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Hitler RAW novel - Chapter (290)
290화 종말의 끝 (3)
히틀러부르크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회담이 한창일 때,
우파를 포위한 독일군은 드디어 우파 중심부로 진입을 시작했다.
우파로 진입한 독일군이 마주한 것은 핵폭탄이 만들어낸 흉물들이었다.
핵의 열풍에 뿌리뽑힌 나무들.
카드 집처럼 폭삭 주저앉은 건물들.
완전히 평지가 되어버린 시가지.
핵의 고온으로 녹아내린 사람의 시체.
2주 사이에 내린 눈이 시체들 위에 쌓였지만, 그들의 존재를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시체로 이루어진 작은 봉우리가 보였다.
그것도 총에 맞아서 죽은 보통의 시체가 아닌, 석탄처럼 새까맣게 타버리거나 피부가 녹아내려 뻘건 근육이 훤히 드러난 시체들이었다.
한겨울이라 시체들의 부패 상태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역설적으로 핵 공격으로 죽었을 때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거리마다 즐비한 시체들은 병사들에게 그리 큰 충격을 주지 못했다.
전장에서 길가의 돌멩이만큼이나 흔한 게 사람 시체인데, 핵 공격으로 죽었다고 한들 시체는 시체일 뿐.
독일 병사들에게는 핵으로 죽은 사람의 시체가 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체들과 비교해서 조금 더 괴상하게 보인다는 점만 빼면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이들을 진짜로 놀라게 만든 것은 시체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X발. 이게 뭔…….”
“저거 사람 맞아?”
“…….”
녹아내린 살가죽이 안구를 덮어 앞이 보이지 않게 된 소년,
방사능 피폭으로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고 대소변을 가릴 수 없게 되어 똥이 묻은 바지를 그대로 입고 다니는 여자,
미라처럼 전신이 붕대로 뒤덮여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노인,
가족을 찾으러 왔다가 방사능에 피폭당해 연신 피를 토하는 남자.
핵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생존자들의 처참한 모습은 독일군에게 대단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동묘지였다.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자들로 가득 찬 공동묘지.
도시에 남아있을 적 잔당들의 저항에 대비해 언제든지 발포할 수 있도록 경계태세를 갖추고 도시에 진입한 독일 병사들은 머잖아 도시에 적이라고 할 게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방사능 피폭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싸울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강력한 힘의 차이에 압도당해서인지 소련인들은 도시로 진입하는 독일군을 보고도 싸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독일군을 피해 도망가거나 혹은 자리에 그대로 누워있거나, 한 조각의 빵과 물을 호소하며 구걸했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독일어로 빵을 달라고 애원하는 화상 환자에게 병사들은 주저하면서도 자기 몫의 전투식량을 건넸다.
민간인들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라는 엄명을 받은 장교들도 상상 이상으로 참혹한 소련인들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곤 소련인들에게 빵이나 비스킷을 건네는 병사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지옥이 따로 없군.”
“그러게, 말입니다.”
참혹하고 괴기스러운 광경에 질린 페트 SS 상사의 넋두리에 브루네거도 격하게 공감했다.
불타서 석탄처럼 변해버린 시체나, 포탄에 상체 혹은 하체가 뜯어져 내장이 튀어나온 채 죽은 적병은 셀 수 없이 봤지만, 살가죽이 녹아내려 근육이 드러난 채 두 다리를 절뚝거리며 빵을 달라고 호소하는 민간인이나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 채 연신 피를 토해내는 사람들은 처음 봤다.
이제껏 핵폭탄을 단순히 위력이 기존 폭탄들보다 강한 폭탄 정도로 인식하던 브루네거에겐 큰 충격이었다.
이건 거의 그냥 더럽게 센 폭탄 수준이 아니라 거의 재앙이나 다름없지 않나?
그는 이 폭탄을 독일의 과학자들이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경외감을 느꼈고, 동시에 이토록 무서운 무기를 소련이나 미국이 아니라 자신의 조국이 먼저 만들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
만약 양키나 토미, 이반이 먼저 이 폭탄을 만들었다면…….
‘상상도 하기 싫군.’
베를린이나 함부르크, 뮌헨 같은 독일의 대도시들이 폐허로 변하고 피부가 녹아내린 채 유령처럼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등에 소름이 돋았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 다음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때는 어떤 모습일까? 이토록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은 독일이 지금처럼 재래식 무기들만으로 승부를 볼까?
본인이 만약 정치가나 군인이라면 틀림없이 핵폭탄을 대량으로 사용해 전쟁을 쉽게 끝내고 싶은 욕망에 휩싸일 것이다. 특히나 상대에게 핵폭탄이 없다면 더더욱.
***
강화조약에 따라 소련은 자유 러시아에 유럽 러시아의 모든 영토를 내놓고 얌전히 우랄산맥으로 철수해야 했다.
독일이 허락한 기간은 단 5일. 즉, 몸만 가지고 썩 꺼지라는 뜻이었다.
소련군이 퇴각하면서 주민들을 강제로 끌고 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도시마다 독일군 감찰대가 파견되어 소련군의 철수를 감독했다.
허락된 기간 내에 우랄산맥 너머로 철수하지 않을 시, 적대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고 바로 공격을 가하겠다는 독일의 엄포에 소련군은 조금이라도 꼬투리를 잡힐까 봐 서둘러 철수했다.
막말로 철수하는 소련군을 독일군이 공격해도 독일 측에서 소련군이 먼저 적대 의사를 보여 어쩔 수 없이 교전했다거나 유감스러운 실수 정도로 둘러대면 소련 입장에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들에게는 다행히도 히틀러는 소련군이 먼저 빌미를 주지 않는 한, 철수하는 소련군을 도발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기에 독일군이 소련군 철수행렬을 위협하거나 공격하는 경우는 없었다.
5일 이내로 철수를 완료해야 했기에 불필요하다고 판명되는 장비들은 모두 버려졌다.
착실한 부대는 적이 사용할 수 없도록 일일이 장비를 폭파 처리하거나 최소한 고치는 데 애를 먹도록 망가뜨렸지만, 착실하지 않은 대부분의 부대는 기름만 빼내고 그대로 내버려 뒀다.
독일군에게 꼬투리를 잡힐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단순히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며 장비를 버리고 가는 부대도 많았다.
동쪽으로 향하는 퇴각 행렬은 사람만 가득했다. 소련군과 소련에 남기로 한 민간인들은 짐을 챙겨 걸어서 혹은 마차, 트럭을 타고 이동했다.
소련군의 이동행렬을 독일 정찰기들이 상공에서 감시했다. 정찰기 조종사는 소련군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즉시 본대에 연락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가 본대와 교신하는 즉시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출격해 소련군 대열을 폭격할 것이었다.
소련행을 거부하고 도시에 남기로 한 주민들은 도시를 떠나는, 한때 자국군이었던 군대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엄마. 우리나라 군대가 왜 도시에서 떠나는 거예요?”
“쉿! 이제 우리나라 군대라고 하지 마. 우리나라 군대 아니야.”
“물에 빠진 똥개새끼처럼 처량하구만.”
“잘된 일이지. 개새끼들.”
국가와 인민을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가족을 강제로 군대에 보내고, 말 한마디 잘못했다는 이유로 노인조차 가차 없이 총살하거나 목을 매달아버리는 폭압에 질릴 대로 질린 시민들은 붉은 군대의 철수를 반겼다.
골수 공산주의자들은 붉은 군대와 함께 그동안 살던 도시와 마을을 떠났다.
잔류를 택한 사람들은 소련군의 철수를 감시하는 독일군을 걱정 반 호기심 반의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간 공산당 치하에서 살면서 독일군을 잔혹한 파시스트, 살육에 미친 악마들로 교육을 받은 영향이 남아있던 터라 사람들은 독일군과 일정 부분 거리를 뒀다.
하지만 적어도 붉은 군대를 대할 때보다는 나았다. 독일군은 그들이 패배주의적인 발언을 했다고 개머리판으로 마구 구타하거나 권총으로 쏘지 않았으니까.
***
1944년 1월 17일
독일 동프로이센 볼프스샨체
16일 저녁,
승전의 기쁨에 젖은 사람들로 베를린의 밤거리가 대낮처럼 밝게 빛나고 사람들이 목청껏 만세를 외치는 동안에 나는 동프로이센으로 가는 Ju290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독일 상공에서 나는 간략한 보고를 받았다.
소련군의 철수는 큰 이상 사태 없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중앙아시아에서도 소련군의 철수가 진행 중이다.
처음엔 귀찮게 동프로이센까지 갈 필요 없이 처칠의 경우처럼 베를린으로 데려오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현재 그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 베를린까지 데려오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한다.
몸 상태가 허약해져서 다짜고짜 베를린으로 데려가면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나 뭐라나.
그래서 조금 귀찮지만 내가 움직이기로 했다. 관저 내에만 있으려니 슬슬 몸이 찌뿌둥하기도 했고.
볼프스샨체에 도착했을 땐 날짜가 1월 17일로 바뀌어 있었다.
그자, 소련의 독재자이자 1차 독소전쟁을 일으킨 장본인, 조지아의 인간백정 이오시프 스탈린은 우파로 진입한 아군에 의해 발견되었다.
발퀴레가 기폭할 당시, 지하벙커에 있었던 덕에 스탈린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하에 있던 그와 달리, 지상에 있던 이들은 핵의 섬광에 의해 녹아내렸다.
핵은 스탈린과 똘마니들이 머무는 건물까지 박살 냈고 그 충격으로 벙커 일부도 무너져 내렸다.
스탈린은 죽지 않았지만, 대신 외부로부터 완전히 고립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벙커 일부가 무너지면서 벙커 안에 있는 무전기들도 모두 박살이 났고.
식량과 식수는 충분히 비축되어 있었기에 그걸로 연명할 수 있었지만, 사정이 딱히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밖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외부와 소통을 하거나 밖으로 나가는 것도 불가능해졌으니.
처음에 스탈린은 버텼다고 한다. 곧 자신의 충성스러운 군대가 지하에 갇힌 자신을 구출하러 올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에 의지하면서.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수족이나 다름없던 붉은 군대는 우파 근처에도 오지 못했고, 아군도 우파를 포위하기만 했을 뿐 2주가 지난 후에야 도심으로 진입했다.
그 사이 스탈린은 희망과 건강을 함께 잃어갔다.
그와 함께 벙커에 남겨진 부하들은 희망을 모두 잃고 고통스러운 삶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하지만 스탈린은 죽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버텼다.
언젠가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서인지, 단순히 죽기 싫다는 상념 때문인지 몰라도 측근들이 모두 자살하여 지옥으로 도망치는 와중에도 그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마침내 벙커의 입구를 가로막은 잔해들을 치우고 독일군이 벙커 내부로 진입했을 때 스탈린은 기절하고 말았다.
자신을 구하러 온 이들이 믿었던 붉은 군대가 아닌 파쇼들의 군대라는 사실에 절망하여.
핵에 의해 증발하거나 방사능에 피폭되어 죽어가는 이들보다는 백배 낫지만, 스탈린의 건강은 좋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2주 넘게 고립된 채로, 주변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것을 지켜보며 비상식량과 물로만 허기를 때운 탓에 스탈린은 체중이 대폭 줄어든 상태였다.
“이 자가…… 그 스탈린이라고?”
“그렇습니다, 총통 각하.”
만슈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기억 속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데? 살이 20kg은 빠진 것 같소만.”
“저도 처음 봤을 때는 놀랐습니다. 하지만 틀림없이 스탈린이 맞습니다.”
내가 스탈린을 만나러 왔을 때, 스탈린은 팔에 링거를 꽂은 채 잠들어 있었다.
“이 자를 깨울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만슈타인은 스탈린의 감시역을 맡은 SS 병장에게 손짓했다.
병장은 솥뚜껑만 한 손으로 ‘가볍게’ 스탈린의 뺨을 툭툭 쳤다.
제 딴에는 가볍게 터치만 한 것이었겠지만 쇠약해진 스탈린에겐 이조차 큰 충격인지 그는 바로 눈을 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시야에 비친 광경을 보고 기함했다.
“……!!!!”
“오랜만이오…… 스탈린 서기장.”
모스크바에서 보고 2년 만에 다시 만난 상대에게 스탈린은 비명에 가까운 고함으로 응답했다.
건강이 영 안 좋다고 들었는데 목청은 또 따로 노는지 소리는 더럽게 컸다. 놀라고도 남을 상황이니 이해는 하겠다만.
호랑이와 마주친 사슴처럼 입을 벌린 채 바들바들 떠는 스탈린을 보며 만슈타인과 경호원들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만슈타인이 입을 열었다.
“감히 총통 각하께 이 무슨 무례냐! 언성을 높이지 마라, 이오시프 스탈린!”
“만슈타인 원수.”
“예, 총통 각하.”
“잠시 이 자와 둘이서 진-”
“아이고, 물론입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르십시오!”
……아직 말 다 안 끝났는데.
하여간 눈치는 100단인 영감이라니까.
“자네도 나가 있게.”
“그래도 되겠습니까?”
나와 스탈린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는 SS 병장에게 나는 손을 휘저었다.
“여기 이 통역사 선생도 함께할 예정이니 걱정하지 말게. 수액을 맞고 있는 늙은이 따위가 뭘 하겠나? 이래 봬도 나는 전쟁터에서 훈장까지 받았던 몸이네.”
“알겠습니다.”
SS 병장까지 방문을 열고 나간 후, 이제 이 방에는 나와 스탈린, 게슈타포의 통역만 남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볼까.
“몸 상태는 조금 어떻소?”
나는 가볍게 스탈린의 안부부터 물었다.
스탈린은 처음에는 입을 열지 않았지만, 나는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렸다.
이윽고 그도 가만히 입을 닫고 있기엔 뻘쭘했는지 우물거리며 러시아어로 말했다.
“……보고 있는 것과 같소.”
스탈린은 턱짓으로 자신의 팔에 꽂힌 링거를 가리켰다.
“흠.”
“그래서, 이제 뭘 할 생각이오?”
“뭘 할 생각이냐니?”
“이 나라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거요.”
이 나라라면, 분명 소련을 말하는 것일 터.
나는 웃으며 그에게 강화조약 내용에 대해 들려주었다.
애지중지하던 소비에트 연방은 유럽에서 완전히 쫓겨나 시베리아만 간신히 점유했고, 중앙아시아는 독립국이 되었다는 아름답고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
“……이상이오.”
“X발.”
“어쩌겠소? 이미 전쟁은 끝났는데. 그래도 안심하시오. 소련은 살아남았으니. 영토가 조금 많이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유럽 그 어느 나라보다 넓지 않소.
아차차, 이젠 유럽이 아니지만.”
“…….”
스탈린은 대꾸도 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그리고 천장만 올려다봤다.
이런 반응을 보니 더 놀리고 싶어졌다.
“그건 그렇고 참 안 됐소.”
“그건 또 뭔 소리요?”
“전쟁에서 진 것도 모자라 포로 신세라니. 이게 안 된 게 아니라면 뭐겠소?”
이번에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보니, 딜이 제대로 들어간 게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