 싶었다.
그리고, 세력에 가담하지 않은 일반 참가자들끼리 열심히 으쌰으쌰해서 분위기를 띄우면 좋겠다 싶었다.
단순한 바람이었다.
… 바람이었다.
“[자작곡 ‘the blizzard’입니다.]”
조엘은 아주 정직하게 피크로 줄을 튕겼다.
그리고,
일순간.
무대가 얼어붙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카아앙-!
해골이 그려진 슈퍼스트랫으로부터 시작된 신호가, 발치에 놓인 메탈용 부띠끄 이펙터를 거쳐, 메사부기 엠프에서 서늘한 톤이 되어 뿜어져 나왔다.
얼음을 맨손으로 만지는 듯한, 그런 톤이었다.
“헉…!”
나는 급히 숨을 삼켰다.
그리고서,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려는 듯한 당황감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억누르고 또 억눌렀다.
…조엘이라고 했나?
난 저 녀석이 누군지 모른다.
회귀 전에도 몰랐고, 예선이 끝난 다음에 ‘본선 진출 유력자’를 찾으려 유튜브나 해외 사이트를 뒤적일 때도 발견하질 못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즉슨 …
“어…?!”
지금 저기 서 있는 저 녀석은,
예선을 간신히 턱걸이로 통과한 놈이라는 것.
그리고 그놈이,
단기간에 이 정도까지 연주력을 끌어올렸다는 것.
휙-!
나는 소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소이는 멍하니 입을 앙다물고 있었다.
“수, 수재야.”
“…응.”
“생각… 이상인 것 같아.”
“… 그러게 말이야.”
생각 이상이다.
우리는 그리 말했다.
정확히는 그 말 외에 표현할 방도가 없었다.
… 소리.
소리가 좋다.
그냥 적당히 곡과 잘 어우러지게 톤을 만들었다, 이런 개념이 아니라 …
“찰떡궁합이네….”
김태현의 말대로, 찰떡궁합 그 자체.
마이너 스케일을 바탕으로 둔, 그야말로 사람 심장을 꽁꽁 냉동시키는 듯한 차가운 고음의 멜로디.
서늘함과 싸늘함의 조화가 진행 루트에 알맞게 분포된 멜로디.
조엘은 ‘분위기’의 강약이 바뀔 때마다 페달을 밟아댔다.
미리 연습해둔 대로 자신이 들고 온 곡을, 기타라는 매개체로 표현해나갔다.
‘완벽한’ 소리로.
완벽하지 않은 연주력을.
감싸 안았다.
“[… 빨기좌, 이해했나요?]”
이탈리아의 억양이 귀에 때려 박혔다.
그녀는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뭘?]”
“[당신이 이미 덫에 걸려 있다는 걸요.]”
“[….]”
덫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확실히 물을게요. 당신은 저것보다 더 나은 소리를 만들 수 있나요?]”
“[뭐…?]”
“[이제부터 관객들은, 저런 ‘완벽한’ 소리에 익숙해질 거예요. 그리고, 저 완벽한 소리가 돌아오기만을 계속 기다릴 거예요.]”
“[그게 무슨 의미…]”
“후후후후후!”
이탈리아 억양의 여자가 웃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또다시, 환호성이 밀어닥쳤다.
심사위원들은, 조엘을 향해 찬사를 보냈다.
그는 정중하게 관객과 작별한 후,
이곳을 지나쳤다.
“[세 번째 참가자예요. 그리고, 우리 편은 아니에요.]”
대회는 매끄럽게 이어져 나갔다.
세 번째 참가자 또한 연주를 시작했다.
연주를 끝냈다.
짝짝짝짝짝짝짝짝-!
다만 그의 끝을 맞아준 것은.
환호가 아닌, ‘박수’였다.
“[… 우리가 등장하면 환호한다. 완벽한 소리를 내줘야만 환호한다.]”
“….”
“[결점이 없는 소리만이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관객들은 결점 있는 소리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
“[어때요, 정말 완벽하지 않나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네 번째의 참가자를 맞았다.
그리고, 나는.
… 서서히.
아주 천천히.
이 ‘세력’이란 놈들에게, 관객들이 조교되어가는 광경을 마주했다.
– 소리… 좋아.
– 기타… 좋아.
– 너무… 좋아.
“시발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