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nowned Family's Sword Prodigy RAW novel - Chapter 21
21화. 아버지의 시험 (2)
“가주님을 뵙습니다!”
백우진이 백천화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취했다. 백천화는 평소처럼 무료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네 아버지는 왜 매번 저렇게 똥폼을 잡고 있냐? 무슨 동상이야?
‘큭…’
갑자기 흑암이 헛소리를 해서 웃음이 튀어나올 뻔했다. 허벅지를 꼬집어서 간신히 참았다.
“일어나라.”
백천화의 묵직한 저음을 들으며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 웃을 뻔 했다는 것을 들키진 않았다.
‘역시 아버지야.’
아들이 쓰러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걱정하는 말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이 냉정한 가문의 주인다웠다.
“의뢰를 다녀왔다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백천화는 백우진을 지그시 쳐다보다가 턱을 괴고 있는 손을 뗐다. 그에게서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압력이 흘러나왔다.
“넌 그곳에 가서 무엇을 얻었느냐.”
예상치 못한 백천화의 질문에 백우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무엇을 얻었냐고? 아이템? 아니야. 그런 게 아닐 거야.’
백천화는 아이템 보단 개인의 무력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분명 다른 것을 말하고 있을 거다. 백우진이 생각을 정리 한 뒤 입을 열었다.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수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럼 네가 배운 것은 무엇이냐.”
백천화가 고개를 살짝 틀면서 추가적인 질문을 해왔다.
‘후…’
백우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결되는 질문을 한 것을 보면 자신의 답이 옳다는 소리였다.
“함께 움직인 능력자들을 보며 수색을 하는 방법과 몬스터의 기척을 빠르게 느끼는 법을 배웠습니다. 알고 있는 이론을 바탕으로 몬스터를 공략하는 감각도 익혔습니다.”
백우진은 백천화를 똑바로 쳐다보며 생각했던 것들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저보다 강한 적을 상대할 때 어떤 방식으로 싸워야 할지 깨달았습니다.”
“큭큭.”
백천화의 입 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백우진의 대답이 마음에 든다는 뜻이었다.
‘나쁘지 않군.’
백우진은 단순히 무력만 강해진 게 아니었다. 마음가짐과 정신도 무력 못지않게 성장하고 있었다. 백천화는 스스로 말한 것을 지켜나가는 자신의 막내아들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네가 썼다는 검기는 무엇이냐.”
백우진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백천화는 자신이 검기를 쓸 수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흑암에 대해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백우진의 한 마디에 가주전에 싸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혹한이 온 듯 모든 것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미친!’
정면을 바라보고 있던 문주영의 고개가 자동으로 백우진에게 돌아갔다. 가주에게 저런 말을 하다니, 백우진이 미쳤나 싶었다. 오금이 다 저렸다.
“너 방금 뭐라 했느냐.”
“가주님과 저는 내기를 진행 중이니, 알려 드릴 수 없다했습니다.”
“내기?”
“한 달 전에 제가 제대로 수련을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험을 내리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게 내기라는 거냐?”
“그렇습니다. 전 가주님과 하는 내기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내기 상대에게 제 비밀무기를 알려드릴 순 없지요.”
“크하하하하!”
백천화가 의자에 등을 기대면서 광소를 터트렸다. 웃었을 뿐이지만, 지진이 난 것처럼 가주전 전체가 흔들렸다.
‘저걸 저렇게 빠져나간다고?’
문주영은 어이가 없었다. 알려 줄 수 없다는 소리가 나왔을 때 가주가 백우진의 팔 하나는 부러뜨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백우진은 기발한 대답으로 오히려 점수를 따버렸다. 눈앞에서 보고 있었는데도 믿을 수가 없다. 백우진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큭큭큭, 좋다. 내기 상대의 정보는 스스로 알아내야겠지.”
백천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누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가주전의 분위기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럼 너와 나의 내기가 무언지 알려주마.”
백우진이 마른 침을 삼켰다. 드디어 아버지의 시험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들어와라.”
백천화의 목소리에 가주전의 문이 열렸다. 뒤에서 가벼우면서도 변칙적인 걸음소리가 들려왔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들어온 남자는 백우진의 옆으로 와서 백천화에게 예를 취했다. 백우진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자식이 내 시험 대상이라고?’
-으음…
백우진의 인상이 팍 찌그러졌다. 옆에 앉은 남자는 얼마 전 시비가 걸렸던 여섯 째 형 백호중이었다.
“호중.”
“예!”
“22일 후 막내와 대련을 하도록.”
백호중은 고개를 숙인 채로 기쁨에 들뜬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백우진을 조질 생각이었는데, 판을 깔아준다니 대 환영이다.
“대신 3등급 수준의 오러만 사용해라.”
“알겠습니다!”
백호중이 백천화를 올려보며 크게 소리쳤다. 3등급의 오러만 쓰더라도 백우진을 농락하며 이길 자신이 있었다.
“우진.”
“예.”
“네가 나와의 내기에서 이기는 방법은 네 형을 이기는 거다. 할 수 있겠나?”
백호중을 이기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이만 5살 차이가 난다. 3등급 오러만 쓴다고 해도 백호중은 사인우보다 훨씬 강한 검사다. 하지만 그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하겠습니다.”
“좋다.”
백우진의 대답에 백천화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백호중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기대하마.”
백천화의 물러가라는 손짓에 백우진과 백호중이 함께 가주전을 나왔다.
“이렇게 빨리 너를 조질 기회가 올 줄은 몰랐는데?”
“나도 몰랐어.”
백우진은 백호중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형을 이렇게 빨리 발라버릴 기회가 올 줄은.”
“너….”
백호중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넌 말이야. 남의 성질을 건드리는 재능이 있어. 아주 죽여 버리고 싶게 말이야.”
백호중의 살을 아리게 만들 정도의 살기를 내뿜었다.
“형과 붙는 날은 오늘이 아니야. 괜히 힘쓰지 말지.”
백우진은 그의 살기를 꾹 참으면서 어깨를 툭툭 털고 뒤로 돌았다.
“백우진! 너 이 새끼!”
“나중에 보자고.”
백우진은 백호중의 사나운 목소리를 무시하고, 수련장으로 향했다.
**
“젠장. 백호중을 상대하라니….”
앞에서 폼은 잡았지만, 백호중을 이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지금 자신은 제약마저 가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이군. 오러가 3등급으로 제한 됐지 않나.
“그래도 그 놈은 강해. 4등급인 사인우보다 3등급의 오러를 쓰는 백호중이 훨씬 강하다고.”
아버지의 시험이 어려울 줄은 알았지만, 갑자기 백호중을 상대하라고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백호중이 가진 녹색 오러는 빠르고 다채롭다는 특징이 있어. 놈은 그 특징에 맞게 변화가 다양한 낙화검을 익히고 있지.”
-알고 있다. 그 놈 변검을 익힌 검사의 몸을 하고 있었어.
“그 변태는 낙화검으로 상대를 농락하는 것을 좋아하거든. 나도 전생에 이유 없이 베인 적이 많아.”
전생을 생각하니 이가 갈린다. 백호중이 검술을 시험한다면서 찾아와서 자신을 벤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버지와의 내기를 떠나서 그 놈에겐 절대 질 수 없어. 무슨 짓을 해서든 이길 거야.”
-그럼 대련을 시작하기 전에 퀘스트를 깬다는 생각으로 밤낮없이 수련을 해라.
“물론이지. 그전에 포인트를 써야지.”
-너도 알겠지만 하급부터 능력치 1당 100포인트를 써야 한다.
“알아.”
백우진은 상태창을 켜서 700포인트로 체력 능력치와 신체 능력치를 3씩 올리고, 남은 100포인트로 마나를 올렸다.
-좋은 선택이다. 두 능력치를 올려 수련 강도를 높일 수도 있고, 대련을 할 때도 오러가 밀리는 것을 신체 능력과 체력으로 커버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한 거야.”
-하여튼 머리는 잘 돌아간단 말이야.
백우진은 흑암의 칭찬인지, 아닌지 모를 말을 들으며 발검술 자세를 잡았다.
샤아악!
공기가 베이는 얇은 소리와 함께 검이 빛살처럼 뻗어갔다.
-빨라, 그리고 강맹하다. 하지만 네 의지가 깃들지 않았다.
“그 의지라는 거 더럽게 어려워.”
-원래 어려운데, 넌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의지를 담으려 하고 있으니, 난이도가 훨씬 높다. 지금이라도 하나로 바꿀 테냐?
“미쳤어? 칼을 뽑았으면 용대가리라도 베어야지. 절대 포기 못해.”
-보통은 용대가리는 안 벨 텐데… 어쨌든 계속 생각해라. 네 의지와 검이 함께 숨 쉰다는 느낌으로.
“함께 숨을 쉰다라, 알겠어.”
백우진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의 정신과 마음이 발검술을 빠르고 강하게 만든 다는 것으로 가득 채워졌다.
촤악!
백우진의 두 번째 발검술이 작렬했다. 비슷한 소리가 났지만, 속도와 힘에서 처음 발검술과 차이가 났다.
-좋다! 이제야 감을 잡았군.
“역시. 내가 잘못 느낀 게 아니네.”
두 번째 발검을 쓰는 순간 정신과 기력, 신체가 하나로 합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좀 피곤한데?”
-심기체가 일치된 검로를 여는 것이니, 피곤한 게 당연한 거다.
“심기체?”
-네 신체와 기력, 정신력 모든 것이 하나만을 바라보는 거다. 좀 전에 네 발검에 쾌와 강의 뜻을 담은 것처럼.
“그게 그 느낌이었군.”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발검을 사용할 때 자신의 모든 것이 합일 되는 느낌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감을 잡았을 때 멈추지 말고 계속해라.
“이미 준비 중임다.”
백우진은 흑암이 시키기도 전에 먼저 발검술의 자세를 잡았다. 다시 한 번 심기체를 일치시켜 발검에 쾌와 강의 의지를 담았다.
촤아아악!
그의 세 번째 발검에 담긴 정제되지 않은 기운이 대기를 찢어발겼다.
**
22일은 빠르게 흘러 백우진과 백호중이 대결을 하는 날이 되었다. 백가의 직계만이 아니라, 여유가 되는 검사들까지 대연무장에 모였다.
“무슨 이런 대결을 하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우진 도련님이 4등급 범죄자를 잡았다고 해도 어떻게 호중 도련님을 이겨.”
“우진 도련님이 천재라고 해도 5년이란 시간을 따라잡긴 힘들지.”
검사들은 이 대결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싸우나 마나 백호중이 이길 거라 확신하는 것이다.
“아버지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어.”
“하필이면 우진이와 호중이라니….”
“이 따위 대련을 보다니, 시간이 아깝군.”
백가의 직계들 역시 이 대결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백호중이 압도적으로 이길 거라 생각했다.
‘아예 죽었으면 좋겠군.’
백우진에게 큰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백명훈만 조용히 웃고 있었다.
“오신다!”
모두가 고개를 젓고 있을 때 백호중과 백우진이 연무장으로 들어섰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연무장의 가운데로 향했다.
“뒤질 준비는 됐냐?”
백호중이 백우진을 보자마자 이를 드러내고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안 됐는데?”
“그 주둥아리가 언제까지 살아있나 보자.”
“계속 살아 있을 거 같은데?”
“크으윽….”
백호중이 이를 갈았다. 백우진의 머리통에 칼을 날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적당히 끝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여기선 백성현도 날 못 막아.”
백호중의 말엔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백우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무표정을 유지했다. 네 마음대로 해보라는 느낌이다.
“크윽….”
그 무반응에 백호중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변했다. 자신이 먼저 도발해놓고 도발에 걸린 것이다.
“가주님이 들어오십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백천화가 연무장에 나타났다. 연무장에 모인 모든 검사들이 무릎을 꿇었다. 백천화가 단상 위에 있는 의자에 앉고 나서야 검사들이 일어났다.
“대련을 시작하라.”
백천화는 몸 풀기나, 연설도 없이 바로 대련을 시작하라 말했다. 신검백가의 가주다운 모습이었다.
쩌어어엉!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징이 울렸다.
“네가 뒤질 시간이 왔다.”
백호중의 거친 말에 백우진은 반응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시작 될 싸움에만 집중했다.
[라사둠의 오러 특성 ‘흑풍’이 발동 됩니다.]용솟음치는 검은 바람이 백우진의 전신에 강림했다. 흑풍의 색과 바람은 더욱 진해져 있었다.
“무슨….”
흑풍을 본 백호중의 눈이 터질 것처럼 커졌다. 흑풍의 바람이 그가 들었던 정보보다 훨씬 거칠었기 때문이다.
“후….”
백우진이 호흡을 고르며 발검술 자세를 취했다. 그의 눈동자 서슬 퍼렇게 빛났다.
“시작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