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228
228
각다귀 머리를 단 주제에 케셍달은 박식했다. 포획한 대악마 중 집중적으로 심문을 받은 대상이었다. 놈은 관념으로 얽힌 무저갱의 지리를 최대한 필멸자의 시선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해줬다.
‘여기가 진노의 궁성이랬나.’
명칭과 달리 심부에 가까운 느낌이다.
둔중한 고동이 기저부터 천장까지 거슬러 올라 홀 바깥의 회랑과 무수한 심실 너머로 메아리친다. 불규칙적으로 울리는 반향이 가닥으로 엮인 층계를 드러냈는데, 수 세기에 걸쳐 퇴적된 영혼들이 투견처럼 뒤엉켜 악다구니를 쏟아내고 있었다.
초입에 머무르는 이들이 알아들을 순 없어도 언어로나마 아우성친다면, 심도가 깊어질수록 발성이 와해되고 으르렁대는 우짖음에 가까워진다. 종래에 이르러선 저주파로 변모하여 음성이 곧 현실을 뒤트는 권능으로 자리매김한다.
발성의 고저나 발신원 위치로 추측건대 아마 목소리만 달라지진 않았으리라.
‘환상···같진 않네.’
눈앞에 있는 존재가 속임수를 즐겨 쓰는 유형으로 보이진 않는다.
아마 화산에 존재하는 모든 금덩이를 던져놓고 통째로 녹인다면 저런 빛을 발산하지 않을까.
느닷없이 발화했다가, 급작스럽게 식어버리고. 찰나에만 수백 번 가까이 명멸하는 불빛은 관찰자의 안구를 증발시키기에 충분해 보였다.
저걸 육안으로 마주하지 않아 망정이었다.
“지체 높으신 분과 이렇게 독대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리 초월적인 존재들이 섭리의 영역 밖에서 노닌다지만 전조 없이 소환하다니.
토드의 눈높이론 권좌에 걸터앉은 발치 끝자락만 간신히 볼 수 있었다. 까마득히 거대한 형상이 뇌까렸다.
《한낱 개미쯤이야 신경 쓸 일도 없지만···》
몸뚱이가 절로 휘청인다. 토드는 간신히 중심을 다잡았다.
《의식조차 않던 미물이 대문을 두드리며 소동까지 피우고 있다면 사안의 경중이 달라지는 법.》
아무래도 관문을 점거한 게 집주인의 신경을 거스르기엔 충분했던 모양이다.
토드가 빙긋 웃었다.
“그건 확실히 문제 될만한 일이긴 하네요.”
태연히 맞장구치는 모습에 굽어보는 시선이 오묘해졌다.
이 정도면 당돌한 정도가 아니라, 어딘가 엇나간 느낌이다. 눈알 파인 놈이라 초점의 방향이 의뭉스러운 건 둘째치고, 아무리 권세를 투사하더라도 속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놈에겐 이미 베일이 짙게 드리웠다.
그토록 흉험한 거미가 총애하는 대리자.
군주가 입가를 씨근거렸다.
《두렵지 않나?》
여전히 웃는 낯을 들여다볼수록 어째 등골에 오한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내가 손짓한다면 차양막을 거두고, 여기 우글거리는 놈들에게 네놈을 던져줄 수 있다.》
“자비로우시군요. 전하께서 보시기에 극히 하찮은 미물이 이토록 건방지게 굴었다면, 직접 갈기갈기 찢어발기더라도 성에 차지 않으실지언대.”
차라리 맞서거나, 겁을 낸다면 모를까 순순히 시인하면서 대놓고 죽여달라고 나오니 기가 찬다.
《그렇다면 네 사체는 물어뜯기고, 혼을 잡아다 솥에 넣어- 천년기 동안 울부짖는 걸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하마.》
능지처참에 거열형 천년이라니. 아마 여기가 지옥인 걸 감안하면 중간에 살을 벗기거나 유황으로 양념치는 조미 과정도 포함되겠지.
생각해보니 그건 지상에서도 꽤 빈번한 일이라 지옥이라면 더 매콤한 숙성 방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저갱의 심문 방식이 어떨지 흥미롭긴 하지만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컨텐츠까진 아니네요.”
《컨텐츠···?》
사령술사는 품에 넣어뒀던 보자기를 주섬주섬 끄집어냈다. 대번에 군주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가급적 대화로 원만히 해결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런 흉악한 걸 들고 대화라니.》
토드가 어깨를 으쓱였다.
“강대하신 전하에 비견하면 한없이 미력한 태생인지라. 이런 수단을 쥐고 회담에 나서는 걸 이해해주시길.”
이것은 수류탄, 아니. 악마들에겐 반중력 폭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적어도 성스러운 건 매한가지니 그렇다고 해두자.
어쨌든 까불면 다들 공평하게 구주 곁으로 가는 거여.
아마포 사이로 흘러나오는 기류에 군주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만한 편린을 미물의 몸으로 지고 온 건 가상하나, 발현하기도 전에 널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
선수들끼리 왜 이러실까. 애당초 불러내는 즉시 쳐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 겁박이 공허한 건 자명했다. 무저갱에서도 가장 충동적인 놈들을 부리는 우두머리치곤 혓바닥이 좀 긴 것 같은데.
토드가 입술을 훑었다.
“제 명줄과 이 조각을 이어뒀습니다. 숨이 끊어지는 즉시, 여기 내재된 신성이 분출되겠죠.”
혹여 돌발 상황에 대비하여 안전장치까지 단단히 구비해뒀다. 토드가 슬쩍 엄지 토막을 들어 올렸다.
부욱-
허공이 찢어지더니, 미세한 틈새 너머로 맹렬한 잔광이 새어든다.
《그만!》
다급한 한마디에 토드 역시 천을 덮었다.
별놈 다 보겠다는 시선으로 응시하던 군주가 혀를 찼다.
《원하는 바가 뭐냐.》
이제 좀 말이 통하시네. 내심 필멸자 놈과 협상 따윈 없다며 길길이 날뛸까 봐 쫄렸는데, 역시 폭탄 목걸이야.
“휘하 권속분들이 지상에 왕래하시는 것까지 막진 않겠습니다. 단, 요청에 의한 소환이 아닌, 자발적인 강림은 자중시켜주셨으면 합니다.”
횃불 같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의외군. 일찍이 너 말고도 처소에 발을 들여놨던 놈은 완전한 멸절을 바랐었거늘.》
잠시 숨을 고른 사령술사는 운을 떼었다. 첫마디부터 심상치 않았다.
“여러분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저게 정녕 무저갱을 다스리는 지배자 앞에서 꺼낼법한 소리인지 의문이었다.
“여전히 흥미로운 것들이 가득한 땅인데. 그걸 몽땅 잿더미로 만들 궁리만 하는 분들이 좋게 보일 리 없죠···”
말꼬리를 흐린 토드가 입꼬리를 추켜올렸다.
“그렇다고 무저갱이 없어지는 걸 바라진 않습니다.”
군주는 턱을 괸 채 되물었다.
《네겐 거미뿐만 아니라 까마귀, 황성, 심지어는 광대 놈의 안배까지 있는데, 그네들의 호의를 저버리겠다고?》
“제가 섬기는 건 오로지 어머니뿐입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어머니께서 제게 내린 사명만큼은 명확하죠.”
오르카사는 죽음을 관장하지만, 역설적으로 생명의 무게 또한 강조한다. 생명 없인 죽음도 잉태되지 않는다.
“흑색 학파가 존속하기 위해선, 아직 공동의 적이 필요합니다. 하여 저는 현상유지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듣기론 오랜 숙적이었던 교단 놈들과도 협력한다던데. 교섭을 시도한 게 알려진다면 네 알량한 탑이 무사하리라 보는가.》
악마의 속삭임에 토드는 빙긋 웃으며 일축했다.
“무릇 전하께서 무저갱을 다스리는 군왕이시라면 권좌의 무게만큼이나 말씀 또한 깊으리라 믿겠습니다.”
설마 지옥의 왕이시라면서 밀화를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진 않으시겠죠?
상대의 권위를 존중하는 한편, 그로 하여금 묶어버린다. 은근히 교단과 학파를 갈라놓으려는 이간질을 태극권으로 흘려보내니 군주도 할 말을 잃었다.
《거미가 지독한 아가리를 키워냈군. 여전히 껄끄러운 계집 같으니···》
어머니의 보살핌과 무관하게 자신은 원래 이랬지만, 굳이 학을 떼는 군주에게 정정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격렬하게 끓어오르던 불길이 잦아들었다.
《네 요청을 윤허하겠다.》
토드의 얼굴에 화색이 돌던 차에, 군주가 읊조렸다.
《허나.》
코앞에 몰아치는 포효들이 있었다. 수백, 수천, 수만의 헤아릴 수 없는 이들의 격분한 목소리가 미미한 피조물의 영혼을 폭풍처럼 헤집고 지나간다.
토드는 혀를 깨문 채로 끊임없이 목에 걸린 성물함의 서늘함을 되뇌었다.
《계약의 기한은 한시적으로 국한한다.》
“어차피 전하를 비롯한 권속들은 불멸에 가까우신 분들이니, 배포에 맞게 1000년으로 하시죠.”
이놈은 일개 하루살이나 피조물 따위가 아니다. 분노를 쏟아내거나, 권능을 내비쳐 겁박하는 따위의 행위가 일체 무의미했다. 도리어 불가사의함까지 느껴지는 탓에 슬슬 면전에서 치우고 싶은 마음이 치민다.
군주는 손가락을 들어 토드를 가리켰다.
《토드 셔우드. 네 생명의 고동이 멎을 때까지만이다.》
살아있는 동안이 아니라, 생체 활동이 정지한 시점을 기한으로 제시할 줄이야. 아무래도 망자로 일으켜 조건을 우회하는 꼼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거겠지.
“박정하시군요. 저 같은 파리 목숨 필멸자가 살아봤자 얼마나 산다고. 전하의 생애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한 때일 텐데.”
가볍게 무시한 군주가 덧붙였다.
《더불어 내 권속들은 교섭에 동의하지 않을 거다. 특히 앙갈라툼은 네 머리를 뽑아 내게 진상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지.》
“아, 그 녀석이요? 잘린 뿔은 아덴티아 포스텔룸에 기념품으로 잘 보관하고 있다 전해주세요.”
《놈들은 가장 극렬한 분노와 들끓는 정념으로부터 창조된 인퍼날 부케루스들이다. 놈들을 부러뜨리고, 교섭의 당위성을 직접 보여라.》
토드는 볼을 긁적이며 대꾸했다.
“전하의 의지는 무저갱에서 절대적이라 생각했는데, 가신들이 제멋대로 구는 건 어째 지상이랑 다를 바 없네요.”
군주가 팔걸이를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군림하는 건 생각보다 골치 아픈 일이지. 나라고 이 쓸데없이 크기만 한 의자를 차지하고 싶어서 앉아있는 게 아니다.》
어째 절대자에게서 상급자들만의 애환이 느껴진다.
“그러면 전하께서 권좌를 차지하셨던 것처럼, 그들에게 무력으로 의지를 관철하시지요. 무저갱은 그런 생태로 돌아가는 곳이 아닙니까?”
토드의 물음에 군주가 답했다.
《영영 처소도 이대로 머무를 순 없지. 우리의 본분은 짐승이 아니었다.》
“허면 지상에서 추앙받던 옛 영광을 복권하기 위해 군세를 결집하시려는 지요.”
악마들의 주적은 현재 지상에서 숭배받는 신들이다. 지상에 기어 나오는 개체들은 일종의 폐지나 줍고 다니는 척후대 개념으로, 저들도 괜히 신들의 끄나풀인 피조물을 상대로 전력을 소모하는 건 원치 않는다.
그런데 군주가 의아한 대답을 내놓았다.
《너희가 우리를 들여다본 것처럼, 우리 또한 너희를 들여다보았다.》
맥락을 짚지 못해 토드의 눈매가 가늘어진 사이, 군주가 덧붙였다.
《신들이 없는 세상. 게다가 이곳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필멸자들이 우글거리는 땅이니 이보다 더한 옥토가 있겠는가.》
토드는 고개를 기울인 채 뇌까렸다.
“거긴··· 여기보다도 공략하는 게 녹록지 않을 텐데요.”
그제서야 군주의 입가가 비뚤어졌다.
《우리의 형상은 인식한 대로 굳어진다. 너희가 우리를 지하의 마귀로 믿기에 이런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애당초 강렬하게 휘발된 감정의 잔재들이라 피조물들의 의식 사고에 따라 외형이 가변적이라는 건가.
이 땅의 세계관은 중세 끝자락이라, 실재가 모호한 사념체, 악마나 신 따위에 대한 개념이나 인식이 한정적이다.
대단 해봐야 뿔 달린 놈, 입에서 불 뿜거나, 채찍과 철퇴를 휘두르는 정도에서 그치는 거다.
‘하지만··· 거기라면.’
《저상의 외신들이 우리를 대대적으로 격하시킨 건 교활한 술수였다. 허나 간섭이 미치지 않는다면, 우린 무엇이든지 될 수 있지.》
“그걸 제게 굳이 설명해주시는 저의를 여쭤봐도 될까요.”
《너희가 이 땅에 도래함으로써 여길 구원했을진 몰라도, 비롯된 곳까진 구하지 못할 거다.》
군주는 확신에 찬 시선으로 토드를 응시했다.
《넌 이 땅을 너무나 사랑하니 돌아가지 않을 테고. 여기서 거머쥔 권세와 영광을 포기하지 못하겠지. 하물며 절대자들도 손에 쥔 것을 놓지 못해 몸부림치지 않나.》
정곡을 찔린 토드는 표정을 수습했다.
고향과 이 땅. 저울을 기울이자면 어느 쪽으로 향할진 명백했다.
《절망하고, 분개하여라. 미약한 피조물아.》
악마가 조소했다.
《너희의 번민은 그것만으로 우리의 양식이다.》
자신이 기억하는 고향은 흉악한 괴물이나 악마가 없어도 이미 각박한 땅이었다. 무저갱의 군세가 들이닥친다면 어떤 파급을 불러일으킬진 예상 밖의 영역이다.
물산은 여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되었더라도, 정신적 방호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빨을 드러낸 토드가 끈에 검지를 걸었다.
“만약 제가 여기서 판을 엎고, 그냥 당겨버리겠다면요?”
《네가 그리 하지 않으리란 건 안다.》
형체를 바로 세운 군주가 거만스럽게 토드를 훑어내렸다.
《네가 목숨 바쳐 지키려는 건 이 땅이지, 이미 등진 세상이 아니지 않나.》
“······.”
고개를 떨군 토드 앞에 인피 두루마리가 길게 늘어졌다. 적어도 계약서에 허위 조항은 없었다. 토드는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다.
《상기 조항은 나, 전신 네르갈의 이름으로 보장하노라.》
혈액으로 찍힌 지장 옆으로 유황을 달인 낙인이 새겨진다. 두루마리를 갈무리하는 토드를 향해 문득 군주가 말했다.
《네 투사에게 감사하여라. 토드 셔우드. 그 전사의 무위가 적잖게 나를 기쁘게 하였으니. 덕택에 교섭을 승낙한 것이다.》
이스라를 언급하는 말에 토드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스라는 너 같은 옛 잔재를 알지도 못해.”
격한 반응에 군주가 어깨를 들썩였다.
《분노는 전사의 원천···. 아무리 명예나 용기 따위로 치장하더라도, 그 본질은 폭력이다.》
왜 무저갱 원정을 시도했던 안톤이 무너졌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신앙과 무관하게 존재한다. 처소가 사라지더라도 다른 형태, 다른 이름으로 질긴 여생을 영속하며 피조물들의 그림자를 거니겠지.》
군주는 냉소를 흘렸다.
《그게 만신전의 신위를 포기하고, 밑바닥에서 무지렁이들의 탁류를 핥아먹으며 연명한 대가다.》
무저갱의 원천은 피조물들의 부정적 사념. 안톤은 이런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려 시도했던 건가.
‘하지만 그런 감정들이 삶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측면도 있지. 그게 모두 거세된 세상에 의미가 있나.’
《앞으로도 너를 지켜보겠다. 토드 셔우드.》
군주가 축객령을 내리듯 손을 내저었다.
불려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갈 때도 일방적이었다.
눈을 깜빡이자 토드는 전술 회의를 내리던 군막에 앉아있었다.
군주와의 대면이 꿈처럼 느껴졌지만, 손에 쥔 두루마리로부터 선명한 열기가 치민다.
‘···애당초 내 협박이 통한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이용당한 걸지도. 괜히 자기 정적들만 대신 숙청해주고, 지구로 가는 좌표까지 찍어준 건가?’
덕분에 이 땅의 영혼들을 소모하며 전면전을 펼칠 필요는 없어졌지만, 고향엔 여기서 벌어졌던 것보다 더한 불길이 번질지도 모른다.
토드는 입술을 곱씹었다.
‘마음에 안 들어.’
게다가 농락당하면 반드시 갚아주는 게 자신의 성미.
‘어떻게 하면 그 자식한테 엿을 먹일 수 있을까.’
앙갈라툼의 군세를 상대하는 것보다도 중요한 사안이었기에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창백한 얼굴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야, 너 어디 처 갔다 왔어?”
“잠시 진실의 방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요.”
헛소리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라, 라노는 굳이 캐묻지 않고 목 소매를 펄럭였다.
“시원하게 그림자에 잘 들어가 있었는데, 뜬금없이 네가 딴 데로 이동해서 여기 공기를 쫴야 했잖아. 흡혈귀더러 지옥의 열기를 버티라니. 미친 거 아냐? 어이없어. 진짜.”
툴툴거리는 라노를 빤히 바라보던 토드가 물었다.
“라노,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변함없죠?”
막 그림자를 부여잡고 발을 들이밀려던 라노는 쌍심지를 떴다.
“시발, 왜?! 설마 여기까지 와서 같이 남아달라는 건 아니지? 진짜, 지랄옘병하지···”
격렬한 항의에 안심이 간다. 토드가 히죽 웃었다.
“돌아가더라도, 역시 평범하게 사는 건 재미없겠죠?”
너, 악마 회 좀 썰어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