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220
227화. 기타의 제왕 (14)
인간적으로 기타에 빠지면 기타를 오래 쓸 수가 없다.
남의 기타가 겁나 예뻐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20만 원짜리면 충분해. 가성비 좋은 거라니까 평생 써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는 처맞기 십상이다.
누구한테, 어디를 맞냐고?
미래의 자기 자신한테, 통장이 가격당한다.
사고팔고사고팔고사고팔고
돈이 많다면야 그냥 왕창 산 다음에 구석에 처박아 두면 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런 재력이 없지.
그러니까 산다.
쓴다.
기분이 좋다.
근데 쓰다 보니 뭔가 생각하는 거랑 좀 다르다.
내 이상향의 소리가 동영상 저 너머에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판다.
또 산다.
기분이 좋다.
근데 쓰다 보니 …
이하 무한반복.
이것이 나의 과거이며, 혹은 당신의 미래이다.
기타를 쥐고, ‘성장’하려는 자에게 닥치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그러므로 그 과정을 무대에 때려 넣는 것 또한.
매우매우 이치에 맞는 일이다!
와아아아아아아-!
무대를 시작하고 나서 한 번도 들려온 적이 없었던 함성이 귀를 강타했다.
혹자는 ‘어차피 실력도 없는데 좋은 기타가 무슨 소용이야?’라고 말하곤 하지만,
겉보기에는 일침같이 보여도, 개뿔이.
실력을 키우는 건 어려우니까 우선 기타부터 사게 되는 거다.
연주가 슬슬 개 같게 들리기 시작하지만, 그러므로 더욱이 소리라도 좋아야 하는 거다…!
나는 기타생의 진리를 곡에 녹여내기로 했다.
에피폰 SG 스탠다드.
약 60만 원 정도 하는, 싸다면 싸고 비싸다면 비싸다고 할 수 있는 기타.
하지만 결코, 어디 가서 무시당할 일은 없는 기타.
“[드디어 … 드디어!]”
“[제대로 된 소리야…!]”
거지같은 연주에 고통받은 관객들이, 울부짖는다.
표현만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객관적으로 지금 내 연주가 썩 훌륭하진 않았지만, 대비 효과란 그만큼 대단했다.
‘…만족스럽다.’
강렬하기만 한 곡이 듣는 순간 ‘와’ 하는 감상을 받을 수는 있어도, 그게 끝까지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집중력이란 생각보다 형편없으니까.
그렇기에 작곡가들은 여리게, 강하게, 슬프게, 행복하게 등등.
곡에 대비를 넣는다.
가요에서 반드시 끝자락 즈음에 조옮김을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지금 이건,
카앙-!
기존에 있었던 ‘대비 효과’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수한 궁금증에서부터 나온.
도전 그 자체.
후욱-!
두 번째 소절이 끝났다.
나는 재빨리 두 번째 기타를 벗어버렸다.
태생부터 무게중심이 어긋난 놈이라 그런지 미묘하게 불편하네.
이걸 메인으로 쓰는 양반들이 참 대단한 거 같다.
“오옥…!”
교체는 이번에도 똑같이 2.5초가 걸렸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눈을 부릅뜨고 반응하는 사람이 있었다.
범인(凡人)에 섞인 초인(超人).
나는 그를 그리 부르고 싶었다.
촤아아악-!
나는 두 번째 기타를 향해 망설이지 않고 다이빙했다.
크레인에 걸어 공중에 매달 때부터 동선을 생각했으니 발이 꼬이는 일 따위 있을 리 없었다.
“옥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기, 기타가 또 바뀌었어!]”
기타를 어깨에 걸치자마자 들려오는 두 번째 환호성.
처음과는 다른 점을 꼽자면 바로 ‘광적인 흥분감’이 섞여 있다는 걸까.
“[쉑터…. 슈퍼 스트랫….]”
맨 앞에 있던 관객 한 명이, 기타의 종류를 입으로 읊었다.
말 그대로다.
이건 슈퍼스트렛이다.
처음에는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입문용을.
두 번째는 자신이 존경하는 뮤지션과 가장 비슷한 것을 골랐다.
그럼 세 번째는?
세 번째부터는 확연히 달라진다.
자신의 취향과 ‘욕심’이 맞부딪힌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욕심 말이다.
나는 세 번째 기타의 헤드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Schecter’사의 sd-2.
일명 ‘가난한 자의 앤더슨’
지갑이 빵빵하면 앤더슨을 사지 쉑터를 사겠느냐, 이 말이다.
근데 바꿔 말하면,
쥬웅-!
이놈이 탐 앤더슨이라는 ‘3대장’ 메이커에 비견될 만큼, 출중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오….”
“오오…!”
기타 4년 차.
기타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단계.
단순히 곡을 카피하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곡을 왜곡, 변형시킬 수 있는 경지.
모든 것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연주에 마음을 한 스푼 덜어 섞는 건 가능하다.
착-!
나는 발길질로 이제껏 수고해준 이펙터를 꺼버렸다.
4만 원짜리 중고 ds-1인데, 어느 동아리나 방에 한 개씩 굴러다니던 뉴비 필수템이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거 진짜 사용하기 존나 어려운데 초보한테 추천은 겁나게 해대더라.
나는 동고동락하던 sd-1을 켰다.
거슬거슬 모래가루 같던 입자감이, 작은 자갈 같은 사운드로 바뀌었다.
이제껏 억제하고 있던 ‘감정’이, 드디어 제 형체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화아아악-!
머릿속에.
풍경이 그려졌다.
“….”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번화한 거리 속에, 한 소년이 있었다.
사고 싶었던 축구공을 위해 돈을 모았던 것일까.
오늘이 그날인 것일까.
지갑을 꼭 쥔 채,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하다.
터벅터벅-
소년은 런던의 거리를 누볐다.
대로가 아닌 자신만의 지름길을 밟아가며, 목적지로 바삐 발을 움직였다.
하지만 왜,
가끔 골목을 지나다 보면 그런 곳이 있지 않은가.
담벼락 구석에 유난히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 있는 장소가.
선으로 된 네온사인으로 기타의 형태를 만든 간판이.
“….”
거리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악기점 앞에, 소년은 우뚝 멈춰 섰다.
유리창 너머에서는, 감미로운 기타의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블루스인지 재즈인지 소년은 구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멋있어 보였다.
홀린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창문 안쪽에서 쏟아지는 은은하면서도 누리끼리한 조명과, 옛 향수가 진득하게 풍기는 LP 앨범 자켓들.
그리고,
기타.
무수하게 진열되어 있는 형형색색의 기타.
“….”
소년은 쥐고 있던 지갑을 들어 올려 안을 확인했다.
기타에 붙어 있는 가격표와 꼬깃꼬깃한 돈은 단위 자체가 달랐다.
그렇기에 소년은, 미처 안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만 품에는
사려던 축구공이 들려 있지 않았다.
턱-!
나는 픽가드에 달린 코일 스플릿 스위치를 젖혔다.
두텁고 강렬한 톤이, 순식간에 맹글거리는 톤으로 변했다.
완벽하게 감미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85% 정도는 만족스러운 소리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금 노래에 해상도를 더했다.
집으로 돌아온 소년의 어머니는, 소년의 빈손을 보고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소년은 변명을 했다.
갖고 싶었던 게 없었다고.
오늘은 헛걸음한 것뿐이라고.
돈도 안 썼다고.
그제서야 어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소년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부터, 기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미숙한 방법으로, 지성 없이.
연주도 찾아들었다.
멋있었다.
상상을 했다.
평면의 화상 너머, 무대를 누비는 자신의 모습을 하염없이 떠올렸다.
원래 갑작스러운 자극은 호기심을 부르는 법이지 않던가.
그리고 또 호기심이란 놈은 가슴 한구석에 쌓여가지 않던가.
응축되고 응축되어,
활활 불타기 위한, 그 무엇보다 강렬한 연료가 되지 않던가.
소년은 결국, 며칠 지나지 않아 부모님께 이야기를 했다.
축구공을 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물론 진심을 담아 이야기한다고 해서 꼭 원하는 대답이 돌아오는 건 아니다.
사정이 좋지 않다면, 기타를 사지 못할 수도 있다.
부모님이 그저 반대만 할 수도 있다.
다른 취미를 강요당할 수도 있다.
혹자는 도전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 쉽사리 말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전하는 것조차 운이 따라야 하는 법이다.
다만, 소년은.
축구공을 사러 나갔던 소년은.
오늘 조금 운이 좋았던 모양이다.
치익,
연료에 불이 붙었다.
휙-!
나는 기타를 벗어던졌다.
세 번째 소절이 끝났다.
곡은 이미 반절을 넘긴 상태였다.
“….”
“….”
이제 더 이상 저세상 기타 교체를 보며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슬슬 적응해 버린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
– 꿀꺽.
모두의 집중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리라.
‘잘하자.’
나는 네 번째 기타를 잡아 들었다.
스트라토캐스터였다.
***
완벽함이란 말을 살면서 몇 번이나 들어봤는가?
아마, 셀 수도 없을 것이다.
연주자를 가리키며 너무나 쉽사리 입에 담지만, 정작 그 경지에 올랐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적다.
‘완벽’이라는 칭호가 자타공인으로 붙은 이마저도,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을 가지고 살아간다.
말은 안 해도,
배를 내밀며 자신감을 내비쳐도,
결국은 알고 있는 것이다.
모른다는 것을.
‘완벽’이 대체 뭔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늘어놓으니까 말이 어렵다.
하여튼 그렇다.
“….”
길게 늘어진 테이블에, 양팔을 올려 앉아있는 네 명의 심사위원.
그리고 그 옆, 적당히 편해 보이는 의자에 앉은 둘.
참가자에게 점수를 부여하는 것은 교수직을 역임하는 심사위원들만의 권한이다.
다만, 그럼에도.
옆에 ‘조언자’라는 이름으로 두 사람을 붙여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대회의 우승자가 그들과 함께 무대를 누빌 것이기에.
후보를 미리 살피며 혹여 착오로 원석이 탈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조.”
물론,
그들이 눈여겨보던 후보가 떨어질 확률은 극히 미미했지만 말이다.
“스티브.”
선글라스를 쓴 장발의 남성과 대머리 외계인은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오랜 시간을 지내왔기에, 입을 열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아쉽네요.]”
“[그러게 말이야.]”
진행은 완벽했다.
사운드, 조명 모두 완벽했다.
이 대회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갔으니 당연했다.
다만,
“[저 연주가 맨 마지막에 왔어야 하는데.]”
도저히 순서가 용납되지 않았다.
이 무대가 맨 마지막에 와야지 구성상 완벽한데.
왜 20번인 것일까.
실수다.
이것은, 명백한 실수다.
그리고 아쉬운 점은 그것뿐이었다.
캉-!
컨셉, 연주, 작곡, 퍼포먼스.
그 모든 것 중, 지적할 게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에 무대 순서라도 꼬투리를 잡아야 했다.
“[완벽 ….]”
장발의 사내는, 일순간 무대를 보며 그 말을 입에 담고 말았다.
그가 만들어낸 풍경이 자연스레 그리 만들었다.
“….”
서툰 연주와 트이지 않은 청력이 조합된 조잡한 소리.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소리.
다만,
풍경 속 소년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기에,
곡 자체가 ‘성장’을 표현하며 ‘성장’해나가고 있었기에.
저 곡의 끝에는, ‘완벽’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하하, 설마.]”
근거 없는 추측이자 개인적인 바람일 뿐이었다.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니까.
그럼에도,
“[… 아직 이르지만, 그와 같이 투어를 하면 참 재밌겠습니다.]”
올해 아직 열리지 않은 g3.
스티브는 진심으로 그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