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26
관심을 마시는 새 (3)
“아~ 나도 공연하고 싶다.”
“나중에 구청이나 시청에 알아봐.”
‘한강공원’에서 버스킹을 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에서 발급하는 자격이 필요하다.
발급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허가없이 마음대로 공연을 할 수는 없다.
“베이스 진짜 쩐다···”
옆에 있던 도현이가 그리 중얼거렸다.
보통 베이시스트들은 밴드에서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기둥, 지지대.
그것이 베이스 연주자들을 표현하는 단어였다.
있으면 있는 줄 모르는데, 없으면 음악이 좆돼버리는 특성을 가진 악기가 바로 베이스다.
“잘들어봐. 선 진짜 아슬아슬하게 탄다.”
“소름돋음.”
베이스는 음악의 지지대인 만큼, 앞으로 나오기가 힘들다.
베이스가 앞으로 나오면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불협화음이 생기니까.
그러면 결국 음악이 무너진다.
자기 주장을 확실히 하면서도, 굳건히 다른 사람들을 받쳐주는 베이시스트.
아주 찾아보기 힘든데, 눈앞에 있다.
귀한 광경이었다.
도현이는 어느새 핸드폰을 꺼내어 황정태 베이시스트를 찍고 있었다.
“아··· 폰이 구려서 잘 안 찍히네.”
지금 시대의 폰은 야간화질이 좀 안 좋지.
“저 사람 이펙터도 쓰나?”
“보니까 컴프레서는 쓰는 것 같더라. 곡에 따라서.”
“오 ··· 기종 봐둠?”
“던롭 m87.”
도현이는 감탄하며 휴대폰 메모장에 이펙터 기종을 적어두었다.
“김수재 베이스도 알아?”
성예린이 물었다.
“베이스는 잘 못 치는데, 아예 못 치는 건 또 아니고.”
“으흠~ 의외네. 기타만 치는 줄 알았는데.”
우리는 계속해서 공연을 감상했다.
중간중간 유명 커버곡도 넣으며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
1시간 좀 안 되게 이어진 버스킹.
날씨는 아직 추웠다.
그런데도 의지는 아주 꿋꿋했다.
대단한 열정들이구만.
공연이 끝났다.
라비다의 팬들은 밴드원들에게 달려가 사진을 찍고, 악수를 나눴다.
인디시절이 생각난다.
내 팬은 거의 없고, 민수 팬이 대부분인게 흠이었지만. 뭐, 꼽사리도 나름 괜찮았다.
툭툭-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들겼다.
교복 차림의 처음 보는 여고생이었다.
“사진 좀 찍어도 돼요?”
“··· 저요?”
라비다는 저기 있는데 왜 날 찍으려고?
“안 돼요…?”
“아뇨 찍어요.”
나는 무릎을 굽혀 시선을 낮췄다.
같이 사진 찍어달라는 요청은 거의 10년만 아닌가?
게다가 투샷이라니.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고마워요!”
멀어져가며 손을 흔드는 여고생1.
아니야, 내가 더 고마워. 진짜 고맙다.
뭔가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다.
“아.. 씁. 씹. 나도 무대 오르고싶다악!”
혁오가 부러움에 몸부림쳤다.
나중에 서울대 가면 여친도 잘 사귀던데. 지금 너무 열불낼 필요는 없잖아.
“김태현 너도 이런 적 있냐?”
“응? 나는 …”
김태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없나? 내가 이중에선 첫 번째인 건가?
“태현이는 여자애들이 막 좀비처럼 몰려오던데?”
“··· 그럼 그렇지.”
대충 예상은 했는데 말이야.
역시 인기는 얼굴에서 나오는 것 같다.
나는 느릿느릿 윤대혁 선배에게 다가갔다. 김태현은 기타가방을 벗어놓고 정리를 도와주려는 모양이다.
난 그냥 서 있었다.
“넌 안 돕나?”
“제가 만지다가 괜히 비싼 장비 부수면 어떡해요.”
“음 ··· 그건 그렇지.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게 좋긴 해.”
의외로 윤대혁 선배가 긍정했다. 사실 그냥 귀찮은 것뿐인데.
개이득이네.
“너희는, 추운데 뭘 여기까지 오고 그래.”
“선생님 보고 싶어서 왔죠오!”
성예린이 콧소리를 섞으며 말했다. 윤대혁 선배의 반응은 역시나 무덤덤했다.
“풉.”
“웃어…?”
응 비웃어.
“애들 밥이라도 사주고 보내는 게 어때요?”
“맞아 대혁아 돈 좀 써.”
“그럼 너희도 같이 먹어.”
“오올~ 대혁이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대?”
··· 밥 사주는 건가?
이왕 사주는 거면 소고기 얻어먹고 싶다. 무한리필집 말고.
“저기 닭갈비 잘하는데 갈까?”
“닭갈비 좋지~”
“대혁이 제자 김수재! 할 얘기가 참 많아~ 따라올 거지?”
“물론이죠.”
“추우니까 빨리 이동하자. 아 손시려.”
나는 저녁 먹고 온다고 어머니께 카톡을 남겼다.
“세 명은 스타렉스에 타고, 두 명은 대혁이 차에 타.”
도현이는 황정태 베이시스트가 운전하는 스타렉스에 급히 달려갔다.
전자 드럼이 부피가 클 줄 알았는데 접으니까 은근 작네.
버스킹 할 땐 이게 짱이구만.
“아··· 난 저기탈게.”
나, 김태현, 윤대혁 선배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
그것을 감지한 성예린은 자연스레 자리를 비켜주었다.
나는 곧바로 흰색 승용차에 올랐다.
윤대혁 선배는 네비를 찍으면서, 조수석에 탄 내게 조용히 말했다.
“너 그만두는 줄 알았다.”
“···.”
이유는 대충 예상이 간다.
나선생님에 대하여 언쟁이 있었으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내 생각을 바꾸지 않을 거다. 아니, 바꿀 수 없다.
나선생님은 내가 존경하는 분이고, 배우고 싶은 사람이니까.
스승을 부정하는 제자는 제자가 아니다.
“저번 주에, 우연히 나숙호 기타리스트를 만났다.”
“··· 예?”
“나도 가끔 세션 일을 맡으니까. 오고 가다가 만날 수도 있지.”
“그렇군요.”
··· 뒤에서 나선생님 까던 사람이 면전에선 어떻게 대했을까.
“기타 녹음하는데, 작곡가가 기타세션을 두 명 불렀더라. 나랑 나숙호 기타리스트.”
“··· 그런 일이 있나요?”
김태현이 물었다.
“어쿠스틱기타리스트와 일렉기타리스트를 따로 부르는 경우는 있지. 근데 이런 경우는 없어.”
세션도 다 제작비다.
대게 일렉세션을 부를 때 통기타도 쳐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두 프로로 묶어놓거나.
이게 편의성이 좋다.
통기타를 치는 사람들은 대개 일렉도 건드리고, 일렉 치는 사람들도 통기타를 건드린다.
하나만 건드리는 기타리스트는 거의 없다.
“··· 너희도 알다시피, 둘 다 일렉기타리스트야.”
“···.”
“난 그게 이해가 안 갔다. 근데 ··· 들어 보니까 알겠더라.”
윤대혁 선배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코드 받은 대로 리프를 만들었고, 나숙호 기타리스트도 리프를 만들었어.”
“아예 똑같은 곡을 두 명한테 시켰다고요?”
“맞아. 결과는 ···”
판이하게 달랐다.
같은 코드를 줬음에도, 완전히 달랐다.
당연한 일이다.
세션 일을 받으면 수많은 ‘샘플’ 리프를 제작하고, 그중에서 하나를 작곡가가 뽑는다.
“둘이 합쳐 제출한 리프만 열 여섯개였어. 근데···”
윤대혁 선배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표정을 읽기는 참 힘들었다.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내 리프는 딱 한 개만 사용됐지.”
“···.”
“평소 같았으면, ‘이름값’때문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기타리스트 나숙호라는 이름값.”
윤대혁 선배는 아주 살짝, 미간을 구겼다.
나숙호 선생님과 윤대혁 선배의 리프.
곡이 발표될 때까지 들어 볼 수 없겠지만, 너무 궁금했다.
“난 지금도 나숙호 기타리스트 연주보다 내 연주가 깔끔하다고 생각한다.”
“깔끔하다라 ···”
윤대혁은 깔끔하다.
성격이나 행동이 깔끔한지는 모르겠지만, 연주만큼은 그렇다.
“하지만, 녹음본이 아닌 직접 치는 걸 들으니 알겠더라. 테크닉 말고, 다른 무언가가 그사람한테 있었어.”
“그렇죠.”
“다른 무언가요?”
나는 곧바로 긍정했고, 김태현은 의문을 던졌다.
녹음본을 듣는 것과 연주자를 눈앞에 두고 직접 듣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나는 나선생님의 연주를 녹음본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사람 대단하다, 정말 대단하다. 라며 감탄을 수없이 토했다.
하지만 윤대혁은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미약한 실수를 찾아내려 애썼을 것이다.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어. 이건···”
윤대혁선배는 자꾸만 말끝을 흐렸다.
김태현은 그것이 답답했는지 주저 없이 캐물었다.
“나숙호 선생님이 윤대혁선생님 보다 잘 치나요?”
“난 내가 더 잘 친다고 생각한다.”
대답엔 한 치의 주저가 없었다.
이건 자신감인가?
아니, 자만감이다.
나는 그리 확신했다.
“전 나숙호선생님이 더 잘 친다고 생각하는데요?”
“··· 그래.”
나는 윤대혁 선배가 발끈할 것을 예상하고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정작 돌아온 것은, 김빠진 긍정뿐이었다.
“그렇게 느낄만한 요소가 있었어. 인정한다. 네가 왜 그때 열불을 냈는지, 코앞에서 연주를 들으니 어렴풋이 알겠더라.”
“···.”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길래 저런 대답을 하는 거지?
내가 회귀전에 알던 윤대혁과, 눈 앞에 있는 윤대혁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지금 이 사람은, 말을 내뱉을 때의 필터가 거의 없는 윤대혁이다.
하지만 바로 생각해 본다면 ···
‘받아들임’의 필터까지 없는, 그런 상태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학원 계속 나와라.”
“옙.”
내가 사과를 박을 필요는 없었다.
나선생님과 윤대혁 선배.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마음속에 새로운 바람이 불 만한 대화였으리라고, 어렴풋이 예상이 갔다.
“···.”
살짝 고개를 돌려 뒷좌석에 앉아 있는 김태현을 살펴본다.
그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멍하니 앞유리창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도착했네.”
나는 폴짝 차에서 내렸다.
마음속 짐 하나를 두고내린 듯한 기분이다.
“치즈닭갈비 먹어요!”
“닭갈비에 치즈 넣으면 너무 느끼하지 않나?”
“아뇨! 꼭 넣어야 돼요!”
성예린이 열불을 토하고 있네.
이쪽과는 다르게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해 보인다.
나는 뚜벅뚜벅 그들에게 다가갔다.
“오오~수재 납셨네~ 무슨 얘기 했어?”
키보디스트 누나가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 했죠.”
“에이~ 뭔 얘기 했을지 예상이 가는데? 남자들 하는 대화가 다 똑같지 뭐~”
경직된 우리들에게 계속해서 밝은 분위기를 전염시키려는 키보디스트 누나.
눈치가 되게 빠른 거 같다.
“빨리 들어가자!”
우리는 닭갈비 집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곧바로 쏟아지는 버스킹에 대한 이야기들.
“와~ 윤대혁 어떻게 거기서 기타줄을 끊어먹냐. 언제 갈았어?”
“그저께 갈았어.”
“윤쌤 얼굴에 맞은 거 아니예요? 괜찮아요?”
대답없이 묵묵히 닭갈비를 흡입하는 윤대혁선배.
치즈닭갈비 먹네. 매운 건 못 먹나?
나는 상추에 고기를 한 움큼 싸서 입에 쑤셔 박았다.
“천천히 먹어라. 체하겠다.”
황정태 베이시스트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실수할만한데 안 하더라. 대단해.”
“맞아맞아. 무대에 한 두번 서본 폼이 아니야. 중학교 때 밴드부 같은 거 했어?”
밴드부라 ···
거의 무서운 형들의 대피소 같은 곳이었다.
“깁븐이져.”
“기본이라고?”
“옙.”
나는 꿀떡 닭갈비를 삼켰다. 이 집 잘하네.
“솔로 부분은 그냥 넘기겠거니, 싶었는데 확 들어가더라고? 고등학생 맞나 싶었다니까?”
“맞아. 난 박자좀 늦춰주려 했는데 필요 없더라.”
드러머 형이 맞장구쳤다.
스탠딩 상태에서, 발을 움직이면서 속주를 구사하는 건 어렵다.
근데 결국 다 적응의 문제다.
하다보면 되는 게 악기이고, 기타다.
“집에서 연습 좀 했죠 엣햄.”
“당장 무대 세워도 되겠어~”
“떠들지 말고 먹어라.”
묵묵히 반찬을 집는 윤대혁 선배.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계속했다.
황정태 베이시스트는 도현이의 폭풍 질문에 제대로 쌈도 못 싸는 모양새다.
불쌍하구만.
“밥 볶을게요~”
마지막은 역시 볶음밥이지.
배가 터질 것 같아도 이건 들어간다.
주걱으로 힘차게 눌어붙은 밥을 긁으려는 순간,
띠링-
내 핸드폰이 울렸다.
-소이 : 수재야, 내일 우리 집 와줄 수 있어?
소이네.
그건 그렇고 ··· 뭔가 어색하다.
문장 자체는 어색하지 않지만, 의도가 어색하다.
‘우리집 올래?’가 아니고 ‘와 줄 수 있어?’라니.
나는 찜찜한 마음을 억누르며 답장을 보냈다.
-물론.
-고마워!
(이모티콘)
햄스터가 두 손을 모으며 눈을 초롱거리고 있는 이모티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