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Hitler RAW novel - Chapter (318)
318
영국에서 독일군에게 피를 본 건 지상군만이 아니었다.
“저 새끼 뭐야! 뭐가 저렇게 빨라!”
“씨발! 뒤, 뒤에 제리다!”
“추락한다!!”
영국을 도우러 온 미 육군항공대는 압도적인 성능의 독일기와의 전투에서 크나큰 피해를 보았다.
폭격기는 미제가 독일제보다 우수했지만, 전투기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독일 전투기들은 전반적으로 미국에서 제작된 전투기들을 상회하는 성능을 가졌고, 이는 곧 실전에서 무수히 많은 조종사의 희생으로 이어졌다.
프롭기인 Ta152, Do335도 머스탱, 라이트닝 입장에선 버거운 상대인데 제트기인 Me262와 Ho229로 넘어오면 그 격차는 더욱 커졌다.
미군 조종사들은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수년에 걸친 실전으로 다져진 실력과 우수한 성능의 기체를 모는 독일군 조종사들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제리들이 저토록 뛰어난 전투기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비행기는 분명 우리 미국이 최초로 만들지 않았나? 그런데 어째서 제리들이 우리보다 더 좋은 전투기를 가지고 있는 거지?”
“우리 기술자들은 대체 뭘 한 거야?!”
“우리도 제트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독일 공군에게 크게 데인 미국은 이를 악물고 신형 전투기 개발에 들어갔다. 최소한 제리들이 가진 전투기들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전투기가 필요했다.
그래야 다시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일이 없을 테니.
독일보다 늦긴 했지만, 미국 역시 독일처럼 제트기를 연구하고 있었고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쏟아부은 결과 미국은 P-80 슈팅스타를 개발해냈다.
비록 배치가 늦어 실전에서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독일의 제트기와 싸울 수 있는 기체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었다.
허나 아놀드는 여기서 만족하지 못했다.
“제리들은 지금도 새 전투기를 만들고 있을 텐데 여기서 만족해서야 되겠어?”
부정맥으로 인한 건강 이상으로 은퇴를 권고받았지만, 아놀드는 미합중국이 독일보다 뛰어난 전투기를 만들기 전까지는 은퇴할 생각이 없다고 버텼다.
일본과의 전쟁에서는 미 육군항공대가 완승하였지만, 유럽에서는 결과가 정확히 반대였다.
이는 아놀드에게 있을 수 없는 치욕이었고, 그는 유럽에서 맛본 패배의 치욕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열정적으로 전투기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가뜩이나 건강도 좋지 않은데 과로까지 겹친 결과 아놀드는 역사보다 3년 이른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지만, 그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가 평생을 바쳐 키워낸 육군항공대는 육군에서 떨어져 나와 공군으로서 독립했고, F-84 썬더제트, F-86 세이버 같은 걸출한 명품들이 일찍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으니.
이에 질 수 없었던 해군 역시 제트기를 요구했고, 그 결과 F2H 밴시, F9F 팬서가 개발되어 해군에도 인도되었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소모되었지만, 독일에 다시는 져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모든 반발을 잠재웠다.
무엇보다 미국은 돈이 많았다.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게 있다면, 그건 단지 돈이 부족할 뿐.
아이러니하게도 유럽 일대가 독일에 점령되었다는 사실이 미군의 병기 개발에 퍽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실제 역사에서 마셜 플랜의 일환으로 유럽 각국에 전해졌을 막대한 돈이 그대로 미합중국에 남아 병기 개발에 사용되었다.
미래의 동맹국을 잃은 대가로 돌아온 것이 원 역사보다 빠른 개발이라는 점이 히틀러가 만들어낸 아이러니였다.
***
1948년 새해의 첫 주를 독일에서 보낸 뒤, 나는 본격적인 아시아 순방에 들어갔다.
그 첫 시작은 중앙아시아.
중앙아시아 5개국 모두 소련에 지배받다가 독일 덕에 독립하게 된 국가들인지라 독일에 대단히 우호적이었다.
형식적으로 이 국가들은 중립국을 표방하고 있지만, 독일 기업들이 진출해 자원을 채굴하고 5개국 군대들 모두 전 독일국방군 소속 동방부대에서 시작된 지라 말이 중립국이지 사실상 독일의 위성국이라 해도 무방했다.
중앙아시아 5개국을 일일이 둘러보기에는 귀찮고 시간도 드는 데다 무엇보다 굳이 따로따로 둘러볼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에 5개국 지도자들을 불러모았다.
정확하게는 모두 알마티로 모여줄 수 있느냐고 공문을 보냈는데, 즉시 그러겠다는 답장이 도착했다.
“총통 각하의 도움과 지원이 없었다면 아직도 이곳은 빨갱이들에게 지배당하고 있었을 겁니다.”
벨리 카윰 칸을 비롯해 5개국 지도자들은 자신들을 해방한 나의 공적을 칭송하며 열렬히 아부의 말들을 쏟아냈다.
비록 괴뢰국이긴 하나 한 나라의 어엿한 대통령들이 쏟아내는 아부를 듣고 있자니 기분이 오묘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강대국, 강대국거리는 건가 싶었다.
나도 적당히 이들에게 덕담과 조언 비스무리한 말들을 건넸고, 나를 환영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에게 손 좀 흔들어준 뒤 중앙아시아 5개국 군대의 합동 사열식을 구경했다.
5개국 군대 모두 슈탈헬름을 쓰고, 국방군의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전차와 전투기는 소련제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헷처나 Bf109 등을 선심 쓰듯이 나눠주긴 했지만, 여전히 주력은 T-34, Yak-1 같은 소련제 장비였다.
소련과 국경을 접한 카자흐스탄 말고는 주변국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할 일이 잘 없는 국가들이니 딱히 신경 쓸 필요가 없겠지.
중앙아시아 다음은 인도.
내전이 끝난 지 몇 개월밖에 안 된지라 곳곳에 파괴의 흔적이 보였다. 수도가 이 모양이니 다른 지방의 도시들은 어떤 상태인지 알만했다.
그런데도 인도인들은 독일에서 온 이방인들을 성대하게 맞이해주었다.
가로수와 건물마다 하켄크로이츠 깃발이 휘날리는 가운데 건물의 창문마다 사람들이 꽃가루와 색종이를 뿌려댔다.
“저기, 총통께서 오십니다!”
“우와아아아아!!!”
“히틀러! 히틀러!”
나를 향해 환호를 보내는 인파를 지나 지금은 인도 대통령이 된 보스와 총리 네루를 만났다.
보스야 일찍이 그가 유럽에 있을 때부터 알던 사이였지만 네루와는 이번이 첫 만남이었다.
“인도를 방문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총통.”
“나도 인도의 영웅과 만나게 되어 대단히 반갑소.”
본인의 성향과 별개로 네루는 웃으면서 나와 악수했다. 하긴 자리가 어느 자리인데 표정 관리를 안 할 리가 없겠지. 그 정도로 멍청한 인물도 아니고.
허나 진심으로 기뻐하는 보스와 다르게 네루의 웃음은 철저히 연기된 티가 났다. 딱 외교적인 웃음의 완벽한 표본이라고 할까나.
조금 거슬리기는 해도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네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나를 진심으로 반겼으니까.
저 거리에 걸려 있는 현수막들을 보라. ‘인도의 해방자 아돌프 히틀러 총통 만세!’라거나 ‘독일은 인도의 영원한 친구’ 등등.
보스, 네루와 우리는 앞으로 독일, 인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주로 나와 보스가 대화를 이끌어 가는 편이었고 네루가 중간중간에 ‘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만 이 건은 조금 더 생각을 해보는 게 어떠신지?’하며 딴지를 거는 방식이었다.
그럴 때마다 보스는 ‘무엇을 우려하는지는 알겠지만 이러이러하니 이 안건은 이대로 밀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반박 아닌 반박을 했고, 나는 그걸 구경하며 조용히 라씨(Lassi, 물소 젖으로 만든 인도의 음료)를 마셨다.
라씨가 우리나라의 야쿠르트와 비슷한 맛이라고 오래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기에 그와 비슷한 맛을 생각했는데, 막상 밀크셰이크처럼 진하고 걸쭉한 게 나와서 의외였다.
알고 보니 라씨 하나만 해도 종류가 엄청 다양해서, 과일을 넣어 주스처럼 먹는 것도 있고, 눈앞의 라씨처럼 진한 것도 있고, 천차만별이란다.
뭐, 말은 많았다지만 요약하면 의외로 별거 없다.
독일과 인도는 경제, 군사, 정치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한다. 이상 끝.
실론이 아직 영국의 식민지로 영국군이 주둔 중이긴 하나 인도가 독일과 협력하는 한 남아시아-인도양 일대는 우리 안방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아직 경제가 좋지 않음에도 보스와 네루 둘 다 인도의 군사력 증강에 강한 열의를 보였다.
“언제 영국이 미국을 등에 업고 인도를 공격해올지 모르는 이상, 인도를 지키기 위해선 강한 군사력이 필요합니다.”
“그건 맞소.”
“고로 독일이 인도를 도와주신다면, 훗날 인도는 독일의 가장 강력한 우방이 되어 독일의 아시아 패권의 일익을 담당할 겁니다.”
보스와 네루는 군사력 증강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영국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였고, 바로 직전에 내전이 끝났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군사력이 있어야 간신히 독립을 일궈낸 국가를 지킬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걱정 마시오. 세계 최고의 군대인 국방군이 인도군을 아시아 제일의 정예군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아끼지 않을 터이니.”
“감사합니다, 총통.”
현재 인도에 무기를 팔아줄 나라는 전 세계를 뒤져 독일밖에 없다. 미국이 독일의 동맹인 인도에 무기를 팔아줄 리 없고, 실제 역사에서 인도와 가까이 지냈던 소련은 망해버렸다.
고로 인도는 좋든 싫든 간에 자국 군대를 육성하려면 독일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말씀.
물론 인도는 독일의 우방이니 대놓고 사기를 친다거나 덤터기를 씌울 생각은 없다.
당장은 독일의 지원을 받아먹는 처지겠지만 향후 수십 년 뒤에는 독일 방산업계의 큰손이 될 나라니 잘 대우해야지, 암.
간디, 진나의 묘에 헌화하고 보스, 네루와 함께 벵골 지방에 들린 다음에는 티베트의 수도 라싸로 향했다.
“히틀러 총통 만세!”
“하일 히틀러!!”
포탈라궁으로 가는 길에 나는 나를 보러 나온 무수한 티베트인들의 행렬과 마주했다.
인도에서 마주쳤던 환영 인파보다는 적지만, 인도 인구와 티베트 인구의 차이를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저 사람들이 전부……?”
“총통 각하께서 생각하시는 게 맞습니다.”
길 안내를 맡은 하인리히 하러 SS 본부원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두 총통 각하를 보러 온 사람들입니다.”
“허어…….”
브래드 피트 주연의 걸작 영화 의 실존 인물 하러와는 그가 아이거 북벽을 등정하고 독일로 귀환했을 때 한 번 만났다.
역사에서 하러는 인도 히말라야를 탐험하다가 2차대전 발발로 영국군에게 생포되어 포로가 되었지만, 여기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위험하다고 말렸거든.
지금은 전쟁도 다 끝났고, 인도 내전도 끝난 관계로 마음껏 하라고 내버려 뒀다.
본인 말로는 티베트 안내가 끝나는 대로 탐험대를 꾸려 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침내 도착한 포탈라궁 앞에는 달라이 라마와 그를 따르는 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좌우로 늘어선 티베트군 의장대가 든 깃발 중에는 독일의 하켄크로이츠기와 검은색 바탕의 SS 기가 보였다.
“티베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총통.”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는 내가 살았던 21세기에선 아흔을 바라보는 노인이었지만, 1948년 시점에는 12살 소년에 불과했다.
눈앞에 있는 어린 소년이 인자한 미소로 유명한 그 할아버지라는 사실이 다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4살의 나이에 달라이 라마의 직위에 올랐던 이답게 또래 소년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총통과 만나기만을 얼마나 학수고대했는지 모릅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역사책으로나 보던 수많은 이들과 만났지만, 내가 살던 시기에도 살아있던 사람은 지금 악수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가 유일했다.
그래서인지 색다른 기분이었다. 내가 죽어서 21세기로 돌아가도 이 사람은 아직 살아있을 테니.
그러고 보니 이 양반 취미 중 하나가 2차대전 나치 독일 무기 사진들 보는 것이라고 했었지, 아마?
“예로부터 티베트는 주변국들로부터 숱한 위협에 시달려 왔습니다. 특히…… 중국에 말입니다.”
독중관계를 의식해서일까 달라이 라마는 유독 중국을 말할 때 조심스러워했다. 주변에 중국인은 한 명도 없으니 눈치 볼 거 없이 시원하게 말해도 되는데.
“그런데 총통께서 티베트를 정식 국가로 승인해주셔서 이제 티베트는 외세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해졌습니다. 티베트인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총통께선 독일뿐 아니라 티베트를 구하신 겁니다.”
달라이 라마뿐 아니라 전 티베트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이건 조금 부담스럽군, 흠흠.
“무슨 말씀을. 내가 티베트를 위해서 한 건 아주 사소한 것뿐입니다. 얼른 고개를 드시지요.”
내가 티베트를 공식 국가로 승인한 지 3주가 되기 전에, 유럽과 미국, 중동, 남미, 호주 등이 티베트를 정식 국가로 인정했다.
그간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발버둥 쳐왔던 티베트 입장에선 내가 무척 고마운 존재일 터.
포탈라궁으로 오는 길에 마주쳤던 인파가 이를 증명했다.
달라이 라마는 연신 내게 고마움을 표하며, 나를 티베트의 수호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리곤 포탈라궁을 자세히 보여주겠다며 나를 데리고 궁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고맙기는 한데, 솔직히 말해서 조금 쉬고 싶었다. 나이를 먹은 탓에 돌아다니는 것에도 한계가 있거든.
그렇다고 그만 둘러보자고 말하기가 뭣한 게, 저들 딴에는 내게 은혜를 갚겠다고 저러는지라 이만하면 됐다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SS 제국지도자, 저것 좀 보십시오. 저 문양은 분명……!”
“오오오. 드디어 이걸 실물로 보게 될 줄이야. 이제 여한이 없군요.”
반면 힘러와 헤스는 지친 기색이 전혀 없이 연신 눈을 반짝이며 궁전 탐방을 즐겼다.
자기들끼리 뭐라고 떠들어대는데, 도통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투성이였다. 틀림없이 독일어로 대화하고 있는데도.
이게 진정한 덕후의 자세라는 건가.
***
나는 달라이 라마에게 티베트의 근대화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우리가 티베트에 퍼주기는 했지만 100% 무제한으로 티베트에 퍼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티베트도 독일에 보답하기 위해 자국의 지하자원들을 독일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약속했거든.
다만 현실 역사에서 중국이 티베트의 지하자원을 채굴하며 막대한 환경오염을 일으켰던 것을 기억하는지라 자원 개발 자체는 신중하게 검토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달라이 라마도 티베트의 환경이 오염되는 것은 피하고 싶은 눈치였기에 내가 먼저 이 얘기를 꺼내자, 진심으로 감동했다.
어차피 자원 수급처는 널려 있는지라 티베트에 목맬 필요가 없거든. 그렇다고 남한테 주긴 아까우니 우리가 먼저 침을 발라뒀다.
티베트 다음 차례는 중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