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37
예고정벌 (4)
문명래는 베이스 보조강사다.
실음과를 졸업하고, 세션 업계에서 인지도를 쌓고, 나름 유명한 곡도 몇 개 건드린,
남들에게 꿀릴 점 없는 베이시스트다.
‘보조강사’라는 직책은 언뜻 편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았다.
특별반 담임으로서의 학생 관리는 물론이거니와, 각 학년의 전공 지원 수업에 빠짐없이 들어간다.
강사 스케쥴에 펑크라도 나는 경우에는 대리수업까지 해야 한다.
피로도가 없는 직업은 아니었다.
‘정말, 엄청난 짓을 해줬구나.’
문명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두 학교 신입생들의 경쟁심 고취를 위한 신입생 음악회.
원래 ‘학교 대항전’은 가을 축제에서나 벌어졌지만,
4년 전 그 범위가 신입생 음악회까지 넓혀졌다.
사람은 경쟁 환경 속에 있을 때 성장이 가속된다.
경쟁은, 자신이 속한 무리 보다 다른 무리와 겨룰 때 더욱 심화된다.
취지는 좋았다. 취지는.
하지만 ···
‘실력 차가 ··· 너무 컸지.’
당연하다.
전문적으로 예술인을 키워내는 학교와, 예술인이 될 수 있도록 지원만 해주는 학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학생 한 명에게 들이는 시간 자체가 다르니까.
“이야··· 곡 자체는 가사 바꿨다길래 ok 하긴 했는데, 퍼포먼스 쪽이 더 대단한데요?”
“하하, 그러게요.”
문명래는 예고 선생님들의 물음에 너털웃음을 지었다.
락을 부르는 건 괜찮다.
하지만 ‘저렇게’ 부를 줄은 몰랐다.
진심으로 감정을 담아서, 사람을 화나게 하려고 부를 줄은 몰랐다.
일렉기타와 퍼포먼스는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퍼포먼스와 연주가 융합된 완벽한 무대 ···
솔직히 말하자.
이곳이 신입생 음악회가 아니었다면,
락 페스티벌 같은 곳이었다면.
저 셋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소리를 지른다고, 괜히 분위기를 띄워보려 노력을 한다고.
관중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어색함만 더해질 뿐.
문명래가 놀란 것은 그런 부분에서였다.
어색함이 없었다. 고1짜리 어린애 셋이서 펼친 연주인데,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하민서나 김태현이 1학년 탑을 먹을 줄 알았더니 ···’
가끔가다 있지 않은가. 동급생들에 비해 뛰어난 실력을 지닌 ‘영재’나 ‘수재’들이.
문명래는 김태현이나 하민서가 신입생 중 가장 재능이 뛰어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
예중 출신도, 영재 교육을 받은 아이도 아닌, 그냥 평범한 애가.
다른 신입생들을 꺾고 당당하게 신입생 음악회의 1위를 차지했다.
“이번곡이 ··· g선상의 아리아라죠?”
“그게 락버전도 있어요?”
“···.”
카아아앙-!
아까와는 달리, 사뭇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셋.
그들은 주저 없이 곧바로 연주에 들어갔다.
김수재의 ‘솔로곡’ g 선상의 아리아.
락을 좋아하는 성향인 건 확실하다.
문명래는 말없이 그의 연주를 감상했다.
··· 청량했다.
“···.”
과열되었던 예고생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식혀졌다.
“··· 소리가 너무 좋은데···?”
“아니 ···”
옆에 앉아 있던 예술고 선생들은 하나같이 감탄을 내뱉었다.
청량하다.
‘차갑다’ 라는 느낌이 아니라, 시원하다.
문명래는 베이시스트이지만, 기타로 웬만한 곡은 거의 다 카피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었다.
그렇기에 잘 안다.
청령함과 차가움은, 극과 극의 성향이면서도 종이 한장차이라는 것을.
저 나이대 아이들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전공한 사람들조차 차가움을 청량함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일렉기타의 브릿지 픽업에서 나오는 날선 소리를, ‘청량하게’ 가공한 저 톤 메이킹 실력.
‘톤메이킹을 하는데 시간이 ··· 얼마나 걸렸지?’
낮선 환경에 순식간에 적응해서 저 소리를 만들어 냈다고?
“G 선상의 아리아가 원래 이런 곡이었나 ···?”
“아니죠, 좀더 낭만적이고 따듯한 ··· 그런 곡인데.”
“재해석을 한 것 같네요.”
문명래는 확신에 찬 어조로 그리 말했다.
감성적이면서 청량하고, 시원함과 동시에 부드럽다.
배음이 얕게 번지는 하모닉스.
··· 피킹 하모닉스.
“··· 쟨 유산고에 왜 갔대?”
바로 옆에 유산고 선생이 있는 줄도 모르고, 예고 강사 한 명이 그리 중얼거렸다.
그는 문명래의 시선을 느끼자마자 다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하모닉스 실력이 장난 아닌데요.”
“배음을 그냥 마음대로 넣네요. 저 나이에 ···”
“우리 학교 기타전공생 중에 저렇게 할 수 있는 애 있어요?”
“···.”
문명래가 감탄한 부분을, 예고 실음과 선생님들도 똑같이 감탄했다.
피킹 하모닉스.
초보자라면 ‘소리내기’조차도 힘든 주법이다.
반드시 필요한 테크닉인데, 초반 습득 난이도는 최악에 달한다.
배웠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피킹 위치에 따라 ‘배음’이 들어가는 정도가 달라지고,
살이 얼마만큼 닿냐의 미세한 차이로 또 달라지고,
치면 칠 때마다 제멋대로 소리가 바뀌는 게 피킹 하모닉스라는 기술이다.
“··· 좋네요.”
잔잔한 감탄사가 들려왔다.
아까 전 공연에서 인상을 한껏 찌푸렸던 노년의 강사였다.
문명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낭만적이다.
동시에 시원하다.
마치, 계곡이 흐르는 숲 속으로 자신을 데려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위화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키이이잉-!
거북하지 않은 하모닉스 소리, 훌륭하게 받쳐주는 기타백킹,
근음셔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적절히 멜로디를 헤엄치는 베이스라인.
둥 둥탁-
··· 그리고, 드럼 BGM
문명래는 피식, 실소가 나왔다.
“저건 ··· 저 드럼은 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이럴 수가 있는 건가?
지금껏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던 이유는, 묘하게 조화로운 드럼 덕이었다.
“이거 ··· 1등 주기는 싫은데 ···”
“주긴 줘야 할 것 같은데요.”
“안 주면 우리만 속 좁은 인간 되는 거죠. 작년에 우리가 유산고 1등 받아왔다면서요?”
“허어 ···”
* * *
곡은 나의 머릿속에 ‘숲’을 그려주었다.
낭만적이면서도, 시원하면서도, 계곡이 흐르는 조용한 숲속.
몽환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현실에 있을 법한 풍경이다.
나는 그곳을 하염없이 걸었다.
계곡에 발도 담그고, 물을 떠서 세수도 하고.
입에 넣어서 맛도 보고.
청량했다.
은은하게 내리쬐는 햇살.
무성하게 자라난 활엽수들은 바람에 흩날리며 자신들만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나는 힘차게 기타 줄을 들어 올렸다.
G 선상의 아리아.
바이올린의 4번 줄로만 연주하라는 의도로 만들어진 이 곡은, 놀랍도록 감미로운 멜로디를 선사한다.
사람들은 이 멜로디에 매료되어 각자의 악기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G 선상의’ 라는 단어의 정체성은 희석되었지만, 특유의 부드러운 멜로디는 희석되지 않았다.
부드럽고, 청량하다.
“···.”
감고있던 눈을 떠 관중들의 모습을 살폈다.
손에 슬리퍼나 양말을 쥐고 있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신나게 화를 표출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그저 나와 도현이, 혁오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할 뿐.
저 멀리, 장원영이 보인다.
그 또한 다른 이들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없이 멍한 표정 말이다.
나는 계속해서 숲 속을 걸었다.
내 뒤를, 혁오와 도현이가 따라오고 있었다.
바람 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실없는 농담과, 얼굴에 피는 웃음꽃.
풍경은 여름인데 이렇게 시원하다니.
말도 안 되는 날씨다.
하지만 어떠랴. 적어도 머릿속에서만큼은.
현실이 아닌 상상에서만큼은.
시원한 여름 숲을 그려도 되지 않겠는가.
곡이 끝날 때까지, 청량함이 우리에게서 사라질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그 풍경을 우러러보았다.
연주는 어느새 막바지에 치달았다.
원래 g 선상의 아리아에 없던, 락버전에서만 추가된 속주 리프.
나는 나만의 해석을 담아 프렛을 짚어나갔다.
눈앞의 이들도, 감미로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의 ‘진심’이 전해질 수 있도록.
“후우 ···”
거친 숨을 토했다.
그리고, 열심히 따라와준 두 사람에 엄지를 치켜 올려 보였다.
“김수재 왤케 왤케 잘침.”
“속주 뭐야.”
혁오와 도현이의 실없는 반응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
그저 멍한 표정의 예고생들의 얼굴.
그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무엇이 그들의 손을 멈추게 한 것일까.
아까전 저세상 퍼포먼스를 보였던 탓일까?
아마, 우리가 진지한 연주를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짝짝짝짝-
관중의 오른편.
선생님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전부는 아니지만, 선생님 여럿이 우리에게 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그중에는 문선생님도 있었다.
근처에 있는 예고생들은 마지못해 손뼉을 쳤다.
··· 뭐 이런 거지.
홈 그라운드 같이 커다란 환호는 없었다.
하지만 저 멍청해 보이는 예고생들의 얼굴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짜릿함을 가져다주었다.
즐길때는 즐기는 놈들.
할 때는 하는 놈들.
완벽하지 않은가.
그게 진짜 음악인이 아닌가.
나는 양손을 들어 올려 혁오와 도현이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짝-!
경쾌한 손뼉소리는, 무대에서 들려오는 것보다 컸다.
-감미로운 ··· 무대였습니다!
사회자 역을 맡은 남자선생님은 손뼉을 마주치며 그리 외쳤다.
얼떨떨한 얼굴을들이 하나씩 깨어나며 점점 볼륨이 높아진다.
뒤늦게 들려오는 갈채에는, 예고생들의 오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무대에서 내려와 대기실로 돌아갔다.
정말, 아주 정말 놀랍게도.
대기실 내에 흐르던 적대감은 사라져 있었다.
“··· 어떻게 한 거야?”
“뭐가.”
대뜸 성예린이 물었다. 뭔가··· 뭔가.
성예린 친구들의 시선도 조금 바뀐 듯한 느낌이다.
“아, 아니 ··· 소리. 소리말이야. 너 이펙터 봐봐.”
난 작은 가방에 담긴 이펙터를 성예린에게 보였다.
대기실에 있던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와 장비를 구경했다.
“··· 오버드라이브랑 딜레이랑 와우페달? 이거뿐이야? 진짜?”
“응.”
“쟤, 쟤는!?”
혁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백킹기타였던 혁오는 아예 이펙터 자체를 쓰지 않았다.
“···.”
덜컹-!
대기실의 앞문이 열리며 남정네 넷이 갑자기 쳐들어왔다.
한 명은 장원영.
나머지 세 명은 ··· 중년 남성들.
“어, 수재야 잘 들었어.”
그중에는 문선생님도 있었다. 지나가다 몇 번 본 적 있는 분이다.
나는 그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예고 선생님들께서 네가 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셔서 ···”
“선생님들도요!?”
성예린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이펙터가 이것뿐이야 ···? 이큐도 없네?”
“아니, 와우는 아예 안 썼으니까 사실상 두 개로 만든 거 아니에요?”
“앰프드라이브는 썼지?”
“네.”
선생님들도 나를 둘러싸고서는 허어 ··· 하며 헛숨들을 토하셨다.
“기타는?”
나는 기타를 들어 보였다.
아무래도 내 톤을 분석하려는 것 같은데 ···
소용 없을 거다.
기타리스트 백 명이 있으면, 백 개의 톤이 있으니까.
“··· 스콰이어네.”
“··· 펜더인줄 알았는데 스콰이어네.”
선생님들은 다 같이 허탈한 웃음을 뱉었다.
“할 말 있냐?”
나는 장원영에게 물었다.
그는 선생님들 뒤에 서서 힐끔힐끔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 잘 치네.”
“고맙다 임마. 너도 연습 열심히 해라.”
저주 보다는 덕담.
패배를 인정하는 자에게는, 더 이상 막말을 할 이유가 없다.
장원영은 조용히 문을 열고 대기실에서 나갔다.
예고 선생님들도 ‘톤값’을 묻기에는 좀 창피했는지, 다시 자리로 돌아가셨다.
“수재야.”
문선생님이 물었다.
“옙.”
“드럼 bgm 네가 만들었니?”
“아, 네. 도현이랑 혁오도 도와줬어요.”
퀄리티는··· 아주 좋은 수준은 아니었다.
로직 프로랑 addictive drum 2 조합이 최고이긴 한데. 난 지금 맥 환경을 구축할 돈이 없었다.
“혹시 작곡 공부도 하니?”
“조금요.”
“오올~ 김수재~”
b- .
기타창의 이런저런 항목들에 수치 변화가 있었지만, 작곡능력만큼은 변화가 없었다.
“드럼 다듬는 거 보니까 작곡에도 소질이 있어 보여. 3학년 9반 선생님이 작곡 보조강사시거든. 나중에 자리 한번 만들어 줄게.”
“아 ··· 넵! 감사합니다!”
작곡이라 ···
빛도 못 보고 심해 속에 잠긴 나의 자작곡들.
생각해 보니까 다 날라갔네 씨발.
그거 다듬느라 몇 날 며칠을 밤샌 적도 많은데.
문선생님은 은은한 미소를 보이며 대기실에서 나가셨다.
“이제 우리 안 혼나겠는데?”
“개이득.”
도현이랑 혁오는 바보처럼 실실 웃었다.
성예린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톤 값 궁금하면 그냥 물어보지.
예고의 신입생 음악회는 솔직히 좀 따분했다.
나는 구석에서 멀뚱히 예고생들의 무대를 감상했다.
분위기가 아주 ···조용하다.
이왕 하는 거 좀 신나게 하면 좋을 텐데.
하민서는 이번에도 거의 끝나갈 즈음 무대에 올라섰다.
나는 그녀의 연주를 들으며 깨달았다.
하민서는 협연이 어울리지 않는다.
공간을 부드럽게 타고 흐르는, 클래식 기타의 감성적인 화음.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인생의 회전목마’
몽환적이고, 판타지적이며, 잔잔한 멜로디였다.
나는 클래식 기타와 딱히 친하지 않다.
다만, 잘 알겠다.
하민서는 남을 받아들이지도, 남에게 맞춰주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을 표현하기만 할 뿐.
하민서의 공연 반응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유명세가 있어서 그런지 왠지 나보다 박수 소리가 좀 더 큰 느낌이 난다.
모든 참가자들의 공연이 끝나고, 신입생 음악회의 수상식이 다가왔다.
우리학교랑은 달리, 수상자 선정을 하는 데 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모양이다.
– 유산고등학교 1학년 김수재 학생과 ···
호명을 받은 우리는 부리나케 무대로 뛰쳐나갔다.
이걸로 까임 방지권 획득이다.
수상자는 총 열 명.
그중에는 당연히 하민서도 포함되어 있었다.
1위는 ···
심장이 막 쿵쾅거리는 것 같다. 1등 ··· 먹을 수 있을까?
예고는 실음 비중보다는 클래식 비중이 더 큰 것 같아서 긴가민가했다.
“1학년 6반 유정아 학생과, 유산고등학교 김수재 학생 외 보조자 두 명입니다.”
··· 응?
왜 1등이 두 팀이야.
순간 의문이 들었다.
나는 멀뚱히 단상 앞에 섰다.
혁오와 도현이도 줄줄이 소시지처럼 따라왔다.
‘김수재 외 두 명’ 이라고 했으니, 프리티 플라이는 순위권에 들지도 못한 거겠지.
나는 옆에 선 여자애의 얼굴을 살폈다.
피아노 잘 치긴 하던데 ··· 대체 왜?
“1등이 두 명인 이유는, ‘신입생 음악회’가 내신 반영이 되기 때문인데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내가 1등 먹어 버리면 공석이 생기니까 그러는 거구나.
공동 1등 처리를 안 하면 내신반영이 어려워질 테니까.
예고애들 사이에서 술렁이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산고애들이 순위권에 든 거 이번이 처음 아니야?”
“그러게 ···”
유산고에서 원정와서 순위권에 든 역사 자체가 없는 건가.
나는 단상에 서서 급히 인쇄된 것처럼 보이는 상장을 받아들었다.
교장선생 눈매 참 날카롭네.
뭐, 어쩔 수 없지.
남의 학교에서 그 난리를 쳤는데.
2등 또한 공동수상이었다.
역시나 하민서다.
“민서 화이팅!”
술렁이는 관중 속에서 성예린이 소리쳤다. 하지만 하민서는 응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저번처럼 입벌린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2등이잖아.
충분히 기뻐해야 정상 아닌가?
연주는 딱히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다만, 그녀의 연주가 내 상상력을 이끌어냈냐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
오늘은 유튜버 양반이 보이지 않는다.
학교 행사에서 흔히 보이는 사진기사 아저씨 둘 뿐이었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수상 소감을 말했다.
내가 내뱉은 말은 아주 간결했다.
“연습 열심히 하세요.”
예고 애들은 다시하여금 벙찐 표정을 내비쳤다.
-그럼 이상으로 신입생 음악회를 마치겠습니다···
우리의 예고정벌은, 정말 완벽하게 성공했다.
관중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감탄하게 만들었다.
사람의 감정을, ‘음악’만으로 하루에 두 번씩 주물러댔으니 … 좀 개쩌는 거 아닌가?
나는 훌륭히 역할을 다해준 도현이와 혁오가 너무 고마웠다.
우리는 예고 교장이 더듬더듬 말을 끝마치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다.
“유산고 화이팅!”
“화이팅!”
초심을 잃으면 안 된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어그로를 끌며, 예고 애들에게서 도망쳤다.
저 멀리 보이는 채선생님의 회색 자동차. 우리는 숨을 헐떡이며 돌진하다시피 쳐들어갔다.
“오라이!”
“뭐, 뭐야?”
“갑시다 우리학교로!”
“수상은 어떻게 됐어? 벌써 끝났어?”
“1등!”
채선생님은 화들짝 놀라면서도 곧바로 입꼬리를 올리셨다.
금의환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