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24
024
토드의 경비견들은 성과를 거뒀다.
곳곳에 흩어진 적의 은신처를 찾아냈고, 집결지에 매복하던 소규모 부대를 번번이 패퇴시켰다.
토드와 하수인들이 별동대로 기동한 덕분에 변경백의 본대는 거침없이 진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일이 발생했다.
“기이하군요.”
그의 눈앞에는 비쩍 말라붙은 유해들이 널려 있었다.
구울이 된 늑대인간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수명이 훨씬 짧았다.
길어봤자 삼일 남짓이었다.
비대하게 부풀었던 육신은 쪼그라들었고, 털은 하얗게 샜으며, 발톱은 부러졌다.
【흐음, 이들도 서약병들처럼 방부 처리를 하면 좀 더 오래 버티지 않겠는가?】
토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보아하니 구축된 육신이 본연의 생명력을 무리하게 끌어오는 모양입니다. 제가 이들의 내구성을 보완할 방법은 없군요.”
계속 죽은 늑대인간들로 충원하고 있지만, 점점 붕괴하는 간격이 가팔라지고 있다.
【그런가? 아쉽군. 이놈들은 선봉으로 쓰기에 적격이거늘.】
이스라의 눈에는 구울들이 적당히 덩치 큰 사냥개 정도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무력화된 놈들을 매장한 뒤, 본대에 따라붙은 토드는 자연스레 일행이 모인 불가에 합류했다.
구울들을 곁눈질한 쇠렌이 몸서리쳤다.
“아무리 아군이라지만, 저놈들이 새벽에 우는 소리는 소름이 끼치더군.”
“원래 구울들이 제일 활발히 움직이는 시기니까요.”
문득 피에트가 솥단지에 밀어넣는 식재료들에 토드의 시선이 끌렸다.
“그러고보니 토마토와 감자는 어디서 나는 겁니까?”
“그게 뭔소리여? 흑마법사 양반.”
“저 작물들은 바다 건너에서 들여온게 아닙니까?”
자신이 이상한 건가 싶어 토드의 말을 곱씹어본 쇠렌이 혀를 찼다.
“허, 이 양반. 순무, 양배추, 양파, 감자, 토마토, 옥수수. 이런 것들이 밭에서 흔히 자라는 작물인 건 상식이잖소.”
토드는 금방 납득했다.
“아하. 그런 설정이었군요.”
사령술사가 이따금 생뚱맞은 구석에서 무지를 드러냈던 지라, 일행은 딱히 이상하게 여기진 않았다.
그를 상대로 지적 우위를 점했다는 생각에 괜히 콧대가 높아진 쇠렌은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그나저나 게티그, 그 양반한테서 또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지. 듣기론 이리공한테 딸내미가 하나 있는데, 한창 장성했음에도 한 번도 혼담이 오가질 않았다더군.”
“영애의 나이가 어떻게 된 답니까?”
표정을 찡그린 쇠렌이 손가락을 헤아렸다.
“음, 대충 스물둘을 넘겼다고 했나.”
즉각 토드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과연. 실로 오싹한 이야기로군요. 무릇 혼기를 놓친 여인의 한은 10년 묵은 영가에 맞먹죠. 저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입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카리나가 어이없다는 듯 반문했다.
“그 정도면 아직 창창한 나이잖아. 그게 뭐가 이상한데? 요즘 제도에선 더 미루는 경우도 많아.”
쇠렌이 혀를 찼다.
“이래서 제도 사람들이란! 그쪽 동네는 예전에 구더기 낀 치즈 따위가 유행한 걸 보면, 요상한 관습에 집착하면서 순 자기네들은 잘났다고 으스대는 머저리들 뿐이야. 아, 내가 보기엔 분명히 썩은 걸 좋다고 처먹고 있는 꼴인데, 거기서 뭔 풍미가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더라고.”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싶어 장황하게 비유를 드는가 했다.
“마찬가지로 사내 놈이나, 계집년이나, 나이를 먹을수록 풍미가 생기는 게 아냐. 일단 스물을 넘기면 우리는 그걸 가리켜 썩은 치즈처럼 상했···”
현지인의 터무니없는 망발에 토드조차 경악했다.
이번엔 토드가 눈치껏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카리나의 눈동자에 살기가 어리자, 피에트가 황급히 덧붙였다.
“마법사 아가씨는 중앙에서 오셨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 다만 여긴 변방이라네. 이런 지방 유력가의 따님들은 흔히 약관이 되기도 전에 약혼부터 맺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걸 감안할 필요가 있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뭔가 사정이 있는 거 아냐?”
여전히 카리나가 납득하지 못한 표정을 짓자 피에트가 답했다.
“그나마 아들은 어디 유력 제후의 도시에 유학을 나가서 가끔 왕래하는 걸 봤다는데, 영애는 여태 한번도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하네.”
그 말에 토드가 고개를 기울였다.
“어딘가 결함이 있다 하더라도 이야기 정돈 나올 법하지 않습니까? 이리공의 지위를 감안하면 혼사에 문제가 없을 텐데요.”
헛기침한 쇠렌이 불씨를 들쑤셨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쪽에 돌던 얘기인데, 영애가 지독한 광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더군.”
카리나 역시 의아해 보였다.
“요즘 시대에 아직도 광증을 겪는다고? 적절한 약물치료나 사제님의 방문은?”
고개를 저은 쇠렌은 다소 의미심장한 말을 흘렸다.
“듣기로는 그 집안이 교회와의 접촉을 일체 피한다고 하더구만. 그래서 사람들은 그라워볼프 가문이 저주받은 게 틀림없다고 의심하고 있고. 단순히 상상력 좋은 인간들이 괜히 소문을 부풀리는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만···.”
마침 구울들이 으르렁거리자, 몸을 떤 쇠렌이 옷자락을 여몄다.
“이번에 분쟁을 일으킨 이리공도 뭔가 석연치않은 구석이 많잖아. 그토록 신중하다던 인간이 우발적으로 싸움을 건 것도 그렇고, 늑대인간도 돌아다니는데 그 핏줄이 오락가락해서 그런거 아니냐는거지.”
“변경백 쪽에서 의도적으로 흘리는 소문 아닌가? 원래 이런 제후들 간의 양상에서 온갖 트집을 잡고 상대방을 헐뜯는게 드문 일은 아니지 않나.”
피에트의 지적에 토드가 부정했다.
“글쎄요. 제가 보기에 변경백에게 그럴 만한 역량은 없습니다.”
“그래도 명분은 어떻게든 만들어놔야 나중이 편안해질 거 아닌가.”
쇠렌이 코웃음쳤다.
“그 양반은 밑에 부하들 단속시키느라 정신도 없을 거요. 오죽하면 남들 다 보는 데서 대놓고 저들끼리 쌈박질을 벌이더만. 그 꼬라지를 보니 왜 여태 이리공한테 밀렸는지 알겠소. 대체 누구랑 싸우려고 왔는지 모르겠어.”
그 부분에 대해선 피에트도 할 말이 없는지 입맛을 다셨다.
대접을 받아든 토드가 국자를 집어들었다.
“어느 정도 의심되는 구석이 있긴 합니다. 아직은 검증해볼 필요가 있지만요.”
일행의 시선 역시 무의식적으로 토드가 눈길을 둔 곳으로 옮겨갔다.
구울들은 제 털을 뽑으며 사지를 비틀어대고 있었다. 유독 노쇠한 몸뚱이가 두드러진다.
“젠장, 밥맛 한번 제대로 떨구는구만.”
그러면서 대접 밑바닥까지 싹싹 핥아먹는 쇠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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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흘렀다.
이따금 잔존 병력들이 습격을 해왔지만, 그럼에도 변경백의 진군을 늦추진 못했다.
오히려 토드로선 감사할 따름이었다.
싱싱한 신병들을 꾸준히 충원해주는 꼴이었으니.
산 자들의 입장은 사뭇 달라 보였지만.
“시발, 저 개새끼들은 밥도 안 처먹나!”
연신 울려퍼지는 종소리에 솥을 엎은 쇠렌이 분통을 터뜨렸다.
기껏 송장 냄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밥 먹을 수 있는 비위를 키우면 뭐하나.
밥 먹을 때만 되면 귀신같이 나타나 깽판을 치는데.
“원래 이런 순간에 적의 기습은 나름 유서깊은 전통이죠.”
토드가 손짓하자 서약병들이 방패를 치켜들고 일행을 감쌌다. 발치에 화살이 꽂히자, 기겁한 쇠렌은 급히 방패벽 뒤로 몸을 숨겼다.
“벌써 일주일째요! 이러다간 이리공인지, 산적 두목인지 모를 놈 족치기 전에 우리가 나가떨어지겠어! 밥 처먹을땐 개도 안 건드린다던데, 좀 처먹자! 이 개만도 못한 놈들아!”
화살은 숲에서 날아들고 있지만 정작 적의 모습이 보이진 않는다.
의도적으로 직접적인 교전은 지양하고, 산발적인 혼란만 유발하겠다는 뜻이다.
“그래도 갈수록 규모는 줄어들고 있군요. 상대편도 그리 여유롭진 않습니다.”
“어째 지랄하는 빈도는 부쩍 늘어난 거 같지 않소?”
“맞붙기 전에 최대한 이쪽의 힘을 빼겠다는 뜻이겠죠.”
전방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전열에 합류한 카리나가 숲에 불을 지른 모양이었다.
사령술사의 눈동자가 숲의 그림자 너머에 아른거리는 인영을 응시했다.
이대로 내빼겠다고? 순순히 보내줄 생각은 없다.
“이스라. 적들을 추격하세요.”
【그 말만 기다렸다! 숨어있는 비겁자들아! 이스라가 간다-!】
고삐를 틀어쥔 이스라가 앞서 나아가자, 구울들도 네 발로 내달렸다.
잠잠하던 숲에서 격한 비명이 터져 나왔는데, 인간의 것은 없고 하나같이 괴물들이나 낼 법한 괴성이었다.
눈을 가늘게 뜬 토드가 명을 내렸다.
“전진.”
방패를 앞세운 서약병들이 발을 구르며 나아간다.
비록 느리지만, 호위는 견고했다.
쉬익, 파각!!
바로 앞에 선 서약병의 어깨에 화살이 튕겨져 나왔다. 본능적으로 바짝 몸을 움츠렸던 토드는 헛웃음을 흘렸다.
‘이젠 하다하다 활까지? 내 망자들보다 낫군.’
활을 쥐고, 시위를 당기는 건 생각보다 고차원적인 행동이다. 망자들은 몸이 둔한 탓에 그런 복합적인 행동까진 수행하지 못했다.
여태 습격하던 개체들이 기껏해야 발톱만 휘둘렀던걸 생각해보면, 모종의 개량이 이루어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적들이 강해진다면 오히려 좋다.
모 게임에서는 이름에 쓸데없는 미사여구가 붙으면 쓸모없다지만, 스킨워커 구울 궁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싹 돈다.
전열이 한 발자국 나아간 순간, 수풀에서 놈들이 튀어나왔다.
좌측에 셋, 우측에 넷. 총 7마리.
쾅, 우지끈!!
밀집해있던 서약병들은 늑대인간들의 돌진을 가까스로 저지했다.
놈들은 완력으로 서약병들을 점점 밀어내고 있었다.
이럴 때만큼은 공격기의 부재가 아쉽지만, 이대로 응원단장 노릇이나 할 때가 아니다.
‘이스라는 다섯 놈을 붙잡고 있고.’
급한대로 토드는 전열에 들러붙은 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가라앉은 의념 속, 짐승이 축적한 업을 헤아린다. 텅 비어 있었다.
“없어?”
「업의 손아귀」는 상대가 보유한 업에 비례하여 효력을 발휘한다.
눈앞의 괴물은 살면서 한 번도 살상을 저지른게 없다는 듯, 업이 전무했다.
토드가 헛웃음을 흘렸다.
서약병이 칼로 팔뚝을 찔렀지만, 늑대인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팔을 내뺐다.
졸지에 전열에서 끌려나온 서약병은 불운하게도 전신을 두들겨 맞다가 무력화되었다.
놈들의 발톱은 상상 이상으로 절삭력이 예리했다.
이스라처럼 마법이 새겨진 갑주가 아닌 이상, 사슬갑옷만으론 버티기 어렵다.
당장 속박기는 유효하지 않다.
주변을 둘러보던 토드는 바닥에 널브러진 늑대인간들의 사체를 발견했다.
이래서야 손바닥이 아물 새가 있겠나.
그나마 파상풍에 걸릴 염려는 없어서 다행이지만.
혀를 찬 토드가 단검을 그었다.
촥-!
“일어나라.”
꿈틀거리던 늑대인간들은 구울이 되어 일어섰다. 구울들은 즉각 서약병과 대치하고 있던 제 동료들에게 달려들었다.
【끼리기캬악-!】
-캬악!
물어뜯긴 늑대인간들이 신경질적인 비명을 토해냈다. 그럼에도 놈들은 어떻게든 방패벽을 허물고 들어와 토드에게 접근하려 발악했다.
두개골이 깨진 서약병 하나가 또 폭삭 주저앉는다.
늑대인간들은 어깨를 물리고, 가슴팍에 칼이 찔려도 맹목적으로 접근했다.
샛노란 야수들의 눈동자는 온통 자신을 향해 있었다.
저들의 진득한 살의가 느껴진다.
어떻게든 나만은 데려가겠다는 저 의지.
오히려 토드는 히죽 웃었다.
하나둘씩 서약병들이 허물어지고 있지만, 좋은 하수인이 들어오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서약병을 떨쳐낸 늑대인간이 토드를 향해 발톱을 뻗었다.
-크륵, 죽어라! 흑마ㅂ―
늑대의 머리가 허공에 날아오른다.
그걸 지켜보던 토드가 비명을 질렀다.
“아이고! 저 아까운 걸!”
좀 파이팅이 넘쳐보이는 놈이라, 긴히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머리가 날아간 이상 구울로 살려내기엔 요원해보였다.
돌풍처럼 파고든 죽음의 기사가 짐승들의 틈바구니에서 날뛰었다.
【두려워하라-! 짐승들아!】
횡으로 휘두른 장검이 옆구리를 훑고 지나가자, 창자가 우르르 쏟아진다.
【그런 꼴이 되었어도, 본인은 이길 수 없다!】
서약병들도 쩔쩔매는 괴물들을 이스라는 들개 때려잡듯 거침없이 베어넘겼다.
워낙 생명력이 질겨서 오른팔이 날아가도 놈들은 잘 죽지 않았지만, 피를 흠뻑 뒤집어쓴채 날뛰는 이스라의 모습에 늑대인간들조차 기겁했다.
-캬악!! 이 괴물!
【하, 하! 하. 누구더러 괴물이라는 거냐, 이 건방진 놈!】
멀리서 활을 쏘던 놈들은 꼬리를 말고 달아났다. 뒤엉킨 서약병들을 힘으로 떨쳐낸 늑대인간들이 필사적으로 물러난다.
【게 섰거라! 주둥아리를 찢어주마!】
야수들과 싸우면서 덩달아 피에 취했는지, 이스라는 한참동안 길길이 날뛰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도주하는 늑대인간들의 기동성을 둔해빠진 망자가 추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쯧! 핀스터만 있었더라면 놈들을 모조리 잡아들였거늘.】
“그러고보니 군마는 어디 갔습니까?”
대번에 이스라의 음성이 침울해졌다.
【크흠. 본인은 무적이다만, 미처 핀스터는 아니었다는걸 망각했네. 놈들이 단숨에 앞다리를 물어뜯더군.】
“혹시 목은 잘 붙어 있습니까?”
【그랬던 것 같네만.】
“그럼 일단 몸뚱이만 건져두세요. 나중에 살려놓을테니.”
이스라는 사뭇 감격한 듯, 안광이 휘어졌다.
【알겠네! 역시 자네라면 내 애마의 충직함을 알아주리라 믿었지!】
죽음의 기사에게 살아있는 말은 어울리지 않지.
생각해보면 말들은 죽은 자를 꺼리기 마련인데, 살아있던 시절에도 이스라를 잘 따랐던 걸 보면 아마 되살아나서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제 수확의 시간이다.
토드는 바닥에 쓰러진 늑대인간들의 사체를 유의깊게 살폈다.
이전보다 놈들의 덩치가 확연히 커졌다.
단순히 근력만 강해졌다기엔 몸놀림도 기민해졌고, 맷집까지 튼튼해진걸로 보였다.
‘털이 희어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반적으로 짙은 검은색, 갈색에 가까웠던 놈들의 털이 회색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세상에서 외형의 변화는 대개 격의 상승을 암시한다.
폭발적인 활력을 대가로 수명을 태우는 방식은 고전적이지.
혈족이면 모를까, 고기방패로 내던질 하수인들이라면 이런 식으로 굴려도 상관없다는 속셈일 터.
대체 이리공의 주술사가 무슨 조화를 부리는 건지 몰라도, 종래에 이르면 대체 무슨 괴물이 튀어나올까.
부디 이리공이 더 끔찍하고 강력한 피조물을 준비해두길 바랬다.
어차피 어떤 놈이든 간에 아직까지 사령술사의 수집욕을 충족시킨 놈은 없었으니.
히죽 웃은 토드가 방울을 흔들었다.
“야수도, 인간도 아닌 피조물. 너희들에게 씌워진 굴레를 내가 거두나니. 새 주인에게 복종하라.”
서약병 한 기와 기존에 있던 구울 6마리를 잃었지만, 싱싱한 구울 8마리가 합류한다.
나쁘지 않은 전력 보강이었다.
뒤처리가 마무리될 즈음, 전령이 다가왔다.
“사령술사님! 행군을 속행한다는 각하의 명령입니다!”
아무래도 공격이 있었던 만큼, 변경백도 여길 빠져나간다는 판단을 내린 모양이었다.
“곧 따라붙지.”
대략 머릿속으로 업을 헤아려보니 어느덧 경지의 상승이 가까워졌다.
이 정도의 상승세라면 아마 다음주 전까진 레벨 30을 달성할 수 있다.
역시 사령술사에게 전쟁만큼 업을 거둘 기회는 흔치 않다.
레벨이 절대적인 강함을 구분 짓는 척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높을수록 운신의 폭은 늘어난다.
이것저것 사용할 수 있는 재주도 자연히 추가될 테니.
“이만 움직입시다.”
토드의 명이 떨어지자, 망자들이 뒤따랐다.
여전히 특유의 어색한 걸음걸이가 있긴 했어도, 나름의 질서가 깃들어 있었다.
쾨흘링 땅에 혈혈단신으로 들어왔던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이 군세가 어디까지 불어날진 토드조차 예측하기 어려웠다.
애석하게도 그에게 죽음을 거스르는 힘은 있을지언정, 앞날을 내다보는 지혜는 없었으니. 마땅찮은 재주나마 어떻게든 쥐어짜 유리한 판국을 꾀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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