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160
160. 새 학기의 시작은 룬-페스티아와 함께(2)
시누크스가 남기고 간 영혼석 안에는 전쟁에서 죽은 수많은 원혼들이 갇혀 있었다.
본래라면 이 영혼석에 갇힌 영혼들을 제르다가 축복 후 해방시켜야 했지만, 제르다는 바빴다. 그는 전장 정리도 하지 못했다.
영혼석을 발견하기도 전에 남쪽의 마왕을 잡으러 가 버린 것이다.
결국, 이 영혼석은 전장의 뒷정리를 맡은 룬-아르미다츠 왕국의 시조인 마누스가 발견하고 말았다.
그리고 마누스는 이 영혼석의 존재를 제르다에게 숨겼다.
시누크스의 권능을 연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암흑시대가 끝나고 신성 시대가 도래했다.
마누스는 룬-아르미다츠를 건국하고 건국 후 500년간 나라를 통치했고, 몰래몰래 영혼석을 연구했다.
그러다가 드래곤의 숙명이기도 한, 오랜 잠을 자야 할 때가 다가왔다.
마누스는 무책임하게 이 영혼석을 왕국에 놓고 자신의 레어가 있다는 마누스 산맥으로 사라져 버렸다.
당시 왕실 문장가들이 변론하길, 본래라면 신성 시대 개막과 함께 잠들었어야 했지만 제르다와의 언약 때문에 최대한 버틴 것이라고 한다.
제르다로부터 그의 승천 후에도 속세에 좀 더 남아 주길 부탁받았다는 것이다.
세상에 다시 악마 문이 열리는지 감시하고 안정시켜 달라나, 뭐라나.
어찌 되었든 수마를 도저히 참지 못한 마누스는 그렇게 무책임하게 영혼석을 인간 세상에 싸질러 놓고 갔다.
그리고 마누스의 뒤를 이어 인간 여자와 용의 혼혈인 하프 드래곤, 드래고니안들이 왕위를 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시조가 그랬던 것처럼 성실히 영혼석을 관리하였으나, 점차 역부족이었다.
영혼석의 봉인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드래고니안들은 이 봉인을 더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순 없었다.
이 영혼석에 갇힌 원혼들은 평범한 영혼이 아니다.
마왕 시누크스에 의해 타락한 영혼들, 그것도 최소 수만 명으로 추정되는 수다.
그런 영혼 군단이 한 번에 터져 나오면 어떤 참사가 일어날지 상상도 못 했기에, 1,500년 전의 드래고니안 국왕인 월계수 왕 게오로스는 직접 영혼석의 원혼들과 대화하여 합의를 보았다.
원혼들의 주장을 이랬다.
주기적으로, 특히 음기의 힘이 만월했을 때, 자신들을 위한 위령제를 지내 줄 것.
그렇게 서서히 자신들을 위로해 주고 즐겁게 해 주면, 원한은 희석되고 어느 순간 얌전히 사라지게 될 거라는 얘기였다.
대신 그렇게 해 준다면 나름의 대가를 주겠다고 했다.
마누스의 핏줄을 이은(적통이든 방계든 상관없다. 하지만 적통이면 가산점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가 직접 와서 도움을 요청하면, 심사를 거친 후 힘을 빌려주겠다고 약조한 것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아르미다츠 왕국의 수도 아르미에서는 2~3년에 한 번씩 축제 아닌 축제가 열리게 된 것이었다.
원혼들의 넋을 위로하는 축제 겸 위령제. 그것이 룬-페스티아의 시초였다.
‘딱 봐도 반지의 제왕 3부의 유령 군대랑 비슷하단 말이지.’
원작의 작가 놈이 분명 그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다.
“그런데 왜 장소가 아카데미야?”
테노바가 로니아드에게 물었다.
“어느 순간부터 영혼석이 아카데미에서만 나타났지. 원혼들 말로는…….”
로니아드가 테노바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카데미에는 재능 충만한 어린 학생들의 마나가 가득하지. 그게 너무 포근해서 여기 아카데미에 터를 잡았다고 했다나?”
어쨌든, 처음에는 으스스하거나 엄숙한 장례식에 가까운 위령제였다가, 약 500년 전부터는 활기찬 축제처럼 변했다.
비교하자면 지구의 할로윈 같은 축제다.
이 유령들을 위로하고 즐겁게 해 줄 다양한 대회, 행사는 그렇게 대륙의 대표적인 축제가 되었다.
각국의 귀족들이 너도나도 방문하는 축제.
‘물론 이번 축제 때는 거의 오지 않겠지만.’
그리고 축제 때만큼은 유일하게 아카데미로 외부인들이 들어올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이 축제에서 발생하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감정이 아카데미 지하에 봉인된 봉인석에 스며들어 원혼들을 달랜다.
원작에서도 지금도, 로지의 계획은 그 봉인석 앞에 서는 것이었다.
원혼석은 오직 축젯날 아카데미 지하에서 지상으로 소환된다.
평시에는 아카데미 지하에는 있지만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축제의 기운으로 만족해 있는 원혼들을 달랜 후, 마누스의 적통인 자신을 증명한다.
증명이 끝나면 그들은 로지를 심사한다.
원혼들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하면 그들은 로지의 군대가 되는 것이다.
“그럼 로지는 오직 환상 군단만을 위해 아카데미에 입학한 거야?”
아스카가 로니아드에게 물었다.
“아마도?”
원작에서는 환상 군단을 앨리스를 비롯한 각 귀족파의 영애들도 목적으로 했지만 말이다.
“그럼 굳이 입학까지 할 필요가 있었어? 그냥 기다렸다가 축제 때 방문하면 되는 거잖아?”
“그 유령들이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래. 마누스의 피를 이었지만, 자신들이 사랑하는 이 젊음의 낙원에서 재학 중인 학생이어야 한다는 거야. 재학한 기간이 오랠수록 가산점을 준다나?”
마누스의 혈통에 젊고, 이 아카데미의 학생이어야 한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다.
그게 끝이었으면 역대 아르미다츠의 왕족들이 이 환상 군단을 마음껏 휘두르며 대륙을 정복했겠지.
“거기에 지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심지어 마누스의 적통에 여기 학생이더라도 응해 주지 않아. 대표적으로 전 국왕 라이오스도 환상 군단의 원혼들에게 퇴짜를 맞았거든.”
마누스가 그 일로 삐져서 자신을 따르는 학생들과 고트 아카데미로 전학 간 일화는 유명하다.
“진짜 까다롭네.”
“세상에 공짜로 얻는 힘은 없으니까.”
“그럼 이 환상 군단의 힘을 빌린 국왕은 있기는 해?”
이소레타의 질문이었다.
“없지는 않아. 총 세 번이 있었어.”
첫 번째와 세 번째는 마누스의 적통이, 두 번째는 적통이 아닌 일반 왕족이 환상 군단의 인정을 받았었다.
“그중 첫 번째가 최초의 영광이라고 불리며 제일 컸지.”
실제 역사에서도 환상 군단의 힘을 빌린 마누스의 혈통은 손에 꼽을 정도다.
“다만 그렇게 빌린 힘도 굉장히 제한적으로밖에 쓰지 못했어. 첫 번째 이후에는 이동이나 시간의 제한이 커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전해져.”
물론 그 제한적인 힘으로도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남겼지만.
그렇게 룬-페스티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순식간에 교실로 도착했다.
로니아드는 교탁에 서서, 교실 내부를 보았다.
‘애초에 수업이 제대로 되려나? 학생들 입장에선 비싼 수업료만 아깝겠어.’
강한 의문이 들었지만, 조례를 시작했다.
“다들 반갑다. 방학은 잘 보냈겠지?”
로니아드는 스무 명으로 줄어 버린 학생들을 보며 조례를 시작했다.
본래라면 개학식을 해야 하지만 시기가 뒤숭숭해서 생략됐다.
“전운이 감돌고 거기에 하필이면 룬-페스티아까지 겹쳤다.”
얼마 되지 않는 학생들이 루카스 교수를 본다.
“이런 말이 있다. 내일 세상이 망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지구에서의 명언 중 제일 그럴듯한 것을 도용했다.
“이번 학기의 수업이 그대들이 심는 사과나무이기를 바란다.”
얼마 안 되는 학생들이지만 로니아드의 말을 들은 학생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뭔 소리냐?’는 표정은 로지와 아리아다.
‘너무 멋져!’라는 표정은 앨리스와 아스카, 제인이다.
‘뭔가 그럴듯하군.’ 이소레타와 테노바가 그런 표정이다.
‘아주 표정으로 대화를 해라.’
로니아드는 그렇게 조례의 오프닝을 열었다.
“자아, 그럼 1교시까지 이어서 가장 중요한 것부터 짜 보자.”
어차피 1교시부터 그의 수업, 시간은 많다.
“룬-페스티아에서 각 반마다 최소 두 개의 행사를 해야 한다.”
로니아드의 눈동자가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눈을 훑었다.
그의 시선을 피하는 학생 반, 그의 시선에 눈을 마주치는 학생 반.
“뭐 할래? 다들 자유롭게 의견을 내 봐.”
조례와 1교시 수업이 끝났다.
“에휴~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로니아드는 피로한 눈을 문지르며 교수실의 소파에 누웠다.
“아니, 어떻게 보면 기대 이상인가?”
지금도 어이없어서 웃음만 나온다.
“반에 있는 남학생들을 이용해서 호스트 바를 만드는 거예요! 물론 교수님도!”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아스카였다.
“복잡한 미로를 만들어서 그곳에 나체로 검 한 자루씩만 들고 가는 겁니다. 어떤 마나도 쓰지 않고 서로 죽고 죽이는 생존 게임을…….”
또 어디서 못된 것을 들었는지 이소레타가 지원 사격을 한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되나?”
로지의 의견이었다.
“여학생들에게 메이드복을 입히고 시중받는 걸 해 보는 건 어때?”
폰테임과 전쟁 직전임에도 아카데미에는 꼬박 출석하신 3왕자의 의견 되시겠다.
“그냥 카페랑 연극, 이 두 개로 정해!”
결국 참다못한 로니아드가 독재자처럼 멋대로 결정해 버렸다.
“카페? 그게 뭐죠?”
“연극은 알겠는데 카페는?”
그리고 로니아드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학생들.
‘아, 이 세계에는 아직 카페라는 게 없구나.’
순간 아차 했으나 로니아드는 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동방의 살롱 비슷한 건데.”
동방에 그런 곳이 있다는 설정은 없다.
‘근데 지들이 뭘 어찌 알겠어?’
펠리오가 몰락하고 동방에서 오는 모든 물자와 정보가 더욱 제한된 시국이다.
동방에 황금으로 된 도시가 있다고 해도 믿을 수 있다는 것이지.
“살롱보다는 좀 더 개방적이고 편안한 곳이야. 간단히 차와 다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렇게 로니아드는 카페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며 2학기의 첫 수업을 넘길 수 있었다.
“아씨, 그나저나 연극 시나리오는 또 어떻게 하냐…….”
카페는 다들 이해한 눈치였다.
기존의 살롱이라는 귀족, 예술가만의 모임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단지 그 문턱을 많이 낮췄다는 차이 정도.
괜찮은 사업 아이템 같은지 일부 상인 가문 학생들이 눈을 빛냈을 정도다.
문제는 연극이었다.
“물론 이 세계에도 연극이 있지만, 너무 뻔하고 조잡하단 말이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 배우들의 연기도 별로고, 연극의 내용도 제르다를 찬양하는 내용뿐이다.
“본질을 잊으면 안 돼. 룬-페스티아의 본질적 목표는 원혼들을 즐겁게 해 주는 것.”
카페보다 연극이 더욱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각 반마다 의무적으로 두 개씩 하다 보니까 카페를 넣은 것이지, 장르가 겹치는 것도 허락됐다면 카페 대신 노래 공연과 연극을 했을 것이고.
하나만 하라고 했으면 연극만 했을 것이다.
‘실제로 원작에서도 로지는 연극을 했었지. 그 연극의 주인공이 되어서 열연을 펼쳤고, 그 열연으로 환상 군단의 관심을 끌었어.’
그렇게 원작에서는 연극과 식당을 했었다.
앨리스의 제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냥 지구의 연극 요소를 가져오자.”
소파에 반쯤 몸을 묻었던 로니아드가 스프링처럼 몸을 튕겨 일어났다.
“로미오와 줄리엣? 그것도 좋겠지만 좀 더 원혼들을 자극할 만한 게…….”
순간, 로니아드의 머리에 뭔가가 떠올랐다.
“어차피 여기 애들은 전부 천재들이야. 외모도 기억력도 몸도. 대부분 있는 집 아이들이라 연기는 날 때부터 해야 했고.”
배우들은 문제없다.
연극 장비들? 돈이야 문제없지. 거기에 마법도 있으니까 더더욱.
“연극을 한 편으로 하지 말고 차라리 단편 연속극처럼 해 보자.”
로니아드는 종이를 꺼내 급히 이것저것 필기하기 시작했다.
그가 지구에서 보았던 각종 드라마, 소설의 제목과 개요를 적는다.
“대한민국의 막장 아침 드라마를 보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