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Hitler RAW novel - Chapter (319)
319
1948년 3월 1일
중국 난징
카자흐, 인도, 티베트에서도 나는 나의 방문을 환영하는 인파와 마주쳐왔다.
하지만 이곳, 난징에 들어서자, 이제까지의 환영 인파는 초등학교 운동회 인파로 여겨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독일 총통을 보기 위해서.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내고 베를린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나를 보기 위해 몰려든 베를린 시민들의 인파를 본 적이 있다.
거리마다 사람들로 가득 찼고, 저러다 압사 사고라도 일어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로 셀 수 없이 많은 인파가 총통관저로 몰려들어 경찰과 SS가 진땀을 뺐지.
그런데 난징에서는, 베를린에서 마주쳤던 시민들의 환영 인파의 몇 배나 됨직한 사람들이 있었다.
거리는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빼곡했고, 심지어 가로수와 전봇대에도 사람들이 올라가 있었다.
건물 옥상과 창문마다 사람들로 미어터졌고, 차가 지나갈 도로에는 난징 시민들이 던진 꽃이 수북하게 싸여 도로가 아니라 꽃밭 위를 지나가는 착각마저 들었다.
“히틀러! 히틀러! 히틀러!”
“하일 히틀러!!”
“여러분! 히틀러 총통께서 난징에 오셨습니다! 그분이 오셨습니다!!”
사람들은 연신 내 이름을 연호하며 목청껏 환호성을 질렀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귀가 다 얼얼할 지경이었다.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군. 난징 시민 전체가 다 튀어나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요.”
입이 떡 벌어지는 인파에 내가 혀를 내두르자 동석한 브라우히치도 공감이라는 듯이 말했다.
“이게 바로 대륙의 기상이로군요. 허어…….”
“이러다 중국도 오스트리아처럼 독일에 합병 요청을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롬멜의 말에 브라우히치와 라이헤나우의 입에서 너털웃음이 터져 나왔다. 롬멜 본인은 자기가 한 농담에 자기가 웃긴지 박장대소했고.
차에 중국인이 한 명도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어휴, 진짜.
“어떻소이까, 선생? 다시 난징에 돌아온 기분이?”
“예…… 아주 감개무량합니다.”
난징의 부처 욘 라베.
10년 만에 자신이 일본군에게서 25만 명을 구해낸 도시로 돌아온 그는 그 누구보다 가슴이 벅차오른 모습이었다.
“욘 라베! 욘 라베!”
청천백일만지홍기와 하켄크로이츠기가 사방에서 휘날리는 가운데 라베를 알아본 사람들이 일제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다른 곳은 몰라도 중국, 그중에서도 이곳 난징에서만큼은 그가 나보다도 더 인기가 많은 사람일 것이다.
달라이 라마가 그랬던 것처럼 장제스는 각료들, 의장대를 거느리고 총통부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악수하자, 사람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의장대가 예포를 발사했고, 국민혁명군 전투기들이 창공에 하켄크로이츠를 그리며 날아갔다.
중국이 오늘 행사를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만했다.
“중국에 어서 오시지요, 총통. 전 중국인들이 이날이 오기만을 얼마나 학수고대하셨는지 아십니까?”
“저 역시,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무도 모를 겁니다.”
“하하하핫!”
“오랜만이오, 팔켄하우젠 원수. 그간 무탈하셨소이까?”
“물론입니다, 총통 각하.”
장제스, 팔켄하우젠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나를 보기 위해 몰려든 난징 시민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갔다.
단순히 연대에 올라가 마이크 앞에 섰을 뿐인데도 사람들의 입에선 끝없이 새로운 환성이 터져 나왔다.
“반갑습니다, 친애하는 난징 시민 여러분.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가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우오아아아아!!!”
사람들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다음 말을 할 때까지 거의 3분이 걸렸다.
“지난날, 중국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과 굴욕을 겪었습니다.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환호성이 서서히 잦아들고 사람들은 이제 내가 하는 말과 몸짓에 귀를 기울였다.
300만 난징 시민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내가 하는 말이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난징 일대에 울려 퍼졌다.
“난징은 상처입었습니다. 난징은 파괴되었습니다. 난징은 고문받았습니다. 하지만 난징은 해방되었습니다.”
“그 어떤 말로도 여러분이 겪은 고난을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그 모든 고난을 이겨냈고, 마침내 여러분 스스로의 손으로 외적을 몰아내고 파괴된 여러분의 도시를 재건했습니다. 저는 독일을 대표하여 난징 시민들의 분투와 노력에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여기, 여러분들께서 아셔야 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의 이름은 욘 라베. 그는 자랑스러운 독일 시민이자 국가사회주의자로서 일본군이 난징을 불태우고 파괴하며 고문할 때 용기를 내어 불의로부터 귀중한 생명들을 지켜낸 의인입니다.”
내가 연단에서 물러서서 라베에게 자리를 비켜주자, 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연단에 올랐다.
“요, 욘 라베입니다…….”
그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자 화산이 폭발했다.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사람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
명실상부한 중원의 지배자로 떠오른 장제스는 최근 들어 심기가 영 불편했다.
티베트는 예로부터 중국의 일부였다. 비록 혼란을 틈타 티베트가 중국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지만, 형식적으로 여전히 티베트는 중국의 영토였다.
티베트인들에게서 자치권까지 뺏을 생각은 없지만, 장제스는 언젠가 티베트도 다시 위대한 중국의 일부로 합병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티베트 합병에 딴지를 걸 영국도, 일본도, 소련도 모두 망했으니, 누가 감히 중국을 막을 수 있겠는가?
미국인들은 독일을 견제하느라 바빠 중국이 티베트에서 뭘 하던 눈곱만큼의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독일이 티베트를 정식 국가로 승인하면서 얘기는 달라졌다.
무슨 심경의 변화였는지 몰라도 히틀러는 정식 국가로 인정해달라는 티베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독일의 승인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럽과 추축동맹 가맹국들이 일제히 티베트를 정식 국가로 승인했다.
그러자 미국과 영연방, 남미 국가들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티베트를 국가로 승인했다.
티베트를 합병하려던 장제스의 계획은 구체적인 논의를 해보기도 전에 물거품이 됐다.
더욱 속 터지는 사실은 누구한테 하소연할 수도, 독일에 불만을 내비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독일이 어떤 나라인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초강대국에 미국 다음으로 중국을 지원한 국가가 아닌가.
지금 독중관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티베트 승인 문제로 독중관계에 잡음을 내서야 되겠는가? 그랬다간 주변에서 모두 자신더러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랬기에 장제스는 티베트 문제는 언급조차 못 하고 속으로 끙끙 앓아야 했다.
중국은 다시 위대해져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위대해져야 한다는 것은, 오욕의 세월을 지나며 상실했던 중화의 옛 영토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장제스가 히틀러에게 몽골 얘기를 꺼낸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몽골은 예로부터 중화의 강역이었습니다.”
“그렇군요.”
홀짝. 히틀러는 짧게 대답한 뒤, 차를 마셨다.
딱히 호응을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히틀러의 무미건조한 반응에 장제스는 다소 김이 빠졌다.
허나 그는 멈추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빌어먹을 러시아인들이 쳐들어와서 몽골을 중국으로 분리하고 자신들의 괴뢰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제정주의자들도, 그리고 그 뒤를 이은 빨갱이들도 말이죠.”
“으음.”
히틀러는 아직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화 주제를 바꾸려고 하지도 않았고.
일단 계속해 보라는 신호로 해석한 장제스는 자신의 본심을 드러냈다.
“몽골은 다시 중국의 영토가 되어야 합니다.”
“그 말은 몽골을 침공하겠다는 소립니까?”
장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히틀러의 대답을 기다렸다.
히틀러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총통께서 결의하신 일이라면 제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는군요.”
“그 말은 몽골 침공에 대한 묵인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셔도 무방할 겁니다.”
장제스의 얼굴이 밝아졌다. 역시. 히틀러라면 말이 통할 줄 알았다. 누구보다도 공산당을 증오하고 멸공을 부르짖는 그라면 자신의 말을 이해해 줄 것이라 믿었다.
“미국과는 얘기가 된 상태인가요?”
“아직은 아닙니다.”
미국에는 아직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거만한 양키들 입에서 가뜩이나 전쟁으로 입은 피해도 복구하기 바쁜데 또 전쟁을 준비하느냐는 말밖에 더 나오겠는가?
미국의 원조로 전후 피해를 복구 중인 터라 천하의 장제스도 미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그는 몽골에 대한 야욕을 아직 미국에는 비밀로 하고 있었다.
“독일은 중국이 몽골을 침공하는 것에 철저한 중립을 지킬 겁니다. 하지만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군요.”
후릅. 히틀러는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어갔다.
“미국이 어찌 중립을 지킨다고 해도 붉은 군대가 남아있습니다.”
미국도 문제지만 소련이라는 최대 관문이 남아있었다.
몽골이 소련의 괴뢰국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데, 자기네 괴뢰국이 공격당하는 것을 소련이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할까?
장제스도 히틀러처럼 중국이 몽골을 공격할 경우 소련이 개입하리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히틀러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마시길. 더 이상 소련군은 위대한 중화의 상대가 되질 못 하니 말이오.”
히틀러는 회담 시작 후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장제스는 잠자코 히틀러의 반론을 기다렸다.
“……외람되오나 소련은 그리 얕볼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비록 전쟁에서 패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소련에는 수천 대의 전차와 전투기, 수만 문의 대포로 무장한 5백만 대군이 있소.”
“하지만 그 병력과 장비, 물자 상당수가 우랄산맥을 따라 배치되어 있지요.”
독일의 재침공에 대비해 소련군 병력 8할가량이 우랄산맥과 신생 독립국 카자흐스탄 국경에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장제스는 모르지 않았다.
소련군은 분명 쉽게 여길 상대가 아니지만, 소련군이 없는 몽골군은 국민혁명군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 국민혁명군은 이제 옛말이다.
7년에 걸친 전쟁과 독일, 미국의 지원으로 국민혁명군은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강의 군대로 거듭났다.
중국이 몽골을 침공해도 소련은 독일을 견제하느라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기껏해야 몇 개 사단만 보내겠지. 그것도 소년병과 노인들로 이루어진 3선급 사단으로.
장제스는 5백만이라는 숫자가 소년병들과 노병들이 대거 포함된 사단들을 포함한 결과라는 것을 다이리의 보고를 통해 알고 있었다.
어중이떠중이들로 이루어진 소련, 몽골군 따윈 독일식으로 훈련된 국민혁명군 정예사단들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게 뻔했다.
소련이 뭉그적거릴 동안 전군을 휘몰아쳐 울란바토르를 장악하고 몽골의 합병을 발표해버린다면……!
장제스의 머릿속에는 이미 필승의 전략이 세워져 있었다. 변수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
몽골을 합병하려면, 소련이 아직 전쟁의 피해에서 완전히 회복되기 전인 지금이 적기였다.
히틀러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장제스의 목표는 몽골에서 그치지 않았다. 몽골 합병이 완료된 후에, 그는 외만주 지역도 언젠가 중화의 영토로 합칠 생각이었다.
몽골과 달리 외만주 지역은 소련의 영토이니 소련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저항하겠지만, 결국에는 대중화의 힘 앞에 무릎을 꿇고 패배를 인정하게 될 터였다.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과 오세아니아, 남태평양을 다스리고 독일은 유럽과 중동, 인도를 통치하고, 중국은 아시아와 서태평양을 다스린다.
미국, 독일, 중국 3개의 초강대국이 세계를 다스리고 약소국들은 새로운 질서에 순응하는 평화로운 세계.
이것이 장제스의 구상이었다.
***
회담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내내 머리가 복잡했다.
뜬금없이 몽골 침공이라니. 대체 왜?
장제스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추측만 할 뿐이지만 중화주의의 신봉자였던 장제스가 중국의 옛 영토를 모두 되찾아야 한다고 발언한 적 있다고 오래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실제로 대만은 2012년 전까지 중국 전토와 몽골을 자국의 미수복지역으로 여기기도 했고.
그런데 독일이 티베트를 정식 국가로 승인하고 티베트와 각종 협력 관계를 맺었으니, 티베트를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다.
이걸 무시하고 티베트를 침공한다는 건 우리 눈치 따윈 하나도 보지 않겠다고 대놓고 선언하는 거나 다름없는 일인데, 장제스가 그 정도로 막 나갈 인물은 아니다.
따라서 티베트를 먹지 못하게 됐으니, 꿩 대신 닭이라고 몽골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티베트는 포기해도 몽골만큼은 꼭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뭐가 진짜건 간에 그가 몽골을 합병하리라고 결심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실제 역사에선 공산당과 전쟁하느라 몽골 따윈 안중에도 없을 시기지만, 여기서 중국 공산당은 진작에 궤멸된 지 오래.
여유가 생겼으니 슬슬 ‘미수복영토’를 되찾으려고 마음먹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심지어 몽골 합병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소련은 반의반 토막 난 후 겨우 연명만 하는 상태이니 무조건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할 테지.
장제스의 말대로 중국이 몽골을 먹을 계획이라면 지금이 적기인 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장제스의 의견에 좀처럼 동의하기 어려웠다.
몽골 따윈 어떻게 되던 내 알 바 아니다. 독일과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도 아니고 소련의 똘마니 역할이나 하는 국가인데 망하건 말건 무슨 상관인가.
문제는 지금 중국도 사정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종전한 지 4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중국은 전쟁으로 입은 피해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지방으로만 가도 식량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고, 국민당의 부정부패는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실제 역사에서는 국공내전에서 패해 대만으로 도망친 장제스가 이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대대적인 개혁을 감행해 부정부패 문제를 해결하고 대만이 경제강국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했지만, 여기선 국공내전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으니, 부정부패를 해결할 의지 자체가 없다.
마지막으로 장제스 휘하의 군벌들 역시 각자 따로 놀고 있다는 점.
그나마 중일전쟁 때는 어찌어찌 통합하는 데 성공했지만, 중일전쟁도 끝난 마당에 몽골 침공이라는 위험한 도박수에 군벌들이 과연 제대로 호응해줄까?
왜 쉬운 길을 놔두고 계속 어려운 길로 가려고만 하는지 참. 그놈의 영토가 대체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