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163
163
쇠렌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성였다.
“망했군. 설마 대공녀가 타고 있었을 줄이야.”
태연히 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던 이스라가 되물었다.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우리가 고귀한 신분의 자제를 구해준 셈이잖나.】
“그게 그리 간단히 끝나는 문제가 아니잖소! 저 여자는 무려 사자대공의 딸이라고!”
슬쩍 콧잔등을 훑어보니 호흡이 다소 가늘긴 해도 안정적이다.
“아직 살아있습니다?”
쇠렌이 가슴을 쳤다.
“아오! 우린 지금 좆같은 상황에 휘말린 거요! 제정신이라면 대공녀를 습격하겠소? 이런 미친 짓을 누가 사주했는진 몰라도, 보통 또라이 새끼들이 아뇨!”
그는 마차 안에 널브러진 시신들을 가리켰다.
“게다가 저기 죽은 사람들만 하더라도 대공가에서 붙여준 호위들일 텐데, 자칫 우리가 덤터기라도 뒤집어쓸 수도 있는 상황이잖소!”
“오, 설마요. 여기 계신 영애께서 그리 아둔한 분이시겠습니까.”
“사령술사 양반. 모르고 하는 소리요. 잘난 핏줄일수록 그 자제들의 횡포가 얼마나 악독한데!”
“꼭 경험해보신 것처럼 말씀하시는데요.”
학을 뗀 쇠렌이 고개를 내저었다.
“말도 마쇼. 돼지우리에 굴러먹는 비렁뱅이들은 말이라도 통하지. 저치들은 기껏 진흙탕에서 건져주면 세탁비뿐만 아니라 모가지까지 내놓으라고 지랄하는 게 일상이라오.”
아무래도 과거 모가지가 뻣뻣한 귀족에게 호되게 당한 모양이었다.
【하, 하! 하. 아무리 그래도 은혜를 안다면 대공가에서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겠나? 자네는 괜한 걱정이 많으니 그리 머리털이 빠지는 걸세.】
이스라의 지적에 쇠렌이 길길이 날뛰었다.
“씨부랄, 갑자기 내 머리털이 뭔 상관이여! 기사 양반이야말로 세상사를 그리 단순무식하게 생각하니 죽은 거잖소!”
【뭣이라! 본인은 기사도 정신에 입각하여 물러섬 없이! 적진을 향한 돌격 끝에 비장한 최후를 맞이했다! 이를 단순하다 폄훼하다니!】
둘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여인이 비스듬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끙, 거기 둘, 아직 내 머리가 아프니 주둥이 좀 닥쳐줬으면 좋겠어.”
귀족 영애답지 않게 입이 걸걸한데. 일찍이 우렁찬 비명에서 알아봤지만, 보통이 넘는 여인이다.
토드가 눈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일어나셨습니까. 숙녀분.”
여인에게서 겁먹은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날카롭게 눈을 부라리며 토드를 응시했다.
“너희들도 습격한 놈들과 한패냐?”
“그럴 리가요. 저희는 길을 지나가던 여행자들입니다. 아가씨를 습격한 패거리와는 무관하답니다.”
“그놈들은 다 어떻게 했는데?”
토드는 빙긋 웃으며 주변을 가리켰다.
“보시다시피.”
주변에 온통 찢어발겨진 시신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여인의 눈동자엔 흔들림이 없었다. 도리어 강렬한 적의가 맺혀 있었다.
“저놈들은 내 호위를 무참히 살해했어. 손 써볼 틈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했지.”
“저런, 돌아가신 분들이 안타까울 따름이군요.”
자리에서 일어난 여인은 서슴없이 피투성이가 된 기사들의 눈꺼풀을 감겨줬다.
“날 지키는 게 이들의 의무였으니까. 물론 이들의 죽음은 내 가문에서 정당히 치하할 거야.”
그녀가 죽은 엘프를 돌아보며 되물었다.
“엘프 칼잡이들···. 화약까지 서슴없이 쓸 정도라면 추방자들일 텐데, 이만한 놈들을 잡아놓곤 여행자라고? 그쪽이 생각하기에도 말이 안 되지 않아?”
토드가 어깨를 들썩였다.
“여행자치곤 실력이 있을 수도 있는 법이지 않습니까.”
입꼬리를 비튼 여인이 물었다.
“그래. 수상할 정도로 강하신 떠돌이 여행자. 이 각박한 시대에 순수한 호의만으로 날 도왔을 것 같진 않은데. 목적이 뭐야?”
염세적인 태도에 파멸의 기사가 안광을 흩뿌리며 말했다.
【그대가 겪은 상황이 범상치 않은 만큼 경계하는 건 지당하다만! 우리의 만남은 순전히 우연에 의한 것이었네.】
손끝으로 턱을 어루만진 여인이 되물었다.
“좋아, 좀 더 다르게 물어볼게. 내가 누군지 알고 접근한 거야?”
【본인은 그대를 모른다! 다만 그대를 습격한 일당을 처리한 뒤, 본인의 일행들은 마차나 갑옷에 새겨진 문양을 알아보는 눈치더군.】
“아하. 그럼 지나가는 길에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습격을 당했더라도 구했을 거다?”
파멸의 기사는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본인에겐 위험에 처한 이가 누구인진 중요치 않다!】
투구 속 안광이 이글거렸다.
【구하는 행위 자체에 숭고함이 있는 것이다! 곤경에 처한 이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기사의 의무! 기사도 전집에서 가르치는 덕목이니!】
이스라의 발언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던 영애는 이내 실소를 흘렸다.
“기사도? 마치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인물 같네. 저 사람이 정말 당신 일행이야?”
“그렇습니다.”
“그간 여행길이 재미는 있었겠네.”
“예···.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여정이었지요.”
사실 자신은 지금 상황이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했다.
영애는 가슴팍에 손을 얹은 채 당당히 말했다.
“난 알레시아 폰 헤젤슈마흐야. 위대한 대제의 적통이자, 사자대공 리케르트 전하의 여아다. 너흰 누구냐?”
알레시아의 소개에 토드도 허리를 굽히며 대꾸했다.
“저는 장의사, 토드 하워드라고 합니다.”
오랜만에 나온 가명을 듣곤 눈치를 살핀 이스라도 입을 맞췄다.
【본인은 명예를 숭상하는 기사, 이스라라고 한다!】
“쇠렌 스콜다르손. 주인 없는 물건을 대신 팔아주는 중개업을 하고 있소.”
일행을 살핀 알레시아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의사, 떠돌이 기사, 장물업자··· 정말 보면 볼수록 수상한 구성이네.”
전에도 들어본 소리라 토드는 익숙하게 넘겼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딱 봐도 여기 출신들은 아닌 것 같은데. 뭐하러 여기까지 온 거야? 고작해야 무덤을 도굴하거나 곡식 포대 따위를 훔치러 온 것 같진 않고.”
“저희는 헤젤슈마흐 공께서 개최하신 수렵제에 참여하기 위해 왔습니다.”
흥미를 보인 알레시아가 눈동자를 번뜩였다.
“오, 그래? 어느 제후의 소속으로 참가하는데?”
“현재로선 누군가를 따로 섬기고 있진 않습니다. 수렵제에 참가하는 건 순전히 저희 일행이 전부이지요.”
영애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번 수렵제에 뭐가 걸렸는지 알기나 해?”
토드가 빙긋 웃었다.
“예. 대공 전하께서 헤젤슈마흐 대공가를 상속할 권리를 내걸지 않으셨습니까.”
“알고서 찾아왔으면서 고작 셋이서 도전하겠다고? 이번 수렵제엔 분명 걸출한 제후들이 수행단을 대거 끌고 참여할 거야.”
이에 이스라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답했다.
【안될 것도 없지 않은가. 상대가 백 명을 끌고 나온다면, 본인이 백 명 몫을 하면 그만이다!】
파멸의 기사를 돌아본 알레시아가 일축했다.
“소문을 어디까지 듣고 온 건진 모르겠는데, 수렵제는 신록의 기사가 엮인 탓에 단순히 용맹함만을 시험하는 시련은 아닐 거야.”
【하, 하! 하. 과거 신록의 기사는 목 자르기 내기를 제안했다고 했었지! 본인은 목이 잘려도 죽지 않는 무적의 몸이니, 어떤 시련을 내리더라도 가뿐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팔짱을 낀 알레시아는 재차 반문했다.
“시련을 통과한 뒤엔, 헤젤슈마흐 대공령을 다스리며 출세하는 게 목표야?”
파멸의 기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진정한 기사는 그깟 지위에 얽매이지 않는 법! 신록의 기사가 내린 시련을 당당히 통과한다면 본인의 명예도 드높아지겠지! 그 뒤엔 당연히 이곳을 떠날 것이라네!】
괴상한 표정을 지은 알레시아는 토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지?”
토드는 옅게 웃으며 답했다.
“이스라 경은 무인으로서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이 사명이라고 믿는 분입니다. 저는 그 숭고한 뜻에 감화되어 동행한 것이고요.”
사실 하수인의 고유 서사를 마무리 짓기 위함이지만, 틀린 말은 안 했다.
표정을 일그러트린 알레시아가 쇠렌을 다그쳤다.
“이봐, 북부인. 그럼 당신은 이 사람들을 뭐하러 따라다니는 건데?”
쇠렌이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왜겠소. 씨부랄, 돈 때문에 하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이 정신 나간 여정을 따라댕길 이유가 있겠소?”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한결 강해진다.
“아니, 말이 안 되잖아. 대공 자리는 뒷전이고, 순전히 명예를 얻기 위해서? 몰골로만 봐선 주머니 다 털어도 동전 한 푼 안 나올 것 같은데?”
더욱이 지저분한 곱슬머리에 넝마나 다름없는 망토를 걸친 토드의 생김새가 한몫했다.
쇠렌이야, 뭐. 원래 고풍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알레시아의 시선을 간파한 이스라가 근엄한 투로 말했다.
【어허, 말이 심하시군. 아가씨. 이래 보여도 우린 그대를 구해준 은인이오! 예의를 지키시게!】
나름 자신이 명석하다고 자부하는 알레시아조차 도무지 작금의 상황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마냥 대책 없는 미치광이들이라 치부하기엔 엘프 추방자들을 압도한 강자들이다.
그녀가 쉬이 생각을 정리할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토드는 유연하게 화제를 틀었다.
“허면 헤젤슈마흐 영애께선 어쩐 연유로 봉역을 떠나 이리 외진 곳을 지나가던 중이셨는지요. 소인이 감히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입술을 곱씹던 알레시아가 낮게 중얼거렸다.
“···난 수렵제에 참여할 용병이나 기사들을 모으려던 참이야. 그래 봤자 내 성에 차는 놈들이라곤 하나도 없었지만.”
“오호, 영애께서 직접 사람을 구하셨다고요? 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었습니까?”
이를 간 영애가 즉답했다.
“당연한 거 아냐?! 아무리 신록의 기사같이 대단한 귀신이 튀어나와서 지껄였다 하더라도, 대공위를 누군지 모를 놈한테 넘겨준다니! 난 아버지를 존중하지만, 이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알레시아는 길게 탄식을 흘렸다.
“그토록 강인하신 분이, 언니를 잃은 뒤에 그리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슬쩍 이스라의 눈치를 살펴봤지만, 별달리 흥미가 있어 보이는 눈치는 아니었다. 쇠렌이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자매분이 있으셨소?”
“어. 일라리스 폰 헤젤슈마흐. 내 유일한 자매이자, 누구보다도 기품으로 가득한 사람이었어.”
···정말?
토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흑색 갑주 속에 들어있는 인물의 정체를 알고 있는 입장으로선 이보다 당혹스러운 소리가 없었다.
자신의 자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알레시아는 콧대를 세우며 으쓱였다.
“나 같은 철부지랑 다르게, 언니는 교양도 깊고, 영애로서 소양도 갖추신 요조숙녀였다고. 워낙 흠모하는 사내놈들이 많아서, 혼담이 그치는 날이 없었다니까?”
“그럼 이미 임자가 있으시겠구만. 높은 집안 자제들이야 혼기가 차는 대로 시집을 가는 게 관례이니.”
손을 까딱인 알레시아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우릴 얼마나 아끼시는데. 적어도 언니가 바라는 상대를 고를 수 있도록 기다려주셨다고. 매번 무도회에서 언니한테 차이는 놈들이 한가득이었다니까? 어디 왕국을 다스린다고 수염 빳빳하게 세운 놈들이 언니 앞에서 망신당하는 게 얼마나 웃겼다고. 후흣.”
알레시아가 깔깔댈수록 토드는 내장이 꼬이는 것만 같았다.
‘왜 속이 안 좋지.’
이 세계관에서 과년한 딸의 혼사를 인내해줄 정도라면 관대한 처사 정도가 아니라,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나 다름없었다.
그 정도로 자녀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아버지라니. 점점 두려워진다.
즐거운 기억을 회상하며 싱글거리던 알레시아는 차츰 표정을 굳혔다.
“···그렇다고 언니도 마냥 혼담을 계속 거절할 순 없었어. 우리는 여자들이잖아.”
이스라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 기사의 의무가 명예를 추구해 편력 기행을 떠나는 것이라면, 자고로 계집들의 의무란 가정에서 요리를 대접하고, 튼튼한 아이를 낳는 것이지! 힘과 지식이 기사의 미덕이라면, 풍만한 가슴과 펑퍼짐한 엉덩이가 여편네의 미덕이렸다!】
토드로선 이 촌극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심정이었다.
제발 입 좀 다물어줬으면 좋겠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나머지, 너무 발언이 과격하다. 아니, 시대상을 감안하면 틀린 소린 아니겠지만 지금 상황에 할 소리는 아니지 않나.
눈을 날카롭게 치켜뜬 알레시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뇌까렸다.
“근본 없는 떠돌이 기사답게 무례하고 천박하긴···.”
토드가 황급히 얼버무렸다.
“죄송합니다. 검만 배워서 아는 게 없는 분이십니다. 계속하시지요.”
‘이스라, 제발 이번만 조용히 해주세요.’
【크흠··· 이건 비록 기사도 전집에 적혀있진 않으나, 보편적인 상식일세.】
파멸의 기사를 노려보던 알레시아가 나직이 읊조렸다.
“가문을 잇진 못하니, 서둘러 헤젤슈마흐를 계승할 후계자가 절실했어. 언니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책무를 잘 이해하시는 분이라, 끝내 아벤츨라우 궁중백과의 약혼을 받아들이셨어. 둘 사이의 장자는 헤젤슈마흐의 이름을 물려받도록 가문 사이에 합의했고.”
“···하지만 성사되진 못했군요.”
알레시아는 그늘이 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약혼 전날에 언니가 사라졌어. 듣기론 가문의 보고에서 보관하던 유물까지 들고 갔다는데, 나도 뭔진 자세히 몰라. 언니는··· 그런 무모한 짓을 벌일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스라가 생전에 집안을 뛰쳐나온 발단.
고유 서사와 관련되어 중요한 해답이 될지도 모른다.
“왜 자매분께서 약혼을 거부하고, 가출이라는··· 이런 말씀 드리기도 뭐합니다만, 위험한 모험을 감수하셨을까요.”
미간을 좁힌 채 고민하던 알레시아가 낮게 말했다.
“······책. 언니는 평소에 책 읽는 걸 좋아했어.”
이스라가 반색했다.
기어코 참지 못한 파멸의 기사가 떠벌였다.
【오, 애독자라니! 허면 대공녀께선 기사도 문학이나 유랑 모험담 같은 고상한 서적들도 탐독하셨던가?】
알레시아는 얼굴을 구기며 진심으로 경멸을 드러냈다.
“기사도 문학? 10살배기 남자 꼬마애들이나 읽을 법한 그 유치한걸? 언니는 그깟 수준 낮은 활자조합물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으셨어. 언니는 평소에 「교부 철학론」이나 「대이성론」처럼 학자들도 어려워하는 교양 서적들을 좋아했거든!”
기사도 문학을 폄하한 것으로도 모자라, 특히나 이스라가 기피하는 신학 서적들까지.
대번에 안광을 일그러트린 이스라가 진절머리를 냈다.
【으엑, 심문관이나 읽을 법한 것들을 봤다고? 그런 건 책장이 두꺼워서 장작불에나 던져주면 그만이거늘.】
장작이라는 단어에 기어코 알레시아의 눈이 뒤집혔다.
“교양이라곤 모르는 인간 같으니! 너처럼 뇌수까지 돌덩이처럼 굳은, 야만스러운 사내놈이 뭘 안다고!”
저주받은 갑옷은 장식이나 구조 탓에 겉으로 보이는 덩치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누가 보더라도 저만한 무장은 어지간히 튼튼한 장정이 아니고서야 견딜 만한 무게가 아닌 탓에, 알레시아는 갑옷 속에 들어있는 자가 사내라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실례지만, 그토록 존경하는 언니가 저쪽입니다.’
죽어도 말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