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85
황금 시간대의 강탈자 (1)
피어 오르는 연기와 돼지고기 냄새.
연기와 기름에 쩔어버린 누런 벽면.
누구는 불결하다 하고, 누구는 정감 가는 풍경이라 느끼는 고기 구이집에, 남자 둘의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싱싱한 상추에 고기 두 점과 마늘을 올려 입안에 쑤셔 넣는다.
이 곳에서 만큼은, 이 시간만큼은.
두 사람은 정상급 뮤지션이 아닌, 평범한 아저씨였다.
“재선이도 참 대단해. 애가 똘기가 있네.”
“설마 설마 했다. 성격만 이상한 줄 알았는데.”
넘칠때까지 채워지는 소주잔과 벌겋게 달아오른 코.
그들은 고기를 불판 한구석으로 치워두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치익-
골목의 한 켠에서 매캐한 담배 연기가 솟아올랐다.
“누가 믿겠냐고. 학생들 대회 보고 감명받아서 일렉기타곡을 피아노로 편곡했다고 하면. 솔직히 좀 걱정되긴 해.”
“걔가 애냐? 다 잘 알아서 한다. 반응 좋으면 우리 제자 덕 잘 봤다 생각해.”
“그래, 네 제자 덕이다.”
“흐흠.”
“아유 좋~단다.”
알딸딸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자신이 칭찬을 받은 것도, 가족이 칭찬을 받은 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다.
이런 적이 있었던가?
곰곰이 머릿속을 되짚어봐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나숙호는 담배 연기를 깁숙히 빨아들이며 고개를 치켜 올렸다.
가로등 때문에 별빛은 보이지 않았다.
“걔 곡 낸다잖아. 들어는 봤어?”
“들어 봤지 오늘.”
“수업 할때?”
“끝나고서 따로 들려주더라. 선생님, 저 앨범 냅니다라고 말하는데 얼마나 대견하던지.”
“17살에 앨범도 다 내고. 대단하다 대단해. 넌 17살에 뭐 했냐?”
“기타 쳤지.”
나숙호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수 십 년도 더 된 이야기다.
공부가 적성에 맞긴 했지만, 음악이 더 하고 싶었다.
10대의 자신.
세상 물정 모르던 나숙호.
근처 시장 바닥에 굴러다니던 통기타를 사정사정해서 얻어온 것이 모든것의 시작이었다.
-땔감 값 주고 가!
안 좋은 나무를 쓴 기타를 흔히 ‘장작기타’라고 표현하지 않던가.
그때 주워 온 기타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 장작이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악기에서 장작으로, 장작에서 악기로.
파란만장한 일을 겪던 낡은 기타는, 한 사람을 음악인으로 키워냈다.
녹슬어버린 줄은 철물점에서 기름을 얻어와 닦아 썼다.
손이 새까매질 때까지.
나이가 지긋한 시골 출신들은 다들 이렇게 음악을 시작했다.
“어렸을 때 다니던 성당에 피아노가 있었거든. 겸사겸사 피아노도 배우고 했는데 그때 같이 다니던 여자애가 얼마나 예ㅃ···”
“그만해. 100번은 더 들었어.”
나숙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이 씁 ··· 너 그 통기타 얘기도 100번은 더 들었다.”
“이번엔 안 했잖아.”
“그런가?”
서병훈은 머쓱한지 킁킁, 코를 헛풀었다.
“애 연주 스타일이 너랑 진짜 비슷하더라.”
“하하, 그렇지.”
제자는 스승을 닮는다.
스승에게 배우며, 스승에게 감명받는다.
세 달.
나숙호가 김수재라는 아이를 가르친 기간이었다.
일주일에 한 두 번 주어지는, 2시간도 안 되는 강의시간.
학생들의 목표는 보통 ‘대학’이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연습하고 연주하고 평가받고, 또다시 연습하고.
그야말로 청춘을 쏟아붓는다.
학원에서 말이다.
나숙호는, 평범한 강의로는 자신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학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자신이 생각하는 ‘본질’을 가르치기로 했다.
당장은 따라 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가서는 ‘기반’이 될만한 요소를 말이다.
하지만.
“걔가 어릴 때부터 쳤댔나?”
“경력은 얼마 안 됐던데 ···”
“얼마 안 됐다고!?”
“그래.”
참 신기한 일이었다.
경력도 짧고, 듣기론 학원에 다닌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1학년이고.
나중에 가서 잘 활용하겠지 싶었던 가르침을, 그는 곧바로 연주에 적용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재능인가 ···”
“재능 ··· 도 있는데 그것보다···”
나숙호는 말을 아꼈다.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았다.
자신은, 재능이 그럭저럭 있었다.
그럭저럭 있는 재능은, 실력을 그럭저럭 키울 터였다.
다만 ···
다만.
“애가 참 열정적이야.”
재능만이 실력을, 음악인을 키우지 않는다.
재능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세상에 재능있는 사람은 참 많다.
처음 상경했을 때 받았던 충격은 지금도 생생했다.
뭔지모를 ‘재능’덩어리들이 무대 뒤편을 활보하는 풍경이란.
참, 대단했다.
“열정이라 ··· 그래. 열정.”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없지.”
자신은 열정 하나만으로 기타의 길을 걸었다.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기타리스트 나숙호로서.
업계의 그림자로서.
“가만히 있을 거냐?”
“끌어 줘야지.”
“자기 제자 아낀다고 손가락질할 사람은 없겠다마는··· 그래도 입조심···”
“너도 잘 도와줘야지.”
“아~입. 씁.”
서병훈은 입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며 담배를 밟아 껐다.
“너 tv 나가는 건 다 나갔나?”
“왜, 같이 내보내려고? 아직은 안 돼. 애가 좀 더 커야 돼.”
“역시 그렇지?”
“··· 나중에 기회 되면 말은 해 볼게. 난 당장 일정은 없는데 ··· 재선이가 ···”
* * *
앨범 제작은 아주 척척 진행되었다.
선정된 곡은 레일라, 트립티크, 레인, blue purple bar.
총 네 개다.
황프로듀서와 계약 작곡가들의 협업으로, 순식간에 mr이 만들어졌다.
백킹 기타도 내가 다 맡았다.
한번에 몰아 하니까 진짜 뒤질 거 같네.
어제는 새벽 2시에 집에 왔다.
6월 7일 화요일 아침 교실.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에너지드링크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열 김수재 이열 이열.”
“와 ··· 이게 대체 뭔 일이냐.”
“앨범을 낸다고 네가? 네가?”
“네가? 네가?”
“진짜?”
학교에 소문이 그냥 쫙 퍼졌더라.
다 에이트라 탓이다.
뭔 놈의 편집속도가 그렇게 빨라.
금요일에 촬영하고, 어제 오후에 개시.
퀄리티를 보면 느리긴커녕 미친 수준이었다.
에이트라는, 영상에 인생을 갈아 넣고 있었다.
따라라란 따란-!
혁오의 핸드폰에서 기타 소리가 흘러나온다.
지금까지 쳤던 곡의 메들리와.
와웅- 우우웅!
내 자작곡의 멜로디.
두웅-!
– – –
6 / 13 mini digital album
The red guitar
Kim su jae
– – –
불타오르는 듯한 빨간 기타가 핸드폰 화면에 내비쳐진다.
뭔가 되게 영화 예고편같은 느낌이다.
찍을때는 그냥 대충 찍던 거 같던데 ··· 어떻게 그 소스에서 이런 영상이 나올 수 있는 거지?
아웃트로도 아주 멋스럽기 그지없었다.
감격···
무한한 감격!
“그냥 베즈에서 미니 앨범 내준다고 한 거야. 별건 아니여.”
“소속사 제의는?”
“있을 리가.”
“무한하꼬인생 ···”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졌다.
뭐, 이번에 앨범 내는 건 페스티벌 참가 상품 같은 느낌이니까.
어쩔 수 없지.
“돈은?”
“커버곡한번 재생하면 나한테 0.3원쯤 들어올걸.”
“실화냐.”
“진짜?”
“진짜.”
“구라 안 치고?”
“고럼.”
도현이와 혁오는 또다시 안쓰러운듯한 표정을 띄웠다.
1000번 재생하면 200원이 벌리다니.
껌도 못 사 먹겠다.
음악계의 빈부격차가 정말 사무치게 느껴진다.
나는 사진 앱을 열어 급제작된 앨범자켓을 두 사람에게 보였다.
“오~ 이거 앨범자켓임?”
“걍 기타네?”
“보통 앨범자켓에는 얼굴 넣지 않냐?”
“나 사실 기타가 본체임.”
“또 개소리 시작하네.”
화보 찍는 줄 알고 은근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그냥 존나 프로페셔널하게 기타만 찍어가더라.
“빨기좌드디어앨범발매하는거야?미쳤다너무좋아하루에천번씩재생할게.”
“빨기좌너무좋아일요일만기다리고 ···”
“제발··· 제발 그만해!”
대화를 엿듣고 있던 반 애들이 다가왔다.
윤수빈과 소이의 핸드폰에도 에이트라의 채널이 띄워져 있었다.
“너 이 사람 알아?”
“물론.”
“댓글 엄청 많이 달았어 ···”
윤수빈은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을, 소이는 걱정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얀데레좌.
누군지는 모른다.
언제나 내 영상에 띄어쓰기 하나 없는 장문의 댓글을 남기고서 사라진다.
아마 100%컨셉충일 거다.
컨셉도 충족하고 관심도 받아먹고 아주 일석이조잖아.
내가 관종이라 잘 안다.
근데 진짜 존나 노이로제걸릴 거 같네.
– 와 드디어 앨범 발매 ㄷㄷ
– 빨기좌 자작곡 ㄷㄷㄷ띵곡확정
ㄴ오버하네 ㅋㅋ
ㄴㄴ 인트로만 들어도 분위기 지리는데 음알못 인증 진짜 제대로 하···
ㄴㄴㄴ 내가음대나왔···
– 직접 쓴 곡 맞음?
ㄴ 실력 보니까 충분히 쓰고도 남겠더만
ㄴㄴ ㅇㅈ
ㄴㄴㄴ 베즈 독점임?
ㄴㄴㄴㄴ 에이트라 채널에도 올라올 듯 ㅋㅋ
-발기좌사랑해나도하루에곡1억번씩들을못해먹겠네 시발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ㄴ 따라하려다 급발진 ㅋㅋㅋㅋㅋㅋㅋ
역시나, 오늘도.
댓글창이 터져나가고 있었다.
“나 17살에 앨범 내는 애 처음 봐.”
“아이리즈에 17살 있는데?”
“걔넨 연예인이잖아.”
“그건 그렇네.”
난 연예인이 아니다.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뜨냐 안 뜨냐가 달려 있다.
순풍.
순풍을 거스르지 않고 타야 한다.
잘 타기만 한다면 코딱지만한 디지털 앨범이 아닌 진짜 ‘물리적인’ 앨범을 낼 수도 있다.
거기까지 인지도를 쌓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서도···
드르륵-
뒷문이 열렸다.
하민서가 맨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민서야!”
“너 진짜 라디오 ···”
나한테 몰려 있던 관심이 하민서에게로 옮겨갔다.
“채널에 하민서 영상도 올라왔더라.”
“아 맞다.”
“조회수 몇인데?”
“김수재보단 낮음.”
가수의 반주자로, 하민서는 페스티벌에 아주 잠시 얼굴을 내비쳤었다.
무대 반응도 나름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진짜 라디오 출연해?”
“응. 내일 일곱 시에 라이브 해. 많이 들어줘.”
“우와 ···”
“노래하지?”
“응!”
하민서는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혔다.
우웩.
라디오 출연이라 ···
라디오 ···
존나 부럽네.
역시 소속사가 최고야.
운전할 때 라디오 틀어놓는 사람이 많으니까.
Tv정도의 파급력은 없더라도, 이름을 알리기에 아주 좋다.
게다가 일곱시란다.
진짜 황금 중 황금 시간대다.
힐끗,
하민서가 나한테 시선을 보낸다.
그녀는 뚜벅뚜벅 나에게 다가와,
“미니앨범 기대할게.”
싱긋 웃으며, 불안하기 그지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 어 고맙다.”
“응.”
하민서는 오늘도 허리를 꼿꼿이 펴며 자리에 앉았다.
“뭐임 왜안싸움.”
“빨리가서 싸우셈.”
“원래 파이터는 돈들어와야 싸움.”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오늘 진짜 호재가 많네~ 수재 축하해 민서도!”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반 애들의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생님은 나를 대신해서 앨범 홍보를 해주셨다.
개이득.
화요일의 일과는 평소와는 약간 달랐다.
오전 시간대에 선배들이 찾아와서 이것저것 질문하고,
괜히 여자애들이 인스타 아이디 물어보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학교 수업이 바뀌지는 않는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발매일까지 숨참고 존버를 하는 것뿐.
“수재 ··· 인스타 업로드 하는 게 낫지 않아?”
하굣길을 걷던 도중, 소이가 제안했다.
“응? 인스타?”
“응.”
그러고보니 ··· 기껏 아이디 만들어 놓고 사진 업로드를 안 했다.
아까 선배들이 물어봐서 대답을 해주긴 했는데.
인스타에는 사진이 딱 두 장 올라가 있었다.
“··· 와우.”
팔로워도 192명이 찍혀 있다.
왜 이렇게 많아.
나는 적당히 교복 차림으로 셀카를 찍었다.
소이 얼굴은 안 나왔다.
“필터 ··· 같은 것도···”
소이는 내 옆에서 이리저리 사진을 가공해 주었다.
“응. 예쁘다.”
“···.”
“아, 아니 그 ··· 미안.”
“고마워.”
되게 머쓱하네.
나는 머쓱함을 억누르며 학원 계단을 올랐다.
뭔가 ··· 뭔가.
데자뷰가 느껴진다.
학원이 시끄럽다.
누가 왔다는 소리다.
아니나다를까,
“수재애애!”
“오오오 수재!”
라비다의 멤버들이 놀러 왔다.
그들은 벌떡 소파에서 일어나 나에게 달려왔다.
연지선 누나가 나를 끌어 안는다.
“가자!”
“어딜요?”
“방송국!”
··· 뭐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