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129)
#129. 신앙 퀘스트
“재인 님이 뭐래?”
“괜찮대. 아무나 시간 나는 사람이 받으러 와도 괜찮대.”
“내가 가고 싶은데.”
“나도.”
박원영과 친구들은 재인한테 받은 메시지를 여러 번 읽으면서 아쉬워했다. 한 달에 한 번 성수를 받기 위해 재인과 만나는 일은 그들에겐 보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그럴 시간이 나지 않았다.
-달칵!
박원영과 친구들, 예비 키퍼들이 기다리고 있던 회의실로 여러 사람이 들어왔다. 제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고 훈련복이나 슈트 차림을 한 사람도 있었다.
“많이 기다렸죠. 미안해요.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회의가 길어졌어요.”
“괜찮아요. 어차피 대기 중이었거든요.”
“그럼 다행이고요. 혹시 뉴스 보셨어요?”
“각성제 뉴스라면 봤어요.”
“봤다니 얘기가 빠르겠네요. 오늘 모이라고 한 건 원영 씨와 친구분들이 각성제 복용자를 식별했다는 얘기를 들어서예요. 사실인가요?”
슈트를 입은 지원팀 팀장의 설명에 박원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겪은 각성제 부작용 사건에서 느낀 게 있었다.
당시에는 잘못 느낀 게 아닌가 했는데, 아니었다. 나중에 친구들과 얘기해 보자 각성자 복용자한테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다고.
“뚜렷한 특징이 보인다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가까이 있으면 뭐랄까…….”
“난폭한 회오리.”
“맞다. 복용자 주위로 난폭한 회오리 같은 기운이 느껴져요. 이상하다 싶어서 교관님한테 연락한 거예요.”
“그렇군요.”
친구의 첨언으로 상황 설명을 마친 박원영이 머뭇거렸다. 자신들만이 각성제 복용자를 알아보는 이유에 관해 설명할지 말지 아직 정하지 못해서였다.
“학원에서, 크흠! 미안해요.”
“괜찮아요.”
“그곳에서 구출된 다른 친구분들은 식별할 수 없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그쪽에서 얻은 능력은 아니라는 건데, 혹시 사회 나와서 무언가 다른 경험을 했나요? 특별한 무언가를 섭취했다든가 아니면 특이한 장소에 방문한 적 있다든가요.”
“……으음.”
키퍼 부대 지원팀장은 사이비 교단의 시설 일을 꺼낸 걸 미안해했다. 눈앞의 다섯 명을 그들이 직접 구조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친구들을 구조하면서 봤던 현장은 다시 기억할 만한 그런 곳은 아니었다.
‘재인 님이 기운 바꿔 준 거 때문인 거 같은데.’
박원영 포함 다섯 명은 미래 각성 능력 개발 학원에서도 특출나게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더 많은 실험과 훈련을 받곤 했으나 그 일은 이번 각성제 복용자 식별 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아마 다른 친구들은 식별하지 못할 거예요.”
“괜찮으면 어떤 방법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됐는지 알려 줄 수 있나요?”
친구들과 잠시 눈을 맞춘 박원영은 이내 결심한 듯 재인의 얘기를 꺼냈다. 미래 각성 능력 개발 학원에서 강제로 초능력이 강화된 일과 추가로 얻게 된 각성 능력으로 몸이 상하던 상황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강제 각성 얘기가 나온 순간 회의실 안에 있던 사람들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사람 목숨을 가지고 하는 반인륜적인 실험이 자행된 결과를 듣는 게 그리 편하지 않았다. 그런 범죄자들을 잡는 게 본업인 키퍼들이 놓쳐서 생긴 피해자의 증언이라 특히 더 그랬다.
“몸속에서 기운이 충돌하면서 고통을 느끼는 게 안타까우셨나 봐요. 재인 님이 우리 몸 안의 기운을 조금 다른 성질로 바꿔 줬거든요.”
“그런 게 가능……. 잠깐, 재인 님이라는 사람은 누구예요?”
“재인 님을 모르세요?”
“내가 아는 재인은 배우 이재인밖에 없어서요.”
“우리 재인 님이세요.”
지원팀장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재인에게 뛰어난 치유 능력이 있다고 듣긴 했지만, 워낙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서였다.
드라마와 TV 광고로 수시로 방송에 나오고 길을 걸으면 여러 매장에 사진이 걸려 있었다. 수시로 포털에 기사가 올라오고 가끔 하는 SNS에도 온통 재인의 얘기뿐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올라오는 재인 소식에 팬이 아닌 그도 근황을 알 정도였다.
‘오늘은 뭐를 먹었다. 무슨 옷을 입었다. 무슨 광고 스틸 컷이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포스트가 올라오니 당연한가.’
지원팀장은 가볍게 머리를 넘기고 정신을 집중했다. 배우가 됐든 치유사가 됐든 각성제 복용자만 찾아낼 수 있으면 충분했다. 어떤 방법인지는 몰라도 키퍼 부대원들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당장 도입해야 했다.
“배우 이재인 씨한테 연락해 보지요. 여러분은 수고스럽겠지만, 순찰에 동행해 줄래요?”
“그럴게요.”
“고마워요.”
박원영은 지원팀장이 재인에게 연락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재인의 얘기를 털어놓기 전에는 잠시 고민했지만, 지금은 말하길 잘했다 싶었다.
자신들을 도와야 하는 이유도 의무도 없는 상황에서도 선뜻 나서서 도운 사람이 재인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자신들을 그저 팬이라는 이유로,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는 이유로 돕길 주저하지 않았었다.
‘키퍼 부대랑 일하시는 거니까. 훈장 같은 것도 받으시려나?’
유명세에 명예도 살짝 얹고 싶은 팬의 마음이었다.
* * *
재인은 클로버 엔터를 통해서 들어온 뜻밖의 연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키퍼 부대에서 협조 공문이 왔다는 것도 의아한데, 그걸 왜 각성자 협회나 KH 길드를 통해서가 아닌 연예 소속사를 통해서 한 것인지.
“저녁 스케줄 끝나고라도 괜찮다고 찾아오겠다는데요. 긴급한 일이라는데 무슨 일일까요?”
“키퍼가 찾아올 일이라, 저는 짐작 가는 일이 없습니다.”
“저도요.”
순간 예비 키퍼로 긴급 소집된 박원영과 친구들이 떠올랐지만, 곧 지워 버렸다. 그들의 능력이 뛰어나긴 해도 아직 예비 대원일 뿐이었다. 키퍼들이 찾아올 정도의 일과 연관되었을 것 같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곧 알게 되겠죠. 기다려 보죠.”
“예.”
당일 예정된 촬영을 마친 재인 앞에 박원영과 친구들이 나타났다. 키퍼 부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과 몇 명 사무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재인 님!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
“재인 님 저희 왔어요.”
“안녕하십니까.”
발랄하게 인사하는 박원영과 친구들 뒤로 깍듯이 예의를 차린 인사가 이어졌다. 슈트 차림의 키퍼 부대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의 인사말이었다.
“수도 초능력 특수여단 지원대대 대대장 선우현 중령입니다.”
“어, 네. 이재인입니다.”
“재인 님, 저희는 그냥 지원팀장님이라고 불러요.”
“예. 편하게 지원팀장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중령? 재인은 키퍼 부대의 정식 명칭을 처음 들어서 놀라기도 했지만, 사실 그보다는 많아야 삼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상대가 중령이라는 소리에 더 놀랐다.
각성자들로 이뤄진 부대라고 듣긴 했으나 이렇게 젊은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을 줄은 예상 못 했다.
“자리를 옮기시겠습니까? 인근에 대화할 장소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네, 그래요.”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는 몰라도 장소가 좋지 않았다. 촬영장 입구에서 일찍 퇴근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키퍼 부대가 찾아온 재인한테 그런 사람들 시선이 쏠리는 중이었다.
키퍼들의 호위인지 연행인지 모를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드라마 세트장과 가까운 카페였다. 세트장으로 가는 길에 재인도 가끔 들르는 곳으로 인근에서 그나마 괜찮은 카페였다.
“이렇게 찾아뵌 것은 원영 씨와 친구들의 특수한 능력 때문입니다.”
자리에 앉은 직후 지원팀장이 꺼내 놓은 얘기에 재인의 입매가 굳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그들의 초능력 연원 때문이었다. 실험을 통해서 얻게 된 능력과 본래 가진 능력이 몸 안에서 충돌하면서 고통받던 사정을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이재인 씨께서 조치해 주신 후 이들에게 특별한 감지 능력이 생겼습니다. 박원영 씨 일행만이 요새 유행하는 각성제 복용자들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아! 그래서 저한테…….”
“예. 어떤 방식을 사용했는지 문의하고, 저희도 가능한 방법이라면 사용할 수 있게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으음.”
“사실 현재 상황은 뉴스에 나오는 것보다 심각한 상태입니다. 일선 경찰 인력까지 단속에 나선 상황입니다만, 실질적인 효과를 보진 못하고 있습니다.”
각성제 복용이나 제작 단속에 한계가 있었다. 각성제 레시피의 재료가 워낙 구하기 쉬운 것이기도 했고, 재료 자체로는 금지 약물이나 위험 약물로 지정할 만한 근거도 없었다.
키퍼 부대에서 요직을 맡은 사람이 이렇다 할 해결 방법이 없어 민간인인 재인을 찾아올 정도였다. 그만큼 상황이 녹록하지 않았다.
‘원영과 친구들을 하급 신관으로 삼아서 그런 것 같은데, 이건 다른 사람한테는.’
질문이 품고 있는 간절함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선뜻 대답하진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박원영과 친구들은 재인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이들이었다. 시스템에서 신앙을 증명했다고 판단할 정도로.
지원팀장과 다른 사람들에게 박원영 일행처럼 신앙을 증명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믿음이라는 게 요구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었고.
“그건 저와 굳건한 신뢰 관계가 형성된 사람에게만 가능한 방법이라서요. 다른 사람이 사용하기는 힘들어요. 예로 여기 다섯 명한테는 그 방법을 쓸 수 있었지만, 다른 친구들한테는 아니었어요.”
“그런…….”
그게 아니었다면 재인의 하급 신관이 여전히 다섯 명일 이유가 없었다. 그보다 수십 명은 더 하급 신관을 두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탁동훈과 자전거를 타던 청년이 혹시 각성제 복용자인가? 나랑 하찬이만 구분할 수 있었던 걸 보면 그럴 것 같긴 한데.’
촬영장과 집만 오가는 상황이라 낯선 사람을 볼 일이 없었다. 집 주변에 길드원들의 순찰이 강화된 상황이라서 가끔 외출해도 만나는 사람은 전부 낯익은 이웃이나 길드원뿐이었다.
그래서 그때 본 겉도는 거친 기운에 관한 일은 잊고 있었는데, 그게 각성제 복용자를 식별해서 그런 것 같았다.
“방법이 없습니까?”
“그게 신뢰 문제라…….”
정확히는 신앙의 문제라 딱히 손을 쓸 수 없는 일이었다.
[신앙 퀘스트 작성이 가능합니다.]손을 쓸 수 없는 일이었는데, 어쩌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재인은 멋대로 등장한 메시지가 반가웠다. 신앙, 종교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게 좀 그랬으나 딱 필요한 시기에 등장해 줘서 고마웠다.
“잠시만요. 방법 좀 고민해 보고요.”
신앙 퀘스트는 예전 하찬에게 주었던 펫 전용 퀘스트와 비슷했다. 행동 목표가 있고 목표를 완수하면 대상에게 보상해 주는 것이 기본이었다.
‘각성제 복용자를 구별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지.’
간단하게 적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 퀘스트를 작성하려 하자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보상 칸에는 선별안이라는 적절한 보상이 예시로 나와 있어서 고르기 쉬웠는데, 퀘스트 내용란이 문제였다.
‘내 영화와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걸 퀘스트로 주라니, 농담이지?’
퀘스트 내용란의 예시로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나와 있었다. 재인이 출연한 작품을 감상하라거나 굿즈를 구매하라는. 평소에도 요구 못할 일을 이런 상황에 멀쩡한 정신으로 요구할 수는 없었다.
‘착한 일, 착한 일 열 가지 하기로 하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나 동물을 도와주는 거로.’
열 가지 선행을 하라는 퀘스트 내용을 적은 뒤였다. 보상 칸에 적힌 보상이 바뀌었다. 선별안이라는 보상 옆에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기간이 적혀있었다.
7일. 열 가지 착한 일의 대가는 7일간 각성제 복용자를 구분할 방법이었다.
“원영이나 친구들처럼 반영구적인 방법은 아니에요. 일시적으로 각성제 복용자를 구별 가능한 방법이에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닙니다. 일시적인 방법이라도 구별만 할 수 있으면 괜찮습니다.”
“그러면…….”
재인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무척 애썼다. 그나마 배우로 일하며 남들 앞에서 망가지는 모습이나 부끄러운 모습을 연기하는 게 익숙해져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퀘스트 내용 설명을 마치지 못하고 뛰쳐나갔을지도 몰랐다.
“열 가지 선행. 그게 이재인 씨의 신뢰를 얻는 방법입니까?”
“그, 렇죠. 제가 인정할 만한 선행을 열 가지 하시면 일주일 동안 각성제 복용자를 구별할 수 있게 될 거예요.”
“…….”
“…….”
재인은 사방에서 황당해하는 시선이 꽂히는 걸 느꼈다.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착한 일을 하면 하늘이 복을 내린다는 명심보감에나 나올 법한 말을 해 대니 당연했다.
“크흠!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선행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이재인 씨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
재인은 기침으로 정신을 차린 지원팀장을 비롯한 다른 사람에게 신앙 퀘스트 내용을 자세히 풀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