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27
클래식, 바이올린, 기타. (1)
어제 먹은 닭갈비가 잘못됐나?
배가 아프다.
매운 걸 그렇게 위장에 쑤셔 넣었으니, 어찌보면 이미 예고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크흑 ···”
나는 배를 움켜잡으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서 모든 것을 쏟아내었다.
근데 휴지가 없다. 휴지걸이에는 발가벗겨진 종이심만이 덜렁 남겨져 있었다.
“휴지 좀 주세요~”
옆 칸에 인기척이 있던데. 제발 제발 ···
“와 뭐야 김수재.”
“어? 이도현?”
“니들 왜 다 여깄냐?”
혁오도 있네.
나는 확신했다.
어제 먹은 닭갈비. 분명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다.
세 명이 동시에 배탈을 일으키다니. 매워서 그랬다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딱 들어맞는다.
나는 날아오는 휴지를 받아들고, 적당히 처리했다.
“후. 살겠다.”
오늘 점심은 제육볶음이라 좀 괜찮던데. 괜히 시간을 낭비해 버렸다.
“가자.”
“그래.”
어차피 늦은 거 느릿느릿 복도를 걷는다.
하지만 나는, 우리 반 앞에서 우뚝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니들 먼저 가라.”
“응? 뭐, 그래.”
“김수재 아주 열정적이야 아주 그냥.”
“닥치고 빨리 가.”
두 사람을 보내고 교실로 다시 들어갔다.
평소에는 꼭꼭 점심을 챙겨 먹던 소이가 엎드린 채 쥐 죽은 듯 가만히 있었다.
나는 살금살금 다가가 탁! 책상을 쳤다.
“웍!”
“꺄악!”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는 소이. 놀라는 모습도 좀 귀여운 거 같네.
“왜 밥 안 먹어?”
“그냥 ··· 입맛이 없어서.”
“흐음.”
나는 앞자리 책상에 멋대로 앉았다.
소이는 어제부터 계속 이런 상태다.
회귀 후 첫 연주에서 처음으로 박수를 쳐준 사람.
회귀하기 전에, 모종의 인연이 있었을 사람.
그냥 두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무슨 일 있어?”
“그게 ···”
어제 카톡 할 때는 이모티콘도 보내고 밝아 보였다. 그래서 상태가 좀 괜찮아 졌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어제보다 심하다면 더 심하지, 나아지질 않았다.
“응. 집에 일이 좀 있었어.”
“··· 집안일이라.”
나는 다리를 꼬았다.
집안 문제. 타인이 이래라저래라 참견하기는 어려운 사항이다.
근데··· 집에 일이 있는데 날 초대하다니, 괜찮은 건가?
“내가 가도 되는 건가?”
“응. 오늘 와줄 수 있어?”
“어제부터 그러네.”
“뭐가 ···?”
우리 집 올래?
우리집 와라.
친구를 집에 초대할 때의 말투는 보통 이렇다.
“꼭, 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것 같잖아.”
“아···”
굳이 의미부여를 하며 찜찜함을 느꼈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미안 ···”
“아냐아냐, 미안할 필요는 없어. 나도 가보고 싶긴 했고.”
혁오네 아파트도 엄청 좋던데. 화장실이 방마다 있고 바닥이 대리석이었다.
넘어지면 대가리 깨질 것 같아서 좀 무섭긴 하던데.
“오늘 바로 갈래? 아빠한테 허락 맡았어.”
“오 ···”
친구를 집에 들이는데 허락까지 맡다니.
뭐, 확실한 게 좋긴 하지.
“뭐해?”
교실 뒷문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입주변에 고추장소스를 묻히고 있는 최유진이었다.
“··· 아니,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하냐?”
“뭐가 ···?”
“하하핫.”
나는 휴대폰을 꺼내서 시계를 확인했다. 점심시작으로부터 11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11분 밖에 안 지났잖아. 벌써 다 먹었어?”
최유진은 나한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꺼억.”
트름을 했다.
씨발진짜 이건 못 참는다.
나는 주먹을 머리 위로 올렸다.
“아우, 왜 그래~”
“대가리 딱대.”
최유진은 팔로 머리를 감싸며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다.
소이가 없었더라면, 최유진 머리에 커다란 혹이 다섯 개쯤 생겼을 것이다.
“나보다 빨리 먹은 줄 알았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절친끼리 비밀 얘기.”
“나랑 소이도 절친이거든? 그치이?”
“으응…”
뭐지.
내가 못보던 사이에 친해진 건가.
뭐 이성보다는 동성 친구끼리 친해지는 게 더 쉽긴 하겠지.
“사실 수재 우리집에 초대했거든 ··· 유진이도 올래?”
“응?”
최유진이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갈래!”
“응!”
소이네 집에는 셋이서 가게 됐다.
여자애 집에 혼자 쳐들어가는 것도 좀 그렇고.
오늘 굳이 학원에 갈 필요는 없을듯 하다. 레슨이 없는 날이라 별 상관 없다.
“근데 소이 넌 뭐타고가?”
“평소에는 기사님이 마중오시는데, 오늘은 버스 타고 가려고···”
“오오 ··· 기사···!”
그런 요소에 로망이 있는 건가.
나도 사실 있긴 하다.
혁오네 집도 잘사는데 소이네 집은 과연 어떨까.
막 엄청나게 으리으리한 주택이 아닐까.
결과적으로, 내 예상은 맞았다.
진짜 딱 맞았다.
“아···”
삼성동에 있는 고급 주택가.
그중에서도 꽤나 현대적이며 세련된 디자인의 단독주택.
아니, 사실 디자인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벽은 높고, 주차장 입구는 크다.
벽만 봐도 고급스러운 게 느껴질 정도다. 담장에는 조경용 풀 같은 게 덮여 있었다.
“소이네 집··· 대단하다 ···”
최유진이 입을 떡 벌리며 그리 중얼거렸다. 나도 저런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까 싶어 괜히 얼굴 근육을 주물러본다.
띵동-
“콜트로는 여기 못 들어갈걸?”
“콜트 아닌데?”
“기타바꿨어? 뭔데?”
“스콰이어.”
“풉.”
반응이 참 한결같아서 좋네.
소이가 벨을 누르자마자 고급 저택의 문이 급히 주인을 반기듯 열렸다.
“우와···”
“문까지 고급스럽네.”
보통 이런 철문에서는 끼이에에엑 거리는 녹슨 소리가 나야 사람 사는 냄새가 좀 느껴지는데.
버터처럼 부드러운 문을 젖히고, 나는 소이네 집에 발을 내디뎠다.
“이거정원이야?”
“응···”
정원사가 관리하는 듯한 마당 ··· 이라기엔 너무 넓은 공간.
나는 바보같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메이저에서 성공했던 민수도 귀찮다고 작은 아파트에 살았으니, 이런 경험은 현생 전생 통틀어서 처음이다.
철컥-
집 문을 열자 점잖은 외모의 아주머니가 반겨주셨다. 콩쿠르 예선전에서 보았던 그분이었다.
“다녀왔어요 아가씨? 친구들도 왔네~”
나는 꾸벅 인사를 하며 소이를 따라 거실로 향했다.
“트로피 뭐야?”
“우리 엄마 꺼 ···”
나는 매의 눈으로 트로피를 관찰했다.
주로 음악에 관련된 트로피가 많았다.
콩쿠르는 보통 나이제한이 있는데. 젊었을 때 수상하신 건가?
“··· 비에니아프스키?”
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조예가 그리 깊지 않았다. 하지만,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게 뭔데?”
“해외에서 유명한 콩쿠르.”
“엄마가 젊었을 때 3등 하셨대.”
··· 음악인 집안이구나.
우리집안에서 음악 하는 사람은 나 말곤 단 한 명도 없는데.
“··· 소이네 어머니 대단하시다···”
“내 방으로 갈래?”
“그래.”
나는 2층으로 올라갔다. 소이의 방은, 내 방을 4개 붙여놓은 것만큼 넓었다.
“완전 깨끗해 ···”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는 소이.
최유진은 두리번거리며 방을 살피다가 곧장 기타 거치대로 달려갔다.
“깁슨 ··· 커스텀 레스폴59···”
그리고서 홀린 듯이 기타 하나를 집어들었다.
“이거 쳐봐도 돼!?”
“응.”
“앰프는 ···”
마샬앰프네.
언뜻 보기엔 흔한 똘똘이 앰프였지만, 뭔가 아우라가 다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크기는 내 방에 있는 것과 크게 차이가 안 난다. 다만 가격이 ···
“마샬앰프네? mg15인가 그거야?”
“영국제 Dsl1c. 한 120만 원 할걸.”
난 소이 대신 대답했다.
아주 작다.
고급스럽다.
그리고, ‘풀 진공관’ 앰프다.
“헤엑!”
최유진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600만원짜리 기타와 120만원짜리 ‘방구석용’앰프.
소이는 덜덜 손을 떠는 최유진 대신 기타와 앰프를 세팅했다.
좌아아아아앙-
‘고급진’ 사운드였다.
돈을 발라야만 얻을 수 있는 아주 기름진 톤이다.
“으으··· 나는 집에서 헤드폰 앰프 끼고 연습하는데···”
자본의 격차를 느끼며 절망의 목소리를 내뿜는 최유진.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진다.
“나도 집에 5만 원짜리 똘똘이밖에 없다 ···”
“흑흑.”
우리는 서로를 다독였다.
소이는 당황하며 큼큼, 목을 가다듬고서 다른 화제를 꺼냈다.
“유진이도 신입생 음악회 나가 ···?”
“당근! 친구랑 듀오로 나가기로 했어.”
“친구? 너 친구도 있냐?”
“너보다 많아~ 친구가 드럼 쳐준대.”
개부럽네.
지금 내가 아는 드러머라곤 이마 넓은 소이 친구밖에 없는데.
금드럼이다 금드럼.
“너희는?”
“난 소이랑 듀오. 도현이랑은 예고원정.”
“아 ··· 너 예고 공연 간다는 거 소문나긴 했더라.”
최유진이 씨익 웃었다. 망신살 당하길 기대한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우선 연습이나 하자. 난 소이랑 곡도 정해야돼.”
“뭐 치게?”
“글쎄 ···”
소이는 놓여 있던 태블릿을 나에게 내밀었다.
“Depapepe start?”
“응··· 괜찮아?”
Depapepe곡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네.
뭐, 나도 자주 듣긴 하지.
“곡 좋네. 이걸로 하자.”
“올~ 기타 듀오~”
소이는 태블릿으로 영상을 틀었다.
Depapepe는 유명 통기타 듀오 그룹이다.
연주는 당연히 통기타로 하며, 모든 주법은 통기타에 맞춰져 있다.
“흠 ···”
통기타 주법을 일렉기타로 할 수 있느냐 묻는다면 당연히 yes다.
일렉기타는 통기타에서 분화된 악기니까.
하지만 뭔가 ··· 뭔가 미묘하다.
나는 여기서 더 맛을 추가하고 싶었다.
“한 명이 스트로크고, 한 명이 멜로디잖아.”
“응.”
“멜로디 연주하는 사람이 오버드라이브 넣으면 어떨까?”
“그래도 돼 ···?”
클린톤과 드라이브 톤을 섞는 것. 현대 음악에서 꽤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조합이다.
“미들 – 리어 픽업 하프톤. 클린채널로 한번 쳐봐. 난 드라이브 약하게 걸어볼게.”
“근데 앰프가 하나밖에 없지 않아?”
“잠깐만.”
소이는 호다닥 나가더니 연습용 앰프를 하나 더 들고왔다.
블랙스타 ht-1r 이것도 진공관이다.
“집에 앰프가 대체 몇 개야 ···?”
“여깄는 거 두 개랑 큰거 하나 있어. 큰거는 너무 무거워서 못 가져왔어.”
“그렇구나···”
큰거라니. Jcm2000같은 공연용 앰프라도 놓여있는 거 아니야?
나는 소이가 건네준 앰프에 기타를 연결했다.
“스콰이어주제에 되게 예쁘네.”
“네거보다 예쁨.”
“기타는 깁슨이지.”
“넌 스튜디오잖아. 그 돈이면 국밥 100그릇 덜먹고···”
“셔럽.”
“개때리고싶네.”
“때리바때리바.”
“프흡.”
티격태격하는 우리 둘을 보고 웃음 짓는 소이.
“우선 쳐보자.”
Depapepe의 start.
Depapepe곡은 대개 ‘스트로크’와 ‘멜로디’파트가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는 구조다.
듀오 밴드에서 한 명에게만 멜로디가 쏠리면, 이목 또한 쏠리게 된다.
하지만 이 곡은 잘 분산되어 있다. 즉, 공연하기 딱 안성맞춤이다.
우리는 a파트 b 파트를 바꿔가며 곡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최유진은 깁슨 커스텀을 더듬느라 바쁘다.
“나도 좀 치자!”
사람은 셋인데 앰프는 두 개뿐.
우리는 돌아가면서 서로의 연주를 감평했다.
집이 단독주택인 덕일까, 앰프 볼륨을 정말 ‘마음대로’ 올릴 수 있었다.
진공관 특유의 크랭크업된 사운드를 집에서 즐기다니.
이건 진짜 부럽네.
악기다루는 사람들의 꿈이 바로 단독주택이다.
“밥 먹고 갈래?”
하늘이 어눅어눅해질 즈음, 소이가 우리에게 제안했다.
연습에 열중해서인지 시간은 아주 빨리 흘러갔다.
“먹어도 돼?”
“난 레슨 받아야 하는데···”
최유진이 주섬주섬 기타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으으 ··· 시간 진짜 빨리 가네. 뭐 먹었는지 나중에 알려줘!”
우리는 최유진을 현관까지 배웅했다.
스으으윽-
버터같은 소리를 내는 문이 닫혔다.
“야, 소이야.”
“응 ···?”
“연습하려고 부른 거 아니지?”
“···응.”
그럴 줄 알았지.
부탁할 게 있는 사람 특유의 말투와 표정.
살다보면 이런 눈치는 참 빨라진다.
“뭔데? 말해봐.”
“··· 나 ··· 엄마가 기타 치지 말래.”
“··· 뭐?”
“···”
소이의 가정사.
난 백소이에 대해 잘 모른다.
그렇기에 내가 함부로 참견해도 될까? 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다만···
“너는 어떤데? 기타 치고 싶어?”
남의 집 일에 참견하냐, 마냐. 라는 고민 이전에, 마음속 깊이 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찝찝함.
찜찜함.
환경에 의해서, 타인에 의해서 음악의 길을 접었던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가끔가다 띄우던 특유의 눈빛.
난 그 눈빛을 절대로 잊을 수가 없었다.
어제 오늘의 소이는, 왠지 그런 눈을 하고 있었다.
그게 너무 찜찜했다.
“··· 나 원래 바이올린으로 음악 시작했거든.”
“응.”
방에 작은 악기 케이스가 여러 개 있던데. 역시 바이올린이었네.
부모님 영향일 듯싶었다.
해외 유명 콩쿠르에서 3등 전적이 있는 부모님이라 ···
대단하다.
솔직히 아주 대단하다.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의 ‘꿈’같은 무대에 서는 것을 넘어, 수상까지 하다니.
옛날 신문을 찾아보면 소이 어머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인이 유명 해외 대회에서 수상하면, 대부분 신문에 실리니까.
“근데 기타로 바꿨어?”
“응.”
과거에 대해 캐물을까 싶었지만, 곧바로 접었다.
소이의 표정이 아주 슬퍼 보였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켜고 싶어?”
“아니···”
“기타는 치고 싶어?”
“···.”
소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부끄럽거나, 생각할 게 있을 때 나오는 버릇 같았다.
“응 ···”
소이는 개미같이 작은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기타를 치고 싶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부모님과 소이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는 모른다.
“흠 ··· 뭐 그런 건가? 바이올린 켜다가 접었댔잖아? 어머니가 미련을 못 버렸다던가.”
“어떻게 알았어···?”
소이가 고개를 팍 치켜들면서 말했다.
이 정도야 뭐. 대충 예상할 수는 있지.
“어머니께 기타 치고 싶다고 말해 봤어?”
“응··· 계속 말했어. 근데도 내 말은 잘 안 들으셔.”
“아버지는?”
“아버지는… 반대는 안 하시는데 완전히 내 편도 아닌 것 같아···.”
그렇구나.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줄게.”
대답에는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나는 기타리스트 백소이에 대해 모른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소이에 대해서도 모른다.
예상컨대 소이는, 음악을 접었을 것이다.
나는 고난을 이겨내고 꿋꿋이 기타를 잡았던 기타리스트 최유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소이는 내 기억에 미미하고 희미한 흔적만을 남겼다.
“··· 진짜?”
“물론이지. 맡겨 둬.”
만약, 지금 이 상황이 ‘백소이’ 라는 음악인의 갈림길이라면.
음악의 길을 걷냐, 아니면 포기하냐를 결정하는 시점이라면.
나는 소이를 도울 것이다.
음악의 길로 이끌 것이다.
같은 음악인으로서 말이다.
덜컹-!
문이 열렸다.
“저번에 말했었지? 레슨 선생님 좀 알아봐 줘. 딸래미가 자꾸 기타 치려고 해서 얼마나 답답한지. 응? 그러니까 말이야. 기타는 뭔 기타야 품위 없게.”
익숙한 얼굴이다.
콩쿠르 본선에서 멋들어진 밍크코트를 두르고 있던, 소이의 어머니.
열정적으로 통화를 하고 있네.
“응 ···?”
난 꾸벅, 머리를 숙였다.
“아~ 우리 딸 친구 초대한다고 했었지? 저번에 걔네?”
소이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맞아주었다.
하지만 난, 곧바로 저 미소가 거짓이리라 단정 지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음악인.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이든 간에,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는 말이 있다.
음악엔 귀천이 없다.
하지만 방금 통화할 때의 말투는···
“안녕하세요!”
“그래~ 소이가 너 얘기 자주 하더라!”
“어, 엄마!”
마치 ‘기타’를 깔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누구보다 기타를 사랑하는, 내 앞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