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32
132. 요정의 숲(1)
“부마여, 대신 나중에 내게 그대의 검술과 격투술을 알려 다오.”
로니아드는 그런 황녀와 앨리스의 태도에 할 말이 많았지만, 텔레파시를 쓰고 테노바를 상대하면서 심신이 피로해졌다.
“……그러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로니아드가 승낙하자, 이소레타가 어린애처럼 미소 지으며 다가온다.
“그 엘프, 무겁지 않나? 내가 대신 들어 줄까?”
“엘프가 무겁긴 얼마나 무겁다고.”
그의 어깨에 걸친 테노바의 몸이 반으로 접혔는데, 그 덕분에 이 엘프의 커다란 흉부가 로니아드의 등에 닿았다.
“아니다. 이런 짐은 원래 아녀자가 들어야 하는 법이다.”
그런 꼴이 이소레타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계속해서 로니아드와 테노바를 떼 놓으려 한다.
“내가 아는 한 그런 법은 없던데?”
“제자가 들어야 하는 법이다!”
“언제 부마에서 사제 관계가 된 거냐?”
그때, 루키엘이 이소레타 대신 나섰다.
“로니아드 님! 싸우느라 힘드셨을 텐데 그 무거워 보이는 짐짝, 제가 대신 들겠…… 끄아악!”
그러다가 마리아의 손에 귀를 잡혀 끌려 나간다.
그렇게 얼마나 더 걸었을까.
“결계네?”
눈앞에는 보이지 않지만 느낌상 앞에 결계가 펼쳐져 있다.
이 결계를 모르고 들어갔다간 영영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맸겠지.
“이건 제가 해결하죠.”
마리아가 나서서 주문을 읊는다.
얼마 안 가 결계를 통과할 수 있는 작은 길이 보였다.
길을 또 얼마나 걸었을까.
이윽고, 자연과 잘 동화된 커다란 엘프의 도시가 나타났다.
“뭔가 분위기가 무겁군요.”
손님이 왔음에도 마중 한 번 안 나온 것이 이상했다.
‘설마 테노바, 얘가 대표로 마중 나온 것은 아니겠지?’
로니아드는 어깨에서 여전히 의식을 잃고 있는 테노바를 의식했다.
“응? 손님?”
엘프 도시로 들어가자 한 남자 엘프가 멍하니 우리를 바라본다.
“아아, 그러고 보니깐 오늘 누군가가 올지도 모른다고 여왕께서 말씀하셨지!”
그러다가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 아는 체한다.
“테노바 님이 마중 나간 걸로 알았는데?”
……얘가 마중 나온 것이 맞나 보다.
“저 남자, 인간 로니아드잖아?”
“아, 얼마 전에 잠깐 여기 머물다 간 강한 인간 남자?”
엘프 입장에서 몇 년은 굉장히 짧은 시간이다.
“어어? 테노바 님은 왜 또 저렇게 계시지?”
“보나 마나 저번처럼 인간 검사에게 덤비다가 졌나 보네.”
“대마녀 마리아도 왔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마리아와 로니아드는 전에 이들과 연을 맺었다.
그래서 엘프 중 상당수가 둘을 기억하고 있었다.
잠깐 사이에 수백의 엘프들이 너도나도 일행 주변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반기는 엘프들의 변함 없는 태도에, 마리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리아,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보는구나.”
그리고 엘프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테노바와 같은 분홍 머리카락에 분홍색 눈동자.
눈앞의 엘프를 본 마리아는 아련한 눈으로 물었다.
“셀테라네는 잘 가셨나요?”
“편안히 가셨다.”
“그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네요.”
“그대에겐 그대의 일이 있나니, 어머니도 이해하셨을 거다.”
테노바와 닮은 하이 엘프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이 엘프의 미소를 본 마리아도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인사한다.
“엘프 여왕 아우레, 다시 만나 반가워요.”
“다시 방문한 것을 환영한다, 대마녀여.”
원작의 서브 히로인 중 하나인 하이 엘프 아우레였다.
로니아드 일행은 아우레의 안내를 받으며 엘프 여왕의 궁전으로 향했다.
말이 궁전이지, 인간 세상의 궁처럼 크고 사치스럽지는 않다.
그저 일반 엘프들의 집과 비교해 다섯 배 정도 큰 나무 위에 건축되었을 뿐이다.
“다짜고짜 공격했다고?”
“예…….”
“상황이 여의치 않아 테노바를 대신 보냈는데, 동생이 또 사고를 친 모양이구나.”
아우레는 한숨을 쉬고는 테노바를 짐짝처럼 알현실 구석에 던져 뒀다.
다행인 것은 평소에도 사고를 치는 녀석이라, 다들 그러려니 한다는 것이다.
“왜 그랬지?”
아우레가 구석에 널브러진 테노바를 보면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로니아드 경이 온다고 며칠 전부터 잠도 제대로 못 자던 애였는데…….”
아우레의 말에 로니아드가 물었다.
“저희가 오는 것을 알았다고요?”
엘프 여왕이면 예지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마리아가 이때쯤 한번 방문하겠다고 마법 통신을 보냈거든.”
엘프 여왕이 웃으면서 알현실에 배치된 마법 통신 아티팩트를 보여 준다.
디자인을 보아하니 현자의 탑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 세계에도 몇 없는 최신 아티팩트가 엘프의 숲에 있다니.
마치 절에서 로봇 청소기를 보는 것 같다.
“요정의 숲에 방문하려면 방문자와 방문자 일행에 대한 정보도 알려 줘야 하거든요.”
마리아가 아우레의 말에 부연 설명을 했다.
“그런데 로니아드 경과 요정의 숲이 안면이 있다는 사실은 저도 아까 알았어요.”
“나도 뒤늦게 대마녀가 보내 준 명단을 보고, 로니아드 경이 함께 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론 마리아와 통신을 하지 않았으니까.”
마리아와의 얘기를 나눈 후, 아우레가 로니아드를 지그시 바라본다.
엘프 여왕의 분홍 눈동자와 로니아드의 붉은색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리고 로니아드, 늘 테노바와 동족들로부터 얘기만 들었지, 이렇게 실제로 보니 기쁘오.”
아우레가 공손하게 로니아드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그때 미처 못했던 감사 인사를 하는 바네.”
아우레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 다음, 로니아드의 머리 위에 세계수의 잎사귀를 올렸다.
“그대에게 세계수의 축복이 있기를.”
잎사귀가 로니아드의 정수리에 머물렀다가 빛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로니아드 경, 그대는 과연 듣던 대로 맑은 영혼과 신성한 마나를 가졌도다.”
“과찬이십니다.”
아우레의 칭찬에 로니아드가 뻔뻔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두 사람을 보는 로니아드의 일행들은 아우레가 한 신빙성 떨어지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이 엘프야!’
‘로니 저 남자가 맑은 영혼이라고?’
‘으음, 엘프들도 거짓말을 할 수 있나 보군.’
‘엘프들도 아부를 하는 세상이라니, 말세다.’
어쨌든 감사의 인사와 축복이 끝났다.
“그런데 로니아드 경은 요정의 숲과 어떻게 인연을 가지게 된 것인가요?”
마리아가 로니아드에게 물었다.
늘 그에게 드문드문 먹이 주듯 알려 주기만 하다가 반대의 입장이 되니 신기한 기분이다.
“나도 일족들에게 듣기만 했지 로니아드 경에게 직접 그때의 얘기를 들어 보고 싶군.”
“테노바가 얘기 안 해 주던가요?”
“테노바는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대에 대해 물어볼 때면 지나치게 반응하더군.”
“으음,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하나?”
로니아드가 과거 요정의 숲에서 있었던 얘기를 하기 위해 기억을 정리 중이었다.
‘언니는 이상한 얘기를 왜 하는 거야?!’
그때 구석에 누워 있던 테노바는 부끄러워서 의식을 되찾은 티도 내지 못했다.
‘내가 언제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그리고 부끄러움이 많다는 소리는 또 뭔데!’
억울했다.
하지만 억울하다고 지금 벌떡 일어나기도 타이밍이 애매했다.
‘로니아드의 실력…… 확실히 엄청나게 성장했어. 역시 바깥 세계를 돌아다녀야 실력이 늘어.’
한편으론 방금 치렀던 로니아드와의 결투를 되새김했다.
분명 얼마 전 로니아드와 그녀의 실력은 비슷했다.
그런데 고작 몇 년 사이에 저 인간 마검사의 실력은 더욱 올랐다.
그녀가 요정의 숲에서 죽어라 수련을 하고, 몬스터를 사냥하고 다크 엘프들과 전투를 치렀는데도,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나쁜 새끼!’
솔직히 말해 로니아드가 이번 주 즈음에 온다고 들었을 때, 설레긴 했다.
이성을 향한 호감 따위가 아닌, 전에 그가 자신과 했던 약속 때문이었다.
그는 과거 그녀와의 약속을 어기고 갑자기 요정의 숲을 떠났다.
‘엘프에게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데!’
그래도 이번에 다시 온다길래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저 무례하고 버릇없는 인간은 자신과의 약속을 까맣게 잊었다.
‘그래서 잠도 줄이면서 수련을 했던 것인데!’
아우레가 했던 말은 반은 맞았지만, 반은 틀렸다. 그래서 더더욱 억울했다.
‘그나저나 인간은 확실히 빨리 늙는구나.’
한편으론 잠깐 사이에 확 나이가 든 것 같은 로니아드를 보면서 묘한 안타까움도 들었다.
테노바가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가 아우레 님이 어둠의 숲으로 직접 원정을 나갔을 때였지요?”
기억을 정리한 로니아드가 얘기를 시작했다.
“본래 그때 요정의 숲에 온 이유는, 전대 여왕이신 셀테라네 님을 뵙기 위해서였습니다.”
테노바는 로니아드의 말을 들으면서 기억을 떠올렸다.
전대 엘프 여왕인 하이 엘프 셀테라네가 죽었다.
5,000년의 삶을 마치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셀테라네는 하이 엘프다. 하이 엘프는 일반 엘프보다 세 배의 수명을 가졌다.
그런데 셀테라네는 그런 하이 엘프보다 2,000년을 더 살았다.
그녀는 황금시대 후기부터 암흑시대 그리고 신성 시대를 겪은 살아 있는 신화 같은 존재였다.
인간 세계에서 제르다를 그린 각종 명화에 제르다의 옆에 늘 그려진 영웅 엘프, 드래곤의 존중을 받은 엘프.
그런 지도자가 죽자, 엘프들은 커다란 상실감과 혼란에 빠졌다.
비록 셀테라네가 200년 동안 그녀의 딸 아우레에게 엘프 군주의 일들을 인수인계해 줬다지만, 고작 1,000살밖에 안 된 아우레가 전설적인 전대 지도자를 대체하기에는 많은 부족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를 노려 엘프들의 영원한 앙숙인 다크 엘프들이 대규모로 침공해 왔다.
“역겨운 어둠의 종자들, 이때를 노리고 있었구나!”
“세계수의 아이들이여, 종족의 배신자들을 막아라!”
하지만 아우레 또한 명색이 전설적인 군주의 딸이다.
그녀는 다크 엘프의 공격을 무사히 막아 냈다.
“이번 기회에 더러운 어둠의 종자들을 징벌해야 한다.”
아우레는 엘프 장로들과 엘프 일족에게 자신을 증명할 필요를 느꼈다.
“나, 아우레가 직접 원정을 이끌겠다.”
그리하여 엘븐 나이트를 비롯한 엘프 정예들을 이끌고 어둠의 숲으로 원정을 가기로 했다.
로니아드가 요정의 숲에 오게 된 시기는 막 아우레가 어둠의 숲으로 떠난 직후였다.
“흐흐흐흐흐, 하이 엘프라니, 월척도 보통 월척이 아니군.”
“다크 엘프들에게서 산 정보가 비싼 값을 하는구나!”
“크크크큭, 흑마법사들에게서 산 아티팩트들은 또 어떻고?”
“확실히 평소보다 경계가 허술한 걸 보니 요정 여왕이 뒤진 것은 맞나 봐.”
엘프 사냥꾼들이 우리에 갇힌 한 엘프를 음흉한 눈으로 본다.
“심지어 엘프면서 가슴도 크잖아?”
“으흐흐흐흐, 하이 엘프가 괜히 하이 엘프겠어?”
“귀족들이 환장하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데?”
우리에 갇힌 엘프는 분홍 머리에 분홍 눈동자였다. 테노바는 그런 인간들의 시선이 치욕스러운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저 하찮은 것들에게 이런 치욕을 당하다니!’
분명 실력으로 따지면 테노바가 놈들을 압도해야 했다.
엘프, 특히 하이 엘프인 테노바다.
물론 나이는 하이 엘프 중에서 가장 어린 200살이지만, 인간과 비교하면 테노바의 실력은 최상급 기사 수준이었으니까.
‘그 이상한 함정만 아니었다면!’
그런 테노바에게 부족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경험이었다.
단순히 실전 경험이 아니다.
테노바 또한 숲에 있는 몬스터를 잡으며 실전 경험을 쌓은 엘프다.
단지 더럽고 치사한 짓에 대한 경험이 적었을 뿐이다.
테노바는 자신을 구속하는 구속구와 우리를 보면서 절망을 느꼈다.
‘몸에 어떤 힘도 들어가지 않아. 심지어 정령들의 목소리도 안 들리고.’
그렇게 테노바가 꼼짝 못 하고 엘프 사냥꾼들의 더러운 시선을 받고 있을 때였다.
부스럭, 부스럭.
“누구냐!”
“뭐지? 탐지 아티팩트는 정상인데?”
수풀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남색 머리에 붉은색 눈동자를 한 청년이었다.
청년은 사냥꾼들을 보더니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다! 드디어 결계에서 빠져나왔어!”
청년은 꽤 오랫동안 숲을 헤맸는지 지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