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Hitler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줄다리기 (5)
“조지 S. 패튼 중장이오. 반갑소이다.”
“……버나드 로 몽고메리요. 나도 반갑소.”
좋게 말하면 세기의 라이벌, 실제로는 견원지간으로 역사에 기록된 미국과 영국의 두 장군은 악수를 나눴다.
옥스퍼드를 독일군에게 빼앗기고 후퇴에 후퇴를 거듭, 버밍엄까지 도망쳐온 과정에 대해서 몽고메리는 온갖 미사여구를 섞어가며 패튼에게 설명했다.
몽고메리가 설명 과정에서 여러 사족을 많이 달았지만, 패튼은 누구보다 먼저 본질을 파악했다.
-독일군은 너무 세다. 그놈들의 전차, 전투기, 소총은 아군의 그것보다 격차가 몇 단계 이상 벌어져 있다.
-제공권이 넘어오지 않는 한 공세는 무리고 방어전으로 가야 한다.
-지금 병력만으론 공세는 절대 무리.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의 병력이 모여야 시도해 볼 만하다. 나처럼 섣불리 공격했다가 개털되기 싫으면.
“장군의 충고는 내 잘 알겠소.”
몽고메리의 차례는 끝났다. 이제 패튼의 차례였다.
“하지만 이 먼 후방에서는 전선의 자세한 분위기를 살필 수 없소.”
“그건 무슨 말이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전략을 세워야겠소.”
패튼은 호전적이었지만, 무턱대고 호전적이지는 않았다. 되려 그는 전략을 세울 때 그 누구보다 신중했다.
공세를 위해선 충분한 물자와 병력이 필수적이지만 공세에 앞서 적의 기세를 살피는 정찰도 대단히 중요하다.
예로부터 정찰을 게을리해서 잘된 군대는 하나도 없었다.
패튼은 공세를 하기 전에 정찰조를 적의 동태를 살피고 적 전선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것을 선호했다.
전선으로 시찰을 나가겠다는 패튼의 말에 몽고메리가 기가 찬 말투로 말했다.
“정찰기를 쓰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닐 거요. 애석하게도 이 하늘은 제리들이 꽉 잡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오. 정찰기 외에 이동수단은 차고 넘치니.”
“장군님.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좋아. 그럼 가볼까.”
패튼 전용 지휘 차량은 윌리스 MB 지프에 방탄판을 덧대 방어력을 올린 차량이었다.
그래 봤자 소총탄 정도만 겨우 막을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측면에 아무것도 없이 휑하니 뚫려 있는 원본보다는 안전했다.
여기에 M8 그레이하운드 장갑차 1대가 따라붙어 패튼의 호위를 맡았다.
패튼은 지프차 한 대만 타고 가고 싶었지만, 참모들이 적극적으로 만류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출발. 제리들 상판이나 보자고.”
***
1943년 7월 13일
영국 옥스퍼드
피난을 거부하고 옥스퍼드에 남은 주민들은 점령군 앞에서 언행에 주의를 기울였다.
롬멜 역시 주민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은 반드시 피하라고 일선 지휘관들에게 거듭 강조했다.
총통도 현지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켜봤자 돌아오는 것은 총알과 폭탄뿐이니 대민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물론 긴급한 경우 주민들로부터 물자를 징발하거나 이들을 진지공사 혹은 도로보수에 동원할 수 있지만, 일당을 지급하거나 최소한 차용증이라도 써줘야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점령군이라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다가 분노한 주민들이 몰래 철로에 폭탄을 설치하거나 화염병을 던진다면 그땐 어떻게 대응할 건가?
롬멜은 자신이 입으로만 말한다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술에 취해 길을 가던 여자를 강간한 공병 소위와 차로 노인을 치고 노인을 다리 밑으로 던져 증거인멸을 시도한 공군 소속 여군 운전병을 영국인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 총살했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휘해서인지 한 건의 게릴라 공격 시도도 보고되지 않았다.
후방이 안정되어야 전방에 집중할 수 있는 법. 롬멜의 다음 목표는 버밍엄이었다. 런던, 맨체스터와 더불어 영국 3대 도시로 손꼽히는 대도시.
이곳 옥스퍼드를 점령하느라 예상보다 피해가 크긴 했지만, 본국에서 온 탄약과 식량, 그리고 신병들이 그 피해를 보이지 않게 메웠다.
피격된 전차 중에 수리가 가능한 것은 정비중대의 손을 거쳐 현역으로 복귀했고 정비중대만으로는 고치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차량은 후방으로, 수리에 드는 비용이 더 나오겠다 싶거나 손도 못 댈 정도로 엉망이 된 차량은 분해하여 쓸만한 부품들만 건져 예비용으로 보관했다.
독일 기술자들이 만들어낸 전차들은 최전선의 적에겐 공포를 아군에겐 호평과 찬사를 받았다.
전차를 최초로 만들어낸 국가는 영국이었지만, 정작 전차의 본고장 영국에서 만들어낸 전차들과 바다 건너 미국에서 온 전차들은 독일 전차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청출어람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지.’
1차대전에서 독일은 영국과 프랑스가 끌고 온 전차부대에 밀려 패배했다.
독일을 패배로 몰아갔던 전차가 이제는 독일을 승리로, 영국을 패배로 인도하고 있다.
얼마나 멋진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총통은 미국의 지원군이 추가로 영국에 도착하기 전에 전쟁을 끝낼 것을 결의했다. 진격이 지체될수록 브리튼 섬에 상륙하는 미군의 숫자는 늘어날 것이고 전진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시간이 더 지체되기 전에 그보다 더 멀리, 최대한 전진해 글래스고까지 닿아야 한다.
해군과 공군도 총통의 강력한 당부에 따라 영국의 항구란 항구에 기뢰를 풀고, 공군은 리버풀, 맨체스터, 피터버러, 노팅엄, 셰필드까지 폭격을 가했다.
RAF의 전투기들도 일제히 요격에 나섰지만, 압도적인 성능의 제트기 앞에선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기 일쑤였다.
이미 대세는 독일로 기운 지 오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되기 전에 영국을 점령하고 이 전쟁을 완전히 끝낸다.
전쟁이 끝난 유럽은 독일이 주도하는 신질서 아래서 새롭게 개편될 것이며 자신은 새로운 유럽을 만든 위대한 선구자 중 하나로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자신감에 찬 롬멜은 그 누구도 자신의 앞을 가로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는 적의 공세 소식이 전해졌을 때 무척 놀랐다.
“적의 공격?”
“그렇습니다, 각하.”
적들에게 공세를 펼칠만한 여력이 남아있었단 말인가? 적잖이 놀란 롬멜에게 부관 루크가 말했다.
“다행히도 아직 전선이 돌파당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공세의 주력은 영국군이 아니랍니다.”
“영국군이 아니라면 캐나다군인가?”
루크는 고개를 저었다.
“미군입니다.”
***
“으음…….”
손에 든 쌍안경을 내리며 패튼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영국 놈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군. 패튼은 콘크리트 요새처럼 견고한 독일군 전선에 혀를 찼다.
이대로 몽고메리의 말대로 닥치고 방어에 열중해야 하나? 하지만 그건 패튼의 성미에 차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지금처럼 방어만 하는 것은 임시방편, 언 발에 오줌을 누는 것과 동격이었다.
지금까지 방어만 해서 적을 해안가에 묶어두기라도 했나, 런던을 지키는 데 성공하기라도 했나.
방어만으론 제리들을 막을 수 없다.
제리들은 분명 연이은 승리로 기고만장해져 있을 터. 그런 것치곤 전선에 흠이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더 자세히 파고들면 어딘가 틈이 있을 것이다.
그 틈을 파고들어 적을 혼란에 빠뜨려 섬멸을 유도하는 것이 곧 승리하는 길일 것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대로 복귀합니까?”
“아니. 조금만 더 둘러보지.”
1시간을 더 둘러보던 패튼은 마침내 자신이 찾던 틈을 발견했다. 여기다. 바로 여기를 집중공격해서 기갑부대로 쭉 밀고 들어가면 저 제리 놈들에게도 한 방 제대로 먹일 수 있다.
취약점을 확인한 패튼은 즉시 부대로 복귀해 몽고메리와 언쟁을 벌였다.
몽고메리는 패튼의 설명에도 ‘당분간은 방어에 전념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했고 패튼은 방어만 해선 될 게 없다며 과감한 공세로 적의 예봉을 꺾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 간의 입장 자치가 좁혀지지 않자, 패튼은 결국 미군 단독으로 공세를 가하기로 했다.
두고 봐라. 제리들과 네놈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버릴 테니.
“겁보 새끼처럼 참호에 처박혀 있으면 될 일이 하나도 안 되지. 제리들과 저, 거만한 영국 신사 나리들에게 미합중국 군인의 힘을 보여주자고.”
***
“비상! 적습!”
“모두 위치로!”
느닷없이 닥친 포격이 끝나고, 참호에서 고개를 내민 독일군이 본 것은 돌격해오는 셔먼들의 행렬이었다.
공군 연락장교가 급히 지원요청을 넣는 사이에 수풀로 위장한 88mm 대공포들이 포구를 아래로 낮춰 사격 자세를 잡았다.
“저놈들, 토미들이 아냐.”
“토미들이 아니라고?”
“그럼 뭐야?”
“양키들이다.”
“토미건 양키건 화성인이건 알 바 아냐. 어차피 우리에겐 이 88이 있으니까.”
전선의 독일군에게 전차는 없지만, 전차만큼이나 든든한 88이 있었다. 그리고 일개 보병 분대에도 판처파우스트가 지급되어 적 전차의 돌입에 대비했다.
“사정거리 안입니다!”
“좋아, 발포!”
1km 거리에서 88mm 대공포들이 불을 뿜었다. 기세 좋게 돌격해오던 셔먼 2대가 거의 동시에 폭발하며 포탄을 허공으로 사출시켰다.
기적적으로 정면에서 88mm 철갑탄을 튕겨낸 셔먼은 황급히 아군 전차의 잔해 뒤로 대피했다.
하지만 매의 눈을 가진 포수는 셔먼의 포탑을 정확히 노려 사격을 가했다.
포방패를 관통한 철갑탄에 전차장, 포수, 탄약수의 몸통이 조각나고 운 좋게 죽음을 피한 통신수와 조종수가 혼비백산하여 전차에서 탈출했다.
88보다는 위력이 떨어지지만, 셔먼의 전면에 구멍을 내는 것에는 무리가 없는 PaK 40도 발포했다.
차체를 관통한 포탄에 의해 유폭이 일어나 포탑에서 포방패와 주포가 탈거되어 떨어져 나왔다.
장갑이 두꺼운 셔먼은 그나마 적 포탄을 튕겨낼 확률이 조금이나마 있는 반면에 장갑이 얇은 스튜어트는 맞았다하면 불타는 관이 되기 일쑤였다.
어느새 스튜어트는 모두 자취를 감추고 전장에는 셔먼만 남아 공격을 이어갔다.
고르고 고른 전선 중에 가장 방어선이 취약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피해는 상상 이상이었다. 곧 후방의 패튼에게도 일선에서의 급보가 날아들었다.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12대 손실이라고?”
“맙소사.”
“장군님, 이 이상 공세를 계속하는 건 무리입니다. 부디 재고해주십시오.”
상상 이상의 피해에 경악한 부하들과 달리 패튼은 초연했다.
물론 그도 예상외의 손실에 적잖이 놀랐지만, 이제 와서 공세를 무를 생각도 없었다.
“거기 말곤 다른 우회로 따윈 없네. 손실이 얼마건 간에 돌파만 하면 그다음부터 일사천리다, 이 말이야!”
패튼의 전략은 적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경우, 즉시 다른 우회로를 찾아 전진하고 해당 지역의 적 병력은 전차를 뒤따르는 보병과 포병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적 방어선 중에 가장 얇은 부분을 골라 기갑전력을 집중투입했다.
강력한 전차로 적 전선을 단숨에 돌파한 후 좌우는 후위의 보병들에게 맡기고 전차들은 그대로 직진하며 적 후방을 휘젓는다.
연료와 탄약이 받쳐주는 데까지 전진하다 보면, 어느새 전선은 붕괴해 적은 단숨에 구심점을 잃고 포위당하거나 퇴각하게 된다.
그런데 그 돌파 부분에서 미군은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었다. 바로 독일군의 대전차포와 판처파우스트에 의해서.
75mm와 76mm 포탄이 일제 사격으로 겨우 88을 침묵시킨 셔먼들이 참호를 넘어 전진하는 순간 측면에서 로켓이 날아들었다.
셔먼의 측면을 직격한 판처파우스트의 탄두는 셔먼의 장갑을 그대로 뚫고 지나가 옆에 있는 다른 셔먼을 터뜨렸다.
판처파우스트의 높은 관통력 때문에 간간이 생기는 일이었다.
“우와아아악!!”
장갑에 구멍만 뚫렸을 뿐 전차 자체는 멀쩡했지만, 전차가 관통당했다는 사실 자체에 충격받은 전차병들은 멀쩡한 전차를 버리고 탈출했다.
해치를 열고 탈출하는 전차병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독일군의 총알이었다.
“망설이지 마라! 계속 밟아!”
“하지만-”
“야 이 병신아! 여기서 멈추면 그대로 뒈진다니까? 최대한 빨리 움직여서 망할 크라우츠(Krauts)들이 우릴 조준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닥치고 밟아!”
“아, 알겠습니다!”
미군 전차병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전속력으로 달려 독일군이 그들을 조준할 수 없게 하는 방법뿐이었다.
아니면 전차포와 기관총으로 적군을 먼저 회치는 것이거나.
“2시 방향에 제리들이다!”
“기관총으로 쓸어버려!”
포탑과 차체의 기관총이 회전하며 판처파우스트를 겨냥하던 독일군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구멍투성이가 되어 널브러진 독일군을 무한궤도로 짓뭉개며 전진하는 셔먼을 향해 또 한 발의 판처파우스트가 날아들었다.
-쾅!
탄약고 부분에 명중한 판처파우스트의 탄두가 폭발하며 전차를 거대한 오븐으로 만들었다.
전신이 화염에 휩싸인 승무원들이 괴성을 지르며 전차 해치를 열기 위해 발악했다.
하지만 피격 당시의 충격으로 잠금장치가 고장 나 해치는 열리지 않았다. 전차병들은 전차 안에서 산 채로 타죽었다.
설상가상으로 공군 연락장교가 호출한 슈투카들이 나타나 미군 전차부대를 공격했다.
영국군과 기타 연합군은 줄기차게 겪어본 슈투카의 공습이었지만 미군은 오늘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이 처음이라곤 해도 미군이 슈투카의 존재에 대해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영국에 파병되기 전 교육자료로 슈투카에 대해 배운 미군은 황급히 산개하며 주포와 기관총을 최대한 높게 들어 제한적인 대공사격을 실시했다.
“양키들이 살려고 발악하는군.”
“하, 이런 걸로 우리가 쫄 줄 아는가 본데. 어림도 없지!”
이보다 더 격렬한 대공포화 속에서도 여유롭게 폭탄을 투하하고 생환한 적 있는 루델에게 미군의 대공사격은 어린애 소꿉장난 수준이었다.
미군이 쏘아대는 총알을 피해 R5M 로켓을 발사한 그는 셔먼이 불타는 것을 보고 여유롭게 카운트를 셌다.
장갑이 얇은 상부장갑에 내리꽂힌 로켓은 전차를 유폭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했다.
어느 재수 없는 셔먼은 탄약이 일제히 유폭하여 포탑이 차체와 분리되고 측면장갑이 통째로 뜯겨나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여기에 결정타로 보병들의 지원요청을 받고 헷처 중대가 도착했다.
포탑이 없어 표적을 조준하려면 차체를 일일이 틀어야 하는 불리함이 있지만, 차체 전면에 방어력을 몰빵한 구축전차답게 전면에 한정하여 방어력이 티거 이상인 헷처는 셔먼이 상대하기 어려운 강적이었다.
양 전차들 사이에서 포격이 오갔다. 중대장의 지시대로 헷처들은 미군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서 포화를 주고받았다.
헷처의 75mm 포탄에 직격당한 셔먼이 폭발하거나 조용히 연기를 토해내며 멈춰 섰다.
헷처도 셔먼이 쏜 포탄을 몇 발인가 맞았지만, 무리 없이 튕겨냈다. 측면만 노출하지 않는다면 헷처는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저 새끼들, 왜 멀쩡한 거야?”
“우리 포탄이 죄다 튕겨 나오고 있잖아!?”
“빌어먹을. 저런 땅딸보만 한 놈들에게…….”
“후퇴해! 이건 개죽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