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Hitler RAW novel - Chapter (291)
291화 종말의 끝 (4)
스탈린은 핵폭탄이라 불리는 신형 폭탄이 우파를 파괴할 당시에 지하에 있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그랬더라면 지금, 이 치욕도 당하지 않았을 터.
하지만 그는 살아남았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이었다.
히틀러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비참한 처지의 스탈린을 마음껏 조롱했다.
“내 참으로 안타깝소. 당신이 전쟁만 일으키지 않았어도 소련이 유럽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었을 텐데.”
멋대로 떠들라지. 스탈린은 히틀러의 조롱에 놀아나지 않으려고 입을 악물고 버텼지만, 히틀러는 스탈린이 알아서 입을 열도록 유도하는데 도사였다.
아차, 싶을 때는 이미 말을 내뱉은 후였고.
“그래도 이해하오. 당신이 왜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는지.”
“……뭘 이해한다는 거요?”
“내가 폴란드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때까지만 하더라도 당신의 머릿속 구상은 이랬을 거요. 독일이 영프 제국주의자들과 질펀하게 싸우도록 방치하고, 1차대전 때처럼 양쪽 모두 지쳐 있을 때, 힘을 비축한 붉은 군대로 단숨에 파리까지 질주하는 것을 상상했겠지.”
“……!!!”
스탈린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 자가 자신의 구상을 알고 있는 거지?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고선 이렇게 정확하게 맞출 수 있을 리가 없을 텐데…….
폴란드를 침공한 독일에 영프가 선전포고했다는 소식을 들은 스탈린은 쾌재를 불렀다.
그는 독일이 쉽게 무너질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영프가 이렇게나 쉽게 무너질 것이라곤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가 생각한 대로라면 영프와 독일은 서로를 완전히 압도하지 못하고 1차대전 때처럼 지루한 소모전을 벌이며 국력을 소진했어야 했다.
그렇게 세 국가 모두 국력이 바닥나 전쟁을 이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등의 논의가 오가기 직전, 핀란드와 발트 3국을 차례로 합병해 힘을 비축한 소련군이 행동을 개시해 베를린을 지나 파리까지 질주할 계획이었다.
같은 유럽 대륙에 붙어있는 프랑스, 독일과 달리 영국은 분리된 섬나라이니 점령하기 쉽지 않겠지만, 중동의 영국 식민지들과 인도를 점령하고 영국 내부의 공산주의자들을 지원해 혁명을 일으킨다면 유럽 정복도 절대 불가능하지 않으리라.
프랑스가 4주 만에 무너지고 영국이 독일과 강화하는 경우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누가 이런 경우를 예상할 수 있었을까?
세계 최강의 육군을 가진 프랑스가 4주 만에 육군 주력이 괴멸당하고 세계 최강의 영국 해군이 전쟁 내내 독일 해군에게 농락만 당하다가 금방 백기를 들 것이라고.
장담컨대, 천하의 레닌 동지도 이런 일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방군이 파리에 입성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당신은 틀림없이 이렇게 생각했겠지. 유럽을 평정한 독일이 곧 넘쳐나는 국력으로 소비에트를 노릴 것이라고.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야 한다고. 그것만이 소련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었겠지. 그렇지 않소?”
자기 생각을 다 안다는 듯이 떠벌이는 히틀러에게 스탈린은 네가 뭘 아느냐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런 반응이야말로 그가 원하는 반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탈린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소. 당신 말이 맞소.”
“역시. 내 그럴 줄 알았지.”
인정하기 싫지만, 히틀러의 말은 사실이었다.
단숨에 서유럽을 제패한 독일은 오래전부터 동방으로의 진출에 가감 없는 야욕을 드러냈었다.
히틀러라고 독일의 선조들과 다르겠는가? 오히려 더하면 더하지 절대 덜하지 않을 터.
막강한 독일이 대군을 휘몰아쳐 총공세를 가해오면 소련은 이를 견뎌내기 어렵다.
따라서 스탈린은 독일의 전쟁 준비가 완료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치고자 했고, 이를 실제 행위로 옮겼다.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지만.
“믿을지 안 믿을지는 자유지만 나는 소련을 공격할 생각이 없었소.”
“그걸 내가 어떻게 믿소?”
“그러니 내가 말하지 않았소. 믿을지 안 믿을지는 자유라고. 하지만 내가 정말로 귀국을 공격할 생각이었다면 1941년에 공격했을 거요.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지. 이만하면 설명이 되지 않소?”
“……발칸 문제가-”
“설마 내가 유고와 그리스에 발목이 잡혀서 개전 시기를 놓쳤다고 말하고 싶은 거요? 유고와 그리스를 너무 과대평가하는군. 그런 삼류 국가들 때문에 소련 정복이라는 장대한 계획을 뒤로 미룬다고? 말이 안 되는 소리.”
“…….”
히틀러의 말이 맞았다. 정말 독일이 소련을 침공할 계획이었다면 유고슬라비아와 그리스가 알바니아를 공격하든 말든 간에 그대로 시행했을 것이다.
“당신이 먼저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저 멍청한 처칠도 감히 전쟁을 일으킬 생각을 쉽게 하지 못했겠지. 그만큼 사람은 덜 죽고, 유럽은 더 평화로웠을 테고.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무얼 하겠소. 이미 전쟁은 끝났고 유럽은 폐허가 되었는데…… 아, 영국과 소련만 그렇지.”
“지금 놀리는 거요?”
“이제 알았소?”
“이, 이…….”
……후. 한바탕 욕이라도 퍼부어주고 싶건만, 이젠 그럴 힘도 없었다.
스탈린이 잠자코 입을 다물자, 히틀러는 되려 김빠졌다는 표정을 지었다.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시오. 내가 아는 선에서 모두 다 말해드리리다.”
히틀러가 선심 쓰듯이 하는 말에 스탈린은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은 욕망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죽느니만 못한 비참한 처지가 된 상태에서도 그는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그렇다면.”
“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스탈린이 입을 열자, 히틀러는 흥미가 동한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우파를 파괴한 그…… 핵무기란 게 정확히 어떤 무기요?”
“아하, 그게 궁금하셨소?”
스탈린은 우파를 단숨에 파괴해 버린 핵무기란 것이 정확히 어떤 물건인지 알고 싶었다.
히틀러는 스탈린에게 핵무기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과학교사에 빙의한 히틀러의 설명을 스탈린은 잠자코 들었다.
이어 방사능에 대한 설명까지 이어지자, 스탈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설명은 여기서 이만 끝내고 더 궁금한 것은 없소?”
“당연히 있지. 당신은 이제 뭘 할 생각이오?”
스탈린이 말하는 의도를 눈치챈 히틀러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세계정복을 꿈꾸는 것이 아니냐고 묻고 싶은 것이로군. 하지만 나는 당신과 다르오. 세계정복? 그딴 걸 왜 해야 하지? 이미 유럽을 손에 넣었는데 굳이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까지 정복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소.”
스탈린은 히틀러가 자신의 야망을 감추기 위해 속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히틀러의 표정이나 말투를 보니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더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덧붙이자면 나는 이미 내 목표를 이루었소. 아, 아직 몇 개가 더 남아있지만, 부차적인 요소지. 따라서 전쟁을 더 일으킬 생각은 추호도 없소이다.”
“……대단하신 평화주의자 납셨군.”
“그걸 이제 알았소이까?”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요?”
지금까지 스탈린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주던 히틀러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건 차차 알게 될 거요.”
“차차 알게 된다니. 이 무슨…….”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소이다. 나는 이제 가보겠소. 몸조리 잘하시고. 그럼, 이만-”
“자, 잠깐!”
문을 향해 걸어가는 히틀러에게 스탈린이 다급히 외쳤다.
“날 어떻게 할 생각이오? 그거 하나만 알려주고 가시오.”
“그걸 몰라서 묻소?”
히틀러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침대에 누워 부들거리는 스탈린을 응시했다.
“정 궁금하다면 가르쳐주지. 당신이 당신의 정적들과 당신의 인민들에게 했던 것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될 거요.”
“그게 무슨…….”
“허, 아직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눈치로군. 걱정은 마시구려. 우리 독일인들은 댁들 공산주의자들과 다르게 법과 질서를 아는 문명인들이거든.
당신은 당신이 저지른 죗값을 치르기 전에 재판받게 될 거요. 아마 세기의 재판이 되겠지.”
히틀러는 스탈린의 다음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 곧바로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SS 감시병이 들어왔다.
“……허, 허어.”
스탈린은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곤 자신의 미래에 남은 일을 상상하며 몸을 떨었다.
한때 소련 최고의 권력자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그가 자신이 떨게 했던 이들과 같은 신세가 되어 몸을 떨었다.
독일군에게 발견되어 생포 당할 때부터 그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곧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실험실의 실험용 쥐에 불과할 뿐.
***
1944년 1월 19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우파가 핵의 불길에 의해 소멸하고 소련이 항복한 뒤로 월리스는 전전긍긍했다.
독일이 얼마나 강한지는 진작에 알았다.
하지만 독일이 저 핵무기라는 신묘한 힘을 이렇게나 이른 시일 안으로 손에 넣게 될 줄은 그도 몰랐다.
우파를 파괴한 독일군의 신형 무기가 핵무기라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월리스는 국무회의를 소집해 핵무기 개발에 돌입할 것을 주장했다.
평소 그를 마땅찮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각료들, 장군들도 이번만큼은 전원이 같은 의견이었다.
일본 패망 후 미국의 적수가 될 게 유력한 독일의 공격으로부터 국토와 국민을 방어하고 향후 대결에서 우위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등한 입장을 유지하려면 핵무기가 필요했다. 반드시!
핵 개발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필요한 자료들과 재료들을 긁어모으고 과학자들을 모집하고…… 이미 세상을 등진 루즈벨트의 든든한 일꾼이자 현재의 미군을 창조해낸 미국 최고의 설계자 마셜은 여기서도 빛을 발휘했다.
그의 노력 덕에 한낱 말에 불과했던 핵무기 개발 계획은 서서히 뼈대를 갖추어갔다.
핵개발도 중요하지만 지금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뭐니 뭐니해도 일본과의 전쟁을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세상을 다 가진 것마냥 오만하게 굴던 대일본은 이제 종말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유럽전선 개입이 조기에 종결된 탓에-비록 사실상의 패전이라는 결말로 찝찝한 뒷맛을 남겼지만-미국은 전력을 아시아-태평양 방면에 아낌없이 투사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일본의 몰락은 가속화되었다.
미군은 필리핀과 이오지마까지 들이닥쳤으며 일본을 배신하고 연합군 편에 합류한 태국이 길을 내어준 덕에 미군과 영국군, 국민혁명군은 옛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지금은 일본의 괴뢰국이 된 라오스 왕국, 캄보디아 왕국에서 전투를 벌였다.
일본의 압제에 참다못한 인도네시아인들은 집단봉기를 일으켰고, 드넓은 중국에서 미제 장비로 탈바꿈한 국민혁명군은 일본을 상대로 꾸준히 전진하여 잃어버린 수도, 난징으로 향하고 있었다.
올해 안으로 전쟁은 끝날 것이다. 일본이 독일이 만든 것과 같은 핵무기를 갑자기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었다.
독일과 다가올 냉전에 대비하기 위해서 미국은 일본과의 전쟁을 최소한의 피해로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의 기세를 보건대 그럴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하다 하다 이제는 자살공격이라는, 세상 어느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한 기상천외한 전술로 저항하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었다.
전장이 일본 본토로 옮겨간다면 일본군의 저항은 지금보다 거세면 더 거세지 덜할 가능성은 없었다.
그랬기에 월리스는 일본 본토 침공 계획인 ‘몰락 작전(Operation Downfall)’을 선뜻 승인하기가 어려웠다.
일본 본토에 상륙해 일본 수뇌부의 항복을 받아내기까지 최소 10만 명 이상의 미군이 전사하고, 50만 명가량이 부상 당할 것이라는 예측을 알게 된 뒤로는 더더욱.
일본과의 전쟁에서 너무 많은 피를 흘리게 되면 다가올 냉전에서 미국은 독일에 제대로 맞설 수 없다.
당장 독일은 핵무기까지 가지고 있으며 유럽 전토의 모든 인력과 자원을 마구 사용할 수 있지만, 미국은 핵이 없다.
그 대신 독일의 몇 배나 되는 국력과 태평양과 대서양의 보호를 받는다는 지리적인 이점, 유럽 전 국가들을 합친 것보다 큰 경제력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요소일 뿐 본격적인 전면전 상황으로 돌입할 경우 미국이 독일에 우위를 점하기란 힘들 것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내다보았다.
그런 상황에서 장차 미국을 이끌어나갈 젊은이들 수십만 명을 전장에서 잃는다는 선택지는, 전쟁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장군들에게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몰락 작전은 무리입니다. 희생을 감당할 수 없을 거요.”
“하지만 각하. 일본의 완전한 항복을 끌어내기 위해선 일본 본토의 공략이 꼭 필요합니다. 본토가 공격받지 않는 한, 일본은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헐의 대답에 월리스는 이마에 손을 올렸다. 당장 멀리 갈 것도 없이 이오지마를 공략하는 것에도 미군은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내고 있었다.
이오지마보다 일본 본토와 가깝고, 그만큼 방어 준비도 철저한 오키나와는 어떻겠는가? 하물며 일본 본토는?
계획서에 적힌 수치가 어디까지나 최소한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말에 월리스는 정신을 놓을 것만 같았다.
“다른 방법이 없겠소?”
“이미 스위스를 통해 일본에 항복을 권고했지만 모두-”
“아니, 아니.”
월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외교적인 방법이 아니라 일본 본토 상륙이 아닌 다른 방법이 없느냐는 것이오.”
“몇 개 생각해둔 게 있습니다만.”
마셜이 대답했다.
마셜 역시 일본 본토에 상륙할 경우 일본군의 저항으로 미군의 피해가 극심할 것임을 알았기에 다른 여러 방안도 마련해두었다.
일본에 직접적이고 큰 피해를 주는 것이 일본의 굴복을 받아낼 확실한 방법이라 여겼을 뿐, 그것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유일한 흠이지만 보다 적은 피해로 일본의 항복을 유도한다는 방법은 없지 않았다.
“해군 전력을 총동원해 일본 해안 전체를 봉쇄하는 것입니다.”
그중 가장 실현성이 높은 것이 일본 해안을 봉쇄해 기아를 유도한다는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