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knight in a fantasy novel RAW novel - Chapter 50
50. 적법한 후계자? 적법한 탱커!
선전관의 말과 함께 순백의 마차가 엄중한 호위를 받으며 도착했다.
순백의 마차는 백마 두 마리가 끌고 있었다.
‘유니콘이 아니군.’
로니아드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이었다.
이윽고 마차의 문이 열렸다.
마차 안에서 분홍빛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나왔다.
백금발에 붉은색 눈동자.
꽤 아름다운 외모.
‘가짜군.’
눈앞에 나타난 공주의 정체를 로니아드는 바로 맞췄다.
그녀의 손에는 적통을 상징하는 아티팩트 반지도 없다.
‘이런 난세에 왜 공주를 사칭하는 자가 없는가 했더니, 여기 있었군.’
그래도 노력은 가상하지 않은가? 전체적으로 아스카와 비슷한 외모다. 분위기가 달라서 그렇지.
‘용케 백금발에 붉은색 눈동자를 구했군.’
참고로 붉은색 눈동자는 흔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희귀한 편일 뿐.
당장 샹타페에서 얻은 상급 마법사 루키엘도 녹색 머리에 붉은색 눈동자였다.
“…….”
마차에서 나온 가짜 공주는 몬스터의 시체로 가득 찬 땅을 봤음에도 별 반응이 없었다.
무덤덤한 반응.
‘귀족가 여식은 아니군. 전쟁 상인이나 용병대의 창부 출신일 가능성이 높아.’
물론 이런 생각은 로니아드만 하고 있을 뿐이다.
마차에 나온 가짜 공주는 몬스터의 시체로 작은 산을 쌓은 광경을 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점점 올라가더니 마침내 제일 꼭대기에 서 있는 로니아드와 눈이 마주쳤다.
흠칫!
몬스터의 처참한 시체 바닥에서도 별 반응 없던 가짜 공주다.
그런 그녀가 로니아드를 보더니 흠칫, 반응을 보인다.
몬스터의 피로 목욕을 했지만, 잘생긴 얼굴과 짧게 휘날리는 남색 머리는 감춰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와 같은 붉은색 눈동자.
때마침 지고 있는 노을이 오만한 붉은 눈의 남자를 비춘다.
그의 머리 위에서 만개하는 노을의 헤일로.
마치 신화 속 영웅을 보는 듯한 느낌.
가짜 공주가 로니아드를 올려다보고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어서 얼굴을 붉힌다.
그 이유를 모르는 로니아드만 답답할 따름이다.
‘도대체 여기서 뭘 봐야만 얼굴을 붉힐 수 있는 거야?’
백금발에 붉은색 눈동자를 한 것들의 정신세계는 참으로 이상한 거 같다.
“무엄한 놈들! 당장 공주 마마께 예를 갖춰라!”
그때, 가짜 공주 뒤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뚱뚱한 체구로 애써 맞춘 비단옷이 터질 것 같은 남자.
딱 봐도 귀족 같지만, 그렇다고 좋은 귀족 같지는 않다.
“거기! 네놈!”
뚱뚱한 귀족은 몬스터의 시체 산 위에 서 있는 나를 손가락질했다.
“감히 공주 마마를 내려다보다니! 여봐라! 당장 저자를 잡아 죽여라!!”
피식.
어떻게 된 것이 아스카도 그렇고 지금 눈앞의 가짜 공주도 그렇고, 첫 만남이 좋은 적이 없냐.
‘자자! 비단 돼지 귀족충 참교육 들어갑니다.’
쌓여 있는 몬스터의 시체 중에서 둔기 하나를 들었다.
그리고 사뿐히 아래로 내려가려 했다.
하지만 나보다 먼저 나선 자들이 있었다.
“신성모독이다!”
“감히 제르다의 화신을 능멸하다니!”
“전부 태워 죽여라!!”
가장 먼저 팔라딘과 사제들이 들고일어났다.
“테오스의 재림께 칼을 겨눠?!”
“저놈들은 반란군이다! 역모다! 역모!!”
이어서 기사들이 검을 빼 들었다.
“감히 용병왕을 몰라보다니!”
“온 대륙의 용병들이여, 결집하라!”
“번개검 용병왕 로니 만세!”
용병들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무기를 빼 든다.
“어? 어?! 뭐, 뭐야! 공주님 안 보여?! 이 새끼들아!”
뚱뚱한 귀족은 당황한 눈치였다.
“뭐, 뭣들 하느냐! 공주 마마께 반기를 든 역도들을 죽여라!”
놈은 자기네 숫자를 믿는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방금까지 지원군으로 보였던 군대가 우르르 포위 대형을 구축했다.
하지만 팔라딘과 샹타페의 사람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역도는 네놈들이다! 테오스의 재림께 칼을 겨눠?! 자손 대대로 저주받을 놈들!”
“파면이다! 저놈들은 전부 파면에 이단이다! 성전! 성전이다!!”
“용병왕을 건들고 네놈들이 무사할 거 같아? 가족에 가족까지 전부 죽여주마!”
서로가 서로를 역도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그 사이에 낀 로니아드와 가짜 공주만 붕 뜰 뿐이었다.
가장 먼저 로니아드가 나섰다.
그는 멍하니 이 광경을 보고 있는 가짜 공주에게 작게 말을 걸었다.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건가?”
어느새 내려와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을 거니, 가짜 공주가 흠칫 놀랐다.
“하지만 어, 어떻게 하라고…….”
가짜 공주의 심장이 쿵쿵 뛴다.
아직 하대가 익숙지 않다.
실제 실권은 저 뚱뚱한 귀족과 선전관 정도가 쥐고 있을 터였다.
“당신이 가짜라는 거, 어디까지 알고 있지?”
“!!”
로니아드의 송곳 같은 질문에 가짜 공주가 몸을 부르르 떤다.
“빨리 말해. 말 안 하면 죽이겠다.”
방금만 해도 부드럽고 진중했던 그의 목소리가 한순간에 차갑고 무섭게 느껴졌다.
“저 귀족만 알고 있어? 아니면 선전관까지 알고 있어? 설마 기사들도 알고 있나?!”
이 남자의 말과 표정에는 형용할 수 없는 힘이 담겨 있다.
흔히 카리스마라는 힘.
“서, 선전관까지…….”
그녀는 로니아드의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해 버렸다.
‘말해 버렸다! 어떡해!’
벌써부터 그녀의 머릿속에 가혹한 채찍과 성 고문이 떠올랐다.
아니, 이번엔 단순히 고문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덜덜덜덜.
가짜 공주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을 덜덜 떨었다.
덥석.
“잘했어. 이제 괜찮아.”
하지만 공황에 빠졌던 그녀는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로니아드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토닥토닥 두들겨 준 것이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는 그의 손에서 따듯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마음고생이 심했겠군. 이제 안심해라.”
그의 손에 묻은 검은색 몬스터의 피가 그녀의 분홍빛 드레스를 더럽혔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자신의 더러운 몸이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어느새 다시 돌아온 그의 따듯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내가 너를 저들에게서 해방시켜 줄게.”
가짜 공주의 창백해진 얼굴은 어느새 붉어졌다.
떨리던 어깨가 멈췄다. 대신 심장이 콩콩 뛰기 시작한다.
살면서 남자로부터 이렇게 자상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던가?
로니아드가 무심히 던진 말.
그녀에겐 태어나서 처음 받는 자상함이었다.
남자는커녕 어떤 누구에게도 지금 같은 자상한 말을 듣지 못했다.
귀족들의 고급 성 노예로 살아오면서 많은 남자들을 만났지만, 이런 남자는 처음이다.
‘아아!’
늘 자살하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목숨을 연명하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네 이놈, 공주께 무슨 짓이냐!”
돼지 귀족이 가짜 공주와 로니아드를 보곤 소리 질렀다.
귀족의 말에 가짜 공주가 흠칫했지만, 이내 로니아드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가짜 공주는 평온함을 느꼈다.
로니아드는 가짜 공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돼지 귀족에게 말했다.
“어이, 돼지. 넌 어디에 붙어 있는 귀족이지? 병졸들을 보니 영지에 있는 남자란 남자는 다 긁어 온 것 같은데?”
수천의 병력. 대충 계산해 보니 3,000명 정도다.
하지만 행색을 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밭을 갈다가 끌려온 것이 분명했다.
나이도 10살 꼬마부터 언제 죽을지 모를 노인까지 다양하다.
한마디로 영지에 있는 모든 남자를 끌고 왔다는 것이다.
“반역자 녀석들아, 잘 들어라! 나는 이르덴 자작이다. 프리미오 공작 각하를 모시고 있는 귀족원의 정통 귀족이다!”
이르덴 자작은 이제야 주제를 알라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르덴? 처음 듣는군’
생각을 마친 로니아드는 이르덴 앞에 순식간에 섰다.
“그렇군. 죽어라.”
휘익, 퍽!
로니아드는 모기를 잡는 것처럼 순식간에 이르덴 자작의 머리를 둔기로 터트렸다.
“어? 어어?!”
옆에 있던 선전관이 당황했다.
“아! 너도 죽어.”
퍼억!
로니아드는 공평하게 선전관의 머리까지 부쉈다.
순식간에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없어지자, 이르덴의 병사들은 물론 기사들까지 어찌할 바 몰랐다.
“명한다. 투항하라. 반항하면 죽인다. 항복하면 고향으로 보내 주마.”
억지로 끌려온 병사들은 처음부터 전의가 없었다.
하지만 기사들은 다르다.
“네 이놈!”
이르덴 기사 중 한 명이 로니아드를 향해 달려든다.
하지만 이르덴의 기사는 로니아드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팔라딘에게 막혔다.
퍼억, 퍽!
“이 이단 새끼가! 화형! 화형이다!! 이 더러운 이단을 나, 팔라딘 아고르가 직접 불태우겠다! 불을 가져와라!”
신성력이 아직 남아 있는 팔라딘은 굉장히 강하다.
팔라딘 단장 아고르는 겁 없이 달려든 이르덴 기사를 판금 갑옷의 건틀릿으로 때려눕혔다.
기사 제복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기사 제복이 아니었는지 방어 마법도 뜨지 않았다.
“불! 불이 필요해!”
의식을 잃은 기사를 팔라딘 아고르는 기필코 화형시키겠다는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불을 찾았다.
“여기 있소.”
테오스 재림파에 속한 한 마법사가 화염구 하나를 팔라딘 아고르에게 보여 줬다.
“고맙네, 형제여! 제르다의 화신께서 반목하던 우리를 한 형제로 만들었소!”
“테오스의 마법이지.”
“제르다.”
“테오스.”
“제르다.”
“테오스.”
“……이 부분은 일단 저 이단놈들을 모두 불태우고 나서 따지도록 하지.”
“……그렇게 하지.”
무슨 국공합작이냐?
화르르륵.
“끄아아악!”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이세계에선 멍청하면 몸이 불탄다.
저 멍청한 기사는 결국 수 초 만에 온몸이 불타 재가 되었다.
이쯤 되자 병사들은 진즉에 무기를 내려놨고, 기사들마저 항복을 선언했다.
“화신이시여, 저 이단을 모조리 불태워도 되겠나이까?”
팔라딘 아고르가 코에서 김을 뿜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로니아드는 고개를 저었다.
“병졸들은 고향으로 보내 주고, 기사들도 새 군주를 찾아가라고 전해라.”
“제르다의 은혜에 저들 또한 감복할 겁니다!”
이젠 로니아드의 입에서 자연스레 하대가 나왔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로니아드는 자포자기했다.
* * *
이르덴의 병사들을 돌려보냈다.
이르덴의 여자들은 이제 외부에서 온 남자들에게 술과 웃음을 팔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르덴의 기사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실력도 대부분 서임 기사들이라 받지 않았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자, 가짜 공주의 처리 문제가 남았다.
샹타페의 사령관 회의실.
“정말 당신이 오스카 공주십니까?”
하몬이 기사들을 대표하여 물었다.
샹타페의 기사들이 의심스러운 눈을 했다.
“외모는 아스카 공주의 외모와 비슷한 거 같긴 한데…….”
팔라딘들은 오스카의 권력 구도에 관심 없는지 오직 나만 주시했다.
사내놈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니 먹은 것도 없는데 체할 것 같다.
그나마 사제 중에 어여쁜 여자 사제들이 있어서 버티는 것이다.
“나는…….”
가짜 공주가 진실을 말하려 했다.
‘그러면 안 되지.’
나는 급히 가짜 공주 뒤에 섰다. 그리고 그녀의 양어깨를 잡았다.
“눈앞의 여자는 오스카의 공주. 아스카 테오스 데 오스카가 맞는 거 같다.”
그렇게 선언하면서 가짜 공주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정말 미안한데, 나 좀 도와줘야겠어, 가짜 공주님.”
왜 귀까지 얼굴이 붉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인재(?)를 또 어디서 구할까?
‘아스카를 내 사촌 동생으로 위장시키고 눈앞의 가짜 공주를 전면에 내세운다.’
더 이상 나와 레인저 용병대는 세상의 관심을 안 받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세상의 관심을 분산시켜 줄 존재가 필요했다.
어그로란 어그로를 모두 이 가짜 공주에게 집중시킬 것이다.
한편으론 눈앞의 가짜 공주에게 미안했다.
‘나쁜 애는 아닌데…….’
오히려 불쌍한 과거를 가진 여자 같다.
나는 가짜 공주의 귀에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
“이번 일만 잘 끝나면, 원하는 삶을 살게 최대한 도와주지.”
목소리에 마나를 담았기에 내용은 잘 전달됐다.
내 목소리에 그녀가 흠칫 놀란다.
“안전은 걱정 마. 일이 진행되는 동안 당신을 지켜 주겠어.”
그러면서 그녀의 양어깨에 포근히 손을 올린 뒤, 마나를 조금씩 불어넣어 줬다.
추가로 한마디 더 덧붙였다.
“진심이야.”
이 말이 결정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렇다. 내가 바로 오스카의 적법한 공주, 아스카 테오스 데 오스카다!”
그녀는 자신을 공주라고 선포했다.
근거 따윈 필요 없다.
제르다의 화신이자 테오스의 재림이 된 내가 지지했다.
그리고 본인이 인정했다. 그걸로 저들은 100퍼센트 납득했다.
“테오스의 재림과 오스카의 적통. 참으로 보기 좋은 한 쌍입니다.”
“신께서 아직 우리 오스카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샹타페의 노기사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웅성거리는 회의실의 시끄러움을 틈타, 나는 가짜 공주에게 조용히 물었다.
“진짜 이름이 뭐야?”
“브리기트.”
“좋은 이름이군.”
내 작은 칭찬에도 브리기트의 얼굴이 밝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