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Hitler RAW novel - Chapter (268)
268화 대타협
영국 고위직 중에서 처칠 외에 포로가 된 인간은 한 명 더 있었다.
도살자 해리스로 유명한 영국 공군 폭격기 사령관 아서 해리스가 그 주인공 되시겠다.
“아니. 그 인간은 어쩌다 포로로 잡힌 거요?”
“보고받은 바로는 병사들과 함께 싸우며 죽겠다고 소총을 들고 싸우다가 후방을 기습한 아군에 의해 포로가 됐답니다. 자살하려고 권총을 머리에 겨누려 했는데, 공격하려는 것으로 오해한 병사가 총을 쐈다고…….”
해리스는 지금도 병실에서 게슈타포의 삼엄한 감시를 받으며 의사들의 정성 어린 치료를 받고 있다.
그래야 아주 건강한 상태로 재판을 받지 않겠는가.
연합군이 종전 후, 독일과 일본의 전범들을 재판대에 세워 단죄했던 것처럼 나 역시 조만간 이놈들을 재판대에 세워 전쟁을 일으킨 죄를 물을 것이다.
독일이 선이자 정의고, 전쟁을 일으킨 영국이 악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기 위해서.
그러나 영국은 점령했어도 아직 처리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전쟁으로 개박살 난 영국을 재건하는 일과 반(半) 벌거숭이 상태나 다름없는 영국인들이 굶어 죽지 않게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사안은 바로 미국과의 전쟁을 마무리 짓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10세는 영국을 점령했으니 이제 덴마크령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탈환해달라고 매일같이 내게 장문의 전문을 보내오고 있었다.
“가능하겠소?”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절대 불가입니다.”
답이 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군들과 아이슬란드를 공격하는 방안에 대해 토의해봤지만, 결과는 매번 같았다.
현재 국방군의 능력으로는 아이슬란드 탈환은 절대적으로 무리다.
당장 바다사자 작전도 역정보를 열심히 뿌려 처칠이 영국군을 중동과 인도 일대로 재배치하게 한 뒤 빈집털이를 감행해 겨우 성공했다.
만약 영국이 자국 해군을 본토로 집중시킨 상태에서 감행했다면 바다사자 작전은 결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독일의 기만술에 당한 적들이 한 번 더 당해줄 리가 없다.
그것도 아이슬란드는 북미와 유럽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니만큼 연합군의 방비도 보통이 아닐뿐더러 거리도 거리인지라 크릭스마리네 전력을 모두 동원한다고 해도 성공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
결국, 남은 방법은 협상뿐인데…….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월리스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덴마크에 반환하겠소?”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리벤트로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쿠바 미사일 위기를 생각해보자.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는 쿠바와 달리 거리가 제법 있는 편이지만, 유럽에서 북아메리카 대륙까지 왕복할 수 있는 폭격기가 없는 지금 독일이 미국을 폭격하려면 아이슬란드나 그린란드에 폭격기를 배치하는 방법뿐이다.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소련과 핵전쟁을 벌이니 마니 하는 수준까지 갔던 미국인데 자국과 전쟁 중이고 일본 패망 후 제1적국이 될 게 분명한 나라에 자국을 폭격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를 넘겨준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렇다고 미국에 ‘그냥 너 가져라’하고 넘겨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동맹인 덴마크의 영토이기도 하거니와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는 독일에도 대단히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여차하면 바로 북미 대륙을 폭격할 수 있고, 미국이 유럽을 공격하는 것을 일차적으로 방어하는 관문인데 이런 곳을 미국에 그냥 넘기기에도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러나 이 두 곳 때문에 전쟁을 쭉 이어나가는 것도 무모한 일.
따라서 나는 리벤트로프에게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의 매매를 염두에 두고 협상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지극히 현명한 판단이십니다만, 덴마크 정부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이 부분에 관해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가 나서서 설득을 해보겠네. 어차피 덴마크 자신들의 힘만으론 두 지역을 탈환하는 게 불가능하고, 지금 얻은 승전국 지위도 다 우리 덕에 얻은 것이니 내가 나서서 안 된다고 하면 결국에는 따르지 않겠나.”
“역시! 총통 각하의 혜안은 보통이 아니십니다.”
보통은 이런 걸로 혜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네만.
매일같이 아부를 듣고 사는지라 이쯤 되면 슬슬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아부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기보단 어색하고 낯 뜨겁기만 했다.
아부하는 상대가 상대인지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
미군 수만 명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끝내 미국은 영국에서의 전투에서 독일에 패배했다.
영국에서 미군은 11만 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냈다. 석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11만 명이나 되는 인원이 죽거나 다친 것이다.
수백만 명이 죽어간 동부전선과 비교하면 사상자 11만 명이라는 수치는 소꿉장난 정도로 보일지 모르지만, 공산당의 일당독재인 소련과 달리 미국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당한 표를 행사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차이점이 있었다.
병사 한 명 한 명이 미합중국 시민이자 선거에서 표를 행사하는 시민들의 가족인데, 이들의 죽음이 선거에서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를 생각해보면 동부전선에서 죽어간 소련군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독일에는 2만 명이 넘는 장병들이 포로로 잡혀 석방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어마어마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승리는커녕 꼴사납게 영국에서 철수해야 했다는 사실에 여론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마냥 활활 타올랐다.
시위대는 물론이고 공화당에서도 영국에서의 패배를 인정하고 하루빨리 독일과 강화조약을 맺어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영국의 안전이 곧 미국의 안전이라며 영국을 돕기 위해 병력을 보내는 것에 찬성표를 던졌던 의원들도 이제는 독일과 협상을 해야 할 때라는 주장에 반박하지 못했다.
독일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영국에 대한 응징이지 미국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이전부터 히틀러가 여러 차례 미국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온 것도 강화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지금 이 전쟁을 계속 끌어봤자 미국에 어떠한 이득도 없다는 주장 역시 지극히 옳은 말이었다.
“빌어먹을 프랭크. 아무래도 나도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독일이 두 번째 회담을 제안해왔다는 보고에 월리스는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미국이 독일에 먼저 숙이고 들어갔다는 기록을 역사에 남기지 않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래도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는 넘겨줄 수가 없소. 이들 지역이 독일의 수중에 들어간다면 훗날 지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재앙이 되어 합중국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오.”
“그렇겠지요.”
헐도 월리스의 말에 공감했다.
독일과의 무의미한 전쟁을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가 추축국에 돌아가는 일은 피해야지 싶었다.
이들 지역에서의 철수는 미국이 유럽에서 완전히 퇴출당함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독일이 대서양에서 완전한 우위를 굳히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반드시 해당 지역들이 추축국에 반환되는 일은 막아야 했다.
헐은 비장한 마음으로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에게 미국과 세계의 운명이 걸려있었다.
***
1943년 8월 28일
아일랜드 리머릭
“지난번 포르투갈에서 뵙고 오늘은 아일랜드에서 뵙는군요. 허허허.”
“허허…… 그러게 말이올시다.”
이번 휴전협상에 영국 대표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독일과의 협상에 앞서 협상 소식을 캐나다의 영국 망명정부에 알렸다.
영국 망명정부의 입장은 독일과 어떠한 협상도 불가하다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독일과 협상하는 것에 반대를 표하지도 않았다.
영국이 반대한다고 해서 미국이 협상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뿐더러 미국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처지라 미국에 이래라저래라 할 처지가 아니었다.
애틀리는 전임자 처칠이 독일의 포로로 있는 마당에 자신이 독일과 협상을 하게 된다면 그를 배신하는 꼴이 된다며 협상에 참여할 수 없으니 양해해달라고 월리스에게 극비리에 통보해왔다.
월리스는 애틀리의 입장에 공감하며 이번 협상에 영국 측의 요구조건도 헐을 통해 대신 전달하기로 했다. 영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말고는 오로지 독일에 달린 일이었지만.
독일의 요구사항은 간단했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를 원 정부인 덴마크에 반환하고 독일과 즉시 종전 및 불가침조약 체결, 경제협력 강화, 모슬리 내각을 영국의 신 정부로 인정하는 것.
미국-그리고 영국-의 요구는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반환 불가, 영국을 중립국화하고 캐나다의 영국 정부를 영국 전통 정부로 인정하는 것, 그리고 독일이 포로로 잡은 처칠의 송환이었다.
당연하게도 독일은 미국이 제시한 영국 중립화 방안 및 처칠 송환을 거부했고 미국은 독일의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반환을 거부했다.
‘이번에도 헛발질인가…….’
예전 포르투갈에서처럼 이번 회담도 소득 없이 끝날 듯한 예감이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는 헐에게 별안간 리벤트로프가 뜻밖의 제안을 꺼냈다.
“이전에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미합중국 정부에서 구매하겠다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과연 저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생각하며 헐은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리벤트로프가 말했다.
“그 제안, 받아들이지요.”
리벤트로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지, 진심으로 하는 소립니까?”
“그럼 농담으로 하는 소리겠습니까? 이미 덴마크 정부 역시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의 반환이 힘들다면 미국 정부에 합당한 가격을 받고 파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의 구매 비용으로 미국 정부는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습니까?”
예상치 못한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진 헐이었지만, 이것이 전쟁을 끝낼 기회라는 생각이 들자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독일도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 부담될 테고, 무력으로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탈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협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 선회했을 가능성이 컸다.
덴마크도 내심 같은 생각인지 아니면 독일 측에서 압력을 넣은 것인지 몰라도 아무튼 동의했다고 하니 이제 남은 건 가격 협상 문제였다.
헐이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합쳐서 3억 달러를 지불할 의사가 있습니다.”
“3억 달러라고요? 금액이 너무 적은 것 같습니다만.”
리벤트로프가 눈살을 찌푸리자 헐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덴마크 정부에서는 15억 달러를 요구했습니다. 전쟁으로 덴마크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15억 달러라. 헐은 고심했다. 미국의 재정으로 15억 달러는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었지만, 지불할 수만 있지 그것이 선뜻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란 뜻은 아니었다.
“15억 달러는 무리입니다.”
“그렇다고 전쟁을 계속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곳에 오신 이유가 뭡니까?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그렇소. 하지만 15억 달러는 현실적으로 무리요.”
“허면, 어디까지 가능하십니까?”
헐은 머리를 굴렀다.
“8억 달러까지는 지불할 수 있소. 하지만 그 이상은 힘듭니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내일마저 대화하도록 하지요. 본국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니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리하지요.”
***
아일랜드에서 회담이 열리기 전 나는 크리스티안 10세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지금 영국에서 연합군을 몰아냈지만, 이 이상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힘들다고.
특히 독일과 추축국 전 병력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대서양의 연합군을 뚫고 아이슬란드에 상륙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미국인들은 자국의 안전을 우려해서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결코 내놓으려 하지 않을 텐데, 시간이 흐를수록 압도적인 공업력을 갖춘 미국이 유리할뿐더러 전쟁이 길어질수록 독일 경제에 가해지는 부담도 크니 여기서 더 뻐팅기는 것보다 최대한 빨리 전쟁을 끝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우리가 자기네 영토를 위해서 피를 흘릴 이유가 적다고 느꼈는지 크리스티안 10세는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총통은 저놈들에게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고스란히 헌납해야 한다고 보시오?”
“헌납은 아니죠. 저들에게 돈을 받고 파는 겁니다.”
“돈을 받고 판다고?”
“예전 회담에서도 미국은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의 구매 의사를 타진했습니다. 어차피 무력으로 찾기 힘드니, 돈을 받고 파는 게 그나마 덜 손해를 보는 방법입니다. 그것이 덴마크의 미래를 위해서도 나은 선택일 테고요.”
“으음…….”
결국, 크리스티안 10세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미국에 팔기로.
그 대가로 제시한 금액이 15억 달러였다. 실제 1946년에 트루먼이 덴마크에 1억 달러에 그린란드를 구입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덴마크의 거절로 무산된 바 있었다.
따라서 15억 달러는 너무 크지 않겠느냐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미국이 맨해튼 프로젝트에 쏟아부은 돈이 20억 달러라는 것을 고려하면 지불할 수 없는 금액도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은 최대 8억 달러를 제시했다. 이 말을 그대로 크리스티안 10세에게 들려주니 크리스티안 10세는 노발대발했다.
15억 달러도 못마땅한데 8억 달러라니.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라 놀라지는 않았다. 그냥 귀찮다는 생각만 들뿐.
크리스티안 10세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하느라 혀에 쥐가 날 것 같았지만, 이것도 내 숙명이라 생각하고 꾸욱 참았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나는 크리스티안 10세로부터 10억 달러까지는 생각해보겠다는 대답을 받아낼 수 있었다.
설득하지 않고 ‘독일 없이 알아서 잘해보던가’라는 식으로 압력을 넣으면 금방 해결될 문제이기도 했지만, 굳이 강압책을 써서 거의 혈맹이나 다름없는 독일-덴마크 사이의 관계에 흠집을 내고 싶지 않았다.
그 정도로 크리스티안 10세가 아주 꽉꽉 막힌 인간은 아니기도 했고.
그냥 좀…… 많이 꼰대여서 그렇지.
“10억 달러. 이 정도면 미국인들도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금액이지 않겠나.”
-역시! 대단하십니다, 총통 각하!
“아부는 됐으니 내일 협상이나 잘 마무리하게. 하루빨리 전쟁 끝내고 편하게 놀고 싶으니 말이야.”
***
1943년 8월 29일
아일랜드 리머릭
그간 지지부진했던 협상은 독일, 덴마크가 미국의 제안에 응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10억 달러. 그 밑으로는 안 됩니다.”
“……9억 달러.”
“10억 달러.”
“9억 5천만 달러. 그 이상은 안 되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본국과의 통화를 마친 후 회담장으로 돌아온 리벤트로프는 미국 대표단이 제시한 금액, 9억 5천만 달러에 2천만 달러를 더했다.
그렇게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의 소유권은 9억 7천만 달러에 덴마크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제 나머지 사안들에 대해 합의를 할 차례였다.
헐은 캐나다에 있는 영국 망명정부를 배려해 런던에 세워진 괴뢰정부를 영국의 정식 정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말미에는 모슬리 내각의 영국과 나라 대 나라로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전혀 없지는 않다고 밝혔다.
명분은 명분이되 실리는 취하겠다는 뜻이군. 리벤트로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 정도면 되지요.”
독일이 제안한 미독 불가침조약 체결 역시 거절되었다.
허나 전후 독일과 전쟁 전처럼 경제적인 교류를 이어가자는 제안은 선뜻 받아들였다.
나치 치하라곤 하나 유럽 시장은 미국이 포기하기 너무나도 아까운 시장이었으니까. 독일 역시 빠른 경제회복을 위해선 미국과의 교류가 필수적이었기도 했다.
“처칠과 해리스는 인도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전쟁을 일으키고 각종 전쟁범죄를 일삼은 전범들이오. 그들은 독일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은 뒤 그들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을 받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이외 자잘한 사항들에 대해선 쉽게 합의가 되었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처럼 연합군이 점령한 노르웨이의 얀마옌 섬 역시 미국 측에서 노르웨이 정부와 협상해 합법적으로 사들이기로 했다.
모든 사항에 합의를 마친 양측 대표단은 문서에 서명했다.
독일을 위시한 추축국과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 간의 전쟁은 막을 내렸다.
브리튼 섬 전체를 잿더미로 만든 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