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ark Knight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36)
봄이 오다
* * *
이레네에서 온 급보에 지휘관들은 웅성거렸다.
공격받고 있다고? 대체 누구에게?
“내부 반란인가? 아니면 악마의 침공?”
“하지만 아직 다른 군단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은 들은바가 없소.”
“다른 군단도 배신을 했다면?”
“그렇다고 해도, 그만한 군세가 이동하면 반드시 흔적이 남게 될 수밖에 없소. 은밀히 이레네까지 당도하는 건 불가능하오. 그 중간에 있는 성과 요새가 몇 개인데!”
“상대는 악마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방법을 사용했을 수도 있어요.”
말없이 지휘관들이 회의하는 걸 듣던 기사단장이 말했다.
“자! 모두 진정하게!”
“…….”
“이레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네. 하지만 당장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네. 바로 이레네로 돌아가는 것이지.”
이레네는 그 시초부터 악마와의 싸움을 염두에 두고 건설된 도시다.
도시를 감싼 높고 단단한 3겹의 성벽은 쉬이 뚫릴만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
당장 4군단도 생각보다 많은 배신자 탓에 요새를 내주지 않았던가?
그간 이레네에는 여러 불온한 움직임이 있었고, 외부 사람들의 유입도 많았다.
검문을 엄격하게 하는 상위구역은 괜찮겠지만, 외곽구역과 빈민가에 얼마나 많은 배신자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부터 정예만 모아 최대한 빨리 이레네로 돌아간다. 중간에 뒤처지는 자는 가차 없이 버릴 것이다. 쫓아올 자신이 있는 자만 함께하도록.”
“예!”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당장 이레네로 돌아갈 준비가 시작되었다.
황실기사단원과 몇 명의 마탑의 마법사들. 그리고 실력 있는 병사들만이 이레네로 되돌아갈 채비를 했다.
군단장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군마를 모두 내어 드리겠습니다. 함께하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
“아니요. 누군가는 이곳을 지켜야 하지 않겠소. 이 또한 악마의 계략일 수 있으니, 요새를 비워두어서는 아니되오.”
데일과 하켄. 그리고 에스델도 돌아갈 준비를 서둘렀다.
특히. 에스델은 당황해서 허둥거리고 있었다.
“어. 일단 챙겨야 하는 게. 타고 갈 말을…… 식량은.”
“에스델.”
“준비할게…….”
“에스델.”
데일은 에스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 눈가에 희미한 눈물이 맺혀 있고, 가는 몸이 세차게 떨리고 있었다.
“진정해라.”
“교단에 만약 무슨 일이 생겼으면 어떡하죠? 그곳에 계신 형제자매님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그걸 막으려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니 진정해라.”
에스델은 데일을 올려다보며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흑기사의 서늘한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맞아요. 제가 당황한다고 상황이 나아질 게 없죠. 죄송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별거 아니다.”
마음을 가라앉힌 에스델은 분주히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준비에 주어진 시각은 반나절이다. 다른 이들이 짐을 싸고, 타고 갈 말을 준비하는 사이.
데일은 신전으로 향했다.
아레짐이 맞아주었다.
“아. 경. 얘기는 들었습니다. 이레네가 위험하다고요?”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모른다. 최대한 빨리 돌아가야겠지.”
아레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레네는 제국의 심장입니다. 인류의 심장이기도 하죠. 괜히 그곳에 교단과 밤의 신전이 자리한 게 아닙니다. 이레네가 무너지면 신앙적 중심지도 잃게 되는 것이고, 그러면 두 여신의 힘도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부디 이레네를 지켜주십시오.”
“노력해보겠다.”
짧게 대답한 데일은 아레짐을 지나쳐 기도실로 향했다.
곧장 투구를 벗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왔습니다.”
연기가 피어올라 형상을 이루었다.
데일이 고개를 수그렸다.
하얀 발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전에 보았던 것보다는 훨씬 희미하고, 위태롭다.
자그마한 바람이라도 불면 금방 흩어져버릴 것 같았다.
‘그래. 무슨 일이 있긴 한 모양이군.’
여신이 말했다.
[어■ 오거라 ■들아.]목소리가 너무나 작아 잘 들리지 않는다.
데일은 한층 더 집중하며 말했다.
“이레네에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아르구르 그 사악한 것을 물리쳐준 네가 너무 자랑스럽지만, 지금은 그 칭송을 할 때가 아닌 것 같구나. 한시라도 빨리 이곳으로 와야 한단다.]“많이 급합니까?”
[놈들이 내 눈을 가리고 입을 막았단다. 제대로 준비하고 온 셈이다. 애초에 아르구르는 미끼에 불과했던 거야.]고개를 끄덕인 데일은 제물을 바쳤다.
적지 않은 양이 쌓여 있다.
선택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근력 상승》
《갑옷 강화》
《영혼 강화》
아르구르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더더욱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거라고 데일은 직감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힘이었다.
‘그리고 마력도.’
이제 해골마를 타고 쉼 없이 달려 이레네로 가야 한다.
해골마를 유지하려면 마력이 드니, 미리 마력을 올려두는 게 좋았다.
당장 이번 전투에서도 마력 부족에 시달리지 않았던가?
데일은 근력 상승과 영혼 강화를 택했다.
갑옷 강화를 배제한 공격적인 선택.
이번만큼은 여신도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힘이 데일의 심장에서 맴돌았다.
데일은 곧장 자기 상태를 확인했다.
[데일]등급: 5
직업: 암흑기사
근력: 110
내구: 66
마력: 60
체력: ―
정신력: 50
[보유 기술 목록]생기 강탈
새벽의 안개
영혼 지배
해골마 소환
[특성]반인 반언데드
어둠의 감각
밤의 여신의 축복
[칭호]악마 살해자
놀랄 정도로 성장한 근력 수치가 눈에 띈다.
‘놈의 피를 마신 게 큰 도움이 됐군.’
아르구르의 피를 마시고, 그 힘을 취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이제 그 누가 데일을 무시할 수 있을까.
하지만 뿌듯해하거나 자랑스러워할 여유는 없다.
데일은 자리에서 곧장 일어났다.
“최대한 빨리 이레네로 가겠습니다.”
[그래. 내 아들만 믿고 있겠다.]데일은 망토를 펄럭이며 기도실을 나갔다.
이레네로 가야 한다. 이레네가 무너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이레네가 인류의 중심이라니, 이레네를 잃은 제국이 그 힘을 크게 잃을 것이라느니 하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짧으면서 긴 시간.
데일은 이레네에서 터를 잡고 활동했다.
맛없는 맥주를 파는 여관 주인이 있고, 왕국을 잃은 왕녀와 그 호위 기사가 있다.
체스 두는 걸 좋아하는 마법사가. 늘 알 수 없는 웃음을 짓는 사제장이. 기계 다루는 걸 수상하리만치 좋아하는 괴짜 드워프도 있다.
그리고 그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데일은 그들이 전쟁의 화마에 휩싸여 사라지는 걸 원치 않았다.
‘이 모든 일을 꾸미는 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명확히 밝혀진 건 없다.
악마를 발아래에 두던 그 괴인은 누구인가? 영웅들의 행방은?
이번 이레네를 기습한 것도 그 괴인인 걸까?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뭐가 되었든 데일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데일은 마검을 쥐고 성큼 걸음을 옮겼다.
* * *
“모두 대열을 지켜 출발한다! 우리의 가족과 친우! 제국을 지키러 가는 거다!”
기사단장의 외침에 기사와 병사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랴!”
이윽고 기사단장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나머지 부대원들도 그 뒤를 따랐다.
“당신의 광휘를 뿌려, 앞길을 비춰주소서!”
기사의 뒤에 탄 사제들이 사방에 빛을 흩뿌렸다.
이미 해가 진 터라 말이 달리다가 자칫 넘어질 수도 있다.
환한 빛은 몬스터들의 이목을 끌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데일은 해골마를 몰고 대열의 가장 후미를 맡았다.
혹여나 몬스터들이 습격할까를 경계하는 것도 있지만, 데일과 해골마가 옆에 서면 말들이 불안해하는 탓도 있었다.
이렇게 철저한 준비를 하고 출발했지만, 낙오자가 속출했다.
“크윽! 마, 말이!”
“아악!”
말이 발이 걸려 넘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가혹한 질주에 지쳐서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사제들이 축복을 걸어준다 해도 한계는 있었다.
그럴 때마다 기사단장은 가차 없이 말했다.
“낙오자는 각자 안전한 곳으로 돌아가, 재정비한 후 이레네로 오도록!”
“예!”
낙오자를 챙겨줄 여유는 없었다.
지금은 한시가 급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 카엘름 성에 도착한 기사단장을 백작이 맞아주었다.
“어서 오시…….”
“인사는 됐소. 지금 상황이 어떤지는 잘 알거라 믿소.”
“아 예. 들었소. 이레네 쪽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을 내어주시오. 우리가 타고 온 말들은 다 지쳐버렸소.”
“아, 알겠소!”
최소한의 휴식만 취한 부대는, 카엘름에서 말을 갈아타 다시 이동했다.
강행군이었다.
도착하기 전에 병사들의 체력이 먼저 바닥날 판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말을 갈아탈 경유지도 없다.
기사단장은 속도를 조금 늦출 수밖에 없었다.
“후우. 마음은 급한데, 상황이 따르지 않는구나. 이레네에서 추가로 온 전서구는 없나?”
“예. 저희 쪽에서도 전서구를 보내봤지만, 답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썩 좋지 않나 보군.”
기사단장은 이를 으득 갈았다.
하지만 발을 동동 구른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기사단장은 말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충분히 휴식을 취했으니, 모두 일어나도록.”
“예!”
그렇게 부대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이동 간에 2할의 병력이 낙오되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선방했다고 느낄 정도의 가혹한 일정이었다.
그리고 부대는 무려 일주일 만에 이레네의 근방에 다다랐다.
“지금까지 마주했던 마을 3개 모두 비어 있었습니다.”
“흔적은?”
“확실히 악마가 맞습니다. 몬스터는 아니었습니다. 숫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요. 예상으로는…… 아마 이레네가 악마의 군세에 포위되어 고립되었을 겁니다.”
“곤란하게 되었군.”
방어 시설 자체는 건재하니 그 부분은 안심이다.
문제는 식량이다.
이레네는 지금 급격한 인구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안 그래도 식량 문제로 곤란하던 차에 외부와의 연결이 끊어져 버린다?
시간은 아군의 편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이것도 계산된 계획이었던 건가? 각지에서 혼란을 일으켜, 피난민들이 이레네로 몰려들게 해 혼란을 일으키는…… 아니. 내가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 걸까.’
이를 으득 간 기사단장은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어찌 됐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이레네다.
상황이 어떤지는,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사단장을 필두로 부대는 앞다투어 이동했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이레네가 서 있는 넓은 평원이 불타고 있는걸.
“세상에.”
악마의 하수인들이 새까맣게 몰려 있다. 빈민가 곳곳에는 불이 붙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외곽구역의 성벽에는 적군이 몰려들고, 하늘에는 악마로 추정되는 존재가 둘 정도 보인다.
이곳에서 보이는 숫자만 둘이다.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까 위태로운 모습. 상황은 생각보다 더 급박했다.
“대체 어디서 이만한 숫자가 몰려들었단 말인가!”
기사 하나가 분을 못 이기며 뛰쳐나가려 했다.
“당장 돌격해야 합니다! 명을 내려주십시오!”
하지만 기사단장은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로 돌격해봤자, 개죽음밖에 안 되네. 안쪽의 병력과 합류해서 조직적으로 저항해야 해.”
기사단장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다.
아무리 이곳에 있는 게 정예 중의 정예라도 한계는 있다.
그냥 들이받는 건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 안으로 들어가려면, 결국 저 병력을 뚫어내야 하지 않습니까.”
“아니. 꼭 그렇지는 않아.”
“예?”
“여기서 말을 전부 버린다.”
기사단장이 말에서 훌쩍 뛰어내리며 말했다.
“우리는 비밀 통로로 들어간다.”