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86
086
사아아···!
망령들이 지나간 자취에 서리가 피어난다.
칼을 쑤시고, 화살을 쏘아도 꿈쩍 않던 엑토플라즘이 몸을 급격히 수축시켰다.
‘밀도를 높일 생각인가.’
엑토플라즘의 점액은 날이 들지 않을 정도로 탄성이 뛰어나다.
그러나 엄청난 방어력이 무색하게, 망령의 발톱이 놈의 몸체를 헤집었다. 예리하게 도려낸 단면이 점점 굳어지다가 몸통 안에 있던 기포 방울조차 얼어붙는다.
놈도 가만히 얻어맞고만 있지 않았다. 엑토플라즘은 몸을 부풀리며 토드 일행을 향해 접근했다.
망령들이 몸에 붙어있지만, 저지력이 다소 부족했다. 움직임은 굼떠도 닿는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특성은 위협적이었다.
“놈이 온다!”
와이스탄의 외침에 테렉이 이를 갈았다.
“젠장.”
바짝 거리를 좁힌 엑토플라즘은 테렉과 격돌했다.
터엉!
측면에서 받아냈음에도 그의 몸이 밀려났다. 저지를 막아냈지만, 방패에서 김이 끓어오른다.
토드가 이스라를 향해 말했다.
“별수 없군요. 오라를 사용합시다.”
【마력을 안배해놔야 하지 않겠나?】
주머니를 헤아려본 토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물약 개수는 충분합니다. 괜히 여기서 발목을 잡히느니, 나아갑시다.”
【알겠네!】
이스라의 칼날에 검녹색 빛이 어렸다. 파멸의 기사가 힘차게 횡으로 내지른 칼날이 엑토플라즘의 몸체를 가로지른다.
예상외로 손쉽게 베이자 이스라도 당혹스러워했다.
【뭣?】
하지만 둘로 나눠진 엑토플라즘은 아메바처럼 각각 개별적인 개체로 움직였다.
잘려나가면서 튀긴 점액은 순식간에 갑옷과 건틀렛을 녹였다. 검은색으로 칠한 부위가 벗겨지며 구멍이 뚫리자, 이스라가 광분했다.
【크아악! 멈춰라! 이놈!】
그녀는 장비가 상하니 자신이 당한 것처럼 고통스러운 포효를 쏟아냈다. 맹렬하게 휘두르는 검격에 엑토플라즘이 산산조각났지만, 자잘한 덩어리들은 끊임없이 약동했다.
‘분열 능력까지 있을 줄이야.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네.’
토드가 표정을 구겼다. 엑토플라즘은 필멸자의 부정한 기운을 근간으로 만들어지는 피조물. 판가우 정도의 도시라면 저만한 개체가 자라나기엔 충분한 환경이었다.
완전히 무력화시키려면 핵을 해체해야 한다.
아무래도 이스라가 악전고투하고 있는 쪽에는 핵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주변을 돌아본 키레가 소리쳤다.
“나머지 반쪽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와이스탄이 속삭였다.
“츳, 물속에서 온다.”
수로를 예의주시하던 리자드맨은 재빨리 화살을 걸었다.
촤아악-!!
오수를 흡수한 엑토플라즘은 반쪽짜리였음에도 원래의 부피에 거의 가까웠다.
즉각 와이스탄의 화살 두 발이 놈의 몸체에 틀어박혔지만, 엑토플라즘이 와이스탄을 덮쳤다.
“캬악!”
그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키레와 산시아가 동시에 양옆에서 엑토플라즘을 베었다.
치익···!
“이런, 썅!”
황급히 어깨를 털어낸 키레가 산시아를 향해 외쳤다.
“내가 시간을 끌어볼 테니까, 저 녀석 좀 부축해줄래!”
양손에 단검을 꼬나쥔 키레는 미끄러운 바닥에서도 날렵하게 움직이며 엑토플라즘을 베어댔다. 엘프 특유의 신묘한 발놀림에 엑토플라즘이 놀아나는 사이, 산시아가 와이스탄을 끄집어냈다.
나직이 신음한 그녀가 속삭였다.
“상황이 좋지 않아요. 스승님.”
산시아의 손톱도 까맣게 변색이 되어 있었다.
“흡혈귀도 내보낼까요?”
“아뇨. 아직은 길잡이가 필요합니다.”
여전히 망령들이 달라붙어 드잡이질하곤 있지만, 잡는데 한세월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토드는 손에 차고 있던 서리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유물 반지 정도면 쉽게 파손되진 않겠지.’
하지만 수리할 때까지 앞으로의 전투에선 사용하지 못할 거다. 어차피 밑으로 내려가면 나올 상대는 흑마법사들.
기동성이라곤 전무하고, 오로지 살상력에만 치중된 놈들이니 빙결 디버프가 그리 큰 가치를 가지진 못할 거다.
신중하게 저울질해보던 토드는 손에서 서리 반지를 빼냈다.
그는 쉴 새 없이 엑토플라즘을 몰고 있는 키레를 향해 외쳤다.
“키레 씨! 놈을 이쪽으로 끌고 오세요!”
“뭐?! 이 녀석 산도가 약해지긴 했어도, 넌 단숨에 녹아버릴걸!”
“방법이 있습니다!”
인상을 구긴 키레는 공중제비를 돌면서 엑토플라즘을 뛰어넘었다.
“제길, 알아서 해보라고.”
짙은 회색에 가까웠던 엑토플라즘의 몸체에는 거무죽죽한 빛이 감돌았다. 수로를 거치면서 여러 불순물이 섞인 탓이다.
산의 농도는 줄었을지언정, 독성으론 오히려 저쪽이 더 불결하고 위협적일지 모른다.
‘하, 사실상 똥물 속에다 이걸 던져야 한다니.’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이게 아니고선 당장 엑토플라즘을 무력화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
서리 반지에 마력을 흘려보낸다. 반지로부터 피어오르는 한기에 토드조차 몸서리쳤다.
서늘한 기운에 최고조에 이른 순간, 토드는 몸을 이완시키며 다가오는 엑토플라즘을 향해 반지를 던졌다.
꿀꺽.
놈은 일단 뭐가 날라오니 냉큼 집어삼켰다. 몸뚱어리 전체가 주둥이인진 몰라도, 수축하며 반지를 빨아들이는 모습이 확실히 보였다.
토드가 회심의 미소를 흘렸다.
쩌저적···!!
안에서부터 갈래갈래 얼음 줄기가 자라난다. 탄성 가득하던 부정형의 몸체가 고착화되고, 엑토플라즘의 움직임이 뻣뻣해졌다.
토드가 허공에서 부유하던 망령들을 향해 손짓했다.
“꺼내라. 아주 신중하게.”
내려앉은 망령들은 빠르게 엑토플라즘의 몸뚱이를 긁어냈다. 놈이 여전히 첨벙대며 버둥댔지만, 전처럼 망령들을 떨쳐내고 토드에게 접근하기엔 극도로 쇠약해진 모습이었다.
결국 망령의 손아귀에 은회색 점액질 덩어리가 딸려 나왔다. 덩어리를 떼어내자, 움직임을 멈춘 엑토플라즘은 격렬하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으레 꼭 저러는 놈들치고 마지막에 자폭 안 하는 놈들이 없더라.
“피하세요! 구석으로!”
표정을 구긴 키레가 와이스탄을 부여잡았다.
“끝까지 지랄이네.”
부글부글 요동치던 엑토플라즘의 몸체가 한계까지 팽창했다.
퍼엉!!
벽 뒤로 피하긴 했어도 원체 폭발이 맹렬했던 탓에 망토 끝자락이 녹아버렸다.
‘막상 레벨이 그렇게까지 높진 않았는데, 잡는 게 이렇게까지 귀찮을 줄이야.’
토드가 혀를 내둘렀다.
일행의 구성을 돌이켜보면 상성이 극도로 좋지 않았다. 토드를 제외하면 모두가 근접, 혹은 물리 공격에 근간을 둔 인원이다. 게다가 주변에 시체가 없는 한, 사령술사는 한없이 무력해진다.
테렉과 더불어 반대편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이스라도 비척비척 걸어 나왔다.
【크으, 또 그을음이 생겼군. 악마 놈과의 일전 때 기껏 보수했더니만···!】
이스라의 안광이 떨리고 있었다. 고위 망자인 그녀는 고통에 둔감할 텐데, 갑주의 파손에 일체화된 양 괴로워했다.
“걱정 마세요. 이스라. 이번 일을 마치면 판가우에 있는 대장간을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 갑주를 추가로 보강하죠.”
대번에 희미하던 안광에 불이 붙는다.
【보강이라. 그럼 어깨에 뿔도 더 붙일 수 있겠나?】
“물론이죠. 시의회에서 이용하는 시설이라니, 대장장이가 실력 있지 않겠습니까.”
【다행이군! 그럼 해골도 추가해야겠네! 벗겨진 부위에 칠도 새로 하고!】
이스라는 견갑과 장갑이 조금 부식되긴 했어도, 별 이상은 없어 보인다.
“산시아. 손을 내보세요.”
배낭에서 솜을 꺼낸 토드는 약품을 적셔 검게 물든 산시아의 손톱을 닦아냈다. 늑대인간 특유의 회복력 덕분에 산을 중화시킨 것만으로도 처치는 충분했다.
“달리 다친 곳은 없습니까?”
“저는 괜찮아요. 다른 분들은···”
방패로 받아냈던 테렉이나 회피에 열중했던 키레는 경미한 부상으로 그쳤으나, 직접적으로 덧씌워졌던 와이스탄은 썩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 와이스탄. 비늘이 다 벗겨졌어.”
탄식하는 키레와 달리, 와이스탄은 덤덤하게 답했다.
“츳, 어차피 다음 주가 탈피다. 갈아입으면 된다.”
그러나 기포가 생긴 자국을 손대니 와이스탄은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캬악! 그건 정말 아프다!”
“허세나 부려대긴. 해독제부터 마셔. 저놈 구정물 덩어리였다고. 덧났다간 나중에 똥독으로 뒤질 수도 있으니까.”
인상을 찡그린 와이스탄이 대꾸했다.
“나는 강인하다. 드라코니어의 사냥꾼은 이것만으로 죽지 않는다.”
품에서 해독제를 꺼내든 키레는 협박하듯이 들이밀었다.
“그렇게 깝치다가 훅 가는 놈들을 내가 한두 번 본 줄 알아? 잔말 말고 먹자? 어린놈의 종족아.”
리자드맨은 서슬 퍼런 눈빛을 못 이기곤 혀를 찼다.
“츳, 인간 나이로 치면. 내가 여기서 제일 연장자인데. 엘프들은 존중을 모른다.”
와이스탄은 구시렁거리면서도 약병을 비웠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토드가 중얼거렸다.
“사이들이 돈독해 보이시는군요.”
테렉이 쓴웃음을 흘렸다.
“우리가 친위대로 일한 지만 8년째요. 같은 용병대에서 활동하다가 운 좋게 판가우에서 정착했지.”
【그나저나 인간 나이라니. 리자드맨들은 나이 세는 셈법이 따로 있나?】
이스라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래 보여도 와이스탄이 아마 올해로 16살이던가. 리자드맨치곤 불혹의 나이라오.”
벗겨진 살갗을 질끈 동여맨 키레는 리자드맨의 어깨를 내리쳤다.
“내가 보기엔 여전히 애새끼들이나 다름없어.”
안광을 좁힌 파멸의 기사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 저 처자는 대체···】
“깡통 대가리. 쓸모없는 소리는 거기까지 하고. 대충 그쪽 일행은 다 된 거야?”
“아, 잠시 기다려주세요. 이것만 챙기고 가겠습니다.”
엑토플라즘의 핵.
정교하게 망령들을 조작해 잘라낸 보람이 있을 정도로 상태가 온전했다.
신중하게 선반에 옮겨 담은 토드는 향로에 불을 붙이고 핵을 가열했다.
난데없이 하수구에 쪼그려 앉아 사령술사가 벌이는 행태에 키레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눈치가 보였지만 그래도 이걸 챙겨가려면 최소한의 가공은 마쳐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간 배낭이 통째로 녹아버릴 거다.
딱딱하게 굳은 핵은 회색빛이 감돌았다.
‘엑토플라즘의 핵은 물리적 형상이 없는 영체들이 물체에 깃들 수 있도록 만드는 코어가 돼주지.’
귀중한 소득이다. 추후 돌아가면 넉넉하게 일주일 정도 붙잡고 연구할 거리가 생겼다.
토드는 입꼬리를 억누르며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이만 이동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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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토플라즘이 가로막던 통로를 지나친 뒤에는 주변의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지하 하수도에 가까웠던 상층부와 달리, 저층부는 인위적인 토굴이 복잡하게 얽힌 동굴에 가까웠다.
【도시 밑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이걸 흑마법사 놈들이 일일이 파낸 건가?】
“옛날부터 판가우는 뒷주머니 사정이 복잡한 놈들이 모여드는 곳이었으니까. 저들마다 지하에 비상 탈출로를 만들어놓는 게 일상이었거든. 도시가 커지면서 잊혀진 시설들을 흑마법사들이 쓰고 있는 거고.”
【호오, 뾰족귀. 자네는 이 도시에 대해 해박하군?】
거기에 대해선 키레가 부연 설명을 덧붙이지 않자, 와이스탄이 혓바닥을 날름댔다.
【그럴 수밖에. 저 엘프는 여기보다 오래되었··· 켁.】
명치를 후린 키레가 주먹을 쥐어 보였다.
“주둥이 나불댈 시간에 주변 경계나 잘하자?”
문득 와이스탄의 동공이 가늘어졌다.
“사령술사. 그 불. 꺼라.”
토드가 향로를 꺼트리니 일행이 멈춰섰다. 리자드맨은 시위에 화살을 메기며 속삭였다.
“열다섯.”
“어떤 냄새가 나는데?”
키레의 물음에 어둠 속에서 샛노란 눈동자가 토드를 향했다.
“사령술사와 비슷하다. 아니. 조금 다르다. 피비린내. 지독한 약품 냄새. 탄내.”
키레가 한숨을 흘렸다.
“흑마법사들이네.”
【본인은 아무것도 안 보인다만?】
“거리가 꽤 있는 거야. 이렇게 길이 이어진 곳이라면 하수도와 달리 와이스탄이 냄새를 맡을 수 있거든.”
토드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렇게 천장이 낮은 곳에서 놈들이 주문을 남발했다간 일대가 붕괴할 테니, 숨어있다가 단숨에 제압합시다.”
“나쁠 건 없지. 우리가 인당 2명씩 맡을 테니 나머지 부탁해.”
토드가 산시아를 향해 속삭였다.
“산시아. 여기선 흡혈귀를 활용합시다. 녀석은 기척이 은밀하니 기습에 효과적이니까요.”
“예.”
“의식을 집중하세요.”
토드 일행이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긴 사이, 멀리 통로에서 횃불을 치켜든 무리가 접근해왔다.
작게 들리던 말소리가 점차 또렷해진다.
“······이 폭발할 정도였으면 아마 살아남진 못했을 거야. 루카스 님께서 특별히 폭발성 담즙을 첨가해 조제해놨으니.”
우리를 애먹인 장본인이 저놈들이렸다.
“그럼 뼈도 못 추렸을 거 아냐? 가서 뭘 건져오라는 거지.”
“뒤졌는지, 살았는지, 확인은 하고 와야지. 겸사겸사 영혼도 빼 오고. 고통스럽게 죽었으니, 제법 괜찮은 악령을 만들어낼 재료가 되었을 거야.”
판가우에서 횡보하는 영가들은 이놈들의 작품이다. 여기서 확실하게 뿌리를 뽑는다.
‘이스라.’
어둠 속에서 칼날이 번뜩이고, 녹색 휘광이 섬광 터지듯 번쩍였다.
단번에 흑마법사 하나의 허리를 갈라버린 파멸의 기사는 동시에 두 놈의 몸통을 분질렀다.
놈들이 대응하기 전에 와이스탄의 화살이 족족 놈들의 머리통에 적중하고, 난입한 키레가 주문을 낭송하던 흑마법사의 목을 그어버렸다.
“끄르그극···!”
“이 새끼들! 살아있었나!”
쩡!
키레를 노린 철퇴가 바닥을 두들겼다. 흑마법사 주제 덩치도 육중하고, 사용하는 무기도 살벌하다.
그러나 흉포한 기세와 달리, 뒤에서 접근한 테렉이 방패로 머리를 찍고, 목 뒤를 가르자 허무하게 고꾸라졌다.
악에 받친 흑마법사가 테렉을 겨누고 소리쳤다.
“칼라구티스의 이름으로 네놈에게 파멸을 선고한다!”
넘실거리는 물결이 테렉을 향해 쏟아졌다.
주문에 적중당한 오크 전사의 몸이 바닥을 뒹구는 사이, 확실한 마무리를 위해 입을 연다.
“악의에 맺힌 형상―”
다만 낭송을 마치기 전, 천장에서 뛰어내린 형체가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체중을 실은 일격에 흑마법사는 절명했다.
놈들은 곧장 번들거리는 붉은 눈동자를 알아보고 동요했다.
“흡혈귀잖아! 이놈이 왜 저놈들이랑···”
미처 일행이 견제하지 못한 놈들을 향해 토드가 노화를 읊조렸다.
“그대들은 바스러져 죽어야만 하는 존재임을 깨달아라.”
기력이 쇠한 흑마법사 세 놈이 비틀댔다. 재빨리 마무리 짓고 온 이스라가 칼자루로 놈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흠. 대강 정리는 된 것 같군.】
애를 먹던 엑토플라즘과 달리, 이놈들은 정리가 신속하게 끝났다.
“흑마법사는 여섯. 나머지 아홉은 추종자들이군요. 주문을 쓰지 못하는 걸 보아하니.”
키레는 살아남은 놈들의 뒤통수에 발길질을 해대며 말했다.
“아니면 수습생들이거나. 이런 곳에서 일하는 조무래기들이야 뻔하지.”
그녀는 부상 당한 테렉을 돌아보며 인상을 구겼다.
“망할 새끼들. 마음 같아선 멱을 족치고 싶지만··· 정보는 캐내야지.”
그러자 추종자 중 하나가 목을 뻣뻣하게 세웠다.
“우리는 메아리의 추종자들이다! 외부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니!”
쩍!
즉각 뺨을 후려갈긴 키레가 낮게 속삭였다.
“어디 칼로 포를 떠도 귀 기울이지 않나 볼까? 흑마법 떨거지 놈들아.”
“해볼 테면 해봐라!”
비교적 조직에 새로 들어온 놈들인지, 파이팅이 넘쳤다.
이쯤에서 헛기침한 토드가 끼어들었다.
“키레 씨. 그냥 죽여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살려내면 되거든요. 망자가 되면 알아서 입을 열겁니다.”
“아, 그래.”
엘프가 코웃음 쳤다.
“그건 좀 마음에 드네. 꼭 이런 놈들 잡아놓고 말싸움하는 것도 귀찮았는데.”
반면 추종자들의 안색은 파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