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25
관심을 마시는 새 (2)
나는 수업을 끝마치고 곧장 학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레슨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잠깐만.”
상가 계단을 올라 문을 열자마자, 곧장 유선희 강사가 나를 불러세웠다.
“수재 너 무슨 일 있었어?”
“네?”
“어제 학원 빠졌잖아.”
“아, 기타 사러 가느라 못왔어요. 죄송해요.”
“나는 괜찮은데 ··· 윤대혁 선생님 되게 기분 안 좋아 보이셨어.”
역시나.
난 지금 남의 돈으로 학원에 다니고 있는 상태다.
윤대혁 선배의 변덕아닌 변덕 덕에 말이다.
마음 바뀌기 전에, 죄송하다고 말은 해야지.
물론, 그전에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나선생님에 대해서이다.
“오늘 바로 사과드리려고요.”
“오늘? 윤쌤 오늘 안 나오시는데?”
“찾아가면 되죠~”
나는 기타를 들고 단체 레슨실로 들어갔다.
“오, 수재 기타 바꿨어?”
“예쁘다. 근데 ···”
성예린의 표정이 애매했다. 뭐, 반응 자체는 이미 예상한 참이다.
오히려 내 예상과 너무 딱 들어맞아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스콰이어네?”
“스콰이어야.”
풉.
성예린이 입을 가리며 심술궂은 표정을 지었다.
“콜트에서 스콰이어로 진화~”
성예린의 우스꽝스러운 말투에 학원 아이들이 깔깔 인성을 터뜨렸다.
“그냥 스콰이어가 아니야. 클래식 바이브라고.”
“오오올~”
입시생들의 특징.
그건 누구나 할 것 없이 비슷비슷한 기타를 산다는 것이다.
한 대에 170만 원 정도 하는 아메리칸 펜더 스트라토 캐스터 스탠다드.
열에 예닐곱은 이걸 쓴다.
뭐, 근본이긴 하다.
펜더의 ‘대표’이자 ‘스트랫’의 표준이 바로 성예린이 들고 있는 저 기타이다.
“클래식 바이브 살 바에 그냥 멕시코 펜더가 낫지 않아?”
은근 펜더 부심 부리네 얘.
클래식바이브는, 공장에 따로 전담팀을 둘 정도로 스콰이어의 자존심 그 자체다.
“그렇게 따지면 멕펜 스탠다드 살바에 클래식 사지.”
“클래식 살 바엔 미국 펜더 스탠다드 사고.”
웬일인지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김태현이 거들어주었다.
“윽 ···”
“스탠다드 살바에는 디럭스 사겠다.”
이거 진짜 가불기다.
조금만 더 투자하고, 거기서 또 투자하면 어느새 500만원짜리 기타를 알아보고 있다.
아반떼에 옵션 하나씩 넣다가 소나타 깡통 보다가 그랜저 알아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회귀전에 나는 디럭스를 썼다.
스탠다드가 근본이긴 하지만, 170만원 짜리가 60만원짜리 클래식 바이브보다 노이즈를 많이 뿜을 때가 있다. 이른바 뽑기 운이다.
“자 한번 쳐봐.”
난 성예린에게 케이블을 건네주었다.
어김없이 입시로 유명한 곡을 연주하는 성예린.
전공생이고 예고생인 만큼 실력은 그럭저럭 괜찮다. 다만 ···
난 성예린에게 케이블을 되돌려받았다.
띠잉- 티잉-!
펜더 특유의 찌르는 듯한 고음과, 찰진 맛.
스콰이어는 펜더의 ‘자회사’이다.
그러므로 펜더의 성향과 소리가 그대로 물려 내려온다.
“··· 김수재 기타 소리가 더 좋은 거 같은데 ···?”
가만히 듣고 있던 안경 낀 수강생이 그리 중얼거렸다.
“귀 막힌거 아니야!?”
성예린이 삐죽 화를 냈다. 하민서 보다가 얘 보니까 이러는 것도 귀여워 보이네.
“아니 진짜 ··· 김수재 게 더 뭔가 찰져.”
“줘봐.”
난 성예린에게 기타를 건네주었다.
170만원짜리로 쳤을 때와 소리가 거의 똑같았다.
“어 ··· 왜 이러지? 네가 치니까 소리 똑같은데?”
“으윽 ···”
“손가락 차이야.”
김태현이 싱그러운 얼굴로 팩트를 꽂았다.
스콰이어와 170만원 짜리 펜더를 비교한다면, 당연히 170만원 짜리가 좋다.
두 개가 비슷하다는 어그로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순간, 한바탕 개싸움이 나며 댓글 창이 터지곤 한다.
다만, 지금같이 연주자의 역량 차이가 심하게 나는 상황에서는 뉘앙스 비교 자체가 안 되는 법.
기타의 성향만이 소리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
연주자가 가장 중요하다.
“이럴수가 ···”
“돈 쓸바에 연습을 더하라 이말이야.”
성예린은 순순히 꼬리를 내렸다.
“자 레슨 시작하자~”
선한 인상의 선생님이 들어와서 자리에 앉았다.
소이는 오늘 안 왔다. 학교서부터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이던데.
나는 여느 때처럼 레슨을 끝마치고서 학원에서 빠져나왔다.
처음으로 소이에게 ‘무슨 일 있어?’라고 카톡을 보내본다.
안 읽네.
1이 지워지지 않잖아.
“··· 근데 왜 따라오냐?”
“넌 왜 우리 앞에서 걷는데?”
성예린과 김태현이 계속 나를 따라온다.
성예린은 아까전 일 때문인데 계속 새침대는 것 같았다.
‘··· 이게 새침대는 걸로 느껴지다니.’
하민서의 영향력은 진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구만.
감각이 마비된 것 같았다.
“수재 너도 윤대혁 선생님 보러 가?”
“에이 설마.”
“맞는데? 친구들이랑 지하철에서 만나기로 했어.”
“와, 너 친구도 있어? 소이만 쫓아다니는 줄 알았는데.”
진짜 개때리고싶네.
감각이 돌아왔다.
“에이, 예린아. 수재 되게 인기 많아.”
“농담이야 농담.”
“인기 많음 리얼루다.”
“어우 씨발 깜짝이야!”
나는 화들짝 놀랐다. 으슥한 골목에서 커다란 도현이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 이도현?”
“아는 사이야?”
“같은 중학교 나왔는데 ··· 하, 이해간다. 진짜 끼리끼리 어울리네.”
“성예린 개못생김.”
“아 개소리하지마.”
“개소리같아?”
뭐 도현이가 좀 병신이긴 하지. 나도 그렇고.
우린 지하철을 갈아타며 여의도로 향했다.
혁오는 먼저 가 있겠다나.
3월은 사실 버스킹이 어울리는 계절이 아니다.
벚꽃이 피는 4월이나, 아니면 여름밤이라던가.
사람들이 거리에 많이 돌아다니고, 분위기에 잔뜩 취할 수 있을 때가 진정한 버스킹의 계절이다.
다만 ···
“와 ··· 100명은 되네.”
나는 좀 놀랐다.
여의도 공원에 있는 간이 무대. 옮기기 쉬운 경량 전자드럼과 앰프, 마이크들.
“왔냐?”
혁오는 기타를 들쳐메고 있었다.
“줄줄이 소시지로 달고왔네.”
“그럼 그렇지. 니들 셋이 같이 다닐 줄 알았어.”
서로서로가 다 아는 사이구만.
우리는 인파 사이에 섞였다.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라비다.
현재 시간대에서는, 메이저에 살짝 걸치려고 하는 밴드이다.
방송에 잘 안 나올 뿐이지, 인지도 자체는 상당히 높다.
신곡 인트로가 공개되면, 전앨범이 멜론 인디차트에서 몇 단계씩 점프할 정도니까.
락킹한 곡을 연주할 때에는 락킹하게, 감성적인 곡을 연주할 때에는 센치하게.
일부 청자들은 ‘라비다’라는 밴드를 평가할 때 정체성이 없다며 핀잔을 주곤 한다.
하지만 난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체성이 없는 게 아니라, 장르 문어발이 가능할 정도로 실력 좋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추운데 이렇게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윤대혁 선배가 마이크를 잡았다.
“다들 잘 지내셨나요?”
네에~
100명 정도의 관중이 내지르는 소리는 꽤 컸다.
대단하구만. 인디밴드는 역시 콘트리트 팬이 장난 아니라니까.
“우선 한 곡 부를까요? 이번에 나온 신곡이에요~”
레드와인 색 단발머리의, 청초한 인상의 여자가 말했다.
라비다의 키보디스트다.
디링-
신디사이저 특유의 기계적인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밴드에 피아노도 있어?”
성예린이 물었다.
“신디사이저야. 소리 가변성이 뛰어나지.”
진짜 별소리가 다 난다. 곡에 따라 어떤 소리컨셉을 잡을지는 키보디스트의 역량에 달려있다.
밴드에 키보디스트가 있으면 음악의 장르를 엄청나게 넓힐 수 있다.
문어발 밴드에 어울리는 조합이다.
“락 할때는 어떻게 되는데?”
“아예 신디 놓고 기타 잡던데?”
“아하.”
라비다는 보컬, 기타, 키보드, 베이스, 드럼이 한 명씩 분포했다.
키보디스트가 리듬기타로도 변할 수 있는, 가변성 넘치는 밴드다.
틱,틱,틱,틱-
시작을 알리는 드러머의 하이햇소리.
나는 곡을 감상했다.
“··· 노래 좋다.”
“키보디스트 누나 진짜 예쁘다 ···”
혁오가 그리 중얼거렸다. 나도 동감한다.
“인정.”
진짜 예쁘네.
“니들은 들으란 노래는 안 듣고 여자 얼굴만 보냐?”
“크흠.”
이미 알고 있는 노래다.
라비다의 ‘바람따라.’
전체적으로 잔잔한 느낌의, 겨울 바다를 보면서 듣기 좋은 노래.
눈앞에 있는 게 한강이긴 하지만 분위기는 나름 좋네.
곡조는 단순하다.
시원하게 올라가는 보컬의 목소리와, 중간에 삽입되는 깨알 같은 기타리프 때문에 자꾸만 머릿속에 맴도는 미묘한 중독성 있다.
“네가 없는 이 길에서~”
보컬의 지름과 동시에 진행되는 기타솔로.
나는 윤대혁 선배의 연주를 감상했다.
대단하다.
낮은 기온 탓에 손가락이 굳을 만 한데도 실수 하나가 안 난다.
과시하듯이 욱여넣은 스윕피킹과, 이코노믹 피킹 없이 보여주는 엄청난 속주.
“와 ··· 윤대혁쌤 진짜 잘 친다···”
“그러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윤대혁은 테크닉적으로 완성되어 있는 기타리스트다.
솔로가 끝나고 다시 보컬이 돌아왔다. 그 순간,
티잉-!
아주 얇은 기타줄 하나가, 윤대혁 선배의 뺨을 후려쳤다.
“기타줄끊어졌네.”
“으아. 아프겠다.”
내색 않고 코드연주를 계속하는 윤대혁선배.
얼굴에 미약한 당황감이 물들었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피크를 후리는 저 모습.
근데 음정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윤대혁 선배가 사용하는 슈퍼스트랫은 이런 돌발상황에 쥐약이다.
플로이드로즈브릿지 기타는 줄 하나만 끊어져도 전체 음정이 다 나가버린다.
재빨리 헤드머신을 감아서 튜닝을 일부 복구했지만, 그래도 미묘하게 어색하다.
“···”
순간 눈이 마주쳤다.
저 사람도 이런 상황은 되게 쪽팔리겠지. 그것도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 앞에서는 더더욱.
잔잔한 곡이 끝났다.
윤대혁 선배는 결국 중간에 볼륨을 줄여버렸고, 키보디스트가 멱살 잡고 멜로디를 이끌었다.
“아아, 정말 죄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키보디스트 누나는 평온한 목소리로 상황을 수습하고 있었다.
재빨리 브릿지에 렌치를 꼽고 돌리는 윤대혁선배.
그는 렌치질을 하면서도, 마이크를 잡았다.
“기타줄 가는 동안 제자 하나 소개할까요?”
윤대혁 선배는 ‘우리’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제자라니 ··· 김태현 말하는 건가?
“김수재 앞으로 나와.”
…어? 나?
100쌍에 달하는 눈동자가 전부 나를 향했다.
“야, 뭐해. 부르잖아.”
“수재야 빨리 가.”
김태현이 실실 쪼갠다.
마치 꼬숩다는 표정이었다.
뭐지.
대체 뭔 일이 일어나는 걸까.
난 급히 무대로 올라갔다.
간이 무대라 그런지, 높이는 그냥 계단 세 개 정도였다.
“자, 저번에 김태현 학생 소개했죠? 이번에 새로 들인 제자입니다.”
“···.”
“김수재 학생, 인사해야지.”
나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얘가 참 대단합니다. 제가 억지로 시간내서 레슨 잡아줬는데도, 말 한마디 없이 도망가버리더라고요.”
푸흡.
키보디스트 누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름이 아마 연지선이었나. 그래 맞다. 연지선.
“참 깡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후우우우우-
관중의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그래, 내 깡이 좀 대단하긴 하다.
윤대혁 선배한테 레슨받으려는 입시생 수만 해도 엄청날텐데.
근데도 난 쨌다.
스스로가 참 대견스러웠다.
“그러니, 무대에 설 깡도 있나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윤대혁 선배는 기타케이블을 뽑더니, 나에게 내밀었다.
아··· 이거.
뭔가 맥이려는 느낌이 팍팍 난다.
도망치면 겁쟁이 샤이보이가 되는 거고,
중간에 실수하면 망신살 좀 당하는 거고.
하지만 나는,
“좋습니다!”
케이블을 받아들었다.
그리고서 재빠르게 기타를 꺼내서 케이블을 꼽았다.
이사람은 내가 관종인 걸 모르는 건가?
고개를 까딱하는 모양새를 보니 그런 거 같네.
이펙터는 ··· 윤대혁 선배 꺼 쓰면 되는 거겠지.
패달보드 구성 참 야무지다.
Ts9, lpd에서 나온 부띠끄 패달 ···
이 막 밟는 쇳덩어리 하나에 40만원이상 한다니, 손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어우쉣··· 딜레이랑 리버브도 합치면 100만원이 넘네.
“기타 바꿨나?”
윤대혁 선배는 내 피에스타 레드 색상의 기타를 가리키며 말했다.
“예. 레슨째고 중고로 가져왔죠.”
하하하하하.
일부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곡은?”
“음 ···”
난 라비다의 곡을 대부분 알고 있다.
회귀 전에 꽤 자주 들었으니까. 유명하니까 듣고 싶지 않아도 자주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라비다의 곡을 말한다면 왠지 내가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언제 내 곡을 다 외웠나?’ 라는 소리는 죽어도 듣기 싫다.
“질풍가도 가겠습니다.”
“오오, 질풍가도~ 여러분 괜찮나요?”
예에-!
이 노래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원래는 애니메이션 오프닝인데, 오프닝인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난 기타를 튕기며 이펙터 톤을 내 입맛대로 조정했다.
틱틱틱틱-
드러머의 하이헷 소리에 맞춰서 숨 돌릴 틈도 없이 도입부에 들어간다.
쟈쟉 쟉쟉쟉 쟈쟉 쟉-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한 톤을 만드는 건 무리다.
난 어디까지나, 윤대혁 선배가 줄을 갈때까지 대타하는 땜방이니까.
“한번 더 나에게!”
곧바로 보컬이 치고들어왔다.
베이스와 드럼의 조화와 음박은 아주 완벽했다.
나는 곧바로 박자를 타며 파워코드를 짚고 현을 튕겼다.
질풍가도는 너무 유명하다.
유명하고 또 유명해서, 커버를 진짜 많이 하는 곡이다.
나도 회귀전에, 상의탈의 한 채로 이곡을 커버해서 올린 적이 있었다.
조회수는 한 1천 나왔었나.
쥬우우우웅-!
원래 라이브를 할 때에는 목석처럼 기타만 쳐선 안 된다.
몸을 비틀어 줘야 나도 신나고, 관중도 신난다.
나는 힘껏 상체를 흔들었다.
“오~ 좀 치네~”
내 옆에 있던 베이시스트는 입모양으로 나에게 그리 말했다.
당신도요. 황정태씨.
아주 드럼이랑 같이 박자를 가지고 놀고 있네.
“하 지 만”
“하 지 만 내게 주어진”
난 자연스럽게 보컬에 코러스를 넣었다.
초보 시절에는 리드기타 역할만으로 벅찰 테지만, 짬이 좀 차면 여유가 생기고, 보컬을 보조할 수도 있게 된다.
적절한 코러스는 언제나 옳다.
퉁-
보컬 마이크를 입에서 내렸다.
1분 30초 조금 넘어서의 구간.
리드기타가 앞으로 나올 때다.
지이이이잉-캉!
나는 천천히 무대 앞으로 걸으며 기타솔로 파트를 연주해 나갔다.
질풍가도의 기타솔로는 초보자가 쉽사리 따라 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전체적인 곡조와 어우러지는, 무언가에 맞서고 있다는 듯한 비장한 멜로디.
나는 속주를 해머링 없이 피킹으로만 해내었다.
도중에 음정이 마구 떨리는 ‘아밍’부분은 ···
나선생님이 전에 하셨던 수업 내용이 떠오른다.
브릿지를 힘차게 누르고. 아래 위가 아닌 가로로 떨어보라고 하셨던 꿀팁.
이에에에엥-
소리가 꽤 좋다.
진짜 꿀팁이네.
“이름이 김수재랬나?”
“제자 될만하네. 잘 친다.”
“대혁오빠는 신기한 애들만 데리고 오는 것 같아.”
“그냥 대학생이 교복 코스프레 한 거 아니야?”
쥬우우웅-
난 무사히 솔로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갔다.
이 공연 할 때 특유의 감칠맛.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기 위해, 몸을 한껏 흔들며 즐기고 있는 사람들.
너무 좋다.
이게 진짜 무대다.
“안고 달려갈 거야 너에게~”
“너에게~”
나는 후렴구에 코러스를 넣으며, 곡을 끝맺으려는 보컬을 힘껏 뒷받침했다.
약3분.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마에서 주르륵, 한 줄기의 땀이 배어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열광하는 관중들.
꼽사리 껴서 버스킹 한거지만, 나는 괜시리 뿌듯했다.
어느새 줄을 다 갈아버린 윤대혁 선배가 내 옆에 와서 섰다.
아쉽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다. 원래 내 무대가 아니니까.
근데 어떻게 3분 만에 브릿지 세팅을 다 한거지?
괴물은 괴물이다 진짜.
“우리 김수재군 연주 어땠나요?”
키보디스트 누나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엄청 잘 쳐요!”
“고등학생 맞아요?”
“윤대혁보다 잘쳐요!”
“잘생겼다악!”
“윤대혁이 얼굴만 더 낫다아!”
분위기에 취해 오버하는 관중들과 환하게 웃음을 짓는 키보디스트 누나. 나는 머쓱한 마음에 널브러져 있던 기타가방을 잽싸게 들었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
피식.
윤대혁선배가 웃는 모습을 처음 본 것 같다.
술 안 처먹고 웃는 모습 말이다.
··· 너무 어색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