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124
124
토드를 비롯해 다른 일행들은 신성에 의한 치료를 받았지만, 이스라는 이제 나름 급이 높은 고위 망자라 원체 저항력이 높았다.
자잘한 상처 부위는 복구할 수 없어도, 제대로 된 수복은 여전히 토드가 직접 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변함없이 손이 많이 가는 하수인이다.
【빌어먹을 도둑년. 다음번엔 기필코 목을 치겠다!】
파멸의 기사는 여전히 부아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씩씩댔다.
“이스라.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기적입니다.”
【무슨 소리! 싸움은 백중세였네! 그 간교한 계집이 요상한 사술을 부리지만 않았더라면···!”
토드는 피로 점철된 붕대를 걷어내며 답했다.
“지금 몸이 이 꼴이 되었는데도요?”
파멸의 기사는 전신이 자상으로 가득했다. 암살자의 칼날은 갑옷을 뚫고 들어온 것으로도 모자라, 곳곳의 살점을 도려내고, 주요 혈관과 관절을 모조리 끊었다.
이스라가 인간이었다면 라노와 충돌한 즉시 죽었을 것이다.
【크흠! 적어도 검술에선 본인이 압도했네.】
“무의미한 가정이라는 건 아시죠? 이제 당신 정도의 경지에선 범인이 상대가 아닙니다.”
이스라의 뒤로 돌아간 토드는 어긋난 견갑골을 맞추고, 마력을 자아내 찢어진 신경을 섬세하게 봉합했다.
“당신과 맞붙을 만한 자들은 무구의 달인들이죠. 그만한 강자들이라면 자신이 다루는 무기는 기본적으로 통달한 이들입니다. 무예는 기본 소양이고, 상대를 압도할 자신만의 비기가 있어야지요.”
【흐음··· 비기라니. 윽, 검기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나?】
튀어나온 척추뼈를 밀어 넣으니 이스라가 앓는 소리를 흘렸다.
“그런 기술의 여부가 달인들 간의 싸움에서 승패를 구분 짓는 겁니다. 암살자는 죽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우리의 목을 노리고 반드시 돌아올 테죠.”
토드는 마력 가닥을 자르며 속삭였다.
“설마 그때도 이렇게 당할 순 없지 않습니까.”
은근한 자극에 이스라의 안광이 세차게 이글거렸다.
【물론이네! 수련···!! 수련이 부족했던 것이다···!!】
아무리 수련을 거듭하더라도 결국 한 명의 전사가 완성되려면 싸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애매한 재능만큼 잔인한 게 없다.
대다수의 애매한 전사들은 미완의 상태로 죽는다. 생전의 이스라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망자의 육신은 끊임없이 기회를 제공한다. 토드 또한 애매했던 전사가 불멸의 육신을 빌어 재능의 한계를 뛰어넘는 걸 보고 싶었다.
이스라는 주먹을 말아쥔 채 씩씩하게 외쳤다.
【무릇 검에 정진하다 보면 본인도 극의를 깨우칠 날이 오겠지! 본인은 계속 강해지고 있으니!】
하수인의 의지를 확인한 토드는 새삼 입꼬리를 씰룩였다.
‘괜히 이런 걸 보면 가슴이 근질거린다니깐.’
이스라는 스스로 발전하려는 의지로 충만하다. 그렇다면 육체가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사령술사로서 최선을 다해 보조할 생각이었다.
‘망자에겐 육신이 곧 장비.’
어디 가서 내 하수인이 스펙으로 밀리는 건 못 참는다. 토드는 흡사 정비사의 마음가짐으로 수복에 임했다.
힘껏 아마포를 동여맨 사령술사는 허리 쪽에 줄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자, 이스라. 이제 당깁니다. 몸에 힘 빼세요.”
이스라의 안광이 살짝 흔들리는 듯 보였지만, 그녀는 애써 의연한 척 자세를 잡았다.
뜨드드득——!
뼈 갈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당연히 살아있는 사람에겐 시도해선 안 된다. 아마 쇼크를 감당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망자니까 가능한 거지.’
이스라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이런 식으로 시간과 마력을 단축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잘게 떨던 파멸의 기사는 줄까지 끊어버리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크아악!! 본인을 죽일 셈인가! 사령술사! 허, 허리! 본인의 허리가 끊어진다!】
토드는 톱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태연히 말했다.
“엄살 피우지 마세요. 이스라. 망자는 고통을 느끼지 못합니다. 당신은 통각을 느낄 수용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요.”
얼굴을 구긴 이스라가 항변했다.
【엄살이 아니네! 방금 눈앞에서 불똥이 튀기는 것 같더군! 자네가 아니었다면 정말 암살을 의심했을 걸세!】
수복할 때는 투구를 벗고 있어서 간만에 이스라의 민낯을 볼 수 있었는데, 그녀는 울상을 지은 채 연신 허리를 문질렀다.
이스라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을 바라보던 토드는 돌연 위화감에 사로잡혔다.
‘···이상하다.’
고개를 숙인 토드가 대뜸 손을 부여잡자, 파멸의 기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무, 무슨 짓인가?!】
당황한 이스라와 달리, 토드는 무표정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직 손은 차갑군요. 여전히 맥박은 없고.”
이스라는 비교적 자아가 확실한 고위 망자지만, 엄밀히 그녀의 본질은 송장이다.
호흡하지 않고, 피가 흐르지 않음에도 살이 썩지 않는 건 사령술사의 마력이 유지되기 때문.
되살아난 것이 아니다.
토드는 손끝으로 이스라의 손바닥을 쓸어올렸다.
【크흠······.】
파멸의 기사는 불편한 듯 연신 헛기침을 흘렸는데, 간질이듯 올라가는 손가락에 손바닥이 움찔거린다.
“촉각은 통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둘 다 압력을 통해 신경을 거쳐, 신체가 인지하는 과정을 거치니까요.”
사령술사가 손을 떼어내자 이스라는 황급히 자신의 손을 감췄다.
시선을 피하는 망자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
“하지만 당신의 육신에 남아있는 신경은 제 마력으로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부속품일 뿐, 원래의 기능은 상실했습니다. 당신이 느끼는 촉각이나 통증은 일종의 환상통 같은 겁니다.”
그러자 이스라는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의 손을 돌아봤다.
【헌데 이처럼 생생할 수 있단 말인가?】
몸을 일으킨 토드는 다시 망치와 정을 비롯한 연장들을 정리했다.
“이따금 중증 부상자 중엔 팔다리를 잃었음에도, 여전히 상실한 신체 부위가 있거나, 그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사례가 있긴 합니다. 뇌의 착각에서 비롯된 일이죠.”
선반의 도구를 마무리 지은 토드는 차분하게 이스라에게 갑옷을 갈아입혔다.
“당신도 생전의 모든 기억을 잃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육신은 여전히 몸을 움직이던 경험이 남아있으니, 거기서 비롯된 착시를 실제처럼 느끼는 걸지도 모릅니다.”
【돌이켜보니 본인이 갓 살아났을 즈음엔 몸이 전체적으로 무뎌졌다고 느꼈었는데, 요즘은 부쩍 감각이 생경해진 것만 같네.】
토드는 흉갑의 등판을 감아주곤, 단단히 결박했다.
“흔히 맹인은 청각이 발달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육체는 부족한 감각을 다른 곳에서 대체하여 기능하려는 경향이 있죠. 당신도 망자로서 자신의 육신에 익숙해지니 나타나는 현상일 겁니다.”
어깨를 으쓱인 이스라는 건틀렛을 잡아 끼우며 대꾸했다.
【그런 건가. 뭐, 본인으로선 감각을 점점 끌어올리는 느낌이니 나쁠 건 없네. 기사라면 만사에 지각이 뚜렷해야 더 잘 싸울 수 있는 법! 좋은 일 아니겠나! 다음번에 그 치졸한 계집을 만나면 기필코 본인의 발치에 머리통을 꿇리겠다.】
이걸 또 교전 능력과 연관 지어 생각할 줄이야. 여러모로 투지 가득한 사고방식이다.
갑주를 모두 입히고 마지막으로 투구를 가져오던 차, 토드의 몸이 얼어붙었다.
이스라는 그를 보곤 의아해했다.
【자네, 왜 그러나?】
연신 파멸의 기사를 훑어내리던 토드가 미간을 좁혔다.
“이스라, 머리카락이 좀 자란 것 같지 않습니까?”
이상한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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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참 기이하다. 황량한 쇠렌의 머리숱을 생각해보면 어째 산 사람의 모발은 죽어가고, 죽은 자의 머리카락은 되살아나는가. 알 수 없는 조화였다.
‘···생각해보면 요즘 이스라는 부쩍 잘 때 숨소리도 내던데. 망자가 생전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흉내 내는 게 아니었나?’
죽은 자의 완전한 소생은 불가하다.
죽음은 비가역적이니.
사령술은 어디까지나 유예하는 것일 뿐.
영가는 떠나야만 하는 이. 언젠가 전송해야만 하노라.
토드가 사령술에 입문하고, 내내 들었던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이스라는 대체 뭐란 말인가.
‘골치 아프네.’
죽음의 기사 쪽 테크 트리가 어땠지?
죽음의 기사, 파멸의 기사, 그 뒤론 육성 방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뱀파이어 혈족의 세례를 받으면 끊임없이 생명력 흡수를 남발하는 혈기사, 육신을 포기하고 영체로 승화하면 기동성은 최강인 혼령기수, 더 상위로 올라가면 용아병이나 묵시록의 기사 등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고위 망자의 격이 상승할수록, 어떤 일이 벌어지는진 DB에서 구체적으로 기술해놓진 않았다. 거긴 하드 코딩된 내부 데이터라 토드도 알 수 없는 영역의 내용이었다.
‘진짜 모르겠다. 돌아가서 한 번 소리의 서를 제대로 읽어봐야겠어.’
이번에 카타콤에서 기젤라가 건네준 책장도 있고, 판가우에서 루카스로부터 빼앗은 책장도 아직 해독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곳에서의 일이 끝나면 당분간 거점을 확충하면서 안정화에 몰두할 생각이었다.
“···셰우드 님?”
앞에서 성전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비로소 토드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예.”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증언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토드가 공손히 묵례했다.
“교단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구주께서 당신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주시길.”
성 힐데가르트 수녀원 습격에 대한 전수 조사는 무혐의로 마무리되었다. 어차피 기젤라와 카셀미어의 증언이 있는 이상, 토드가 혐의를 뒤집어쓸 일은 없었다.
그래도 이런 건 괜히 딴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마무리를 확실히 해두는 게 나았다.
‘일단 이쪽 방면 대교구와 당분간 문제가 불거질 일은 없겠지만···’
교회와 흑색 학파 간의 적대 관계가 완전히 청산된 건 아니다.
만약 기젤이나 카셀미어 주교후가 실각한다면 언제라도 태도가 돌변할 여지가 있고, 콘라트 대공 측에 붙은 대교구는 변함없이 적대적 스탠스를 유지할 테니까.
‘앞으로 이런 연줄을 계속 만들어놔야 해. 아직 학파의 구성원도 나와 산시아, 둘 뿐이고, 제국 내에서 살아남으려면 영향력을 더 늘릴 필요가 있어.’
주교청을 나선 토드는 수녀원으로 돌아왔다. 습격 이후 이틀이 지났는데, 성전사들이 삼엄하게 일대를 지키고 있었다.
파괴된 흔적들은 빠르게 수습되었으나 가뜩이나 조용하던 수녀원은 죽은 자들의 빈 자리 탓인지 더욱 삭막하게 느껴졌다.
‘씁쓸하군.’
회랑을 거닐던 중, 토드는 연신 주교와 입씨름을 주고받는 카셀미어를 발견했다.
“안녕하십니까. 예하.”
“아, 마침 잘 왔군! 토드! 증언은 잘 마치고 왔나?”
“예. 얘기는 잘 하고 왔습니다.”
눈치를 살피던 토드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었을까요?”
카셀미어가 낮게 뇌까렸다.
“자네, 자네가 대체 어떤 분들을 깨운 건지 알기나 하나?”
카타콤에 있던 유해들이 평범한 자들의 시신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더욱이 교회에서 존경받았던 이들의 시신이라면 어떤 물의를 빚을지도.
“···면목이 없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사후 수습과 복구에 대해선 제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무려 성전군 구호기사단장 성 알베르투스! 104명의 나병 환자들을 치유한 성자, 대주교 라우렌지오! 카렌시아의 기적을 발현한 플라쿠스 추기경이시네! 일일이 업적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입이 벅차고, 오늘날 예배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분들이란 말이네!”
그렇게까지 거물들일 줄 몰랐는데.
“저명하신 분들을 제가 일으켰으니, 논란이 되겠군요.”
“논란 정도가 아닐세··· 이건 신학계 전체가 뒤흔들릴 격변이야···.”
깊게 한숨을 흘린 카셀미어는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연신 이마에 패인 주름살을 짓눌렀다.
“혹여 제가 행한 사령술 때문에 그분들의 명성에 오명을 끼친다면, 제가 그분들께 사죄를 드리고, 예를 갖추어 그분들의 입관을 신속히 거행···”
그러자 옆에 있던 세쿤다스 주교가 답했다.
“입관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어째 카셀미어 주교후의 얼굴이 더 구겨진 반면, 세쿤다스 주교의 눈동자는 묘한 열의에 차 있었다.
“그야 논란이 된 게 영령들의 안식을 방해한 것에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속히 영면에 드실 수 있도록 교회의 참관하에 망자들에 대한 사령술을 중지하는 게 마땅한 절차가 아닐지요.”
세쿤다스 주교는 누구보다도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나는 이 사태를 단순히 오래전 돌아가셨던 분들이 수도원에 닥친 위협에 대응하여 일어난 거라 보지 않네!”
뭔가 이상한데.
“이건 기적이야! 분명 성자들께서도 암울한 현 세태를 보다 못하여, 섭리를 극복하고 신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깨어나신 거야!”
알베르투스에게 정강이를 까이고, 휘하 성전사들과 얼차려를 받더니 기어코 미쳐버린 건가.
“하지만 저분들은 외형상 명백히 구분되는 망자들입니다. 저렇게 놔뒀다간 다른 사제분들이 어떻게 여기실진···”
“그게 어찌 이상한가? 엄연히 성인들의 유해는 중앙 교구청에서 성유물로 공인하네! 존재 자체만으로 성스러운 분들이신데, 어느 누가 탓한단 말인가! 그야말로 살아있는 축복이지 않나!”
이거 이래도 되는 겁니까? 토드는 의심을 실어 카셀미어를 응시했다.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분명 저분들의 축복을 청하려는 신자들과 순례자들이 많을 걸세. 이대로 영면이라니! 기껏 구주께서 우리에게 기적을 베푸셨거늘, 어찌 내친단 말인가.”
주교의 발언에 카셀미어가 버럭 소리쳤다.
“지금 거룩하신 분들을 이용하여 장사치 짓을 하겠다는 건가! 세쿤다스! 극히 모독적인 발언이네!”
“봉헌만 바라는 것이 아니올시다! 저분들은 시대별로 다른 시기를 살아온 성자들이오! 그간 교단이 겪어온 역사와 잊혀진 지식들까지 생생하게 증언할 사료적 가치도 다분하지!”
“절대 용인할 수 없다. 이건 사자의 존엄을 무시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지엄한 교회법에도 어긋나는 처사네.”
“나라고 영영 저분들을 지상에 붙잡아두자는 게 아니오. 다만 이번 일은 최근 흔들리는 교구의 위세를 결집할 기회요!”
카셀미어와 세쿤다스가 각각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토드가 나직이 말했다.
“그럼 저분들의 의향을 직접 물어보죠. 비록 제가 사령술을 행하여 유해를 일으켰으나, 그분들은 명확히 자의식을 유지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세쿤다스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암, 내가 성 알베르투스를 직접 영접했지만, 그분은 후세의 누구보다도 신앙심이 독실하신 분이라네.”
토드도 이스라와 산시아를 돌본 직후에 심문을 받으러 수녀원을 떠난지라,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른다.
성자들의 유해를 보곤 거품을 물던 세쿤다스였는데, 직접 맞아보곤 정신이 개조된 건지 의문이었다.
“먼저 알베르투스 님은 어디 계신지요.”
“···따라오게.”
카셀미어의 안내하에 수녀원의 뒤뜰로 향했는데, 무시무시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쾅, 쾅, 쾅!!
성전군 기사와 파멸의 기사가 서로 장검을 뽑아 들고 격렬하게 맞붙고 있었다.
“···지금 뭘 하는 겁니까?”
“자네의 기사가 대련을 요청했네.”
카앙—!
이스라는 크로스 가드로 검날을 밀어내며 외쳤다.
【하, 하! 하. 영감! 이게 끝인가! 내심 구호기사단의 수장이라기에 기대했거늘, 역시 구식의 검법으론 기사도 전집의 최신 추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군!】
안광을 이글거린 성전군 기사는 어깨에 검을 걸친 채 맞받아쳤다.
【···오냐, 어린놈치곤 근성이 제법이구나! 허나 고전이 왜 세월이··· 지나도 인정받는지 몸소 깨우쳐주마!】
다시 맞붙은 둘은 넘어지거나, 바닥에 뒹굴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충돌했다.
망자의 초월적인 인내력에 다들 혀를 내두르는 눈치였다.
“대체 언제부터 저랬던 겁니까?”
“꼬박 하룻밤이 지나고도 저 상태네.”
나름 알베르투스는 이스라가 마음에 든 눈치였다. 역시 검기나 권능을 배제하고 순수 검술로 맞붙으니 이스라가 조금 밀리는 형국이었는데, 그때마다 알베르투스는 훈계를 늘어놓았다.
‘전투로 이름 높은 과거의 성인이 행하는 가르침이라. 이스라에겐 귀한 경험이네.’
쓴웃음을 흘린 토드가 고개를 저었다.
“다른 분부터 찾아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