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36
예고정벌 (3)
참 요즘 세상 살기 개같이 힘든 거 아냐?
우린 그닥 안 대단한데 얜 또 뭔 오해를 하네?
얜 뭘 어떻게 따라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자기 방식 같은 것도 없어.
근데 왜 자꾸 지가 부족한 걸 부정하냐!
“So don’t debate, a player straight !”
그러니까 시비 걸지 마라, 범생이 새끼야!
쥬우우웅-!
나는 힘껏 기타를 후렸다.
이방인으로서의 무대,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앞에 두고 펼치는 공연.
너무 좋다.
예고 애들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과 적대감이 같이 떠올라 있었다.
진짜 오묘한 표정이네. 사진으로 찍어 두고 싶을 정도다.
예고 애들뿐만이 아니다.
콧대 높은 예술고 선생님들.
여자 선생님들은 우리의 모습이 너무 민망했는지,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가렸다.
클래식에서 방귀 좀 뀐다는 남자 선생님들은 우리를 보고서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오케스트라 보려고 점잖게 모인 상류층 사람들 앞에서 하드 펑크록을 후리는 기분이라고 할까.
개재밌는데?
내가 손수 만든 드럼 bgm이, 내 심장 소리와 같은 비트를 타고 있는 것만 같다.
-넌 아니야, 넌 안 돼. 욕하지 말고 아부나 떠는 게 어때?
현재 예고와 유산고 사이의 기류를 파악하지 못한 사람은, 이중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활기차며 섬세한 조롱을.
후욱-!
열받은 표정의 남학생이 양말을 동그랗게 뭉치더니, 그대로 우리에게 날렸다.
되게 고맙네.
훅-!
여기저기에서 양말이 날아들었다.
아침에 신고 나온지 얼마 안 된, 보송보송한 양말들.
진짜 공연장이었더라면 먹던 음료수 캔 따위가 날아왔겠는데.
양말이라 다행이다. 맞아도 안 아프잖아.
툭 !
양말뭉텅이 한 개가 신나게 노래를 부르던 도현이의 머리통을 두들겼다.
혁오는 지렁이가 빙의한것 같은 저질댄스를 추며 관중들을 조롱하듯 날아오는 유탄을 피했다.
나 또한 거칠게 몸을 흔들었다.
혼신을 담은 비꼶이, 목구멍에서 터져나온다.
“어헝 으허엉!”
이거야.
이거야 ··· !
이맛이야!
“쟤네 진짜 뭐야? 왜 온 거야?”
“아아악! 짜증나!”
응 짜증나라고 부르는 거야~
나는 짖궂은 표정을 지으며 가사를 입에 담았다.
Pretty fly의 가사는 진짜 조롱 그 자체다.
너흰 안 돼, 너흰 날 못 따라와.
왜 그렇게 열폭하냐?
그냥 아부나 떨어라.
잘하면 쟤 정도는 따라 할 수 있을걸?
카피충도 음악업계에선 필요한 법이지. 그게 너야.
“아 젖꼭지 개 더러워!”
“표정 봐 진짜 때리고 싶다.”
곡을 이해 못 해도 상관없다.
춤이라곤 단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질댄스가,
이 얄궂은 음정이,
신나면서도 짜증나는 기타리프가.
그들을 이해시키고 있을 것이다.
“너, 너희들 그만 던져!”
“쌤 한번만요! 꼭 던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음악은 과연 어디까지 사람을 분노하게 만들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이 너무나 궁금했다.
하지만, 이제는 잘 알 것 같았다.
저 잔뜩 찡그린 표정.
우리 학교에 원정왔던 성악과 학생들이 뒷목을 잡는 모습.
정말 가관이 아닐 수 없었다.
혁오는 노골적으로 허리를 흔들며 기타를 후려댔다.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를 말려야 하는 선생님들은, 이미 양말과 슬리퍼를 던지려는 학생들을 막기에 벅차 보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도현이와 혁오를 쳐다보았다.
둘은 환한 미소를 띄운 채, 고개를 한번 까딱할 뿐이었다.
락이랑은 어울리지 않는, 엄숙한 분위기의 학교 강당.
우릴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던 학생들과 선생들.
하지만 어떤가.
그들의 눈과 얼굴에는 락스피릿이 가득 깃들어 있었다.
‘분노’라는 감정이 이끌어낸 락스피릿이 말이다.
“Now, he’s getting a tatto,”
3분. 짧디짧은 곡의 끝이 다가왔다.
우리는 힘껏 목소리를 깔으며, 마무리에 들어갔다.
분위기에 한껏 취하긴 했지만, 기타를 대충 친 것은 아니다.
음정이 나간 부분은 없을 터.
나는 관중들을 훑어보며 장원영이 어디 있는지 찾았다.
그는, 끓기 직전 주전자같이 김이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저격수라도 된 마냥, 손가락으로 예고애들을 가리켰다.
“So hey hey, do that brand new thing!”
(이젠 좀 새로운 걸 해봐라!)
가사의 마지막 조차 조롱이었다.
이게 노래지.
이게 락이지.
다시 회귀한다 해도, 나는 프리티 플라이를 불렀을 것이다.
공연에는 한 치의 여한이 없었다.
우리는 언제 뿜어져 나왔는지 모를 땀을 슥 닦으며 팔을 들어 올려 v 형상을 그렸다.
Victory의 V였다.
“우우우우우-!”
“아 개짜증나 진짜 ···”
“내려가! 내려가!”
“유산고로 꺼져!”
우리는 바보처럼 실실 웃었다.
여전히 양말과 슬리퍼가 날아오고 있었다.
툭-!
“어이쿠 위험해라.”
우리는 누구보다 빠르게 케이블을 뽑아버리고 옷과 물건을 챙겨서 도망쳤다.
-대, 대단한 무대 퍼포먼스였습니다···.
“돌아가! 돌아가!”
“다신 오지마!”
역시 특목고 애들이라 그런지 영어 듣기 능력이 뛰어나네.
만족스럽다.
신성하고 경건했던 예술고등학교의 신입생 음악회는, 우리에게 한껏 농락당했다.
등뒤로 수많은 학생들의 원성이 울려 퍼졌다.
“어우 땀 봐라.”
“개 덥네 진짜.”
4월이라 기온은 그리 높지 않은데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우리는 체육관 뒷편의 문을 따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대기실로 돌아가기엔 후환이 두렵다.
부리나케 도망가는 혁오와 도현이의 모습은 마치, 남의집 벨을 누르고 도망가는 초등학생같이 신나보였다.
“허억 ··· 허억···”
혁오가 물티슈를 건넸다.
“아씹 ··· 쓰레빠를 던지냐.”
“맞았냐?”
“배 맞음.”
난 양말 두 개밖에 안 맞았는데.
우리는 서로 누가 더 많이 맞았냐를 비교했다.
영광은 메인 보컬을 맡았던 도현이에게 돌아갔다.
제일 많이 쳐맞았단 소리다.
“좀 걷자.”
우리는 주섬주섬 벗어두었던 교복을 다시 입었다.
땀을 잔뜩 흘려서 좀 찜찜한 느낌이 들었지만, 상관 없다.
“아~ 상쾌하다~”
“진짜 기분 좋네.”
마음만은 아주 상쾌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 멀리 보이는 매점으로 달려가 데미소다 한 캔을 따서 목에 흘려 넣었다.
열정과 함께 빠져나간 수분은 금세 다시 채워졌다.
“··· 곡 하나 더 남지 않았냐?”
“그러게 ···”
“김수재가 무빙 잘 해야지 뭐.”
“에이, 뭘 또 던지리라고는 ···”
걱정되긴 하는데 ··· 마지막엔 양말이 아니라 슬리퍼가 날아왔으니까.
멍하니 매점 앞에 서서 음료수를 홀짝인다.
혹시나 악의를 품고 쫓아오는 놈들이 있지 않을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은 덤.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예술고 애들의 교복이 보인다.
“··· 성예린인데?”
“너희 진짜 미친거 아니야?”
성예린은 한껏 신경 쓴 듯한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띄웠다.
“내가 바로 다음 차례였는데 ··· 애들 열받아 가지고 듣지도 않잖아.”
“개이득.”
“신입생음악회는 청중평가 돌아가는 거 알지?”
“청중평가?”
“참가자들의 무대가 어땠나 분석해서 종이에 적는 거야.”
“그게 내신에 들어가?”
“응.”
예술고라 그런가 참 빡빡하게 돌아가는구만.
교내 풍경이 아름다운 이유는, 빡빡한 일정에서 나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함이 아닐까.
“뭐 우린 상관없잖아.”
“평가지 너희 선생님들한테 전달될 텐데?”
“··· 오.”
시발.
예고 애들이 과연 뭐라 적어 놓았을까?
엄청난 악평으로 도배해 놨을 것 같은데 ···.
우리는 머리를 맞대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너희 어떡하냐~ 남의 학교에서 난리 쳤으니~”
“크흑 ···.”
“너희 선생님들이 우리 곡 허락 했잖아!”
“웃통 벗은 것도?”
성예린은 자기 친구들끼리 깔깔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는 후회가 없다.
실컷 비웃어라.
기타는 원래 상의 탈의가 진리인 것을.
“어 …?”
성예린은 우리를 한껏 놀리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 쟤 하민서 아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이리로 걸어오는 하민서.
용케 매점 잘 찾았네.
성예린은 자기 친구들과 같이 하민서가 있는 방향으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민서 맞지?”
“아, 응.”
둘이 면식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유튜브랑 인스타 봤어. 되게 잘 나왔더라!”
“고마워!”
하민서는 싱긋 웃었다.
진짜 개소름돋네.
내가 말 걸어도 저런 반응을 보일까?
왠지 벌레 보듯이 쳐다볼 거 같다.
하민서는 성예린의 무리에 껴서 같이 사진을 찍거나 핸드폰 번호를 교환했다.
만난지 1분도 안 됐는데 겉보기엔 완전 절친 사이다.
“야 ··· 유명하긴 유명한가 보다.”
“쟤 저번 콩쿠르 영상 조회수 40만이 넘던데?”
“리얼?”
난 4만이 한계던데.
성예린은 행복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꼭 쥔 채 체육관으로 돌아갔다.
“···.”
덜렁 남겨진 하민서와, 내 시선이 교차했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신입생 음악회가 장난이야? 미쳤어? 라며 땍땍거리는 미래시(未來視)가 눈앞에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너 그거 알아?”
“응?”
“맨 오른편에 우리학교 선생님도 계셨어.”
하민서는 꼬숩다는 듯 우리를 보며 비릿하게 웃을 뿐이었다.
“누구?”
“문선생님. 넌 잘 알텐데?”
지목 당한 도현이는 주르륵, 식은땀을 흘렸다.
“야 ··· 문선생님이 혹시 ···”
“베이스 보조강사야.”
“···.”
“··· 그만 돌아가자.”
“그래.”
강당에 우리학교 선생님이 계셨구나.
그렇지 뭐
인솔자가 아예 없을 수는 없으니까.
“이번엔 진짜 김수재가 씹캐리 해야 한다.”
“웃통 깐 걸로 나중에 따지고 들면 어떡해?”
“그러니까 캐리해야지. 상은 받아야 안 혼날 거 아녀.”
“실수나 하지 마라 이놈들아.”
우리는 몰래 체육관 뒷문을 이용해 대기실로 돌아갔다.
유혈사태가 일어나진 않을까 문뜩 걱정도 들었지만, 다행이 그런 일은 없었다.
예고 애들은 우리가 없는 동안 분을 가라앉혔는지, 말 한마디 걸지 않았다.
중간에 예고 선생님들이 찾아와서 이러면 곤란하다고 가볍게 우리를 타일렀다.
질책의 강도는 생각보다 약했다.
예고 선생들의 표정이 썩 좋진 않았는데.
퍼포먼스니까 어느정도 용인해 주는 건가?
따지고 보면 갑자기 양말이랑 쓰레빠 던진 예고 애들이 더 잘못했지 암.
대기실 내의 관심은 전부 하민서가 차지했다.
이름 모를 여자애들은 괜히 하민서에게 다가가 친한 척을 했다.
오는 사람은 막지 않네 ···
저게 원래 성격은 아닐 것이다.
하민서의 표정은, 불편한 옷을 걸친 사람처럼 어색해 보였다.
-다음 차례는 유산고등학교 1학년 8반 김수재 학생과 보조자 ···
“진지하게 가자.”
“그래.”
무대에 다시 오르니 눈에 비치는 것은, 조심조심 슬리퍼를 벗고 있는 예고생들의 모습이었다.
“I am comeback”
다신 오지 말라며?
또왔는데.
예고애들은 곧바로 양말과 슬리퍼를 손에 쥐었다.
딱 던지기 좋은 그 타이밍에,
선생님들이 손들 들며 아이들을 막으려는 그 타이밍에.
우리는 얼굴에서 장난끼를 싹 지웠다.
진지함.
진심으로 연주에 임하겠다는, 책임감.
툭, 툭, 툭, 툭.
하이햇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곧바로 네츄럴 하모닉스를 튕겼다.
카아아아앙-!
락버전으로 편곡된,
저들이 좋아할만한 클래식의 잔재가 남은,
G선상의 아리아의 도입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