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211)
#211. 위기
드웨인의 트레이닝은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방식으로 꼼꼼히 안전을 챙기면서 훈련했다. 매일 오전 세 시간씩.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면서 훈련하는데도 마칠 때쯤에는 땀으로 전신이 젖어 있었다.
“셋, 둘, 하나. 타이밍 기억하셨죠? 뒤로 몸을 젖히는 동시에 당길게요.”
“네.”
재인은 뒤로 누운 채로 와이어가 당기는 대로 움직이는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본신이 드래곤인 룬은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많았는데, 지금 연습하는 동작들도 그런 것 중 하나였다.
“좋았어요. 다시 봐도 재인 씨는 균형 감각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무게 중심을 잘 잡아서 그런지 힘든 자센데도 무너지지 않고 제대로 유지하고요. 아주 좋아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 보고 마무리하죠.”
“네.”
와이어 액션. 실제 촬영에서 쓸지 안 쓸지는 몰라도 일단 대본에 나온 부분 정도는 연기할 수 있게 익히는 중이었다. 숙련될 정도는 아니고 와이어에 매달린 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었다.
“아빠!”
“에디스. 어서 와.”
“다녀왔습니다.”
“흐흐흠. 누구 딸인지 참. 인사도 예쁘게 잘하네.”
빼놓지 않고 마무리 운동까지 한 뒤 씻고 나온 재인이 멈칫했다. 몇 시간 동안 날카로운 시선으로 깐깐하게 훈련을 지켜보던 드웨인의 얼굴이 헤벌쭉 풀어진 걸 발견해서였다.
드웨인은 큰 덩치로 쪼그리고 앉아 딸로 짐작되는 아이와 눈을 맞추며 웃고 있었다. 세상 진귀한 보석을 앞에 둔 것처럼 감동한 모습이 썩 좋아 보였다.
‘태권도? 검붉은 옷깃이면 태권돈데…….’
도장에서 바로 온 건지 도장에 가는 도중 들른 건지 드웨인 앞의 아이는 태권도복을 입고 있었다. 머리는 운동하기 편하게 양 갈래로 짱짱하게 묶고 허리에는 흰 띠를 매고 있었다.
“드웨인?”
“재인! 소개해 줄게요. 내 딸 에디스예요. 에디스 워커, 6살이에요. 에디스 인사해 봐. 도장에서 배운 인사.”
“응.”
“어서 해 봐. 재인은 한국에서 왔거든.”
“응. 앙녕하띱니까. 저눈 에디스입니타.”
부끄러운지 쭈뼛거리면서 아빠 뒤로 숨던 에디스는 재인이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태권도장에서 배운 배꼽 인사를, 발음이 새는 한국어 인사말을 하면서 했다.
“귀여워라. 안녕. 나는 재인이야. 이재인. 에디스 혹시 태권도 배우니?”
“네! 흰 띠예요.”
“멋지네. 도복 잘 어울린다.”
“이히히.”
에디스의 하얀 도복을 보는 재인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태권도 도장이라면…….’
지금도 따뜻한 기후와 느긋한 도시 분위기에 현서의 마음이 영화 촬영 기간에 같이 지내는 방향으로 많이 기운 상태였다. 거기에 태권도장의 존재는 쐐기를 박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드웨인. 에디스랑 점심을 같이 먹을 생각인가요?”
“아, 네. 점심 먹고 도장에 데려다주려고요. 오후에 레일라가 일이 있거든요.”
“그럼 점심 같이 드실래요? 조카랑 허니 베어 팜에 가기로 했거든요.”
“아! 거기 스테이크 맛있죠. 미트볼도 맛있고요. 사실 거기서 파는 건 스낵 코너에서 파는 것까지 다 맛있어요. 에디스 갈래?”
“갈래! 허니 베어 살래.”
드웨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에디스가 힘차게 대답했다. 허니 베어는 아직 남았으니 나중에 사자는 아빠 말은 들리지 않았다. 꿀을 다 먹지도 않았는데 허니 베어 팜에 간다니 너무 좋았다.
허니 베어 팜에선 곰 모양 유리병에 든 꿀을 팔았다. 에디스네는 평소에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꿀이 떨어질 즈음에는 허니 베어를 사러 팜에 들르곤 했다.
“레일라한테 연락해서 야채 필요한 게 있나 물어봐야겠네요.”
“허니 베어!”
“꿀은 아직 많이 남았다니까.”
“허니 베어 살래.”
“알았어, 알았어. 작은 병으로 하나 사자.”
드웨인의 다리에 매달려서 허니 베어를 사자고 조르는 에디스를 보면서 재인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태권도장 위치와 분위기에 관해 물어보려고 점심에 초대한 건데 이렇게 좋아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 * *
‘아이고! 모르는 형들하고도 금방 친해지던 녀석이.’
재인은 에디스 앞에서 로봇처럼 뻣뻣해진 현서를 속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고 현서와 에디스의 접시에 음식을 나눠 주었다.
“에디스, 태권도 재밌니?”
“네!”
“뭐가 제일 재밌어?”
“줄넘기요. 어제는 디 키즈 노래로 줄넘기했어요.”
“아! 음악 줄넘기. 우리 현서도 줄넘기 잘하는데. 한 번도 안 멈추고 40개까지 할 수 있어. 그치?”
재인은 재빠르게 에디스와의 대화를 현서에게 알려 주었다. 에디스와 눈도 못 마주치고 부끄러워하는 현서가 대화에 끼어들길 바라서였다. 태권도장 얘기라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엄청 부끄러워하네. 유치원이랑 도장에서는 여자애들하고도 잘 놀더니. 에디스는 좀 다른가?’
부끄러워서 음식 접시에 코를 박고 먹기만 하는 현서한테서 시선을 돌려 에디스를 살펴봤다.
드웨인과 같은 갈색 피부에 검은 눈은 건강해 보였다. 짙은 갈색 눈과 같은 색의 곱슬머리가 눈에 띄긴 했지만, 그런 특징은 이곳에선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볼살 통통한 동그란 얼굴이나 애교스러운 동작이 무척 귀여웠지만, 그건 현서의 다른 친구들도 비슷했다.
“태권도장에 다니는 친구가 많니?”
“네, 많아요. 샐리, 댄, 케일런, 에이든. 엄청 많아요.”
“그렇구나. 친구가 그렇게 많다니 부럽다.”
“어? 어? 재인은 친구 없어요? 내 친구 소개해 줄까요?”
“응? 세상에! 에디스 진짜 친절하구나. 친구들도 에디스처럼 친절하겠지? 그러면 나 말고 현서한테 소개해 줄래?”
“네!”
재인은 에디스의 말을 전해 들은 현서의 표정이 환해지는 모습에 웃고 말았다. 어찌나 기쁘다고 솔직하게 드러내고 좋아하는지, 보고 있는 그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드웨인 시간 얼마나 있어요? 우린 농장에 온 김에 미니 트레인을 타러 갈 생각인데요.”
“으음. 미니 트레인은 다음에 타야 할 것 같아요. 태권도 수업 시간에 맞추려면 지금 출발해야 해서요.”
“아! 같이 타면 좋을 텐데 아쉽네요. 그래도 태권도 수업을 빠질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네요.”
“괜찮아요. 허니 베어 팜은 한 달에 한 번은 오는 곳이라서요. 미니 트레인은 다음에 와서 타면 돼요.”
재인은 진심으로 아쉬웠다. 현서가 이제야 조금씩 에디스한테 말을 걸면서 다가가기 시작했는데 헤어질 시간이었다.
“삼촌. 에디스 집에 가요?”
“아니, 태권도 수업 가야 한대.”
“어…….”
“가지 말았으면 좋겠어?”
현서는 에디스가 돌아간다는 말에 당황했다. 재인의 옷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말려 주길 바라는 것 같았는데, 그렇진 않았다.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삼촌이 에디스네 태권도장에 같이 갈 수 있는지 물어봐 줄까?”
“!”
“드웨인한테 연락처 받아서 오늘 태권도장에 방문해도 괜찮은지 물어봐 줄 수 있어. 그런데 그러면 미니 트레인은 못 탈 텐데 괜찮을까?”
“괜찮아요! 다음에, 기차는 다음에 타도 돼요.”
농장 안에는 아이들을 위한 기구가 몇 가지 있었다. 목장 한쪽에 놓인 레일과 작은 기차, 트레일러가 연결된 트랙터, 마차 등이 그것이었다.
현서는 그런 탈 것을 포기하고 에디스의 태권도장에 같이 가길 바랐다.
‘숙소로 엑스 게임장이 있는 공원이나 트레이닝 센터 가까운 곳을 찾을 일이 아니었네. 에디스네 옆집, 안 되면 같은 동네라도 알아봐야겠어.’
어서 연락처를 물어보라며 드웨인 쪽으로 자신을 끌고 밀고 하는 현서를 본 재인이 헛웃음을 삼켰다. 어떻게 꼬셔야 하나 고민했는데 한 방에 해결이었다. 미국 생활의 좋은 점을 어필할 필요가 없어진 게 좋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드웨인. 혹시 태권도장…….”
* * *
재인의 고민거리가 작은 소녀의 뜻하지 않은 도움으로 해결이 된 것과 다르게 한국의 고민거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선발대에서 연락은 아직 없습니까?”
“없습니다.”
키퍼 부대에 소속된 최고 등급의 은신 능력자와 색적 능력자, 지도 제작자 등이 포함된 선발대와 연락이 끊겼다.
“……빌어먹을.”
“…….”
선우현이 작게 욕설을 뇌까렸다. 지휘부라 가능하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게 좋았으나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감정 제어가 쉽지 않았다.
“2차 선발대를 투입할까요?”
“……대기. 2차 선발대는 일단 대기시키십시오.”
던전 환경이 어떤지 어떤 타입의 몬스터가 출몰하는지 하나도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런 것을 알아내기 위해서 선발대를 보냈는데 정기 통신 시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소수의 선발대를 다시 투입하는 것은 귀한 인력만 낭비하는 꼴이 될 가능성이 컸다.
“회의 다녀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누구도 진입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예!”
회의실로 향하는 선우현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회의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키퍼 부대 본대를 투입하기 전에 선발대 인원을 늘려서 투입하자는 결과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 재인 님 보고 싶다.”
“나도.”
“드라마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진짜가 필요해.”
“나도. 재인 님 올해도 팬 미팅 안 하시려나?”
“안 하실 거 같아. 전에 물어봤는데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 못 하신대. 그냥 가만히 앉아만 계셔도 되는데.”
박원영의 말에 친구들이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였다.
재인은 그 자체로 완벽했다. 굳이 팬을 위해서 무언가를 할 필요 없었다. 팬 미팅이라고 노래나 영상 같은 걸 준비할 필요 없이, 편하게 앉아서 같이 얘기하고 음료수를 마시는 걸로도 충분했다.
“우린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나으니까. 참자.”
“응. 스케줄 많아서 바쁘신데도 잊지 않고 챙겨 주셨잖아.”
한 달에 한 번 선행 동참자 감사 이벤트를 잊지 않고 진행하는 것처럼 박원영과 친구들한테 성수도 잊지 않고 챙겨 줬다. 정식 키퍼 대원이 되면서 가끔 하던 경호도 하지 못했는데도 꾸준히 챙겨 줬다.
“지금 경호하는 팀 강하더라.”
“그야 뭐, 그 사람들도…….”
“재인 님 경호원, 내가 하고 싶었는데…….”
“나도.”
“부럽다. 재인 님이랑 같이 밥도 먹고 하겠지?”
재인을 보고 싶다는 화제는 금세 다른 화제로 바뀌었다. 임무를 위해 대기 중인 자신들과 다르게 재인의 옆에서 경호하는 경호 팀이 대화의 주제였다.
현재 재인을 경호하는 팀의 트집을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었다. 개개인이 지닌 능력은 물론이고 재인에 대한 충성심까지도 무척 훌륭했다. 나중에라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재인의 경호를 맡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중령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선우현은 멈췄던 걸음을 다시 이어 갔다. 회의실로 향하는 도중 그는 자신이 왜 박원영 일행을 보고 숨었는지 생각했다.
‘아! 재인 님 보고 싶다.’
박원영이 재인을 부르는 목소리에 숨어 버렸다. 재인과 친한 그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도와 달라는 말이 나올까 봐. 영화 촬영 준비로 출국한 사람한테 돌아오라고 연락할 것 같아서 걸음이 멈춰 버렸다.
‘재인 씨 버프가 있었다면 선발대가 무사히 돌아왔을지도…….’
재인의 버프를 체험해 본 대원들이 낸 보고서는 아주 길고 자세했다. 초능력의 효율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직접 체험하지 않아도 예상 가능할 만큼 상세하게 적어서 냈다.
‘그렇다고 아무 정보도 없는 던전에 재인 씨를 밀어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니.’
다른 버퍼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버프 지속 시간이 길었지만, 그렇다고 던전을 한 바퀴 돌 정도는 아니었다. 선발대와 함께 던전에 들어가서 버프가 끊기지 않게 시간 맞춰서 버프를 걸어 줘야 했다.
그런 걸 아무리 뛰어난 각성자라고 해도 일반인한테 요구할 수는 없었다.
“2차 선발대 인원을 늘리지. 아무 정보도 없는 상황에 본대를 밀어 넣을 순 없으니.”
“대장님!”
“정예 스트라이커를 소집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소집에 응할 거였으면 초고위험 던전이 출현한다고 알렸을 때 반응이 있었겠지.”
“하지만…….”
“소속 상관하지 말고 능력 좋은 이들로 선별해.”
인원을 추가해서 2차 선발대 투입. 회의 결과는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선우현이 잠시 걸음을 멈췄다. 상황실로 돌아가야 하는데 다리가 무거웠다. 돌아가면 정보과에서 올린 키퍼 목록에서 선발대를 선별해야 했다. 그게 지원대대 대대장인 그의 역할이었으나, 솔직히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가시죠.”
“…….”
회의실 문을 붙들고 선 부하의 채근에 선우현이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아까 그 애들. 설마 그 애들도 목록에 있는 건 아니겠지?’
상황실로 돌아가던 선우현의 걸음이 다시 한번 멎었다.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뛰어난 능력을 지닌 박원영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라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