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13
013
토드는 끊임없이 몸을 비틀어대며 울어대는 시체 쥐를 가리켰다.
“상상해보시지요. 저게 쥐가 아니라··· 인간의 것이었다면. 그리고 그 매개가 될 만한 소재들이 저 너머에 한가득 널려있다면, 이 국면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도.”
크뤼거는 허리춤의 검을 빼 들더니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왜 내가 순순히 네게 협조해야만 하지? 더욱이 변경백 각하 앞이라면 무슨 사특한 술수를 쓸지도 모르는 놈한테?!”
어이없는 놈이네. 지가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줬더니 겁만 지레 먹었잖아.
토드는 황당했지만, 이내 그가 왼손 약지에 끼운 은반지에 주목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토드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부인이 있습니까, 크뤼거?”
그러자 흠칫 놀란 크뤼거는 자신의 손을 감싸 쥐었다.
“네놈이 알 바 아니다.”
토드는 키득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오, 그렇다면 누구보다도 여기서 개죽음당하고 싶진 않으실 텐데.”
그는 비아냥거리며 크뤼거의 행색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크뤼거는 대번에 발끈하며 칼날을 들이밀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턱밑에 검날의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토드는 빠르게 쏘아붙였다.
“머리는 헝클어졌고. 수염도 덥수룩하고. 정복에 묻어있는 흙먼지는 털지도 않을 정도로 빡빡한 야전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와중에 반지만은 광이 나도록 닦아대셨군요. 참으로 애틋한 사랑입니다. 눈물이 다 날 지경이군요.”
오, 나 좀 방금 헐록 숌즈 같지 않았나?
누군가 토드의 한심한 자뻑을 읽을 수 있었다면 단칼에 그를 베었을 것이다.
사실은 무수한 시체들을 부검하다보니 자연스레 생긴 눈썰미다.
토드는 제딴에 뿌듯한 미소를 지었지만, 크뤼거의 눈에는 자신을 갖고 노는 악마의 조소로 보였다.
“당신의 고집스러운 주인 때문에 이 좁은 성채에서 개죽음당하긴 싫잖습니까. 여기 틀어박혀 농성한다고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 이리공 디트마흐는 그리 자비로운 위인이 아닙니다. 그는 육중한 대포를 끌고 와 이 알량한 요새와 당신들을 모조리 짓뭉개버릴 속셈입니다.”
궁지에 몰린 이들인 만큼 여유가 없기 마련이다.
더욱이 눈앞의 사내는 근무 중에도 술에 빈번하게 손댈 정도로 무력감에 사로잡힌 인물이었다.
“크뤼거. 당신은 영리한 사람입니다. 여기서 그냥 제 목을 칠 정도로 멍청한 인간이 아니죠. 적어도 저를 당신의 주군 앞에 데려간다면, 이 답답한 상황의 돌파구가 될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충동을 못 이기고 검을 휘두른다면···”
오히려 목을 들이밀어, 핏줄기가 흘러내린다.
장교는 흔들리고 있었다.
“패전이 역력한 작금의 전황을··· 당신이 뒤집을 수 있을까요?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토드는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며 씨익 웃었다.
“현명하게 생각해보세요. 크뤼거 대대장.”
손잡이를 거머쥔 손아귀가 떨린다.
기묘하게 일그러진 그의 얼굴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은 성채의 임박한 운명을 직감하고 있었다.
토드는 호송 중에 성채 내의 사람들이 나누는 수다들을 주의 깊게 들었다.
성안에 미리 자리 잡고 있던 장사치들은 전투가 임박할 기미가 보이면 즉시 도망칠 계획을 짜고 있었다. 병사들 내에도 번진 동요를 수습할 수가 없었던지, 공공연하게 탈영을 모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비록 사병들과 이를 통솔하는 지휘관의 처지가 다르긴 해도, 병영 내의 불온한 분위기를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감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손에 거머쥔 것이 많은 자일수록, 삶에 대한 미련이 강한 법.
그의 요동치는 시선이 어느새 토드가 아니라 반지를 향해 있었다.
결국 크뤼거는 힘없이 검을 내려놓았다.
옳지.
사령술사의 입꼬리가 얄밉게 올라간다. 장교는 낮게 한숨을 쉬더니, 다시 허리춤에 검을 차고는 으름장을 놓듯이 말했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각하 앞에서까지 무례하게 굴다간···”
“압니다, 알아요. 비록 망자들을 부리는 사도지만, 그렇다고 예의를 모르는 야인은 아닙니다. 당연히 대화 상대에 따라 말은 맞춰서 할 테죠. 그건 당신이 신경 쓸 바 아니니, 가서 보고나 하세요.”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을 휘젓는 모습에 열불이 치솟았지만, 이제 둘의 주도권은 완전히 역전된 뒤였다.
크뤼거가 곧장 몸을 돌려 빠져나가려던 찰나, 토드가 뒤에서 외쳤다.
“아, 그리고 변경백 나으리 앞에서 이런 몰골로 인사를 드릴 순 없잖습니까? 사치스러운 목욕까진 기대하지 않을 테니까, 부하들한테 몸을 씻을 물바가지랑 새 옷 좀 가져다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제 짐들도 돌려주시고.”
말 그대로 주먹이 우는 상황이었다.
다시금 처음에 지니고 있던 적의가 부글부글 솟아올랐지만, 마지막까지 눌러 담은 크뤼거는 큰 소리를 내며 걸어갔다.
토드는 여유롭게 휘파람을 불며 허리를 숙였다.
바닥에 놓여 있던 쥐덫을 잠시 만지작거리던 그는 어렵지 않게 꿰여있던 쥐의 사체를 빼냈다.
재차 그가 휘파람을 불자, 시체 쥐가 어느새 다시 꾸물거리기 시작했다. 토드는 놈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여기 어딘가에 내가 타고 온 마차가 있다. 그 안에 검은색, 상수리나무로 짠 관이 들어있지. 거기 잘 있는지, 아니라면 어디로 움직였는지 파악해라.”
【찍찍!】
시체 쥐의 공허한 눈두덩에 초록빛 안광이 맴돈다. 그가 놓아주자, 시체 쥐는 재빠르게 벽을 타고 올라가 창밖으로 빠져나갔다.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되리란 보장은 없으니, 이쪽도 안전 장치가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겠나.
다시 자리에 걸터앉은 토드는 느긋하게 대답을 기다렸다.
///
칙칙한 갈색이 감도는 주황빛 머리카락이 빗자루처럼 이리저리 뻗쳐있다.
성채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본성의 집무실, 상석에 앉아 있는 중년의 사내.
슈테판 변경백이었다.
고집스럽게 다물린 입과 그에 맞물려 치솟은 양 볼은 변경백의 탐욕스러운 성정을 짐작게 했다. 살이 올라 빵빵하지만, 피부에 탄력이 없고 아무렇게나 뿌려진 후추처럼 주근깨와 사마귀가 피어 있었다.
다만 요 며칠 사이 이어진 패전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지, 그의 머리칼과 같은 색의 수염이 희끗희끗하게 물들어 있었다.
벌겋게 물든 눈자위는 부리부리한 눈빛으로 책상에 펼쳐진 지도를 노려보고 있었다.
상석 주변으로 나란히 놓인 의자에 변경백의 참모들이 앉아 있었으나, 하나같이 좌불안석이었다.
그중 가장 가까운 자리에 카리나가 엉겁결에 앉아 있었다.
이마를 문지른 변경백이 공손히 입을 열었다.
“마지스터 에스터리츠. 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친히 원군을 자처한 용단에 감사드리오.”
고개 숙인 카리나가 화답했다.
“마땅히 프리데가님의 제자 된 자로서 명에 따를 뿐입니다.”
“암! 역시 적색 마탑의 현자들이라면 대의가 어느 쪽에 있는지 명확히 알고 있을 테지. 비단 현인들뿐만 아니라, 한낱 촌락의 무지렁이도 알고 있고, 천상의 드높은 신들도 알 테요!”
도저히 노기를 억누를 수 없었던지, 말미에 변경백의 목소리가 격해졌다.
애써 껄껄 웃은 변경백이 손짓했다.
“어쨌거나 이 변경에 오시기까지 고된 여정이셨을 텐데 보잘것없지만, 요기라도 채우시지요.”
“···각하의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카리나가 마지못해 포도알 하나를 집어 들자, 변경백이 헛기침했다.
“험험. 그럼, 실례하겠소.”
그는 즉각 풀 악셀을 때려 박았다.
“대체 휴그와 요코프가 데려오기로 한, 빌어먹을 증원군은 어디 있냔 말이야! 이 건에 대해 그 무거우신 아가리를 열어젖힐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아구창을 똥구멍에 쑤셔 넣기라도 했던가!”
변경백은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소리를 내지르며 주먹을 거머쥐었다.
거칠게 탁자를 두들기던 그는 도저히 분을 못 이기겠던지, 구둣발로 탁자 다리를 후려갈겼다.
괜히 옆에 있던 카리나는 숨이 턱턱 막혔다.
그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
그저 저들끼리 시선을 교환할 뿐.
변경백은 자신의 가슴팍을 때리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이런 빌어처먹을! 내가 떠들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 짖는 것조차 못하는 개새끼들을 데리고 전쟁을 할 생각을 했다니!”
두툼한 이마에 핏줄이 곤두설 정도로 성을 내던 변경백이 연신 욕설을 지껄여댔다.
입에 거품을 물 정도였던지라, 그가 튀긴 침이 수염에 덕지덕지 묻을 정도였다.
한참 동안 분노를 쏟아내던 변경백은 목이 타는지 잔에 담겨있던 술을 허겁지겁 들이켰다.
잔을 비우자 눈치를 보고 있던 시종이 바로 술병을 따라줬다.
그렇게 연거푸 술잔을 두세 차례 들이킨 뒤에야 한결 변경백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이쯤에서 슬쩍 말할 차례가 왔다고 생각했던지, 가신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각하. 보급에 차질이 생긴 이래로 비축해뒀던 군량이 바닥을 보입니다. 보따리 상인들에게 최대한 물품들을 사들이고는 있습니다만··· 이대로는 사흘을 넘기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 말에 변경백은 기가 막힌다는 듯, 고개를 비틀었다.
“그럼 사전에 주문했던 밀 3천 자루와 양, 대구, 말린 과일은 어디로 갔나? 동굴거인들이라도 나타나 수레를 몽땅 훔쳐 가기라도 했다던가?! 당장 병사들에게 완두콩과 양배추만 처먹인 지가 사흘 째다!”
그러자 가신 하나가 답했다.
“각하, 어차피 병사들은 대부분이 흙이나 주워 먹고 살던 농사꾼 무지렁이 출신입니다. 어차피 식사를 꾸준히 챙겨먹는 것만으로도 각하의 아량에 감사하지 않겠습니까?”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도 채식을 일삼던 동물이었으니, 배가 고프면 풀을 뜯어먹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개소리였다. 언제나 전쟁에 나선 징집병들을 배불리 먹이는 건 영주들의 의무였다.
“저놈을 당장 끌어내라.”
여기 참석한 가신들은 변경백조차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나름 한가락하는 지주, 기사 계층들이다.
어찌 보면 폭정이라고 볼 수 있는 명령이었으나, 워낙 터무니없는 발언이었기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어떤 막돼먹은 놈이 책임자인가.”
“송구스러우나 각하, 예비대와 더불어 추가적인 보급도 휴그 경의 몫이었습니다.”
참모의 말에 변경백의 얼굴이 더욱 붉게 달궈졌다. 불그스름한 기운이 서려 있던 변경백의 안면은 이제 대장간에서 달궈진 쇠뭉치처럼 시뻘겋게 변색되었다.
질 낮은 싸구려 독주를 물처럼 마셔댄 결과물이었다.
더군다나 특유의 불같은 성미를 발산하는 걸 주체하지 못하다 보니, 그의 달궈진 얼굴이 폭발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니까 나는 그 망할 휴그가 어디 있는지 묻지 않나! 내가 쾨흘링 땅으로 들어온 이래로 아무도 내게 휴그에 대한 소식을 전해준 놈이 없어.”
꿈틀.
부리부리한 눈매 위로 송충이처럼 매달린 변경백의 눈썹이 휘어진다.
“그놈이 멍청하게 뭉그적대는 바람에 보급선이 끊어졌고, 요코프가 부지런히 병력을 기동하기만 했더라면 개새끼랑 교접하는 이리놈에게 지는 일은 없었을 게다! 이 똥 처먹는 들개만도 못한-”
더 험악한 말이 튀어나올 기미가 보이자, 다른 가신이 재빨리 나섰다.
“각하, 쾨흘링 땅은 원체 저지대와 늪이 많아서 수레들을 끌고 오기가 어렵습니다. 분명 요코프 경도 사정이 있어서 늦어지는 게 분명···”
이에 다른 가신이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딴지를 걸었다.
“사정이오? 전쟁에 사정이 어디 있습니까? 디트마흐 놈이 우리 쪽의 사정을 일일이 봐주면서 싸워준답니까? 아니면 요코프가 당신네 사촌이라 두둔하려는 거 아니오?”
“이봐! 하인리히!! 나는 분명 사실을 설명했을 뿐이야! 애당초 쾨흘링 쪽은 수레가 아니라 뗏목으로 보급품을 날라야 한다고 내가 일찍이 주장했거늘, 죽어도 수레를 고집한 건 그쪽의 고집 때문 아니었나?!”
이제는 내부의 파벌로 갈라져 저들끼리 쌈박질을 벌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변경백의 부풀어 오른 얼굴이 자줏빛으로 물든다.
이내 축 처지는 한숨을 짧게 내쉰 그는 시종을 향해 손을 까딱였다.
“술이나 따라라. 저놈들이 아가리로 똥 싸는 꼴을 맨정신으로 보느니, 정신줄을 놓는 게 천 배는 낫지.”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각하. 풍류를 위해 류트도 켜라 할까요?”
저 눈치 없는 새끼가······.
변경백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짜내 시종의 목을 조르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고, 손을 내저었다.
그런데 무언가 언질이 왔던지, 시종장이 다가왔다.
그는 변경백의 귀에다 대고 은밀히 속삭였다.
“각하. 크뤼거 3보병대대장이 사령술사를 데리고 왔답니다. 그가 각하께 제안이 있어 특별히 알현을 요청하였습니다.”
그 말에 변경백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사령술사?’
주름진 이마에 골이 깊어진다.
변경백이 낮게 뇌까렸다.
“뭬야? 그놈들이 아직도 살아있었어?”
시종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답했다.
“송구하오나, 그렇다고 합니다. 이미 전장에서 죽은 자들이 살아나는 걸 본 자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자가 되살아났다니.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보다 차라리 면도한 드워프가 포도주를 홀짝이고, 풀밭을 마다한 엘프가 목조 여관에서 낮잠을 청했다는 게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이 저주 받은 쾨흘링 땅이라면 연고 없는 시신이 저절로 움직이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닌데. 그놈이 번지르르하게 혓바닥을 놀리는 거라면?”
마침 대화를 엿듣고 있던 카리나가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변경백 각하. 그 사령술사는 저와 바운하펜에서부터 동행한 자입니다. 제가 목격한 바론 그에게 정말 죽은 자들을 일으키는 권능이 있었습니다.”
즉각 변경백이 눈을 부라렸다.
“그럼 같은 일당이란 말이오?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거요.”
“···이리공의 눈을 피해 은밀히 이동하다 보니, 우연히 같은 마차에 동승한 사이입니다. 제가 보유한 프리데가님의 인장을 보셨을 텐데요.”
카리나가 켕길 구석이 없다는 듯 당당하게 응수하자, 변경백은 가만히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계속해 보시오.”
“그자가 불길한 사술을 부리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의 행적을 면밀히 감시했는데, 적어도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래서 나더러 그 불경한 놈을 만나보라? 그놈의 혓바닥으로 무슨 요술을 부릴지 모르는데?”
반지를 움켜쥔 카리나가 단호하게 속삭였다.
“만약 사령술사가 허튼짓을 부린다면, 제가 즉각 제지하겠습니다. 저도 그자가 무슨 속셈을 품고 있는지 파악할 의무가 있습니다. 자칫 사특한 자를 감옥에 내버려 뒀다간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고요.”
고민하던 변경백이 다시금 의자를 두들겨대기 시작했다.
문득 집무실을 슬쩍 둘러보니, 가신들 간에 과열된 분위기가 극에 달하고 있었다.
크리슈토프, 하인리히, 두 놈은 아예 편을 갈라 칼을 뽑아 들기 직전까지 이른 상황.
지켜보던 변경백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짓눌렀다.
그는 이 성가신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차악을 선택하기로 했다.
얼굴을 찡그린 변경백이 손을 휘저었다.
“들여보내라.”
‘별것도 아닌 놈이면 이 자리에서 목을 베고, 그걸로 당장 기강을 다잡아야겠어.’
의자 옆에는 변경주를 다스리는 군주들에게 하사되는 양손검이 검집에 매여 있었다.
손잡이를 쓸어내리는 변경백의 눈동자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시종들이 매달고 다니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집무실의 문이 양옆으로 열렸다.
곧바로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가신들의 말소리가 뚝 그쳤다.
그들의 시선은 크뤼거와 뒤에 기립한 청년에게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존귀하신 슈테판 폰 켄젤슐리텐 변경백 나으리.”
그가 공손히 고개를 조아렸다.
“소인은 베텔부르크에서 온 사령술사, 토드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