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Hitler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승리를 향하여 (8)
빨갱이들의 수뇌 티토의 목을 따기 위해 독일군은 지상과 하늘, 양쪽에서 공격을 개시했다.
하늘에서 슈코르체니의 프리덴탈 특임대와 브란덴부르크 공수부대가 글라이더를 이용해 강하하는 동안 지상에선 브란덴부르크 사단 보병연대와 제7SS산악사단 프린츠 오이겐이 크로아티아군과 연합해 공격을 개시했다.
“전진, 앞으로!”
“대청소 시간이다! 빨갱이들을 모조리 다 쓸어버리도록!”
“총통 각하께서 우릴 지켜보고 계신다!”
전진하는 독일군을 향해 유고 파르티잔들도 소총과 기관총으로 응사를 가했다.
파르티잔의 사격이 시작되어도 독일군은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상대는 일개 민병.
이쪽은 유럽을 석권한 세계 최고의 정예부대.
독일군은 자신들을 향해 날아드는 총알에 겁먹기는커녕 큰소리로 비웃으며 걸음을 빨리했다.
철십자 마크를 그려 넣은 프랑스제 전차, 소뮤아 S35와 S40이 속도를 올리며 달려와 주포에 불을 당겼다.
-콰웅!
“끄아아악!”
“전차다! 제길, 대전차포!”
우스타샤로부터 노획한 탕크게베어와 PaK 36이 프린츠 오이겐의 프랑스 전차들을 향해 사격했지만, 포탄은 장갑에 튕겨 나왔다.
독일제 전차들과 비교해서 성능이 형편없다고 욕먹는 프랑스 전차들이었지만 37mm 포탄을 정면에서 방호해낼 수준은 되었다.
-카앙!
“튀, 튕겼어!”
소뮤아 S35의 전차포가 불을 뿜기도 전에 Sd.Kfz 251에 거치된 불칸(Vulkan) 유탄발사기가 대전차포진지를 향해 40mm 유탄을 날려댔다.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AGS-17과 비슷하게 생긴 불칸 유탄발사기는 히틀러의 지시로 개발된 물건으로-정작 히틀러는 K4 고속 유탄발사기를 생각했지만-MG40 5대에 달하는 높은 가격으로 여러모로 말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투입되자 적 보병들을 제압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여 빠르게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노란 꼬리를 흘리며 날아간 40mm 유탄이 연속으로 폭발하자 걸레짝이 된 대전차포 주위로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파르티잔들이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독일군은 파르티잔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압도적인 화력으로 적들을 박살 내며 적의 심장부를 향해 전진해 들어갔다.
글라이더로 적의 본거지에 강하한 프리덴탈 특임대원들도 물 만난 고기처럼 미친 듯이 날뛰었다.
비록 착륙과정에서 엄한 곳에 불시착하거나 글라이더가 뒤집혀 스무 명이 넘는 병사들이 전열에서 이탈했지만, 작전대로 목표지점 인근에 강하한 병사들은 수 개월간의 훈련이 헛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 타는 파르티잔의 면상을 벌집으로 만든 슈코르체니는 MP38을 난사해 파르티잔 3명을 추가로 사살했다.
그는 거구의 덩치에 걸맞지 않은 날렵한 몸놀림을 선보이며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하나씩 요리했다.
“커흡!”
파르티잔 대원의 명치를 군화로 걷어찬 슈코르체니는 능숙한 솜씨로 탄창을 갈아 끼운 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파르티잔의 배를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다.
생전에 총을 쏴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소년병이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눴지만, 슈코르체니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자신이 걷어차 쓰러뜨린 적병을 한 손으로 들어 인간방패로 삼았다.
“어어?”
자신이 쏜 총알이 동료의 머리를 맞추자 소년병은 멈칫했다. 본의 아니게 동료를 죽인 셈이 되었으니 어지간히도 놀랐을 터.
멍청하기는. 슈코르체니는 총알이 미간을 뚫고 나온 적을 소년병에게 던진 뒤 대검을 들고 달려드는 여성 대원의 면상을 걷어찼다.
코뼈가 부러지고 앞니가 잇몸에서 튀어나가는 우악스러운 소리가 귀청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거이거, 죄다 햇병아리들뿐이군요.”
브란덴부르크 부대 출신의 아드리안 폰 푈케르샴 SS 중위가 말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여군의 오른쪽 눈에 대검을 박아넣어 숨통을 끊은 그는 여군의 옷깃에 대검 날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푈케르샴은 SS로 전속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60일 남짓한 짧은 기간 사이에 까다로운 슈코르체니에게도 인정받아 그의 오른팔로 활동하고 있었다.
“파르티잔 놈들이 날고 기어봤자 거기서 거기지.”
죽은 동료의 몸뚱이에 깔려 버둥거리는 소년병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넣으며 슈코르체니는 가래침을 탁 뱉었다.
너무 싱거워서 싸운 것 같지도 않았다.
적들을 모두 처리한 슈코르체니와 그의 수하들은 티토의 사령부 내부를 수색했다.
자연적인 동굴 내부를 확장해서 만들어진 티토의 사령부 곳곳에는 파르티잔들이 철수하면서 미처 챙기지 못한 각종 문서와 전리품들이 널려 있었다.
“이것 좀 보십쇼, 슈코르체니 SS 소령님.”
피와 살점이 덕지덕지 묻은 위장복을 입은 SS 병장이 척 보기에도 화려해 보이는 제복을 가지고 왔다.
소매에 금줄로 수놓아진 별 모양의 장식과 붉은 칼라장.
슈코르체니는 그것이 티토의 육군 원수 예복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토 녀석, 얼마나 똥줄이 탔으면 제 옷도 놔두고 그냥 가냐.”
“하하하하!”
“여기 체스 세트도 있습니다!”
곳곳에서 희귀템을 찾아낸 장병들이 탄성을 질러댔다. 하지만 슈코르체니는 금방 입가에서 웃음을 거두고 부하들에게 후속 조치를 내렸다.
“옷이고 시가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떠난 걸 보면 놈은 멀리 못 갔을 거야. 푈케르샴, 자네와 3중대는 여기에 남아 수색을 계속하고 본부와 교신하도록. 나머지는 나를 따른다.”
“알겠습니다!”
“서두르자! 훈장과 포상이 코앞에 있다!”
***
슈코르체니와 프리덴탈 특임대가 자신의 사령부를 휘젓고 다니는 동안 그들이 쫓는 파르티잔 두목 티토는 참모들과 함께 탈출용 비상 열차에 오르고 있었다.
바로 뒤에선 총성과 비명, 폭음이 반복되고 있었다.
소리가 커질수록 티토의 심장박동도 빨라졌다.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한 후에야 그는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걸로 한숨 돌렸군. 티토의 참모들도 저마다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독일 놈들의 정보력이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하마터면 큰일날뻔했군요.”
하지만 안심하기에도 아직 일렀다.
아무도 몰랐던 본거지를 알아내고 바로 코앞까지 쳐들어왔던 독일군이니 다른 곳으로 도피한다고 해도 금방 눈치를 채고 추격자들을 보낼 터.
“아무래도 당분간은 놈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은거해야겠네.”
“동감입니다.”
질라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어디로 가실 계획이십니까? 그리스? 터키?”
“아니. 말이 중립국이지 그 두 나라도 독일 놈들과 한패나 다름없네. 이탈리아를 거쳐 이집트로 가는 게 낫겠어.”
독일군 기지가 위치한 그리스, 터키와 다르게 이탈리아는 엄정한 중립을 지키고 있었다.
티토는 이탈리아를 경유해 영국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고 있는 이집트로 가 영국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집트도 독일의 지원을 받는 반군 때문에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사방이 적지나 다름없는 발칸반도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보단 훨씬 안전할 터였다.
-콰아앙!!
“커윽!”
별안간 폭음이 울리더니 열차가 급정거하면서 티토는 의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모, 모르겠습니다!”
폭음은 계속되었다. 총성도 들렸다.
“동지! 독일군입니다!”
“뭐? 독일군이라고?”
“그런 바보 같은! 독일군은 분명 따돌리지 않았나? 그런데 놈들이 여기까지 쫓아왔다고?”
열차가 급정거한 이유를 알리러 온 파르티잔 대원에게 질라스가 소리를 빽 질렀다.
“아무래도 놈들이 매복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이런······!”
티토의 전용 열차는 앞서 강하한 제22공수사단 병사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우스타샤 및 현지인 협력자들의 안내를 받아 티토의 예상 도주로에 강하한 이들은 철로에 폭탄을 설치한 후, 열차가 나타나자 폭탄을 기폭시켰다.
앞뒤로 포위당한 비상 열차의 승객들은 포위망을 좁혀오는 독일군에 맞서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항복한다고 해도 파르티잔들인 자신들이 어떤 취급을 받을지 알고 있었기에 선택지가 없었다.
“동지, 이쪽으로 오십쇼! 얼른!”
티토와 질라스, 그리고 그의 참모들은 비상 출입구 쪽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오고 비명과 고함이 오갔다.
“크아아악!!”
티토의 참모 중 한 명이 오금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하지만 그를 위해 멈춰 서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지금 걸음을 멈추면 적의 표적이 될 뿐.
살기 위해선 뛰어야 한다. 옆에서 누가 쓰러지든 간에.
하지만 독일군, 슈코르체니와 그의 부하들은 티토보다 더 빠르고 더 집요했다.
티토 일당의 도주를 눈치챈 슈코르체니는 즉시 부하들을 데리고 티토를 추격했다.
그는 숲을 가로질러 사선으로 움직였다.
나뭇가지들이 살갗에 닿으며 뺨과 손등에 자잘한 상처들이 생겼지만 슈코르체니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엔 오직 티토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놈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도주하는 티토 일당을 발견한 슈코르체니는 MP38을 들어 사격했다.
그런데 총탄이 발사되기 무섭게 틱 소리가 나며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
우라질. 슈코르체니가 욕지거리하며 탄창을 교체하는 동안 부하들이 기관단총을 발사했다.
티토의 참모 몇 명이 쓰러졌다. 파르티잔들도 응사하여 독일군 한 명이 어깨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MP38을 쏘던 슈코르체니는 적들과의 거리를 가늠한 뒤 수류탄을 꺼냈다.
놈들은 지금 응사하느라 한 곳에 뭉쳐 있었다. 적의 중앙에서 이것을 터뜨리기만 한다면 적들을 일거에 몰살시키는 게 가능하리라.
적이 주워서 도로 던질 가능성이 있었기에 슈코르체니는 핀을 뽑은 후에도 3초가량 수류탄을 들고 있었다.
속으로 정확히 3초를 센 뒤, 그것을 던졌다. 그런 다음 부하들에게 엎드리라고 소리쳤다.
둔중한 폭음이 울리고 부러진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괴성이 튀어나왔다.
“끄아아아아······”
돼지 멱 따는 소리와 다를 바 없는 괴성에도, 갈가리 찢어진 살점과 허물 벗는 뱀마냥 꿈틀거리는 내장들로 뒤덮인 처참한 살육의 현장에서도 추격자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신체 밖으로 튀어나온 장기를 보고 토악질을 하는 보통의 병사 따윈 프리덴탈 특임대에 들어올 수 없었다.
총알이 오가고 옆에서 밥을 먹던 전우의 머리통이 날아가는 전장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비정상인들만이 프리덴탈 특임대에 들어올 수 있었다.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는 파르티잔들 사이를 뒤지던 슈코르체니는 왼쪽 무릎 아래가 날아가고 눈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중년의 남자를 발견했다.
수류탄 폭발로 오른쪽 눈을 잃은 남자는 손을 더듬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주우려 하고 있었다.
슈코르체니는 남자가 주우려던 FN M1910 권총을 군화로 지그시 밟으면서 호주머니에 곱게 접어 넣어놨던 사진을 꺼내 들었다.
“찾았다.”
***
1942년 9월 20일
독일 베를린 신 총통관저
프리덴탈 특임대에 의해 생포된 티토와 놈의 참모들은 곧장 독일로 압송되었다.
티토를 생포한 슈코르체니에겐 SS 중령으로의 진급과 기사십자장 수여가 결정되었고, 작전에 참여했던 프리덴탈 특임대원들에게도 각자의 공적에 걸맞은 포상이 돌아갔다.
위관이었던 슈코르체니는 영관급으로 진급시키고 그에게 프리덴탈 특임대의 훈련과 지휘를 맡겼을 때만 해도 국방군 일각에선 이미 브란덴부르크가 있는데 뭣 하러 비슷한 부대를 또 만드냐는 반응들이 나왔었지만, 슈코르체니의 활약으로 이러한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국방군 장군들을 대하는 힘러의 목이 더욱 뻣뻣해진 건 덤이다.
파벨리치는 티토를 자신에게 넘겨주면 자~알 처리하겠다고 요청해왔지만, 이쪽도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기에 파벨리치의 요청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대신, 아예 넘겨주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우리가 데리고 있다가 때가 되면 크로아티아로 송환하겠다고 말하자 파벨리치는 별말없이 조용히 물러났다.
“아니, 총통 각하. 그냥 바로 처형하던가, 파벨리치에게 넘겨버리면 될 일인데 굳이 놈을 데리고 있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힘러, 자네는 아직 뭘 모르는군.”
티토가 현장에서 사살되었더라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일조차 없었겠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놈은 살아있는 상태로 아군에게 포획되었다.
따라서 우린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최대한 알차게 활용해야 한다.
발칸반도에서 파르티잔들이 들끓는 모습을 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티토를 그냥 죽인다면, 놈은 빨갱이들에 의해 순교자로 포장되어 영원토록 순교자로 숭배될 걸세. 녀석을 추종하는 빨갱이들은 파르티잔이 되어 계속해서 제3제국의 후방을 어지럽히고 독일 아들들의 목숨을 앗아가겠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놈을 잘 이용해야 하지 않겠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총통 각하.”
머쓱해진 힘러가 머리를 긁적이는 동안 가만히 있던 괴링이 이때다 싶어 나섰다.
“죽일 때 죽이더라도 당장은 놈을 구워삶아 우리 입맛에 맞게 조종할 필요가 있습죠! 그런데······ 총통께선 어떤 방법으로 놈이 독일에 협력하도록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괴링? 티토가 우리에게 협력한다고?”
“어? 티토의 협조를 구할 생각이 아니셨는지······?”
“그게 가능했으면 지금 이러고 있겠나?”
자신이 핀트를 잘못 짚었다는 것을 깨달은 괴링의 목소리가 급격히 작아졌다.
카이텔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고, 괴벨스와 리벤트로프는 쌤통이라는 듯 입꼬리가 올라갔다.
최면빔이라도 쓰지 않는 이상 티토에게서 협력을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쉽게 전향할 놈 같았으면 애당초 파르티잔이 되지도 않았겠지.
그러나 내겐 다른 계획이 있었다. 티토의 협조를 구할 필요도 없고, 파르티잔들이 자발적으로 무기를 내려놓게 만들 수 있는 완벽한 계획이.
“그 계획이 바로 무엇입니까?”
“다들 잘 들으시오. 계획은 바로-”
설명이 끝나자 좌우를 가리지 않고 일제히 폭소가 터져 나왔다. 상상만으로도 웃겨 죽겠다는 반응들.
내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최고의 계획이란 말이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총통 각하.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실 수 있으십니까?”
“역시 총통 각하의 혜안에는 독일의 어느 누구도 감히 따라갈 엄두조차 낼 수 없을 겁니다!”
“티토, 그놈.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되겠군요!”
***
독일인 의사들의 실력은 가히 뛰어났다.
티토가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너덜너덜했던 절단면은 소독한 붕대로 말끔하게 감겨 있었다.
통증이 아직 남아있었지만 심하지는 않았다.
마취에서 깬 티토는 자신을 취조하러 들어온 SD 요원에게 자신은 절대로 협력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사람 좋아 보이는 선한 얼굴을 한 SD 요원은 협박이나 비아냥이 아닌,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말투로 물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어째서 그렇게 단호할 수 있냐고.
“몰라서 묻나? 너희 파쇼 놈들의 개가 될 바엔 혀를 깨물고 죽는 게 낫거든. 알아들었으면 얼른 죽여.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지 말고.”
SD 요원은 방을 나서기 전, 티토에게 담배를 권했지만, 티토는 사양했다. 담배에 독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혐오하는 파시스트들에게 빚을 지기 싫어서였다.
1시간 후, 다시 발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학자 유형으로 보이는 SS 중위가 건장한 체격의 SS 병사 셋을 데리고 들어오자 티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안경잡이, 네가 내 사형집행인이냐?”
“아쉽게도 난 아냐.”
“그럼, 뒤에 있는 네 똘마니에게 시킬 거냐?”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아주 단단히 착각하고 있나 본데······.”
SS 중위는 안경을 들어 올리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넌 오늘 안 죽어.”
“그럼, 내일인가?”
“아니. 일주일, 한 달이 지나도 네놈은 안 죽어. 넌 그냥 죽이기엔 너무 아까운 놈이거든.”
“그러면?”
어리둥절한 티토에게 SS 중위는 숨겨두었던 ‘특별 선물’을 꺼내 들었다. SS 중위가 꺼낸 특별 선물을 본 티토의 얼굴에서 서서히 핏기가 가셨다.
“그, 그게 뭐야? 씨발! 오지 마! 오지 말라고 개새끼들아!”
“꽉 잡아. 놈이 발버둥 못 치게.”
“이, 이 개돼지 새끼들아! 차라리 죽여! 죽이라고 씨바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