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221
228화. 기타의 제왕 (15)
100기타와 마주한 순간, 페데리카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저 짓거리도 적당히라는 게 있는데, 대체 무슨 속셈이지?
연주에 지장이 안 갈 리 없는데.
마치 모욕을 당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화가 났다.
소리를 질렀다.
다만, 이내.
너무나 ‘심할’ 정도로 신경을 쓴 듯한 퍼포먼스를 바라보고 있자, 오히려 냉정함이 찾아왔다.
달콤한 승리감도 같이.
자신은 단 하나의 실수도 내지 않고, 단 하나의 음정도 엇나가지 않았는데,
이름 날리는 연주가들도 라이브에서 미스 노트 하나쯤은 내는 법인데.
… 생각해보니 정말 ‘완벽’ 그 자체였지 않은가?
완벽한 소리를 레코딩이 아닌 라이브에서 구현하는 것.
그 목표를, 오늘 무대에서 이뤘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페데리카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너무 너무 행복해~]”
극히 달달한 행복감을 음미하며 대기실로 돌아오자, 자신에게 포섭된 우매한 인간들이 맞아주었다.
걱정 가득한 얼굴로.
“[페, 페데리카씨….]”
순번이 지난 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직 무대에 얼굴도 안 비친 인간들의 상태가 저 지랄이라니.
감정 낭비다.
곡에 쏟을 감정도 모자라는데, 굳이 여기서?
페데리카는 도저히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페데리카의 어조는, 평소보다 훨씬 거칠어졌다.
“[잘 들어. 저쪽에서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 건 맞아. 근데 말이야, 우리한테 주어진 시간은 평등하고 유한했단 말이지.]”
“[네…?]”
“[무슨 소리인지 잘 ….]”
“[저 규모의 퍼포먼스를 준비했잖아? 시간을 쏟았을 거 아냐? 연주가 어떻겠어? 과연 발전했을까?]”
못 했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연주력에 쏟아야 할 ‘시간’이, 분산됐을 테니까.
“[듣고 보니 ….]”
“[아마 실력은 두 달 전 그대로일 거야.]”
그러므로, 남은 무대도 우리가 지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두 달 전 저 녀석 연주로는 우리를 이길 수 없어.]”
설계 자체가 그렇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수재’라는 인물의 강점을 하나하나 저격하여, 눌러놓는 듯한 구도를 형성한 것이다.
“[주변 놈들 실력이 생각보다 좋아서 당황했지? 걱정 마. 이제 우리 턴이야.]”
“[역시 페데리카씨!]”
1분 전까지만 해도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던 여자아이가 페데리카의 팔을 껴안았다.
수수한 미소가, 얼굴에 감돈다.
‘재수 없네.’
페데리카는 이 녀석이 결선에 올라오면 가장 먼저 짓밟아 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뜨겁게 달궈진 숨과 웃음을 동시에 토해내며, 의자에 앉았다.
곧이어 김수재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다른 참가자들보다는 준비 시간이 꽤 오래 걸린 거 같다.
“[시간을 너무 끄는데요….]”
“[아깝네요. 더 끌었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만 더 걸렸어도 특별대우라며 꼬투리를 잡았을 텐데.
아쉽게도 규정 시간 이내였다.
근데,
시작하자마자.
“푸흡.”
하하.
하하하하.
실성할 정도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하하하하하!”
이건 억지로 그냥 웃으려고 웃는 게 아니다.
일종의 척수반사.
의지와는 상관없었다.
그 증거로 갈비뼈가 아프다.
횡격막이 아프다.
눈물이 난다.
콧물도 나올 것 같은데, 그건 삼켰다.
“저게 뭐야!”
“하하하하!”
“히히힣….”
자신이 웃으니, 부하들도 따라 웃었다.
대기실은 곧바로 웃음바다로 변했다.
“[톤이 무슨! 기타는 왜 또 저거야!?]”
페데리카는 끅끅거리며 웃음을 간신히 멈췄다.
금방이라도 다시 터져버릴 것 같았지만, 꼭 저 녀석에게 뱉어줄 말이 있었다.
“[몰락했네.]”
퍼포먼스를 추구하며, 퍼포먼스에 잡아먹힌 자.
연주자의 본분을 잊어버린 자.
엄청난 기세로 솟아올라, 엄청난 기세로 내리막을 타는구나.
“[귀신한테 빙의라도 당한 건가요 …? 갑자기 뭔….]”
“[뻘짓이에요. 저건 행위예술가가 와도 커버 못 해.]”
그것은, 경험과 재능에서 우러나온 확신이었다.
끝났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웃음기가 싹 사라진, 아이작 웨스트우드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속이 안 좋나요?]”
컨디션이 그닥인 것일까.
이렇게 중요한 날에, 이렇게 웃긴 걸 보면서 저러면 안 되는데?
어차피 조금 있으면 경쟁상대가 될 놈이지만, 페데리카는 조금 측은지심이 들었다.
“[… 아니요.]”
“[그럼?]”
“[그냥, 소름이 돋아서.]”
“[아, 저건 소름 돋을 만하지.]”
최대의 경계대상이 추락하는 걸 보고 있는데, 오히려 이 반응이 정상 아닐까?
“[후후후흐.]”
아이작은 너털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서로 의견이 엇나간 것 같군요.]”
의미심장한 말을 잇기 시작했다.
“[… 엇나가다니?]”
“[제가 말한 ‘소름 돋는다’는 건 조금 다릅니다. 뭐랄까 … 무서워서 소름이 돋네요.]”
페데리카는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천하의 아이작 웨스트우드가 상대를 저리 과대평가하다니….
‘아.’
그런 건가?
남자가 돼선 기가 눌려버린 거구나.
자신이 친히 독려까지 해줬는데.
배은망덕하다.
너무 한심하다.
그런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려 했지만, 페데리카는 간신히 다물었다.
“[뭐, 생각은 각자 제각각이니까.]”
그리고 잘 마무리 했다.
… 고 생각했는데,
-멍-청-하-긴.
무심코 그가 중얼거린 입 모양을 보고서, 일순간 머리에 피가 쏠렸다.
“[방금 뭐라고 했….]”
“[그는 바보가 아닙니다. 즉흥적이기도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치밀하기도 하죠. 혹시 빨기좌의 1집 앨범 들어 보셨습니까?]”
“[그런데?]”
자존심이 조금 상하긴 했지만,
뭐, 적을 알아야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거니까.
페데리카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잼 트랙’도요?]”
“[그건 ….]”
“[안 들어보셨군요.]”
Song of the Winter Forest의 메인 곡과 커버 수록곡 몇 개는 들어 봤다.
그 외에는 그저 구색 맞추기 용이라 생각해서 대충 흘려들었다.
“[무슨 상관이죠?]”
“[지금이라도 들으시면 좋겠지만… 뭐 시간이 없으니 할 수 없지요. 제가 대신 설명 하겠습니다. 그건 구색 맞추기 용 곡이 아닙니다. 메인 자작곡, 커버곡들보다 퀄리티가 떨어질지언정 감미롭기는 마찬가지예요.]”
페데리카는 입을 가만히 다물고만 있었다.
반박하려 해도, 기억조차 안 나기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
“[트랙만 보강해도 메인 곡으로 충분히 쓸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죠. 의문이 들더군요. 그리고 고심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꿀꺽.
무심코 침을 삼켰다.
사뭇 진지한 태도를 보고 있자니, 한껏 풀어놓았던 ‘경계심’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아니야, 괜히 혼자 망상하는 걸 거야.’
“[그는, 진심으로 마음에 든 멜로디가 아니면 이름을 붙이지 않습니다.]”
귀에는 여전히 끔찍하고 거지 같은 연주가 감돌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랑 내기 하나 하겠습니까? 저는 저 곡에 ‘이름’이 있다는 것에 걸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저것이.
아이작의 말대로 그가 ‘마음에 들어’ 하는 곡이라면.
‘완성’ 시켰다 자신하고, 사람들 앞에 선보인 것이라면.
쥐잉-!
페데리카는 움찔! 몸을 떨었다.
소름 끼치는 슬라이드와 함께, 연주가 멎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혹시 쫄리시나요?]”
“[너 이 새끼…!]”
카앙-!
확실하게 변화한 연주가,
귀에 감돈다.
점점.
점점점점.
한 소절마다,
소리가, 변화한다.
그리고 마침내 네 번째 기타를 잡았을 때,
스멀스멀,
기분 나쁜 손이 자신의 다리를 더듬고 감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 돼….]”
1위의 옥좌로부터.
끌려, 내려간다.
***
소년은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들어갈 수 없으리라 여겼던 기타 샵에 발을 내디뎠다.
억지스럽게 환대하는 직원과, 곤란한 표정을 얼굴에 떠올리는 어머니.
뭐가 잘 나가느니, 어떤 게 소리가 좋느니. 그런 말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소년은 이미 정해두었던 것이다.
가장 싼 것 중에, 가장 좋아하는 색깔로.
태어나길 유복하게 태어났으면 그 어떤 고민도 하지 않았겠지만,
유복하지 않았기에 더욱이, 값싼 것이라도 가졌을 때의 기쁨은 거대하리라.
어머니의 표정에는 안도와 미안함이 동시에 떠올랐다.
소년은 그 자리에서 직원에게 크로메틱을 배웠다.
코드도 몇 개 잡았다.
아주 조잡하고 어색한 소리가 났다.
도중에 부잣집 아이가 들어와 관심을 빼앗겨 아쉬웠지만, 별 개의치는 않았다.
매일매일 새로웠고, 매일매일 즐거울 테니까.
실제로 그랬으니까.
시간을 흘러갔다.
그리고 마침내, 사람들 앞에서 기타를 칠 기회가 찾아왔다.
교회.
소년의 첫 무대였다.
키잉-!
나는 힘차게 넥밴딩을 하며, TS 808을 밟았다.
동시에 조잡한 앰프용 쇠발판도.
Y형 스위처에 의해서, 마샬 jcm2000에 가던 신호가 펜더 핫 로드 디럭스로 변경됐다.
앰칠기삼이라는 말 아는가?
소리 영향력은 앰프 칠에 기타 삼이란 소리다.
100%는 아니지만, 나도 어느 정도 동의는 하는 바다.
소리가 격변했다.
조금 더 곡에 어울리는 소리로.
조금 더 다듬어진 소리로.
‘거의 다 왔어….’
실수투성이.
잡음투성이.
애처로울 정도로 쳐망한 무대.
초보의 티를 벗지 못한 채, 소년은 예정된 단 한 개의 곡을 가까스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넋이 나간 채, 악기점에서 처음 본 비슷한 또래의 아이와 교대했다.
… 유복해 보이는 아이는 소년과 많이 달랐다.
연주는 깔끔했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된, 재능까지 있는 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소년은, 그곳에서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의 음악의 길 말이다.
한 치 앞은 진흙투성이였다.
열 치 앞은 가시밭길이었다.
걷기만 해도 고통스럽고, 고난할 길.
틀림없이 다가올 미래.
살짝 고개를 돌려보면 곱게 다져진 길도 있었지만, 소년의 그곳을 걸을 자격이 없었다.
다만 그렇기에.
소년은 저 앞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다.
우연히 기타를 잡은 가난하고 재능이 부족한 소년은, 포기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스승이 없다면 곁눈질로.
여기저기서 한 줌씩 주워 모아, 얕은 지식으로.
재능이 없다면 연습으로,
인생과 시간으로.
그들과 걷는 방식은 달랐지만, 소년은 앞으로 나아갔다.
시작은 불공평하고, 여정의 고통은 배가 되었을지언정,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남들보다 먼저 일어날 근성은 다져졌다.
그는 성장했다.
교회에서 학교의 강당으로,
강당에서 길거리로.
길거리에서 작은 라이브 클럽으로,
라이브 클럽에서, 라이브 하우스로.
여러 장소를 거쳤으며, 여러 기타를 거쳤다.
과정으로부터 자연스레, ‘자신’이 만들어졌다.
마침내 스트라토캐스터를 잡았을 때, 그는 커다란 무대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기타리스트라 불리었다.
둥둥둥둥-!
부스트된 베이스라인이, 귀를 두들긴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기타를 벗어던졌다.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스탠다드.
빈티지하지도, 모던하지도 않으며,
종착점으로 삼기도, 자신의 성향이 확정될 때를 대비하여 기착점으로 삼기도 하는 기타.
확실히 말하자.
좋았다.
하지만 평생 이것만 쓰기에는 조금 아쉬웠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기타로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
피에스타 레드의, 마개조된 펜더 디럭스 스트라토캐스터.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이것이 내 ‘한계를’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다.
지이이이잉-!
나는 5번 줄을 1번 프렛부터 하이프렛까지 쭉 미끄러뜨렸다.
하이라이트. 그러니까, 곡의 절정.
모든 것을 쏟아내어야 할 때.
긴장해서는 안 된다.
실수해서는 안 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저, 나를 표현하기만 하면 된다.
쥬쥬쥬쥬쥭-!
– 와아아아아아아아!
풀피킹으로, 팜뮤트를 섞으며 음의 오르막길을 밟아나가자, 엄청난 괴성이 나를 짓밟듯이 울려 퍼졌다.
관객들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뭐랄까 …
“[빨기좌아아아악! 사랑해애애애애액!]”
배 나온 몽골 아재 상의 외국인이 저렇게 외치는 걸 바라보고 있자니,
확실한 거 같다.
‘과몰입했구나.’
관객들이 무대와 곡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하나가 된 것이다!
“갸아아아아아아악!”
나는 괴성을 질렀다.
그러자,
-끼에에에에에에엑!-!
마치 트라이아스기 익룡이 울부짖는 듯한, 정체불명의 소음이 관중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아름답다.’
괴성은 괴성이 아니었다.
그 어떤 것보다도, 감미롭게 느껴지는 설탕 덩어리 같았다.
나는 또다시, 줄을 튕겨 나갔다.
조옮김.
C스케일에서, D스케일로.
조금 더 극적으로.
지잉-!
거대한 무대.
몰아치는 환호성.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광경.
이제 그는 소년이라 불릴만한 용모가 아니었다.
턱에는 덥수룩한 수염이 매달렸으며, 얼굴에는 주름이 졌다.
그는 변화한 자신이 만족스러웠고, 만족스러웠기에 그제서야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진흙, 모래, 낙엽, 진창에, 풀 한 포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길.
축복과 칭찬, 미소 속에서 걸어온 인간의 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 길.
아주 약간, 허탈감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조금 더 나은 형편이었다면, 조금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었을 테니까.
다만,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카앙-!
기타가 울부짖는다.
한 남자가 걸어온 자랑스러운 인생을, 무언의 소리로 떠들어댄다.
남자가 걸어온 자랑스러운 길을, 만인에게 외친다.
재능이 미약하고 환경은 취약하되, 남자는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발자국은 길이 되었고, 그곳에는 정열이 남았다.
이것이 ‘멋’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멋이겠는가?
남자는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끝에 달하였다.
좌아아앙-!
나는 코드를 긁었다.
동시에 오른손을 내렸다.
-어어어어어어?
한껏 달아오른 무대의 분위기.
그 와중에 손을 떼니, 엄청나게 격한 반향이 밀려 들어왔다.
– [으어아아아아어아 뭐야!]
있는 힘껏 인상을 구기며 짜증을 내는 인간도 있었다.
아니, 대다수였다.
‘역시 이렇게 되는구만.’
이건 딱히 퍼포먼스의 일환이 아니다.
조금 더 솔직하자면, ‘능력 부족’으로 인한 조치에 가까웠다.
“[어디 아픈 거야?]”
“[빨기좌!]”
이 곡은 기타리스트의 ‘성장’을 그려내는 곡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지금까지 ‘성장’해 왔던 과정을 연주에 담아냈었다.
문제는 …
‘기타의 끝’에 다다른 연주를, 나는 표현할 수가 없다는 것.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 까마득한 경지에 오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니, 있을까?
모른다.
일렉기타는 지금 시점에서 70년도 안 된 악기니까.
그러므로,
척-!
나는 주머니에서 슬라이딩 바를 꺼내어, 왼손에 끼웠다.
그리고,
지이이잉-!
내가 만들었던 멜로디를, 슬라이딩 주법을 이용해 다시 연주해나갔다.
곡을 끝을 맞이하듯, 백킹 트랙의 사운드는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박작곡가님 실력은 역시 대단하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시고
이 정도는 돼야 업계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건가?
‘… 아무렴.’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내가 한 번도 도달한 적 없었던 ‘상상 속’의 영역을, 수채화 그리듯 그려나갔다.
물론, 모르는 영역이라 해서 대충 연주할 수는 없다.
어렴풋이,
하지만 감미롭게.
하늘이 우리 모두에게 내려준 ‘상상력’을 이끌어내도록.
나는, 나의 이상향을 표현했다.
***
“[멋있다….]”
관중석의 끄트머리.
숨 막히고 부대끼는 사람들 속에서 화려한 무대를 바라보던 이름 모를 까까머리 소년은, 주먹을 꼭 쥐며 그리 중얼거렸다.
와아아아아아-!
평소 락에 열광하는 부모님을 따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찾은 공연장이었지만,
평소에 왜 저러는지 이해가 잘 안 되었지만,
까까머리 소년은 지금 이 순간 잘 알 것 같았다.
“[기타란 이런 거구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단순했다.
머리에 때려 박힌 인상은 복잡하지 않았다.
다만 그렇기에 더욱이.
까까머리 소년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은 다른 젊은 피들 또한 마찬가지로.
얼굴에서 지루함을 지워낸 채, 빛을 내고 있었다.
선율이 만들어낸 연료가,
정열이,
무대로부터 뻗어나간다.
그리고, 수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