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193
193
되살아나자마자 하는 짓이 낭송이라니. 마르커스는 영 찜찜한 표정으로 우려했다.
【이게 맞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죽이려 들었던, 아니. 죽인 자를 살려낸다니.】
라노의 목을 날려버렸던 장본인은 태연히 장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말했다.
【하, 하! 하. 지극히 사특한 사령술사다운 방식이다!】
마르커스는 슬그머니 눈매를 좁힌 채 이스라를 쏘아봤다.
【막상 사령술사가 죽은 줄만 알았을 땐, 가장 분개했던 것 같은데.】
어깨를 움찔거린 이스라는 이내 안광을 번뜩였다.
【토드는 의도적으로 빈틈을 내어줬다. 그만큼 저 도둑 계집은 확보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나.】
감히 토드를 두 번이나 노렸다는 점에서 이스라의 안광에는 진득한 노기가 서려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분노를 억눌렀다.
【수도원을 습격했을 때도 그렇고, 좀 전의 기습도. 분명 실력 있는 살수임은 틀림없네.】
마르커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역시 수도원을 급습했던 라노가 고깝지 않았다.
【좀도둑이라기엔 지나치게 위험하다. 차라리 죽은 채 널브러져 있는 게 음험한 권능만큼이나 어울리는 결말일 것을.】
낭송이 종장에 접어들었는지 암살자의 시신이 미미하게 약동한다. 그 모습을 보곤 파멸의 기사가 미소를 흘렸다.
【아닐세. 심문관. 우리에게 위협적인 상대였으니 그만큼 하수인으로 부린다면 이보다 유용한 우군이 또 있겠는가.】
마르커스는 새삼스러운 눈길로 이스라를 돌아봤다.
【마치 사령술사처럼 말하는군. 파멸의 기사. 네놈이라면 길길이 날뛰었으리라 예상했는데.】
이스라가 어깨를 들썩였다.
【솔직히 본인도 시신마저 난자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만···.】
토드가 원한다면 자신은 기꺼이 따를 것이다.
【괘씸하게도 토드의 목숨을 노렸으니, 그 죄는 사후에도 갚아야 하지 않겠나.】
부리부리하게 번뜩이는 안광에 마르커스가 혀를 내둘렀다.
흡혈귀는 생전과의 괴리감이 가장 덜한 축에 속하는 고위 망자다. 암살자의 핵심인 은밀한 기동이 저해되는 일은 없을 거다.
오히려 흡혈귀로 거듭나면 전반적인 신체 기능은 인간을 웃돌뿐더러, 종족 패시브인 「미약한 존재」 때문에 암살자의 장기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가뜩이나 그녀가 레벨 99의 초월자임을 감안하면 자칫 자충수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근데 내가 암살자를 육성할 때 괜히 뱀파이어만큼은 꺼린 게 아니거든.’
특화는 필연적으로 범용성과 대치하기 마련.
“라노, 눈을 떠라.”
사령술사는 가사 상태에 잠겨있던 암살자의 의식을 표층 세계로 끌어올린다. 그의 호명에 라노가 핏빛 눈동자를 치켜떴다.
벌떡 몸을 일으킨 암살자는 잽싼 고양이처럼 지면에 착지했다. 물리 법칙이나 신체의 탄성을 무시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정작 그 동작을 수행한 당사자조차 당혹스러웠는지, 와락 얼굴을 구겼다.
“너, 너···! 내 몸에 뭔 짓을 한 거야?”
토드가 입술을 씰룩였다.
“당신도 이대로 죽고 싶진 않았잖아요. 그렇죠?”
마치 감사 인사는 접어두라는 듯, 토드는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저도 당신이 지금 죽는 건 바라지 않거든요. 우리가 협력한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방향으로 판국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겁니다.”
라노가 황급히 단검을 집어 들었다.
“지랄하네! 내가 왜 니랑 손을 잡아? 또 살아났다면, 또 죽이진 못할 거라 생각해?!”
예상했던 대로 반응은 격정적이다. 표정을 굳힌 이스라와 마르커스가 동시에 검을 쥐고 달려나갈 준비를 하기에 가까스로 만류했다.
“당신더러 콘라트를 죽여달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대신, 참칭파에 속한 참모부의 인선들을 처리해주세요. 지휘관들을 처리하면 자연히 군대는 와해되고, 전쟁은 신속히 마무리될 겁니다.”
어차피 황소대공의 성향을 감안하면 직접적으로 그를 노리는 건 현재로서 요원하다. 우선 곁가지부터 쳐내며 그를 중심으로 결집한 세력을 차근차근 뒤흔들 작정이었다.
뒤틀린 육신을 가누는 게 쉽진 않았는지, 라노가 비틀거렸다.
“···꺼져. 내가, 뭐하러 콘라트를 배신하고, 너랑···.”
‘확실히 플레이어라 그런가. 자체적인 정신 보정치가 있는진 몰라도 쉽게 사역되진 않네.’
하지만 예비 장치는 확실하게 걸어뒀다. 히죽 웃은 토드는 대뜸 단검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긋곤, 주먹을 쥐어 보였다.
“낯빛이 유독 창백한 걸 보니 빈혈 끼가 좀 있으신 것 같군요.”
똑. 똑.
즉각 라노의 동공이 요동쳤다.
“목이 좀 마르지 않으십니까?”
놈의 말대로였다.
유독 손아귀에 맺힌 핏방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째서인지 맑은 샘물이나 포도주보다도 갈증을 해소하기엔 저만한 게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원인 모를 충동이 극렬해질수록, 덩달아 잇몸도 시큰거린다. 혓바닥으로 구강을 훑어보니 송곳니가 자라나 있었다.
[당신은 ‘토드’의 혈액을 갈구합니다. 피의 갈증은 심화됩니다.]글귀를 목도한 라노가 사납게 일갈했다.
“이, 씹새끼가···! 날, 뱀파이어로 만들어 놔?”
토드는 태연히 너스레를 떨었다.
“저와 달리 당신은 영혼 목걸이의 정당한 소유자가 아니기에 수혜를 입진 못하거든요. 정신은 살아있더라도, 육신은 소생하지 못합니다. 제가 아니라면 당신은 영영 나무토막 신세로 지내야 했던 셈이죠. 정신은 고성소에 갇힌 채.”
예의 고성소는 여태껏 자신에게 살해당한 모든 이가 튀어나와 항소하던 곳. 거기 꼼짝없이 갇혀있어야만 했다니 라노의 몸이 벌벌 떨렸다.
“그나마 망자 중에선 재현율이 높은 뱀파이어로 살려드린 건데, 이토록 제 사려 깊은 배려를 알아주시지 못할 줄이야. 안타깝군요.”
토드가 장난스럽게 손을 휘휘 흔들자, 빨간 눈동자도 고스란히 따라온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가뜩이나 느린 맥박은 점점 무겁게 라노의 의식을 두드렸다.
그렇다고 저 새끼의 피를 마시자고?
[피의 갈증은 심화됩니다.]하지만 너무 달콤해 보이는데.
멀찍이 떨어져 있음에도 비릿한 혈향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흡혈귀로 거듭나면서 오감이 면도날처럼 선연했다.
죽은 이들, 사방에 피 흘리며 스러진 이들이 가득했음에도 육신은 오로지 저놈의 피만을 바란다.
사령술사가 걸어둔 수작은 단순히 종족을 멋대로 바꿔놓은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놈은 자신에게 피의 저주를 걸어놨다.
더 무서운 점은 저 세례를 받아들인다면, 자신은 영영 굴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
라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너, 너!”
애써 헛구역질을 참아낸 라노는 이마의 혈관을 돋우며 소리쳤다.
“역겨워! 진짜 역겹다고! 네가 사람이야! 이딴 짓거리를 벌여놓곤, 이 땅을 악마들로부터 지켜내자고 지껄여?! 이 위선자 새끼야!”
암살자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사령술사는 묵묵히 웃었다.
“따지고 보면 나 자신에게 수혈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레벨 99의 강자를 휘하에 거두려는데 이보다 값싼 계약 비용도 없지 않습니까.”
신뢰도 낮은 계약보단 확실한 구속이 더 효과적인 법이다.
[피의 갈증은 심화됩니다.]흡혈 충동은 원작에서도 강력한 디버프였다.
그간 이 땅에서 무수한 피로 벼려진 암살자의 정신조차 흔들릴 정도.
라노는 숫제 흐느끼듯 시름했다.
위태로운 그녀를 향해 토드가 속삭였다.
“라노, 내 피를 마셔.”
무방비하게 내민 손. 라노의 입가에 침이 흘렀다.
“엔딩의 보상이 어떤 소원이든지 이루어지는 거라고? 네 목적이 원래 세상으로의 귀환이라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
“······!!”
“넌 돌아가. 난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거든.”
“···보상을 포기하겠다고?”
사령술사의 입가가 가늘어졌다.
“당연하지. 이 땅에 떨어진 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한 보상이야.”
핏물이 창백한 손목을 타고 흘러내린다. 아, 저 아까운걸.
“콘라트도 결국 이 땅의 피조물에 불과해. 그가 아무리 세속에서 대단한 권세를 지녔다 한들, 우리가 이 세상에 대해 지닌 지혜를 이겨낼 순 없어. 네가 보았듯이, 그가 데려온 드래곤마저 끝내 내 손에 쓰러졌잖아.”
아즈트룽엔은 쌕쌕 콧바람을 몰아쉬며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꼴이었다.
“여태껏 나를 적대했던 행동이나 태도도 용서해줄게. 우리 플레이어들끼리 손을 잡는다면 엔딩도 식은 죽 먹기거니와, 무저갱의 존재들도 두려울 게 없어.”
애당초 원작의 설계도 경쟁을 유발하는 구조는 아니었다. 게임이 세상으로 구현된 시점에서 재화나 자원은 한정되어 있지만, 토드가 보기에 플레이어들 간의 충돌은 도리어 불필요한 고갈을 가속화할 뿐이다.
굳이 제로섬 게임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
“지금부터 너와 난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하는 거야. 피를 통한 의식은 단지 내 목숨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불과해.”
토드는 주변의 하수인들을 가리켰다.
“내 하수인들은 단순히 나를 섬기는 하인이 아니야. 그들과 마찬가지로 너도 계약을 맺는 거지. 너는 내게 협력하고, 그 대가로 나는 너에게 엔딩의 보상을 양도하고, 귀환을 약속한다.”
달콤해 보이는 피만큼이나 솔깃한 제안.
“어때?”
라노가 연신 입술을 훑었다. 집요한 흡혈 충동 속에서 이지를 내던지지 않고 짐승처럼 달려들지 않는 것만으로 토드는 그녀의 정신력을 높게 샀다.
비록 입이 거칠고, 까다로운 성미가 있어도 포텐만큼은 확실하다.
토드는 손을 들어 쓰러진 드래곤을 가리켰다.
“만약 여기서 네가 내 제안을 거부한다면, 저 드래곤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을 거야. 지금 선택해.”
파멸의 기사가 드래곤의 폐부에 장검을 겨눴다. 토드의 명령이 떨어진다면 작은 북처럼 울리는 용의 맥박이 단숨에 끊어질 것이다.
끝내 갈등하던 암살자는 무겁게 입을 떼었다.
“······난 아무도 믿지 않아. 내가 이 거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내 판단과 운 덕분이었어. 이제 와서 내 운명을 너한테 의탁하라고?”
그녀의 발치에 주사위가 떨어졌다.
라노가 중지를 들어 보이며 으르렁댔다.
“좆까! 내가 너와 협력하는 일은 없을 거다! 사령술사! 난 여태껏 날 방해하던 놈들은 죄다 철저히 죽여왔고,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왔어!”
암살자의 사지가 박쥐로 흩어지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마르커스가 성검에 빛을 실으려 했으나 토드가 제지했다.
“너도 반드시 죽여주마!”
박쥐 떼는 메아리를 남긴 채 사라졌다.
암살자가 달아난 걸 보곤 가차 없이 이스라가 장검을 찔러넣었다.
가늘게 숨 끓는 소리를 흘리던 드래곤은 지면에 축 늘어졌다.
파멸의 기사가 칼날을 거둬들이며 물었다.
【왜 보내준 건가? 저 불온한 계집이라면 필시 자네에게 해악으로 돌아올 텐데.】
토드는 베인 손바닥을 아마포로 감싸며 대꾸했다.
“라노는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 흡혈귀는 피를 마시지 않고는 생을 영위할 수 없는데··· 제 피가 아니고선 갈증을 해소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해뒀거든요.”
다른 이의 피를 마시더라도, 갈증을 바닷물로 해갈하려는 것처럼 도리어 말라갈 거다. 거기에 오랫동안 해소하지 못한 흡혈 충동은 각종 광증까지 유발한다.
분명 라노는 콘라트가 거느린 요인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만큼 긴밀하게 관리할 텐데, 과연 해악을 미치는 건 어느 쪽일까.
음흉한 미소를 삼킨 토드는 거대한 잔해를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은 저기 갇힌 참칭파의 잔존 병력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겠지요.”
적색 군기를 치켜든 존황파의 전령과 더불어 토드 역시 흑색 깃발을 거느리고 당당히 고센발트의 성문으로 나아갔다.
“역도의 잔당들이여! 네놈들의 수장인 콘라트는 이미 도주했다! 자비롭게도 카이저께선 항복한다면 네놈들의 목숨을 보장하실 용의가 있다 고하셨노라!”
그러자 성벽 위에서 날 선 대답이 돌아온다.
“막시밀리안은 우리의 카이저가 아니다! 찬탈자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에겐 신의 저주가 있으리니! 전하께선 군대를 결집하여 우리를 구하러 돌아오실 것이다! 우린 여기서 황소처럼 굳건하게 맞서리라!”
토드는 빙긋 웃으며 전령을 돌아봤다.
“아무래도 항복할 의사가 없는 듯합니다.”
펄럭···.
유유히 울려 퍼지는 날갯짓 소리.
점차 동이 터오는 고센발트 위로 다시 밤이 드리워졌다.
성문에서 멀어진 토드가 제일 먼저 아마포를 덮자, 전령들 역시 천으로 입가와 코를 감쌌다.
비록 말 오줌을 축축하게 적셔놓은 탓에 냄새가 지독했지만, 목숨을 건지고 싶다면 순순히 따르는 게 좋을 거라는 사령술사의 당부가 있었다.
“반란군들에겐 죽음을.”
요새의 상공에 떠오른 시체용이 주둥이를 젖혔다. 대지를 울리는 포효도, 가시적으로 위협이 판별되는 세찬 불길조차 없었다.
제 살마저 좀 먹으며 끓어오른 맹독 숨결이 성벽 위로 쏟아졌다.
존황파는 한 명의 사상자 없이 손쉽게 고센발트를 점거했다.
수성 측에서 생존자는 없었다.
///
사령술사의 등장 이후로 참칭파의 교전 방침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대규모 회전, 야지에서의 정면 싸움은 피할 것.
제국 내 권역에는 지리적 경계와 무관하게 참칭파와 존황파를 지지하는 영주들이 엇갈렸다.
복잡하게 얽힌 권역령을 수시로 누비며 전쟁을 지연시킬 작정이었다.
“···전하. 최근 군영에서 흉흉한 소식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대장의 보고에 콘라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기존에는 말이나 거위, 닭 정도에서 그쳤던 걸로 모자라, 이젠 시중들이나 병사들까지··· 오밤중에 주둔지를 들쑤시는 그림자를 목격했다는 이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
간곡한 목소리에도 침묵을 고수하자 연대장이 분통을 터뜨렸다.
“벌써 그 계집에게 죽은 작전 장교만 열 명이 넘습니다! 병사들 사이에서 신의 저주가 도래했다는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고요!”
참칭파 군대 내부에서도 서열이 높은 고위 귀족들은 라노가 암암리에 콘라트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고센발트에서의 패전 이후, 간신히 복귀한 라노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는 건 익히 짐작했지만, 그녀의 기행은 점점 콘라트가 두둔해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전하. 이단심문관을 불러야만 합니다. 이러다간 카이저의 금고가 바닥나기 전에 아군의 군기가 무너질 겁니다!”
한숨을 흘린 콘라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그녀를 직접 만나보겠네. 일단 놋그릇수도회에도 연락을 보내 장엄 구마 의식을 행할 수 있는지 여쭤보게나.”
놋그릇수도회는 앞뒤를 가리지 않는 광신적인 성향 때문에 교구들 사이에서조차 논란이 많은 집단이나, 실행력이나 흑마술 행위에 한해선 단호한 응징으로 명성이 높았다.
비로소 연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 안토니오께선 오래도록 제국의 악을 멸해오신 분이시죠. 그분의 믿음을 따르는 자들이라면, 분명 방도가 있을 겁니다.”
콘라트는 회의적이었다.
신은 이미 이 땅을 저버린 지 오랜데, 저 지독한 저주를 풀어낼 수 있을까.
허리춤에 맨 검집을 움켜쥔 채, 대공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