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94
폭발하는 광기 (5)
지미 헨드릭스는 불우하고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방음이 전혀 안 되는 공동주택에서 머물던 유년기.
그에게 있어 기타 소리란, 공동주택의 옆집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던 몽롱한 블루스뿐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음악에는 돈이 들었다.
돈이 없으면, 음악도 없었다.
빗자루를 들고 기타를 치던 상상을 하길 몇 년.
그는 버려진 우쿨렐레를 발견하고 나서야 음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쓰레기장 우쿠렐레가 저가 통기타로,
저가 통기타가 펜더 카피 일렉기타로.
일렉기타를 어깨에 걸고 무대에 선 그는, 두려울 게 없었다.
기타에 미쳤다.
기타에 미쳐, 기타를 연주하고, 연구했다.
그리고 마침내, 신이 되었다.
이 세상에 지미 헨드릭스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일렉기타리스트는 없다.
‘위대한 기타리스트’의 순위를 매기는 그 어떤 기관도, 1위 자리는 부동이다.
앞으로도, 미래에도 부동이다.
그 자리는 지미 헨드릭스만을 위한 자리니까.
나는 앰프에 다가가 채널 스위치를 조작했다.
두웅-!
클래식 게인이 하이게인 채널로 바뀌며, 엄청난 잡음이 쏟아져 나온다.
평소에는 짜증이 났겠지만 뭐, 지금은,
이 잡음도
나름 괜찮게 느껴진다.
띠이잉-! 띠이잉-!
쇠망치와 쇠줄.
플라스틱 피크와 쇠줄.
두 쇠줄이 만들어 내는 소리가, 넓디넓은 대극장에 왕왕 울려 퍼졌다.
티이잉~
카아앙!
The jimi Hendrix esperience의
Voodoo child.
명반에 속한 명곡.
지미 헨드릭스의 등장은, 음악 세계를 변화시켰다.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fuzz나 wah 페달을 적극적을 사용한 주법.
귀를 찌르다 못해 후벼 파듯이 왜곡된 소리.
사람들은 그를 카피했다.
그의 소리를 따라했다.
그의 소리가 곧 일렉기타의 소리였다.
수 많은 뮤지션과 수 많은 음반들이 그의 영향 아래에 있다.
내가 지금 펼치는 이 무대도 마찬가지다.
두우우웅-!
드럼도 없고, 베이스도 없고, 보컬도 없다.
근데 피아노랑 기타는 있다.
– 둥! 둥둥탁!
원재선은 손바닥을 펼쳐 피아노를 두들겨댔다.
오른손에 들린 망치로 멜로디를, 왼 손바닥으로 리듬을.
지금껏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는 주법.
‘정상적인’ 피아노 사용법을 한참 벗어난,
원재선만의 주법.
진짜 개쩌네.
띠이이잉-!
망치에 처박힌 저음 현이 괴음을 내며 끊어졌다.
원재선은 능숙한 발놀림으로 이리저리 건반을 밟으며 끊어지는 줄들을 피했다.
무슨 똥피하기 게임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
우와아아아앙-!
나는 와우를 아주 빡빡 밟아댔다.
입을 오므리고 아우성을 치는 듯한, 디스토션이 잔뜩 먹은 기타 소리가, 스피커에서 찢어지다 못해 터져 나온다.
이 굉음이 과연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이 이질적인 소리를, 저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
“··· 아···”
정적인 클래식 독주회는 히피들이 벌이는 평야의 콘서트로 바뀌었다.
진짜 개 신나네.
쿵 -쿵쾅캉!
– 카아앙!
소음과 잡음.
질서에서 튀어나온 무질서.
음악은, 철저히 무질서하게 무너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
관객들은 이미 클래식 감상의 자세를 한참 전에 내다 버린 상태였다.
그 누구도 입을 다물지 않았다.
웅성임이 크기는 했지만, 나와 원재선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더 컸다.
“··· 기사가 몇 장이나 나올련지.”
“···.”
“근데 은근 ···”
“좋다고? 이게?”
“잘 들어보십시오 소리가 ···”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특히 큰 목소리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원재선의 바람대로였다.
나는 방금 전의 합주에서 그를 느꼈고, 그의 바람을 읽어냈다.
모든 것은 질서하게 있다가 무질서하게 바뀐다.
우주의 엔트로피 이론인지 뭔지 고딩 때 배운 거라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단다.
그러니 지금 벌이는 해괴망측한 행동도, 우주의 진리니 뭐니 그럴듯하게 의미를 붙이면 납득을 못 시킬 정도는 아닐 것이다.
파괴.
광기.
나는 와우를 부서져라 쾅쾅 밟았다.
줄을 끊어버릴 듯이 암업을 하고, 네츄럴 하모닉스를 튕김과 동시에,
-키이이이잉!
헤드머신을 생각 않고 감아버렸다.
띠이이이잉-!
2번줄이 예상대로 끊어졌다.
이제 정상적인 연주 따위는 없다.
“··· 사고 아니야?”
“저게 사고처럼 보여요? 이 상황에요?”
“···.”
“허어어어···”
이판 사판.
나는 외줄 기타리스트의 빙의하여 6번 줄로만 연주를 시작했다.
원재선이 고개를 끄덕인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저 눈빛만 보아도 안다.
원재선은 망치를 머리 위에서부터 크게 내려치며,
-쿠과아아아앙!
건반을 부숴버렸다.
하얀색 파편들이 검은색 피아노에 튀어 올라 흩뿌려진다.
“세상에!”
“누, 누가 좀 말려봐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카앙-! 쿠와앙!
그는 눈이 반쯤 돌아간 상태로, 건반을 비롯한 피아노의 무른 부분을 모조리 박살 내기 시작했다.
단단하기 그지없는 마이크는, 푹-푹-! 생명이 꺼져가는 비명을 또렷이 담아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일류는, 또라이 짓도 일류였다.
“질 수 없지.”
파괴적 퍼포먼스를 맨눈으로 보고 있자니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 같았다.
여기서 사린다?
돈이 아까워서?
그깟 250만 원, 600만 원이 아까워서?
말이 안 되지.
삶을 살아가다 보면, ‘직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여기서 이렇게 해야 한다.
이걸 하지 않으면 후회한다.
모든 사람들이 직감에 따르는 건 아니었다.
금전적, 물리적 손해가 생길 것 같으면, 인내하여 참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직감에 따르기로 했다.
뚝.
나는 스트랩을 풀었다.
일렉기타의 사운드가 멎었다.
케이블도 뽑아서 가볍게 던져버린다.
이제는 연주를 할 생각이 없었다.
-즈이이이이이잉!
갈곳 잃은 케이블 단자가 바닥에 부딪혀 잔뜩 노이즈를 만들어냈다.
“저 ··· 저거 뭐하는 거야?”
“아니, 설마 ···”
한 번 해보고 싶긴 했어.
돈이 없어서 그렇지.
‘기타리스트’ 뿐만 아니라 남자라면 다들 해보고 싶지 않나?
남자의 로망.
그것은 ···
-쿠콰아아아아앙!
나는 기타를 앰프 캐비넷에 쳐박아버렸다.
엄청난 굉음이 귀와 머리를 강타한다.
앰프를 수음하고 있던 마이크 한 개가 높이 튀어올라 관객석까지 날아간다.
“갸아아악!”
“야! 너 뭐야!”
“안 멈춰!?”
나는 진심을 담았다.
웬수를 처단하듯, 앰프가 내 웬수가 된 듯.
그냥 존나 쎄게 갈겼다.
쿠웅- 쿠웅-!
“이거야!”
브레이크 오일은 이미 한계점까지 끓어오른 상태였다.
지금의 난,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진정시킬 수 없다.
무대에서는 더 이상 멜로디가 들려오지 않았다.
굉음.
일방적인 굉음.
피아노가 괴로움에 울부짖는 비명과,
앰프, 기타가 살려달라고 비는 듯한 곡소리.
앰프를 향해 힘껏 곡괭이질을 하고 있자, 안에 박혀 있던 접시만한 스피커 하나가 튀어 올랐다.
뭔가··· 뭔가···
존나 참을 수가 없었다.
이건 쳐야지.
이건 때려야지.
나는 힘껏 기타를 올려쳤다.
후웅-!
기타 스윙에 부딪힌 스피커가 천정으로 날아간다.
-쨍그랑!
무대 조명 하나가 산산조각 나며 굵직한 유리조각을 뿌려댔다.
나는 기타를 머리 위로 올려 유리조각을 막아냈다.
투두두두둑-!
“흐흐흐.”
콰지지지지지직-!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혼신의 망치질에 못 이겨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형태가 이상했다.
저게 과연 악기인가 무단 투기된 가구인가.
잘 모르겠다.
“마무리.”
“예.”
나는 튜닝이 다 나가버린 기타를 잡고,
유릿조각덕에 반 단선 상태가 되어버린 케이블을 꽂았다.
쟈아아아앙-!
마지막 파워코드를 손톱으로 튕긴다.
아름다움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잡음이 흘러나왔다.
질서에서 시작하여 무질서로.
정돈으로 시작하여 파괴로.
화음으로 시작하여 잡음으로.
독주회로 시작하여,
듀오로.
나는 기타를 바닥에 던져버린 다음,
그에게 팔을 벌렸다.
그도 나에게 팔을 벌렸다.
우리는 서로의 어깨에 팔을 걸친 다음.
있는 힘껏, 관중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
사람들은 과연 이 무대를 받아들였을까?
원재선이 설계한 ‘테마’를 이해했을까?
음악의 무질서.
새로운 도전.
새로운 흐름이,
이곳에서 다시 태어났다.
짝- 짝.
맨 앞에 앉아있던, 백발이 무성한 할아버지가 손뼉을 마주친다.
-짝, 짝짝-
그 뒤에 있던 서병훈도,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우며 박수를 친다.
앞에서 뒤로,
중앙에서 옆으로.
박수는, 순식간에 전염되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
눈으로 보았음에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
이해를 할 수 없어 머리를 싸매고 있는 모습.
다만, 그래도.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우리의 퍼포먼스는, 헛되지 않은 듯했다.
박수소리가,
손뼉과 손뼉이 이어져 벌이 날갯짓 하듯이
우리의 고막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
실패하지 않았다.
진심을 담았으니까.
진심을 다해, 표현하려 했으니까.
기타의 신이자, 행위 예술의 대가인 지미 헨드릭스는 기타를 부수고 불태우고 그냥 다 때려 부수고 별짓을 많이 했다.
그는 위대한 뮤지션이다.
그가 세상이 미친 영향력은 ‘기타’에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다루는 악기가 달라도, 분야가 달라도, 만난 적이 없더라도.
음악이 서로를 끌어당겼다.
“이런 걸 한국에서 보게 될 줄이야···”
“국내 최초 ··· 아니, 아시아 최초 아닐까요. 일류 피아니스트가 저런 퍼포먼스를 하는 건 ···”
“모르겠어. 근데 ··· 저 양반이 기사 열심히 적고 있는 거 보니까 조용히 끝날 거 같진 않네.”
“여기 원래 카메라 가져올 수 있는 데예요?”
“몰라.”
가장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동시에,
찰칵-!
플래시 라이트도 쏟아진다.
원재선은 렌즈를 향해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너덜너덜해진 마이크를 잡았다.
“내일 김수재 기타리스트의 첫 앨범이 베즈에서 개시됩니다. 많이 들어주시고, 많이 퍼뜨려주십시오.”
6월 11일 원재선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우려와 걱정을 담고
배짱으로 시작하여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 – –
“역시 빨기좌예요.”
“맞습니다.”
“역시 멋있어요.”
“맞··· 습니다.”
“멋있어요? 빨기좌가 멋있어요? 제 눈에만 멋있는 거 아녜요?”
“··· 아 그 ··· 그렇습···”
“지금 빨기좌가 안 멋있다고 그러는 거예요?”
“아, 아닙 ···”
듣기만 해도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대화가, 검은색 대형 승용차 안에서 의미 없이 반복된다.
다섯 명이 낑겨 앉은 비좁은 공간이지만, 그 누구도 불만을 내뱉지는 않았다.
일이니까.
귀하디 귀한, 공주님의 말씀이니까.
유리창에 애쉬 그레이색 머리카락이 비친다.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소녀가 멍하니 창밖을 응시한다.
손에 들린 5인치도 안 되는 작은 핸드폰에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소년의 모습이 가득 띄워져 있었다.
“하아…”
방금 전까지 소리로 듣다가, 코로 맡다가,
이제다시 눈으로만 보게 될 걸 생각하니 너무 아쉬웠다.
그녀는 재빨리 무릎 위에 놓아두었던 가발을 집어들었다.
“흐으으으읍! 빨기좌 냄새 밴 거 같아!”
“···.”
그 누구도, 그녀의 옆에서 한숨을 토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